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통권 제18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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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에게 영향을 미친 과학]
주기율표 : 원소들 세계의 새 질서

김연희 | 2017년 11월

새로운 원소들이 발견되다

돌턴(John Dalton, 1766~1844)의 원자론은 사실 당시 활발하게 진행되던 화학적 발견을 배경으로 나왔다. 모든 물질들은 독특한 특성을 가진 기본 물질, 즉 원자라는 아주 작은 입자들로부터 시작한다는 원자론 주장 전후, 화학자들은 새로운 물질, 혹은 원소들을 발견하기 위해 몰두했다. 그 가운데 탁월한 성과를 낸 사람은 영국의 유명한 화학자 데이비(Sir Humphry Davy, 1778~1829)이다.

데이비는 1807년 전기 배터리를 이용하여 화합물에서 나트륨과 칼륨을 분리해 이들이 독특한 성질을 가지는 각각의 원소임을 밝혔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1808년에는 붕소를 발견했고, 나아가 염소와 염산 사이의 관계를 밝혀 염소의 초기 이름(옥시무리아산)이 잘못되었음을 밝혔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모든 산에 산소가 들어있다는 라부아지에(Antoine-Laurent Lavoisier, 1743~1797)의 이론을 부정하기도 했다.

라부아지에는 동료 과학자들로부터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 뿐만 아니라 실제 라부아지에는 연금술과 비슷하고, 과학의 한 분야라 하기에는 부족하다 여겨졌던 화학을 근대 화학의 세계로 뛰어오르게 한 천재였다. 비록 데이비가 이런 라부아지에의 이론을 부정하는 실험 결과를 겁 없이 제시했지만 그 역시 모든 실험에 성공적이지는 않았다. 데이비는 염소가 원소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 염소 속에 들어 있는 산소를 밝히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발견들로 자연에 존재하는 원소들의 가짓수가 늘어났음은 부정할 수 없다. 그가 원소를 발견하기 위해 한 실험 역시 화학 발전의 중요한 이론과 방식을 정착시키는 데에 기여했다.

데이비만 원소들을 발견했던 것은 아니었다. 당대의 화학자들은 다양한 색을 가지는 바나듐, 금속은 무겁다는 생각을 깬 리튬, 또 금속은 딱딱하다는 편견을 무너뜨린 칼륨, 노란 불꽃을 내며 나무보다 더 잘 타는 금속 나트륨, 사람의 손바닥에서 녹아내리는 금속 세슘, 그리고 유리를 만드는 규소, 거울의 금속 인듐 등을 발견했다. 이와 같은 활발한 원소 발견으로 1808년 돌턴이 원자론을 제기한 이래 1815년에는 41종의 물질이 순수한 물질인 원소임을 알아냈다. 발견 속도가 점점 빨라져 1818년 이후에는 49종으로 늘어났고, 1850년에는 10개가 더 발견되어 59종이 되었으며 1869년에 67종으로 늘어났다. 자연에는 순수한 원소가 생각보다 많았다.

새 원소를 발견하게 한 화학의 법칙들

이런 새로운 원소들이 발견된 것은 화학에서의 중요한 변화를 배경으로 했다. 가장 큰 것은 질량 보존의 법칙이다. 이 법칙은 근대 화학으로의 문을 열었다고 할 정도로 중요했다. 질량 보존의 법칙을 제안한 라부아지에는 자연의 현상을 설명하는 화학이 엄밀한 물리학처럼 분석적이고 수학적이어야 한다고 여겼다. 그는 화학 변화를 거쳐 만들어진 물질들은 화학 변화 이전과 이후 질량이 같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매우 당연하게 생각되지만, 이 법칙은 당시만 해도 당연하지 않았다. 화학 변화를 이끄는 물질로 설명되던 플로지스톤은 때에 따라서 음의 무게를 지녔다고 여겨졌고, 열, 빛, 전기, 자기, 그리고 실체를 알 수 없는 에테르라는 물질은 ‘무게 없는 입자’로 받아들여졌던 만큼 이 세상은 ‘-’로부터 ‘+’에 이르는 다양한 무게를 가지는 물질들의 세계였다. 하지만 라부아지에의 주장 이후 화학 반응에서 질량의 변화에 주목하게 되었다.

모든 화합물에서 구성 원소의 무게의 비는 고정되어 있으며 일정하다는 이른바 일정성분비의 법칙도 제안되었다. 1797년에 프랑스의 화학자 조제프 루이 프루스트(Joseph-Louis Proust, 1754~1826)는 여러 물질, 특히 철의 산화물, 다시 말하면 녹슨 철을 두고 실험하였다. 이를 통해 그는 이 법칙에 관한 증거들을 모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또 배수비례의 법칙도 제안했다. 이 법칙은 두 종류의 원소가 화합하여 두 종 이상의 화합물을 만들 때, 한 원소의 일정량과 결합하는 다른 원소의 질량비는 항상 간단한 정수비를 나타낸다는 것이다. 이는 1805년 프랑스 물리학자 게이뤼삭(Joseph Louis Gay-Lussac, 1778~1850)이 처음 주장했다. 이 법칙은 질량을 토대로 했는데 같은 시기 돌턴 역시 부피를 토대로 이와 비슷한 의미를 가진 법칙을 제시했다. 이 두 학자의 법칙은 1811년 이탈리아의 물리학자 아보가드로(Avogadro, Amedeo, 1776~1856)에 의해 정리되었다. 그는 분자, 혹은 원자의 일정 부피와 질량의 개념을 내세워 게이뤼삭과 돌튼이 내세운 법칙들이 동일한 법칙임을 밝혔다.

