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0월 통권 제17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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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책 읽기

[즐거운 책 읽기 신나는 교실]
우리 생활 속 음식 이야기

이지혜 | 2017년 10월

아주 우연히 시작하게 된 일이었습니다. 무슨 이야기냐고요? 아마 2013년 봄이었을 거예요. 대학에서 계속 공부하고 있던 친구가 자기 후배들과 같이 복지관에 재능 기부를 하러 가는데, 저더러 중・고등학생들이 읽을 만한 책을 추천해 달라고 하더라고요. 어떤 책을 함께 읽으면 좋을지 모르겠다면서요. 그 이야기를 듣고 전 대답 대신 질문을 하나 던졌습니다. “책 추천보다도 내가 함께 하면 안 될까?” 불쑥 나온 말이었지요. 친구는 흔쾌히 “함께 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지.”라며 반겨 주었고, 그렇게 저는 복지관 아이들과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제 아이들과 함께 책 이야기를 나눈 지도 5년차에 접어듭니다. 중학교 3학년 때 만나 작년에 고등학교를 졸업해 대학생이 된 아이들도 있고, 중학교 2학년 때 만나 지금은 고3 수험생인 아이도 있지요. 올해 새롭게 만난 아이들도 있고요. 이렇게 아이들이 쑥쑥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 시간이 흘러가고 있구나, 새삼 느끼게 됩니다.

매주 2, 4주차 수요일은 아이들과 만나는 시간입니다. 아이들과 만나기 전, 어떤 책으로 수업을 진행해야 하나 항상 고민하게 됩니다. 아무래도 책 읽을 시간이 많지 않으니, 다 읽고 오는 아이들 조금, 그렇지 못한 아이들 조금, 아예 읽지 못한 아이들도 조금씩 있거든요. 그래서 매번 ‘주제’를 중심으로 책을 선정하고 책과 주제를 아우르는 이야기를 나눕니다.

이번 시간에는 어떤 책으로 수업할지 책을 찾아보다가, 매번 아이들이 “음식 얘기해요!”라고 외쳤던 일이 떠올랐습니다. 한창 성장하는 아이들인지라 먹을거리에 관심이 많아, 음식 이야기를 해 보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음식과 관련된 책 중 어떤 책이 좋을지, 저의 고민은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하리하라의 음식 과학』이라는 책이 제 눈에 띄었습니다. ‘하리하라’라는 이은희 선생님의 필명이 먼저 눈에 들어왔기 때문에 더 끌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리하라’ 시리즈는 과학을 어려워하는 제가 참 좋아하는 책들인데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과학 지식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해 주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과학에 관심이 없는 학생들도 이 시리즈만큼은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어요. 차근차근 읽다 보면, 과학에 대한 관심을 조금씩 높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지요.

『하리하라의 음식 과학』 역시 과학 지식을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재미있게 풀어냅니다. 물론 ‘음식’과 관련을 지어서 과학 지식을 푼다는 점이 특징이지요. 그러나 이 책만이 갖고 있는 또 다른 특징을 꼽는다면, 인문학적 요소가 함께 녹아 들어가 있다는 점이 아닐까 싶어요.

『하리하라의 음식 과학』은 우리나라 조상들이 먹었던 먹을거리를 이야기하면서 지금의 우리 식문화까지 연결해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합니다. 달력을 한 번 들여다보시겠어요? 달력에는 날짜마다 우리 고유 명절이나 절기 등이 표시되어 있지요. 이 책에서는 바로 그런 명절이나 절기를 중심으로, 각 시기에 우리 조상들이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 차근차근 살펴봅니다. 그 음식을 왜 그때 먹었는지, 우리나라 역사나 문화적인 배경도 함께 살펴보고 있어 인문학적인 식견도 함께 넓히게 됩니다. 거기다가 감자와 같은 구황 작물에 대해 다룰 때는 서양에서 주식량이었던 감자인 만큼, 서양의 역사 배경도 아우릅니다. 이렇게 ‘음식’이라는 소재에 과학적 지식과 인문학적 배경까지 더해져 더할 나위 없이 풍부한 이야기들로 넘쳐납니다.

1월에 나오는 떡 이야기를 함께 살펴볼까요? 1월은 우리나라 최대의 명절 설이 있지요. 설에 우리가 먹는 음식은 바로 떡국입니다. 우리가 떡국을 왜 먹게 되었는지, 가래떡을 왜 멥쌀로 만들어야만 하는지, 이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과학적 사실로 풀어 줍니다. 떡에 포함된 녹말 성분부터 알파포도당과 베타포도당의 차이, 그리고 찹쌀로 가래떡을 만들었을 때 벌어지는 상황까지 재치 있게 논하며 내용이 전개됩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롭게 읽은 부분은 12월에 나오는 우유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우유는 우리에게 칼슘을 채워 주는 영양가 가득한 식품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우유의 영양소가 송아지를 위해서는 완벽하게 구성되어 있지만, 사람을 위해서는 부족한 부분이 있음을 알려 줍니다. 우유가 사람에게 있어 무조건 좋다, 좋지 않다고 이분화 할 수는 없겠지만, 우유 섭취에 대해 한번쯤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제 아이들과 함께 했던 수업 이야기를 해 볼까요? 수업은 책에 나온 과학적 지식을 함께 짚어 보는 것과 동시에 ‘음식’에 대해 다양한 생각을 해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가장 먼저 열두 달 동안 어떠한 음식을 다루는지 간단히 살펴보았습니다. 아이들에게 몇 월인지 알려 주고, 그때 먹는 음식이 무엇인지 정리하도록 하였지요.

