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통권 제18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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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걸음 한 발짝 두 발짝]
은나래 독서 문화 활동가를 꿈꾸다

정원임 | 2017년 11월

우리나라 중년과 노년 세대들은 자녀 양육과 교육에 헌신했던 만큼 자녀들의 독립과 출가 이후 상실감과 남은 생에 대한 불안감을 지니고 있다. 그로 인해 정신적, 신체적 변화 및 건강상의 어려움에도 직면하고 있다. 우리의 사회 문화적 여건은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하지 못하다. 그런 가운데 여러 단체에서 자신을 위해 책을 읽거나 독서 소외층을 찾아가 책 읽어 주기 활동을 하며 보람된 중·노년기를 보낼 수 있도록 이끄는 프로그램이 마련되고 있어 그 의미가 크다. ‘은나래 독서 문화 활동가’도 인생 이모작을 꿈꾸며 지역 사회 공공도서관을 통해 다양한 독서 문화 활동을 펼치는 이들이다.

최근 공공도서관에서는 중·노년 대상의 책 읽기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비슷한 상황에 처한 중·노년들이 책을 읽고 독서 문화를 체험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중·노년기의 삶을 재조명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중·노년기 발단단계에 필요한 통합감을 형성해서 보다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다양한 독서 문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제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는 OECD국가 중·노년기의 독서율이 가장 저조한 것으로 조사 결과가 나왔다. 그래서 책 읽을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인식하였다. 지역 사회 도서관에서는 독서 문화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중·노년기 책 읽기의 필요성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그룹 책 읽기를 하기도 한다. 통합감과 소속감 등 정서적 성장을 촉진할 수 있는 독서 문화 프로그램으로 진행하는 것이다. 이런 독서 문화 프로그램을 차근차근 펼쳐 가면 중·노년층 개인의 성장을 기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독서 재능 나눔을 실천할 역량을 기르고 활동 환경을 조성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어 중요하다.

중·노년기 독서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자료 선정이 중요하다. 프로그램 진행시 현장에서 직접 보고 독서 토론과 활동을 할 수 있는 그림책, 시, 수필, 영화 등이 참여도를 높이는 데도 좋고 효율적이다. 참여자들의 상황에 적합하고 동일화가 가능한 이야기, 감정의 정화와 통찰이 이루어지는 자료를 선정할 필요가 있다. 중·노년 참여자들은 자신들의 삶을 재조명해 볼 수 있는 책, 비슷한 노인들의 삶의 체험을 다룬 책이나 영화를 보면서 공감대를 높여 가면, 책에 보다 가까워지고 나아가 독서 재능 나눔 실천 역량을 높이는 데에도 더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중·노년기의 자존감 회복과 소속감 증진의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우리 도서관에서는 도서관 이용과 사회 문화적 활동에서 소외되기 쉬운 중·노년 대상에게 생애 발달 단계에 적합한 맞춤별 독서 환경을 제공하여야 할 것이라 여겨 은나래 독서 문화 활동을 열었다. 프로그램 종료 후에는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중·노년 대상의 독서 동아리를 결성하여 도서관 동아리 활동을 활발하게 만들어 주었다.

은나래 독서 문화 활동가들은 중·노년기 생애 발달 단계에 적합한 독서 문화 프로그램을 통해 책 읽기에 대한 관심을 갖고 도서관을 적극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도서관에서 이루어지는 독서 치료 프로그램은 자신의 정서적 상태를 점검해 볼 수 있고,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밝고 긍정적인 삶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많은 ‘그림책 속 인형 캐릭터 만들기’, ‘할머니, 할아버지! 이야기 들려주세요’와 ‘유치원으로 찾아가는 도서관’ 등 삶의 지혜와 연륜을 담은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하고 있다. 이는 도서관 프로그램에 활성화를 기하는 데도 기여하는 바가 있다.

지역 사회에서 중·노년층의 독서 인구 증가는 ‘책 읽는 사회’, ‘책 읽어 주는 어른’ 만들기에 가장 기초가 되는 교육 문화 복지 지원 정책이 되기도 한다. 또한 생애 발달 단계에 적합한 중·노년 대상의 특화 프로그램으로 도서관 이용이 저조한 중·노년층 대상의 독서 문화 운동을 펼칠 수 있으므로 독서 양극화 현상을 완화할 수 있다.