무질서 속에 보이는 질서

이런 화학 변화를 설명하며 제시된 세 개의 법칙은 당대 화학자들의 원소 발견의 기둥 역할을 했다. 1869년에 이르러 자연에 존재하는 순수한 원소들이 67종으로 늘어난 것은 이들 법칙 때문이었다. 이 원소들 사이의 어떤 상관관계들이 어렴풋이 화학자들 사이에서 이야기되었다. 이들 원소들이 유사한 성질을 가지고 있어 이를 관통하는 법칙이 존재할 것이라는 생각이 퍼졌다. 그리고 이 법칙을 발견하는 사람은 인류 역사에서 원소를 발견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명예를 가지게 될 것이라는 믿음도 커졌다.

이 명예를 차지한 사람이 바로 러시아의 멘델레예프(Mendeleev, D. I., 1834~1907)였다. 시베리아의 작은 마을에서 가난한 집의 많은 형제 가운데 막내로 태어난 그는 출생지의 대학에만 입학을 허락하는 러시아의 독특한 대학 입학 제도로 인해 모스크바나 페테르스부르크의 유명 대학에 입학할 수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페테르부르크의 교원대학에 겨우 입학했고 우수한 성적으로 학업을 마쳤다. 졸업 후 그는 독일의 하이델베르크대학에 유학하여 액체의 열팽창과 표면 장력을 연구하였다.

귀국한 멘델레예프는 1867년 페테르스부르크 대학의 화학 교수가 되어 『화학의 원리』라는 책을 저술했다. 그는 당시 알려진 63종의 원소 사이의 주기성을 발견해 이를 주기율표로 발표했다. 물론 그는 당시에 발견된 원소들만으로는 주기율표를 완성할 수 없어서 주기율표에 빈칸을 남겨 놓으며 새로운 원소가 더 있을 것이라고 예언하기도 했다. 이후에 새로운 원소들이 발견될 때마다 멘델레예프가 남겨 두었던 빈자리가 채워졌고, 현재의 주기율표가 완성된 것이다.

이 주기율표는 원소들 성질 사이의 유사점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그 유사점 가운데 멘델레예프는 특히 원자량이라고 하는 원소들의 질량에 주목했고 이를 토대로 원소들을 원자량의 크기에 따라 순서대로 배열하면 화학적 성질에서 명확한 주기성이 나타나고, 원소들의 원자량은 그와 비슷한 원소들의 원자량을 알면 잘못 결정된 것을 발견할 수 있고, 고칠 수 있다고 보았다. 원소들의 특성은 원자량의 크기에 의해 결정되며 아직 알려지지 않은 원소들이 있고, 이를 원자량과 특성에 따라 발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에 의해 제시된 주기율표는 세로로 같은 줄에 있는 족(族, group)을 두고 비슷한 성질들의 화학 원소들을 모았다. 현대 표준 주기율표에는 18개의 족이 있다.

주기율표의 빈자리 채우기

실제 예언은 맞아 떨어졌고 멘델레예프가 만든 주기율표의 빈자리들이 채워지기 시작했다. 이 자리들 가운데 몇몇은 갈륨(1875), 스칸듐(1879), 게르마늄(1886)이 차지했고 이후 빠른 속도로 채워져 1900년에 이르면 빈자리가 별로 없었다. 43번, 61번, 72번, 75번, 85번, 87번, 91번 등 7개 정도의 자리가 남았을 뿐이었다. 1925년, 세 개의 원소가 발견되었지만 더 이상 발견이 어렵다는 생각이 사람들 사이에 번지기도 했다. 하지만 멘델레예프의 예언이 틀리지 않는다는 것을 믿는 과학자들의 노력은 지속되었다. 특히 방사능 관련 연구의 발전과 각종 과학 실험 기구들의 발명으로 새로운 원소들을 만들어내기 시작했고 특정 원소에 엄청난 속도의 입자를 가하면 아주 짧은 기간만 나타나는 원소들을 찾아내기에 이르렀다. 그 원소들이 주기율표의 빈자리를 메꾸었다.

현재 주기율표에는 108개의 원소들이 배열되어 있다. 비슷한 성질을 가진 원소들이 마치 가족처럼 주기에 맞추어 배열된 것이다. 이 주기율표로 무질서한 원소들의 세계에 질서가 생기고 여러 화학 반응을 체계적, 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게 되었고, 실험의 성공 여부도 예측할 수 있게 되었으며, 새로운 화합물의 성질도 가늠할 수 있게 되었다. 주기율표는 화학에서 중요한 발견이라 할 수 있다.
김연희 | 서울대학교에서 한국과학사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한국 역사 속에서의 자연 이해와 자연 이용 기술에 관심이 많습니다. 서양 과학과 우리 전통 과학이 만났을 때의 이해 방식에 관해 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지은 책으로 『창덕궁에서 만나는 우리 과학』 『강은 어떻게 흘러가나』 『고종 시대의 과학 이야기』 『경복궁에서 만나는 우리 과학』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