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1월 통권 제1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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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의 서평]
가을, 누구나 즐기는 동시

박고은 | 2016년 11월

가을과 겨울의 경계에 선 지금 책 읽기 참 좋은 날씨입니다. 저에게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읽고 싶은 책의 분야를 고르라면 단연 ‘시’입니다. 이번에 읽고 권하고 싶은 책은 동시집입니다. 책의 맨 앞에 쓰인 짧은 문장 때문에 가을이 다 가기 전에 이 동시집을 꼭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언젠가는 어른이 될 아이들에게 예전에는 아이였던 어른들에게 또 한 권의 동시집을 바칩니다.
동시집의 1부는 말로 그리는 그림으로 시작됩니다. 작가는 말을 재료 삼아 그림을 그리듯이 시를 썼습니다. 총 여덟 편의 시가 말로 그리는 그림으로 묶여 있습니다. 장면을 포착한 시선은 짧은 시로 표현 되었지만 우리에게 긴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합니다.

풀밭 동네/ 벼룩시장에 나온/ 노란 꽃브로치// 여자아이 둘/ 쪼그리고 앉아/ 구경하고 있다(「말로 그리는 그림·1-민들레꽃」 전문)

이렇듯 길이가 짧은 시지만 그 모습이 눈에 바로 그려지지요. 민들레꽃을 보고 집으로 돌아가며 다시 귀엽게 조잘거릴 아이들의 모습까지도 상상이 됩니다. 뒤쪽에는 수수께끼 놀이 하듯이 재미있는 시도 있습니다. 먼저 시의 본문을 알려 드릴게요.

바람이 제일 좋아하는 장난감// (장난감이 없었던 원시 시대엔 바람은 뭘 가지고 놀았을까?)

이 동시의 제목은 무엇일까요? 바람이 제일 좋아하며 재미있게 가지고 노는 장난감이 무엇일까요? 제목은 바로 「바람개비」입니다. 이렇듯 시인은 말을 이용하여 우리에게 상상하는 즐거움을 줍니다.

동시는 주로 아이들을 독자로 예상하고, 아이의 마음을 읊은 시입니다. 아이들의 마음을 잘 헤아린 동시도 여러 편 눈에 보입니다. 「게임에 빠지면」 에서는 게임이 좋아 계속 게임을 하고 싶은 아이의 마음을 “순간접착제나/ 강력접착제가/ 잔뜩 묻은/ 의자에 앉은 것처럼”이라 표현하였습니다. 책 읽기 싫은 아이의 마음은 “야단맞아 가며 책 읽기/ 하지만 다시 방귀 나오듯 터져 나오는 하품/ 아! 재미없는 어려운 책, 읽기”(「책 읽기」 부분)라 표현했지요. 이렇듯 솔직하고 속 시원한 말로 아이들 마음을 써 내려갔기에 아이들은 시를 읽으며 공감하고 즐거워할 것입니다.

마음과 가슴에 새겨야 할 따뜻한 메시지를 전하는 동시도 있습니다. 함께 하기에 여러 어려움을 극복하며 힘을 얻는 것을 기러기가 줄을 지어 가는 모습으로 나타낸 「같이 함께 같이 가면」 은 더불어 사는 것의 소중함을 따뜻하게 일깨웁니다. 「아기 울음소리」에서는 지금 농촌에서 들을 수 없는 소리를 아기의 울음소리라 말하며 젊은이가 없는 시골의 현실을 들춥니다. 「죽은 길고양이」에서는 끔찍한 로드킬을 묘사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요.

동시집의 분위기와 맛을 살려 주는 그림 역시 돋보입니다. 수수꽃다리 향기를 표현한 그림은 꽃이 가득 찬 말풍선이 아이의 콧구멍 속으로 쏘옥 들어가게 표현했지요. 꽃향기를 한껏 머금은 아이의 몸속도 이미 꽃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지구가 시끄러워 다른 별로 떠나고 싶은 아이의 마음은 알록달록한 행성 위 여유롭게 별 낚시를 즐기는 모습으로 표현했습니다. 동시집의 그림은 ‘동심’ 그대로입니다. 밝고 화사한 색감으로 찌뿌드드한 우리의 마음까지 밝게 만들어 주지요.

이 동시집의 가장 큰 특징은 맨 뒤에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동시집 맨 뒤에는 시 해설의 장이 있습니다. 전문 평론가가 시의 해설과 감상법을 제시하지요. 대개는 조금은 어렵고 딱딱한 글들이라 정작 독자인 어린이들은 소외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동시집은 ‘어린이와 함께 읽는 시 해설’을 실었습니다. 아동문학평론가가 쓴 글이지만, 아이들도 충분히 재미있게 읽고 이해할 수 있게 서술했습니다. 평론가의 감상 소감과 함께 시를 읽을 수 있는 다양한 시선이 있음을 알려 줍니다. 또한 시 읽는 재미를 자신의 경험과 함께 이야기하며 동시에 대한 관심을 독려하지요.

동시집을 읽은 후 누구나 함께 즐길 수 있는 책이라 생각했습니다. 빠르게 지나가는 가을. 어린이들은 동시를 읽고 마음을 키우고, 어른들은 어린이의 마음이 되어 동시를 읽는 것은 어떨까요?
박고은 | 열린어린이에서 편집 일을 하고 있습니다. 좋은 어린이 책을 보는 눈을 기르고 좋은 어린이 책을 만들기 위해 차근차근 배움을 쌓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