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01월 통권 제17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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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의 서평]
모두에게 따뜻한 겨울이 되길

박고은 | 2017년 01월

다사다난했던 2016년이 지나고, 새로운 2017년이 시작되었습니다. 모두들 2016년 잘 마무리하셨는지요? 며칠 전은 크리스마스였습니다. 어렸을 때는 산타 할아버지의 선물을 받기 위해서 연말이 되면 꼭 착한 일을 부러 했습니다. 착한 일을 하면서도 산타 할아버지의 선물 주는 기준이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습니다. 울면 안 되고, 떼를 써도 안 되고, 밥도 싹싹 잘 먹어야 하고, 제가 아무리 억울해도 친구와 싸우지 않아야 했지요. 또 우리 집은 굴뚝이 없어 산타 할아버지가 못 오실까봐, 제 양말이 작아서 큰 선물이 안 들어갈까 봐 걱정도 많이 했습니다. 오늘 소개할 책의 주인공도 산타 할아버지에게 심술이 많이 났어요. 산타 할아버지에게 많이 뿔난 병두의 이야기를 전해 드릴게요.

병두는 아침부터 밥도 안 먹고 짜증을 내며 계속 자두 누나를 속상하게 합니다. 산타 할아버지가 또 병두네 집에 오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그때 옥탑방에 사는 꽃할매가 병두네 집에 옵니다. 꽃할매는 집에 들어오자마자 병두의 마음을 다 안다는 듯이, 큰 소리로 산타 할아버지의 흉을 봅니다. 병두는 어느새 꽃할매 앞에 앉아 함께 흉을 보며 밥을 먹습니다. 꽃할매는 정말 특별해요. 폐지를 모을 때도 가로등만큼이나 높게 종이를 올렸고, 옥상에는 죽었다가 살아나는 꽃, 절대 시들지 않는 꽃 등 신기한 꽃이 피는 꽃밭도 있지요.

꽃할매는 자두와 병두에게 산타 할아버지에게 복수를 하자고 하지요. 꽃할매는 복수를 위해 옥상에 옥탑방보다 더 큰 솥을 걸었어요. 꽃할매는 아이들과 함께 산타 할아버지가 눈물, 콧물에 재채기를 하게 할 물약을 끓이기 시작합니다. 병두와 누나는 할머니를 도와 솥 안에 고춧가루, 후춧가루를 잔뜩 넣고 분이 풀릴 때까지 국자로 젓고 부채질을 하지요. 하늘로 연기가 피어오르자, 저 멀리에서 누군가 끊임없이 재채기하는 소리가 들려왔어요. 실컷 웃고 뛰놀고 춤추니 아이들의 화, 속상함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어요.

그림책에서 읽기책으로 넘어가는 단계의 아이들이 재미있게 집중하여 읽을 짧은 분량의 동화입니다. 추운 겨울날을 따스하게 녹여 주는 이야기이지요. 수채화로 그린 그림은 이야기와 발맞추며 맑고 따뜻한 느낌을 줍니다. 글 작가는 평범함 속에 환상적인 소재들을 잘 버무렸습니다. 옥탑방에 혼자 사는 할머니, 폐지를 줍는 할머니, 정원을 가꾸고 김치 부침개를 잘 만드는 할머니는 우리 주변에서도 많이 볼 수 있지요. 이런 일상적이고 평범한 꽃할매를 우리 신화 속 삼신할머니로 설정한 것은 신들이 우리 삶 가까이에 있는 우리나라 신화의 특징하고도 잘 맞아떨어집니다. 요즘의 아이들은 오래전부터 우리나라 터주 신인 삼신할머니보다는 산타 할아버지가 더 익숙할 것입니다. 그러기에 이야기에서 산타를 라이벌로 느끼고 복수를 하는 삼신할머니의 모습이 설득력을 지니며 펼쳐지지요.

엄마가 돌아가시고, 아빠는 더 바빠지고 아이들에게 화를 내는 상황에서 누나 자두는 병두에게 더 책임감을 가지며 자신의 속내를 숨기게 되었습니다. 병두는 아빠가 자신을 미워한다고 생각하게 되지요. 평소에도 화를 많이 내어 앵그리 병두라는 별명도 있고요. 이런 아이들에게 꽃할매가 보여 준 마음과 행동은 특별합니다. 자두에게 책임감을 요구하지 않고 답답한 마음을 풀어내라고 용기를 줍니다. 병두는 화가 풀리도록 감정을 나누며 함께 화를 내 주지요. 마지막 꽃할매의 선물도 착하거나, 책임감이 있는 모범적 기준의 아이들에게만 주지 않습니다. 모두에게 공평하게 내리는 달콤한 눈을 선물로 주지요. 아이를 좋아해 세상으로 아이를 보내는 일을 하는 삼신할머니의 따뜻한 마음이 그대로 느껴지는 선물이어서 그 설정에 힘이 더 실립니다. 모두에게 위로를 주는 따뜻한 결말이고요.

이번 겨울은 더더욱 혹독하게 느껴집니다. 그러기에 미운 이들에게 통쾌하게 복수를 해 주고 모든 이에게 평등하게 선물을 주는 삼신할머니를 더욱 바라게 됩니다. 이런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삼신할머니의 큰 사랑에 비하면 모자라지만, 서로를 위하는 작은 사랑들이 모이면 그래도 따뜻한 겨울이 되지 않을까 하고요.
박고은 | 열린어린이에서 편집 일을 하고 있습니다. 좋은 어린이 책을 보는 눈을 기르고 좋은 어린이 책을 만들기 위해 차근차근 배움을 쌓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