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02월 통권 제1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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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책 이야기]
연 날리는 겨울

김남희 | 2017년 02월

아이들 데리고 도서관에 갔다가 연날리기 책을 봤어요. 파란 하늘로 날아가는 연이 떠올랐어요. 연이 날아가는 걸 본 적이 있나요? 연이 날아가면 가슴이 후련해지지요. 하늘을 나는 건 연인데 연 날리는 사람의 마음이 후련하고 그 옆에서 날아가는 연을 보는 사람 가슴도 시원하게 되지요. 어릴 때 할머니 댁에 놀러 가면 사촌 오빠가 연을 많이 날리는 걸 보곤 했지요. 사촌 오빠가 멋지게 보였어요.

겨울에 차가운 바람이 불고 손이 시려도 할머니네 동네 오빠들은 동네 앞길을 달리며 연을 날렸어요. 그게 멋있어 보여서 나도 날리게 해 달라고 떼를 써서 날리기도 했어요. 그때마다 몇 분 못 날리는데도 기분 좋았던 기억이 나요. 연이 꼬꾸라지거나 달리다가 넘어지는 바람에 금방 도로 빼앗겼지요. 나뭇가지에 연이 걸려서 혼이 났던 일도 있었어요.

그런데 요즘은 연을 날릴 일이 거의 없고 아이들은 연 날리는 것보다 게임을 더 많이 하는 편이라서 아이들에게 연날리기 책이라도 읽어 주고 싶었지요. 내가 읽어 줄까 하다가 남편에게 넌지시 어릴 때 연날리기 해 본 적 있냐고 물어보았어요. 그러니까 연 많이 날려 봤다고 자랑하길래 아이 아빠에게 아이들한테 책 읽어 주고 연 날렸던 경험도 들려주라고 했지요.

읽어 준 책 제목은 『연아, 연아! 높이높이 날아라』였어요. 동네에서 연 날리는 모습을 본 주인공 호철이는 연을 날리고 싶었어요. 광수는 공책을 뜯어서 연을 날리러 나갔대요. 그 대목을 읽다가 남편이 “공책 가지고 연을 만들면 잘 안 날 텐데….” 그랬더니 여덟 살 아들 기준이가 “왜 안 날아?”하고 물었어요. “창호지 같이 얇은 종이로 해야 가벼워서 잘 날 수 있는 거야.” 그렇게 대답하더군요. 그런데 공책으로 만든 광수 연이 잘 날았다고 했어요. 그러니까 “희한하네.”하고는 책을 계속 읽어 나갔지요. 다른 동네 형들이 연을 가져와 날리니까 하늘이 연들의 놀이터가 되었다고 나왔어요. 연들이 휭휭 모여서 나는 모습의 그림이 나와서 진짜 놀이터가 된 것 같았지요. 하늘 호수에 물고기가 헤엄치며 노는 것 같다는 이야기에 호준이도 기준이도 “멋지다.”하며 연날리기를 머릿속으로 상상하는 것 같았지요.

연을 날리다가 연줄이 떨어지면 아이들은 연을 잡으러 뛰어간다는 이야기가 나오니까 아이들은 “어, 연을 찾아라, 연 찾아라.” “연 못 찾으면 아까워서 어떡해.” 하고 주인공들의 마음이 되어 책에 몰입하는 것 같았어요. 아빠가 읽어 주어서 더 그런 거겠지요. 책에는 연에 편지를 부친다는 얘기가 나왔어요. 나는 한 번도 그런 걸 본 적이 없어서 신기했어요. 남편도 그런 걸 본 적 없대요. 그림에 보니 연줄에다가 구멍 뚫은 종이를 끼우는 건가 봐요. 종이가 팽글팽글 올라가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어요.