아직 우리나라는 지역 사회에 노년을 위한 다양한 시설과 문화 프로그램들이 부족하다. 노년을 위한 도서관의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과 독서 문화 재능 나눔 활동은 건강한 노령화 사회를 준비할 수 있는 복지 정책이 될 거라 짐작한다.

도서관 독서 문화 프로그램에 참여한 중·노년층의 사회 활동으로 책 읽어 주는 할머니·할아버지 활동과 활발하게 연계되고 있다. 지역 사회 공공도서관, 작은도서관, 유치원 등에서 책 읽어 주기 프로그램을 활성화함으로서 세대간의 갈등을 완화하고 조손 세대간의 격대교육(隔代敎育)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문화강국, 선진국이 되려면 시민들 독서율과 도서관 이용율을 높여서 독서 문화 활동이 시민들의 일상이 되도록 해야만 한다. 독서 문화 체험은 개인 한 사람뿐만 아니라 가정과 우리 사회 전체의 정서적, 지적 성장 발달 과정에도 긍정적 에너지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정보화 사회에 있어서 모든 사람들이 평등하게 정보와 지식에 접근할 수 있는 독서 문화, 도서관 문화가 구축되어 시민들의 문화 향유가 확장되어 복지 정책 구현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내다본다.

갱년기를 심하게 겪던 중 독서 치료 프로그램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를 극복하는 데 그룹 단위의 책 읽기 모임, 독서 치료 프로그램이 중년 여성들의 빈둥지 증후군을 많이 완화시켜 주었음을 알게 되었다. 그 무렵 송파어린이도서관 관장으로 근무하면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 주는 은나래 독서 문화 활동가들을 도서관에서 키워 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실버 대상의 독서 문화 활동가를 길러내는 ‘할머니, 할아버지 이야기 들려주세요!’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기대 이상의 큰 인기를 얻었다. 교육 후 20여 명이 ‘송파 은나래책소리’ 동아리를 만들어 지금까지 6년 가까이 도서관과 학교 등지에서 은나래 독서 문화 활동가로 어린이들에게 책 읽어 주기 활동을 하며 노년의 보람된 삶을 영위하고 있다. 관장으로서 이를 지켜보면서 늘 보람을 느끼고 있다.

거의 부모님 겪인 늦깎이 제자 ‘송파 은나래책소리’ 회원들은 아이들에게 책 읽어 주기 활동을 재미나게 하시기 위해 전래동요를 배우고, 그림책을 공부하면서 자신들이 새로운 삶을 살고 있는 것 같다며 항상 감사하다고 말씀하신다. 나 또한 그분들을 보면서 나이와 상관없이 배우고 봉사를 실천하는 삶에 대한 생각을 얻게 되었다.

다양한 재능을 가진 중·노년층에서 은나래 독서문화 활동가를 꿈꾸는 사람들이 다양한 교육을 받고 있지만 이들이 활동할 수 있는 기회는 아직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들의 활동은 또 다른 독서 소외 계층에게 책 읽어 주기와 독서 문화 활동을 통해 책 읽는 독서 문화 공동체를 형성하여 지역 사회에 책 읽는 문화가 뿌리 내릴 수 있도록 기여하게 되기를 바란다.

은나래 독서 문화 활동가를 꿈꾸는 이들을 위한 노년 대상의 독서 문화 프로그램은 지역 사회의 건강한 독서 문화 운동으로 개인의 삶을 성숙시키며 우리 사회에 교육, 문화, 복지 생태계를 구축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정원임 | 오십이 넘은 송파어린이도서관 관장입니다. 아이들과 은나래 활동가들을 만나 즐겁고 보람된 시간을 보낸 중년 사서였습니다. 현재는 송파위례도서관 초대 관장으로 우리 도서관이 책, 사람, 자연을 품은 문화 공간이 될 수 있기를 꿈꾸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