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01월 통권 제17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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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의 서평]
마음을 나누는 동시 읽기

김혜곤 | 2017년 01월

세상이 어지럽습니다. 분노와 노여움으로 마음이 힘듭니다. 차분히 가라앉히고 싶은데 화가 납니다. 자꾸 마음이 요동칩니다. 이렇게 마음이 힘들 때 그 마음을 다독이고자 시집을 꺼냅니다. 처음 몇 장은 아직 마음이 채 가라앉지 않아 허둥대며 읽습니다. 하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차츰 내 마음이 잔잔해짐을 느낍니다. 이번에는 아이들의 마음을 담아낸 동시집을 펼쳐 봅니다. 오랜 시간을 아이들과 함께하며 느꼈던 기쁨과 슬픔과 희망의 이야기가 이중현 동시인의 두 번째 동시집 『힘도 무선 전송된다』에 담겼습니다.

먼저, 이 동시집은 오늘 우리 아이들의 마음을 잘 담아내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때론 마냥 신나기도 하지만 어쩔 때는 어른만큼이나 마음이 아프기도 합니다. 요즘처럼 치열한 경쟁의 시대를 살아 내야 하는 아이들이 당당히 어깨 펴고 살기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시인은 이런 아이들의 마음을 놓치지 않습니다. 학교 선생님에게 혼나고 학원 선생님에게도 혼나고, 아빠에게 혼나고 엄마에게도 혼나는, 마치 동네북처럼 느껴져도 한마디 말도 못하는 아이의 답답한 심정을 대신 전하고 있기도 합니다.(「난 동네북이다」) 다행스럽게도 아이들 마음은 늘 그렇게 주눅 들어 있지만은 않습니다. 힘들어도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서는 힘이 있지요. 마음속에 옹골차게 들어앉는 아이의 생각을 시인은 비록 못 생기고 못났더라도 늙은 호박이 아닌 잘 익은 호박으로 불러달라고 요구합니다.(「늙은 호박」) 자신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인정해 달라는 당당함이 멋집니다.

이 동시집은 아이를 둘러싼 환경, 그 중에서도 가족의 이야기를 잘 보듬고 있습니다. 현실을 살아가기에 힘겨운 어른들의 모습을 아이의 눈으로 들여다보기도 하고 엄마 아빠와의 갈등을 아이의 마음 그대로 드러내기도 합니다. 바쁜 엄마 아빠와 얼굴조차 맞대기 힘든 현실을 안타까워하는 마음(「궁금증」), 공부하라 성화하는 엄마와 나의 밀고 당기기(「스파이더맨」), 그리고 가족들 몰래 컴퓨터에 앉아 구인광고를 살피는 아빠의 뒷모습(「아빠의 게임」), 지독한 구두쇠라고 놀려도 자식에게 용돈을 쥐어 주는 아빠의 마음을 읽어 낼 줄 아는 아이(「용돈」), 아이들은 어른들의 일상을 놓치지 않고 가족이라는 사랑의 눈으로 바라봅니다. 아이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저절로 서글픔과 애잔함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철없는 아이의 모습이 아니라 당당한 가족의 일원으로 생활해 가는 아이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제 아이들의 시선은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넘어 이웃으로, 세상으로 한걸음 더 나아갑니다. 돈 벌기 위해 한국에 와 힘겹게 살아가는 또 다른 우리 이웃의 현실을(「조선족 아주머니」, 「알리 아저씨」) 아이의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그리고 노란 리본의 아픔까지(「2014년 4월 16일, 맑음」) 세상은 어른들만의 것이 아니고, 몰라도 되는 것이 아닌 바로 우리의 이야기라는 아이들의 시선이 담긴 것이지요.

동시집에서 시인은 아이들이 겪는 아픔을 아프다고만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텃밭과 마당으로 쳐들어온 풀과 함께 조화롭게 살아가자고 웃음꽃을 피우는 가족의 이야기(「풀꽃, 웃음꽃」)처럼 시인은 아픔과 상처를 조화롭게 더불어 사는 지혜의 중요함으로 이야기합니다. 하루 일을 마치고 피곤에 겨워 졸고 있는 옆자리 아저씨를 위해 자신의 어깨를 내 줄 줄 아는 의젓함과 따듯함을 보여 주고 있기도 합니다. (「시내버스에서」) 열심히 축구 시합을 하는 친구에게 서로의 힘을 무선 전송한다는 발상은 요즘 어린이들의 정서에 잘 맞는 동시이지요. 나만 잘나야 하는 게 아니라 서로의 응원과 지지로 하나가 될 때 비로소 희망을 만들어 갈 힘이 생긴다는 이치를 아이들은 잘 알고 있습니다.

시인은 시인의 말에서 어릴 적 산 너머 다른 세상을 동경했다고 합니다.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그 세상보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이 더 신나고 행복하길 바라는 시인의 마음이 아이들의 눈이 되고 입이 되어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동시는 우리의 이야기입니다. 내 이야기가 시가 되고 다시 시에서 나를 만나게 되는 것이지요. 이 동시집은 군더더기가 없습니다. 동시 그 자체로 읽는 이의 마음에 충분히 전달되는 점이 좋습니다. 마치 아이들이 그린 그림을 스케치북을 넘기며 감상하는 듯한 편안함과 친근함이 느껴집니다. 아이들 마음을 있는 그대로 전하고 싶은 시인의 마음을 담고, 그 마음을 있는 그대로 전하려 애쓴 흔적이 엿보이는 동시집입니다.
김혜곤 | 오픈키드 독서교실 팀장. 새로움은 늘 우리를 기대하게 합니다. 또 다시 새로운 한 해에 희망을 품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