다음날 호철이는 할머니가 숨겨 놓은 창호지를 가지고 연을 만들어요. 대나무도 연 뼈대를 만들고 종이를 길게 오려서 꼬리를 붙였다고 이야기가 나왔어요. 그 대목을 읽어 주니까 기준이는 아빠에게 “우리도 연 만들자.” 소리가 나왔지요. 남편은 책 읽어 주는 것도 모자라 연까지 만들어야 할 상황이 되어 버렸지요. 문구점에 가자는 말이 나오는 걸 내가 “읽던 책 다 읽고 가는 게 더 좋을 것 같은데.”하고 남편을 좀 도와주었지요. 주인공 호철이는 할머니 창호지로 연을 만들기는 했는데 뱅뱅 돌기만 하고 잘 안 날아서 기가 죽었어요. “할머니한테 혼나겠다.” 하고 걱정도 해 주는 아이들이 예뻐 보였어요.

호철이네 동네 형들은 나중에 연싸움도 벌였어요. 돌가루 포대에 있는 질긴 실로 연줄을 만든 봉식이, 연줄이 길어서 연싸움에서 이길 거라고 자신만만하는 아이들, 기술이 좋아야 연싸움에서 이긴다고 말하는 태환이 형도 있었어요. “줄이 질겨야 돼? 기술이 좋아야 돼?” 하고 호준이도 물었지요. “줄도 중요하고 기술도 중요하지.” 하고 남편이 말해 주었지요. 누가 이길까 궁금하기는 한가 봅니다.

“광수는 태환이 형 연줄과 엇갈리게 닿게 해서 당겼다 놓았다, 감았다 풀었다 했습니다. 그때 태환이 형이 연줄을 막 감아 꽁숫줄 가까운 곳이 광수 연줄에 닿게 했습니다. 그리고 당겼다 놓았다 했습니다. 광수는 더욱 세게 연줄을 잡아당기며 태환이 형 연줄을 문대었습니다. 아! 이걸 어째! 광수 연실이 뚝 끊어지고 말았습니다.” 이렇게 연날리기 하는 모습을 그린 대목을 읽을 때 모두들 연날리기를 직접 보는 것처럼 눈이 반짝거렸어요. 광수 연실이 끊어졌다니 “아, 아깝다!”하고 자기 연줄이 끊어진 듯 안타까워했지요. 그리고 결국 기술이 좋은 태환이 이겼다는 이야기가 나오니 “아, 기술~~.” 하고 셋이서 엄지를 척 올렸어요. 자기들이 이기기라도 한 듯이 말이지요.

연날리기 이야기를 들으니 아이들도 우리도 모두 연을 날리고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아이들이 연을 만들어서 날리자고 졸랐지요. 결국 아이들 아빠는 아이들 손을 잡고 문방구로 향했답니다. 그리고 연 만들기 재료를 사와서 한참 연을 만들었어요. 그러고 나니 시간이 다 지났지요. 그리고 다음 주말에 아빠랑 연을 날리러 공원에 나가자고 하고 각자 책상 위에 만든 연을 올려놓고 잠자리에 들었지요. 아이들이 만든 연은 하늘을 시원스레 날겠지요?

모처럼 연날리기 책을 골라 읽고 우리 가족 모두 즐겁게 보낸 하루였어요. 아빠와 아이가 함께 책 읽은 것이 무엇보다 좋았어요. 아빠와 아이가 행복한 책 추억을 쌓은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들에게 모처럼 책을 읽어 준 남편도 스스로 뿌듯해 하는 표정이었지요. 우리 가족의 즐거운 추억 하나를 만들었네요. 그림도 시골 분위기가 나는 그림이어서 시골 동네에 가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는지 남편은 책을 다 읽어 주고 나서도 그림을 이리저리 넘겨보며 그림책을 들고 있었지요.

고향에 가면 아이들이 아빠와 같이 연을 날리겠지요? 모처럼 고향에 모인 조카들과 함께 말이지요. 물론 지금 만든 연이 땅에 안 꼬꾸라지고 무사해야 되겠지만요. 연이 망가지면 새로 연을 만들 수도 있겠지요. 이번 겨울엔 연날리기와 함께 즐거운 겨울 추억을 하나 만들 거예요, 우리 가족은.
김남희 | 두 아이를 기르는 엄마입니다. 학교 도서관에서 엄마들끼리 그림책 읽기 모임을 하며 아이들에게 책을 잘 읽어 주려고 애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