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01월 통권 제17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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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책 읽기 신나는 교실]
수업에 예술을 입히다

김용찬 | 2017년 01월

아이들에게 아는 화가의 이름을 물으면 어떤 화가 이름이 먼저 나올까요? 여러분이 좋아하는 화가는 누구인가요? 어른들은 취향에 따라 공부하고 연구한 것에 따라 다르겠지만, 아이들은 한결같습니다. 대부분 피카소 1위, 고흐 2위, 그리고 다빈치나 미켈란젤로 정도입니다. 작품들도 잘 알고 있습니다. 피카소의 「우는 여인」이나 「게르니카」 「아비뇽의 처녀들」 고흐의 「해바라기」와 「별이 빛나는 밤에」 「고흐의 방」 「자화상」, 다빈치의 「모나리자」 「최후의 만찬」,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 「천지창조」 등이지요.

대부분 미술 교과서에 등장하는 작품들입니다. 아이들은 교과서 속 콩알딱지만 한 사진으로 작품을 보고, 감흥 없는 마음으로 외우고, 시험 문제를 풉니다. 그리고 끝! 저도 그랬습니다. 명화 감상은 학교 교육에서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그렇게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 생활을 하다가 불현듯, 미술관을 가고 싶어졌습니다. 교과서로만 본 작품을 실물로 만나고 싶었습니다. 르네상스의 작품들과 샤갈, 로댕, 앤디 워홀, 피카소, 고흐, 박수근과 이중섭, 그리고 한국 화가들의 전시회를 찾아다녔습니다. 눈앞에서 마주한 위대한 작품들은 제 마음을 흔들었습니다.

명화마다 이야기가 있습니다. 시대 상황과 작품을 그린 경위, 또 지켜 낸 이야기 등 무수한 에피소드가 가득합니다. 그림 하나를 보는 것은 수많은 이야기를 함께 듣는 것입니다. 감동은 그렇게 커집니다. 미술을 전공한 누나에게 물었습니다. “미술 교육을 정말로 잘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누나는 당연하다는 듯 말했습니다. “감상 교육을 시켜. 그게 좋아.” 그 후, 우리 반 아이들과 미술 감상 교육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림책에 명화를 자주 인용하는 작가가 있습니다. 앤서니 브라운이지요. 그는 말했습니다. “대작을 인용하는 것은 대체적으로 이야기의 진행을 돕거나, 이야기의 복선을 만들기 위해 세심하게 선택한 그림들이기도 하지만, 내가 받은 영향력에 바치는 헌사이기도 하다.” 자신의 마음 깊이 다가오는 명화를 만난다는 것은 삶의 커다란 위안이자 기쁨입니다. 그런 명화를 아이들과도 나누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선택한 그림책이 『미술관에 간 윌리』입니다.

원작과 패러디의 경계, 작가의 이야기와 오마주를 통한 미술 감상 교육은 옛것의 새로움을 보여 주고, 감동을 재해석하는 표현으로 나아가게 했습니다. 앤서니 브라운은 또 말했습니다. “나는 그림을 사랑한다. 이 마음을 아이들과 공유해서는 안 될 이유가 뭐란 말인가. 내 책을 읽는 아이들이 내 책 중 한 권에서 어떤 그림을 보았다는 이유로, 그 걸작을 더욱 감명 깊게 여기는 것은 내가 꿈꾸는 판타지이다.” 우리의 미술 감상 교육은 어린 씨앗에게 풍부한 감성을 심어 주는 의미 있는 행위입니다. 그리고 모든 그림은 우리에게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아이들에게 그림책 표지를 보여 주며 이상한 점을 찾아보게 합니다. “선생님? 원숭이가 사람을 그리고 있어요! 하하!” 정말 그렇습니다. 윌리가 사람을 그리고 있는데요, 자세히 보면 어디서 본 듯한 얼굴입니다. 네, 바로 앤서니 브라운 작가의 모습임을 알 수 있습니다. 많은 것을 뒤집어 표현할 수 있는, 재능을 타고난 작가입니다. 이 책의 속표지에는 미술관에 간 윌리와 여자 친구 밀리, 악당 벌렁코가 등장합니다. 뭔가 으스스한 느낌이 전해집니다.

