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1월 통권 제1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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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의 서평]
자연이 가르쳐 준 것

김혜곤 | 2016년 11월

나를 일깨우고 가르쳐 올바르게 이끌어 주는 사람을 우리는 스승이라 부릅니다. 세상을 살다 보면 우리에게 가르침을 주는 스승은 참 많습니다. 사람은 물론이고 책이나 심지어 하찮아 보이는 길가의 작은 풀 한 포기도 우리에게 큰 깨달음을 주지요. 무엇보다도 위대한 스승은 바로 자연입니다. 자연의 이치나 질서는 어느 고귀한 책보다도, 훌륭한 현자의 이야기보다도 우리에게 더 큰 가르침을 전합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는 마치 인간이 자연의 주인인 양 행세한 많은 역사를 알고 있습니다. 오만하게 자연을 지배하려한 인간의 모습이 얼마나 비참한 미래를 가져오는지 그리고 진실에 눈을 떴을 때 자연이 전하는 큰 가르침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비로소 알게 됩니다.

1800년대 미국 서부는 고스란히 그 기억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신대륙을 찾아 온 사람들이 자신이 살 곳을 일구기 위해 그곳을 터전으로 살아온 사람들과 야생 동물들을 무참히 죽인 학살의 현장이기도 합니다. 그 역사의 현장에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멸종 위기에 놓인 늑대 무리 중 세상을 바꾼 계기를 준 한 마리 늑대와 훗날 생명의 이치를 깨닫고 자연의 진정한 모습이란 무엇인지를 가르쳐 준 한 사람의 만남이 있습니다.

야생의 땅을 개척하기 위해 사람들은 그 땅에서 살고 있는 야생 동물을 독약과 덫을 이용해 마구잡이로 사냥합니다. 그 와중에 50만 마리가 넘은 개체를 보존하고 있던 늑대들이 눈에 띄게 사라져 갔습니다. 하지만 원주민 사이에 오르내리는 회색늑대 로보는 총을 지닌 사람들에게도 위협적인 존재였습니다. 로보는 미국 서부 뉴멕시코 주의 커럼포 평야에서 살아가는 늑대로 무자비하게 짐승들을 공격해 그 일대에 정착하려는 농장 주인들에게 공포감을 주는 존재였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재산인 동물들을 지키기 위해 로보에게 거액의 현상금을 걸어 전국의 유명한 사냥꾼들을 불러들였지요.

마침내 최고의 사냥꾼인 시턴이 늑대 로보에 관한 소식을 듣고 커럼포로 찾아옵니다. 시턴은 어린 시절부터 동물들을 관찰하며 자라났고 결국은 어른이 되어 동물 사냥꾼이 되었지요.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시턴이라는 이름이 익숙하게 들립니다. 네, 그래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시턴 동물기』의 지은이입니다. 우리가 아는 시턴은 야생 동물의 생활을 지켜보고 그 삶을 고스란히 담아낸 그 누구보다도 자연을 보호하려던 인물인 줄 알았는데 그가 바로 최고의 늑대 사냥꾼이라니요. 시턴이 늑대 사냥꾼에서 생태보호자로 삶이 변화된 계기는 사람들과 늑대의 밀고 당기는 전투가 계속되는 미국 서부 커럼포에서 회색늑대 로보와의 만남에서 시작됩니다.

시턴은 늑대 로보를 잡기 위해 엄청난 독약을 뿌려 커럼포의 들판을 달리던 들소, 사슴, 영양 같은 야생 동물들을 처참하게 죽입니다. 눈으로 그 죽음을 목격하면서도 로보를 잡고야 말겠다는 의지로 사냥을 멈추지 않았지요. 결국 시턴은 늑대의 특성을 이용해 로보의 짝인 블랑카를 유인해 잡은 후 로보를 생포합니다. 로보는 저항하기보다는 ‘힘을 상실한 사자, 자유를 빼앗긴 독수리, 짝을 잃은 비둘기’처럼 죽어 갔습니다. 로보의 죽음을 보면서 시턴은 늑대를 향해, 야생을 향해 총구를 휘두른 자신에게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이 사건을 전환점으로 시턴은 더 이상의 사냥을 하지 않고 자연을 존중하고 미국의 야생을 보호하는 데 일생을 바치게 됩니다. 그리고 야생 동물이야말로 우리 모두의 귀중한 유산이며 그 무엇도 그 유산을 없앨 권리가 없다는 것을 경고했습니다.

한 마리의 야생 늑대와 사냥꾼의 인연이 만들어 가는 이야기도 생생하지만 야생이 느껴지는 색감이 그대로 드러난 그림은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입니다. 탁 트인 하늘과 붉은 대지를 만들어 낸 색연필 그림의 투박한 선들이 미국 서부 개척 시대를 그대로 표현한 듯합니다. 마치 필름을 이어 보는 듯한 사각형의 작은 장면들의 연결은 그림만으로도 이야기를 엮어가기에 충분합니다.

그 후 사람들은 야생을 몰아내고 오직 인간을 위한 터전으로 그 곳을 바꾸어 나갔습니다. 야생 동물의 울음소리 대신 도시의 온갖 소음이, 그윽한 달빛 대신 도시의 화려한 불빛이 그 자리를 채웠습니다. 이제 그 옛날 자연의 주인으로 살아가던 많은 것들은 멸종의 위기에 놓였습니다. 자연스러움이 인간이 만들어 낸 편안함과 편리함으로 대체된 현실에서 다시 시턴이 들려주는 대자연의 이야기가 새삼 마음에 긴 울림을 전합니다.
김혜곤 | 오픈키드 독서교실 팀장. 무엇이든 제자리를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제자리에서 자리에 맞는 역할을 다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소중한 일인지를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