2017년 12월 통권 제18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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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에게 영향을 미친 과학]
전기를 발견하다

김연희 | 2017년 12월

현대 생활을 지배하는 전기

오늘 아침 한 일을 생각해 보자. 아침에 일어나 물을 한 잔 마시고 화장실에서 여러 일을 했다. 화장실을 들어가기 전 전등도 켰다. 냉장고를 열고 요깃거리를 찾아 꺼내 씻고 다듬고 정리하고 가스레인지 불을 켜고, 전자레인지도 돌렸다. 일어나서 한 시간 동안의 일상생활에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무엇이냐고? 모두 전기를 사용했다는 점이다. “물 마시는 데 웬 전기?”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수도꼭지에서 물이 나오기까지 끊임없이 전기가 개입된다. 정수 시설까지 이야기를 넓히지 않더라도 물을 끌어 올리는 데 전기가 필요하다. 특히 공동주택에서는 말이다. 그래서 지진 등의 응급 상황 대비 물품에는 마실 물이 포함되어 있다. 가스레인지에 불을 켜는 데에도 전기가 필요하다.

이처럼 전기는 현대 생활을 지배할 뿐만 아니라 문명의 도구들을 생산해 내기 위한 에너지원으로 자리 잡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기의 역사는 매우 짧다. 적어도 19세기,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전기가 이렇게 문명의 핵심 자리를 꿰차지 못했다. 물론 인류는 아주 오래 전부터 전기를 경험했다. 대표적인 것이 번개다. 그것이 전기였는지 몰랐지만 말이다. 그리고 자연에는 전기뱀장어, 전기메기 같은 동물부터 파리지옥과 같은 식물에 이르기까지 전기가 존재했다. 따라서 전기는 매우 낯선 현상이 아니었다.

전기와 인류의 만남

사실 이런 자연계에서의 작용이 전기에 의한다는 것을 알기 위해서는 전기와 관련한 현상을 이론화하고 체계화하는 작업이 필요했다. 전기 현상을 처음으로 기록한 사람은 고대 그리스 철학자 탈레스(Thales, ?~?)이다.

탈레스는 기원전 550년경에 호박(소나무 진액이 굳어서 만들어진 것)에 작은 물체가 붙는 현상을 보고 그 호박을 문지를 때 정전기(static electricity)가 발생한다고 했다. 그의 설명이 전기 현상의 체계화나 이론화를 위한 시작은 아니었지만 일상생활에서 접하기 쉬운 전기가 적어도 마술이나 귀신이나 영험한 신에 의한 일이 아니라는 정도는 알려졌다. 전기가 이론화되고 체계화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2천 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했다.

자기와 전기, 다르게 발전하다

18세기 심지어 19세기까지만 하더라도 인류가 전기와 자기를 사용하는 일은 매우 적었다. 심지어 전기와 자기는 각각 다른 현상이라고 생각했으며 각기 다른 분야에서 이용되거나 관찰되었다. 따라서 전기에 관한 이론적 접근이 시작된 것은 인류 역사에서 보면 매우 최근의 일이라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전기로 자기를 만들고 자기로 전기를 만들 수 있고, 전기와 자기가 같은 현상이라는 사실을 알아낸 것은 더 최근의 일이다.

자석 이용에 관련한 기록은 중국에서 꽤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자석인 나침판을 통해 위치를 확인하는 정도였다. 물론 이를 통해 몽고가 유럽을 정복했고, 유럽은 향료 수입의 새로운 뱃길을 찾기 위해 바다로 나섰고, 그들로서는 새로운 아메리카를 발견했지만 말이다. 그 기록 외에 또 다시 자석이 역사에 등장하게 되었는데, 그것은 영국의 윌리엄 길버트(William Gilbert, 1544~1603)가 지구를 거대한 자석이라고 주장한 1600년 즈음이었다.

길버트는 엘리자베스 1세의 왕실 의사로 여왕을 자석을 이용해 치료하기도 했으며, 탈레스처럼 호박에서 전기 현상을 보았고, 이 현상에 그리스어로 호박을 의미하는 일렉트론이라는 이름을 붙이기까지 했다. 더 나아가 그는 지구의 두 극점을 N극, S극이라 이름 붙이면서 하나의 큰 자석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지구 위에 있는 나침반이 남북을 가리키는 것을 보여 주기도 했다. 그가 이런 주장을 한 데에는 막대자석 주변의 철가루들이 타원 모양을 이루고 있고 이는 케플러의 타원 궤도와 비슷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자석과 전기에 대한 언급들이 간헐적으로 나오는 상황은 150년 정도 지속되었다. 작은 변화가 1746년 네덜란드의 뮈센브뢰크(Pieter van Musschenbrock, 1692~1761)에 의해 이루어졌다. 그는 전기를 담는 ‘라이덴병’을 발명했다. 이 라이덴병은 유리병 안팎에 금속을 입히고 코르크와 같은 전기가 통하지 않는 물질로 뚜껑을 만들어 닫은 후 뚜껑에 구멍을 뚫어 금속 막대나 금속 사슬을 매단 것이다. 이 막대를 들어 올려 사슬이 바닥에서 멀어지면 대전된 상태가 유지되면서 이 유리병에 전기가 저장되었다.