한 장을 넘기면, “윌리는 그림 그리는 것도 좋아하고, 그림을 보는 것도 좋아합니다. 그림에는 이야기가 담겨 있거든요.”라는 글과 함께 윌리가 우리를 쳐다봅니다. 책상에서 윌리가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물어봅니다. “지금 윌리가 무슨 그림을 따라 그리고 있는 것 같아요?” 화면을 뒤집어서 책상 위 작품을 확대하여 보여 줍니다. 이 작품은 「비너스의 탄생」입니다. “선생님! 자세히 보면 비너스를 고릴라로 그려 놨어요~!” “아하~ 그러네요? 이 책에는요, 이렇게 유명한 미술 작품이 16가지가 나와요. 그런 명화들을 윌리가 어떻게 바꿔 그리는지 감상해 볼까요?” “네에~!!”

이 그림책의 명화를 모두 다루려면 시간 계획이 필요합니다. 선생님의 감성과 경험으로 계획하시면 좋을 것입니다. 첫 번째 명화, 바로 윌리가 그리던 작품입니다. “제목이 뭐라고요?” “「비너스의 탄생」이요!” “자~ 그럼 윌리는 어떤 제목으로 바꿨을까요? 우리도 상상해 봐요. 이 작품에는 어떤 제목이 어울릴까요?” 하면 아이들은 수많은 제목을 지어냅니다. 정답이 없으니 얼마나 신납니까? 그러고 나서 보여 주는 윌리의 제목은, ‘벌거숭이’랍니다. 그리고 밑에 한 줄이 더 있어요. “야, 어서 옷 입어!” 하하~ 바로 그림 속 인물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었나 봅니다.

그럼 이제부터 윌리의 명화를 자세히 감상해 보자고 합니다. 조개를 타고 온 벌거숭이(비너스)가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는 모습 옆으로 바람의 신 고릴라들이 입김을 불어 줍니다. 그리고 우리의 윌리도 등장하여 담요로 벌거숭이를 가려 주려고 합니다. 아이들에게 또 어떤 것이 있나 살펴보라고 하면, 아이들은 작품을 뚫어지게 바라봅니다. 그리고 찾아냅니다. “선생님! 벌거숭이 위에 샤워기가 있어요! 거기서 물도 나와요!” 하하, 맞아요. 벌거숭이가 머리에 쓴 것도 샤워할 때 쓰는 물건 아닐까요? “뒤에 보이는 해변이 연필 같아요!” “조개껍데기에 비누도 있어요!” 새로운 명화를 관찰하는 아이들은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합니다.

그렇게 그림을 관찰한 후에는 “그럼 이 그림은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 같아요?”라고 물어보세요. 아이들은 더욱 놀라운 상상력으로 이야기를 만들어 냅니다. 그야말로 ‘놀라운 이야기꾼의 탄생’입니다! 그렇게 윌리의 명화를 관찰하고, 이야기를 만들어 본 후에는 진짜 보티첼리의 명화를 보여 줍니다. 두 작품을 비교해 보는 순간이 내면의 감수성을 높이는 순간입니다.

“두 번째 명화는 조르주 쇠라의 「그랑드 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입니다. 뭔가 특이한 점이 있지요?” “네~ 점을 찍어서 그렸어요!” “맞아요! 이런 방법을 점묘법이라고 하지요. 수많은 점을 찍어서 그림을 그린 거예요. 그렇다면 윌리는 이 작품에 어떤 제목을 붙였을까요?” “점돌이 점순이요~! 히히.” “고릴라 섬의 심심한 오후요~!” “기묘한 나들이요!” 아이들은 역시 이런 공상을 좋아합니다. 윌리가 정한 제목은 ‘너무 너무 너무 많은 점들’이랍니다. 그 밑에는 ‘공원에 있다 보니, 몹시 괴상한 모습들이 조금씩 눈에 띄었어’라고 적혀 있습니다. 작품을 계속 쳐다보니 정말 그런 기분이 듭니다. 이상한 점들이 하나둘이 아닙니다.