그다음 책에 나오는 음식과 관련된 과학 용어들을 ‘나는 누구일까요?’라는 퀴즈 형식으로 풀어 보았습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각 용어에 대한 설명을 단계별로 제시해 준 뒤, 마지막 3단계가 나오기 전까지 답을 유추해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인데요. 예를 들어 1단계에서는 ‘나는 보이지 않습니다’, 2단계에서는 ‘나는 항상 여러분 곁에 있지요’, 3단계에서는 ‘나는 땅을 비옥하게 만드는 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와 같이 문제를 냈습니다. 이 문제의 답은 바로, 질소거든요. 책에 나온 내용을 토대로 한 퀴즈는 아이들이 수업에 대한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활용하기에 좋습니다.

이렇게 아이들이 수업에 조금씩 집중을 할 때쯤이면, 토론할 만한 내용을 뽑아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기로 합니다. ‘건강을 위해 맛있는 음식을 포기할 수 있다’, ‘음식이 이렇게 많은데도 왜 세계 인구 절반은 굶주리고 있을까?’, ‘유전자 조작 식재료, 안전할까?’, ‘미래의 식량 위기, 무엇으로 대체할 수 있을까?’ 등의 토론 주제를 제시해 주고, 형식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 토론을 진행하였습니다.

첫 번째 주제는 대부분의 아이들 의견이 맛있는 음식을 포기할 수 없다는 쪽으로 일치했답니다. 아직 고등학생들이다 보니 건강보다는 맛있는 음식에 대한 열정이 높은 것이 당연한지도 모르겠습니다. 두 번째 주제부터는 아이들이 사뭇 진지해지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인구 절반이 굶주리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지도를 보여 주었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지역에서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아프리카 몇 지역에서만 그럴 거라고 짐작했는데, 동남아시아 지역이나 남아메리카 곳곳에서도 기아 현상이 발생해서 놀랐다고 말하는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세계적으로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에 대해 아이들 저마다 이야기를 나누고, 제가 『세계의 절반은 왜 굶주리는가?』라는 책에서 읽었던 내용들을 바탕으로 다시 한 번 정리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우리가 어떠한 노력을 기울이면 좋을지에 대해서도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세 번째와 네 번째 주제는 아이들의 의견이 꽤나 분분했습니다. 유전자 조작이라는 용어 자체가 생소할 수 있기 때문에 관련 영상을 먼저 보여 준 뒤 아이들이 이에 대해 찬성하는지, 반대하는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요. 평소 과학에 꽤 깊은 관심을 보이던 아이가 유전자 조작 식물에 대해서 너그러운 태도인 것이 의외였습니다. 아이의 의견은, 우리가 고기를 구워 먹는 것도 화학적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유전자 조작도 마찬가지일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미래 식량에 대한 부분도 아이들은 의견을 많이 내 놓았습니다. 단순하게 알약 하나로 음식 섭취를 해결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부터 과학이 발전하니 미래 식량도 함께 개발될 것이라는 의견, 곤충을 먹어도 된다는 의견 등등 다양한 생각들이 모였습니다.

이렇게 활발한 토론을 마쳤으니, 이제 아이들과 함께 글쓰기를 하면서 수업을 마무리했습니다.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음식’이 무엇인지, 경험과 연관 지어 글쓰기를 하였는데요. 글을 다 쓴 뒤, 아이들은 글을 돌려 보면서 서로의 글을 읽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저 역시 아이들의 글을 모두 읽어 보았지요. 그중 제가 인상 깊게 읽은 글은 ‘고추참치 통조림’에 대한 글이었어요.

고등학교 남학생이 쓴 글인데, 자신은 어릴 적에 편식이 심해 음식을 잘 먹지 않았대요. 그때 유일하게 잘 먹었던 게 고추참치 통조림이라 엄마가 늘 자신을 졸졸 쫓아다니면서 고추참치 통조림이 있다고 말씀하셨답니다. 그때 이것저것 잘 먹지 않고 엄마를 고생시켜 드린 게 죄송하다고 하면서, 고추참치 통조림을 볼 때마다 엄마에게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고 썼는데요. 자신의 경험을 글에 녹여서인지, 글이 참 따뜻하게 느껴졌어요. 그때 엄마를 고생시켜 드린 게 죄송하다고 하면서 가장 인상 깊은 음식으로 그것을 꼽은 아이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지기도 했고요.

이렇게 아이들과 『하리하라의 음식 과학』을 통해 다양한 음식 이야기를 하다 보니 저도 어느새 배가 고파집니다. 꼬르륵 배꼽시계 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하고요. 우리가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에 행복을 느끼기도 하잖아요. 오늘은 모두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소소한 행복을 찾고, 이 책을 읽으면서 지식을 함께 채운다면 더욱 행복해지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이지혜 |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만큼 책도 사랑합니다. 책을 통해 소통하며 서로의 생각을 나누며, 꿈을 향해 한 발짝씩 다가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