이 라이덴병은 미국의 독립전쟁과도 관련이 있다는 일화가 있다. 미국 독립의 주역인 프랭클린(Benjamin Franklin, 1706~1790)은 라이덴병에 관심을 가졌다. 그는 연을 이용해 번개를 라이덴병에 가두는 데에 성공했고, 이를 바탕으로 1752년 피뢰침을 발명했다. 이런 일련의 작업으로 유명해진 프랭클린이 영국 왕실의 초대를 받았는데, 그는 그곳에서 충격적인 장면을 보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영국 왕실에서 라이덴병을 이용해 벌인 공연으로, 이 공연은 길게 늘어선 군인들이 라이덴병에 손을 대고 뒤로 넘어지는 광경으로 구성되었다. 전기에 충격을 받고 넘어지는 장면을 보고 영국의 귀족들이 크게 웃으며 즐거워했고 이를 본 프랭클린이 충격을 받아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결심하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이 일화가 그럴 듯해 보이기는 하지만 벼락 치고 비오는 날 소년에게 연을 들게 했던 프랭클린이 야만적인 영국 왕실에 실망해 독립을 결심했다는 것은 좀 어울리지 않는 듯하다. 프랭클린이 실제 독립을 결심한 계기가 전기였는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여전히 전기 현상은 18세기가 다 가도록 폭발적인 잠재력을 숨긴 채 다음 시대를 기다려야 했다.

흐르는 전기

인류가 전기의 흐름에 대해 생각하게 된 것은 1800년대의 일이었다. 갈바니(Luigi Galvani, 1737년~1798년)가 개구리를 해부하던 중 개구리 다리가 전기의 불꽃에 접촉할 때 경련을 일으키는 것을 발견했고, 1791년에 이를 발표했다. 갈바니의 개구리는 전기 연구를 크게 자극했고, 돌파구를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볼타(Alessandro Volta, 1745~1827)는 개구리의 뇌나 몸에서 전기가 발생한다는 갈바니의 주장과는 다른 가정을 세웠다. 그는 자신의 가정을 실험하기 위해 1800년 구리판과 아연판 사이에 소금물에 적신 천 조각을 끼워, 그것을 여러 층으로 쌓고 이 장치의 양끝에 전선을 연결했다. 그리고 이 장치에서 전기가 발생하는 것을 보았다. 종류가 다른 아연과 구리라는 금속들 사이의 전위차 혹은 전압 차이로 인해 흐르는 전기, 즉 전류를 얻었던 것이다. 이 장치는 일시적으로 전기를 방출하는 라이덴병과는 달리 안정적으로 전기를 흘려보냈다. 이것이 전지의 원형이었다. 전기학에서 그의 업적을 기리며 그의 이름을 따 전압을 의미하는 기호를 V(볼트로 읽는다)로 사용하고 있다.

볼타가 고안한 장치를 좀 더 발전시킨 것이 볼타 전지(Volta cell)로 최초의 전지이다. 볼타 전지는 소금물로 적신 천 조각 대신 묽은 황산 용액이 든 그릇에 구리판과 아연판을 넣고 두 금속을 전기가 흐르는 금속선으로 연결한 것이다. 이 장치에 대해 후대 사람들은 두 금속 가운데 아연에서 전자가 나와 도선을 통해 구리판으로 이동해 구리판 주변의 수소 이온(H+)에게 전자를 주는 것으로, 전기가 흐르는 방법을 설명했다. 이때 전자가 아연판인 (-)극에서 나와 구리판 (+)극으로 이동한다는 것이다.

당시로서는 매우 획기적이었지만 볼타 전지는 많은 단점을 가지고 있었다. 그 가운데 하나는 시간이 지날수록 구리판에서 만들어진 수소 기체가 구리판 주위에 막을 만들고 전위차를 없애 버려 더 이상 전기가 흐르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었다. 또 다른 단점은 사용하지 않을 때에도 아연판이 끊임없이 녹슬어 효율이 매우 떨어진다는 점이었다. 이런 단점들로 오늘날에는 사용되지 않지만 이 전지는 순식간에 모든 전기를 날려 보내는 라이덴병과는 달리 안정적으로 전류를 흐르게 했고, 전기의 흐름을 통제할 수 있었기에 과학 연구에 폭발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볼타 전지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전지들도 계속 개량되었고 발명되었다. 1836년 다니엘( J. F. Daniel, 1790〜1845)은 수소 발생을 방지하는 전지를 만들었다. 그는 구리판과 아연판을 각각 황산구리 수용액과 황산아연 수용액에 담근 후 도선으로 두 금속을 연결하고 두 수용액을 구름다리로 연결한 전지를 선보였고, 이 전지는 다니엘 전지라 불린다.

이런 전지들로 인해 전기를 이용한 화학은 놀랍게 발전했다. 고대부터 하나의 순수한 물질로 받아들여지던 물이 수소와 산소의 화합물이라는 것도 밝혀냈고, 도금이라고 하는 금속의 성질을 바꾸는 일도 가능해졌다. 특히 축전지를 이용해 발명된 통신 시설은 이를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 가진 국가와 가지지 못한 국가 사이에 전쟁을 일으켰고, 무역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규모의 전기를 발생시키는 전지로는 이를 아무리 개선한다고 해도 활용 방법의 발명에는 한계가 있었다. 규모를 키우고 재생해 사용할 수 있는 전지가 만들어져도 만들어지는 전기가 워낙 적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 확장되기 어려웠다. 이를 위해서는 전기의 속성과 이를 이론화 하는 작업이 필요했다. 현대 문명을 가능하게 하려면 더 큰 변혁이 필요했던 것이다.
김연희 | 서울대학교에서 한국과학사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한국 역사 속에서의 자연 이해와 자연 이용 기술에 관심이 많습니다. 서양 과학과 우리 전통 과학이 만났을 때의 이해 방식에 관해 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지은 책으로 『창덕궁에서 만나는 우리 과학』 『강은 어떻게 흘러가나』 『고종 시대의 과학 이야기』 『경복궁에서 만나는 우리 과학』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