그럼 작품 관찰과 감상을 시작합니다. “이 작품에서 이상하고 괴상한 부분을 찾아보세요.” 하기가 무섭게, “여자 고릴라가 사람을 개처럼 데리고 다녀요!” 혹은 “땡땡이 무늬 돼지와 검은 돼지가 있어요!” 또는 “소풍 바구니에 바나나만 가득해요!” 합니다. 시간을 조금 더 주면 고릴라들의 우산 끝이 전부 붓으로 되어 있음을 발견합니다. 심지어 붓끝에는 여러 색의 물감이 뚝뚝 떨어집니다. 방금 전에 점으로 작품을 막 완성한 듯합니다.

그림을 관찰한 후에는 “그럼 이 그림은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요?”라고 물어봅니다. 아이들은 돼지를 데리고 산책을 나온 고릴라 부부가 저녁에 바비큐 파티를 벌인다고 이야기하거나, 개 줄에 목이 감긴 사람이 그 섬에서 탈출하는 이야기가 전개될지 모른다고 흥분해서 말합니다. 역시 아이들은 평범한 이야기보다는 충격적이고 모험적인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또 다른 이야기는 그림책 수업을 통해 아이들한테 직접 들어보면 재밌을 것입니다. 그 후에는 진짜 쇠라의 명화와 비교해 봅니다.

“세 번째 명화는 그 유명한 장 프랑수아 밀레의 「이삭 줍기」입니다.” 여전히 사람 대신 고릴라들이 이삭을 줍고 있습니다. “어? 아닌데요? 이삭을 줍는 게 아니라 풀밭을 붓으로 그리고 있어요!” 아이들은 참 빠릅니다. 어른 같은 고정 관념이 없어서 그런지 변화를 쉽게 감지합니다. 게다가 고릴라들의 다른 손에는 붓들이 한 움큼씩 있습니다. “그럼 이 작품의 제목은 뭐라고 해야 할까요?” “풀 그리는 고릴라들이요!” “지겨운 미술 시간이요!” “에고, 허리야~입니다. 하하.”

아이들의 상상을 함께 즐기고 윌리의 제목을 보여 줍니다. 바로 ‘고마운 아주머니들’ 이지요. 그림 밑에는 ‘그 풀들을 다 그리는 게 슬슬 지겨워졌어’라고 적혀 있습니다. 어? 잠깐! 맨 아래 윌리도 붓으로 풀밭을 그리는데요, 윌리의 일을 아주머니들이 도와주는 건 아닐까요? 그렇다면 윌리는 왜 풀밭을 그려야 했을까요? 그 모든 의문들을 가지고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 봅니다. 그 후에 원작이 되는 명화와 비교해 봐요.

이러한 방법으로 명화 감상 시간을 가진다면, 아이들의 기억에 오래오래 남을 수 있습니다. 부담 없이 수업 시간에 듣고 본 명화 한 점이, 어른으로 가는 과정에 좋은 감성을 심어 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패러디 작품을 보면서 제목을 짓고, 감상을 하고, 이야기를 만들고, 명화와 비교하기를 한 후 실제 명화를 교실에 전시하여 음미한다면 그 향기가 오래갑니다.

초・중・고 미술 교과서에 자주 나오는 명화가 있습니다. 수업 시간에 명화를 잠깐 감상하고 색칠을 하거나(초등학교), 따라 그리거나(중학교), 짧게 미술의 역사를 외우거나(고등학교) 합니다. 저는 그런 교육을 받았습니다. 이삼십 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크게 달라지진 않았습니다.

가슴으로 느껴야 할 명화를 머리로 이해하고 시험으로 마무리하는 교육이 아쉽습니다. 현재를 사는 아이들에게 명화를 보여 주며 숨겨진 이야기를 떠올리게 하고, 작가의 의도와 기교, 생각을 들어보면서 새로운 작품을 즐기는 ‘감상 시간’은 중요합니다. 그런 수업에 이 그림책이 좋은 시작점이 되면 좋겠습니다.
김용찬 | 1993년 교육계에 발을 디딘 첫 마음의 순수함을 이십여 년 동안 간직한 채 여전히 아이들과 뛰어놀고 있는 씩씩한 선생님입니다. 감성 교육을 추구하며 아이들과의 생활은 매년 ‘꿈이 담긴 항아리’라는 학급문집과 계절별 신문(통권 55권)에 오롯이 담고 있습니다. 그동안의 즐거운 그림책 수업을 『마음으로 떠나는 그림책 여행』 1, 2권으로 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