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06월 통권 제16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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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의 서평]
조선의 동심을 담은 한시

박고은 | 2016년 06월

가끔씩 아이들을 보면 시인의 자질을 타고 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같은 사물을 보고도 다른 면을 발견하는 것 때문이지요. 이것은 아이들이 남다르고 독특한 시선을 가지고 세상을 관찰하는 힘을 지녀서이겠지요. 그리고 아이들은 따뜻한 마음씨와 깨끗한 눈까지 가지고 있습니다. 가끔 조카가 하는 말을 들으면 ‘이거 조금만 다듬으면 좋은 시가 되겠다’라고 생각한 적도 있습니다. 물론 조카는 전혀 관심 없겠지만요….

아이들의 특성은 어느 시대, 어느 곳이나 같은지 조선 시대의 아이들도 이러한 특성을 지녔었나 봅니다. 조선 시대 아이들이 쓴 시를 ‘동몽시’라고 불렀습니다. 지식이 별로 많지 않은 아동을 ‘동몽’이라 하였으니 동몽시는 지금의 어린이시와 같다고 볼 수 있지요. 조선 시대에는 한자를 사용해 시를 썼기에 이 동몽시 역시 모두 한자로 쓴 시입니다. 안대회 교수님은 문집을 보다 이런 동몽시가 보이면 모으고, 이해를 돕는 글을 덧붙여 아동 한시 선집을 만들었습니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 동안 수집했으니 그 수고가 대단합니다.

한지 느낌의 종이에 수묵담채화로 전통적인 멋을 살린 표지를 펼쳐 목차를 봅니다. 동몽시를 크게 6갈래로 나누어 소개합니다. 우주를 꿈꾸다, 자연과 계절을 노래하다, 동식물과 어울리다, 더불어 살아가다, 사물을 그려 내다, 짧은 구절 긴 생각, 이렇게 나누었습니다.

동몽시를 감상하다 보면 주제와 소재가 넓고 깊음에 놀랍니다. 그만큼 아이들의 호기심과 시선이 넓고 깊다는 것을 의미하겠지요. 본문에는 한글로 풀어낸 시, 작가 이름과 나이, 한자로 된 원래 시와 출처, 작가 소개와 시의 이해를 돕는 짧은 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목차만 보고 가장 저의 눈길을 끄는 것은 ‘짧은 구절 긴 생각’이었습니다. 두 구절만으로 쓴 군더더기 없는 시라 하여 궁금증이 생겼지요. 많은 시 중에 몇 가지만 소개해 보겠습니다.

동해 바다 바닷물을 다 들이마셨나/몸이 온통 새파란 비늘로 덮였네.(「청어」, 윤시동 6세, 310쪽)

침상 아래 풀벌레가 문득 움직이더니/한 번 우는 소리에 천하에는 가을이 찾아왔네.(「제목 미상」, 남극관, 10세, 310쪽)

맷돌은 하늘과 땅처럼/돌고 돌고 또 돌고 돌고.(「제목 미상」, 성효기 6세, 313쪽)

정조 임금 시절에 우의정을 지낸 윤시동의 「청어」는 그 생각이 독특합니다. 청어의 생김새를 몰라도 시를 읽으면 그 이미지가 강렬하게 떠오르지요. 조선 숙종 때 문인인 남극관의 시를 읽으니 매미 소리를 듣고 여름이 왔음을 문득 느끼곤 하는 순간이 떠올라 공감이 되었습니다. 맷돌을 보고 하늘과 땅을 생각한 성효기 역시 그 시선이 날카롭습니다.

이 외에도 정말 좋은 시가 많습니다. 더 많이 소개하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정도입니다. 정약용이나, 김시습 등 여러 유명 인물의 동몽시도 실려 있습니다. 조선 아동의 동심을 느낄 수 있고, 유명 인물의 어린 시절을 가늠할 수 있기에 큰 의미를 지닌 선집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동몽시가 양반가 자제들의 영민함을 증명할 정도에 머물렀다는 것이 아쉬웠습니다. 요즘의 유행어로 말하자면 소위 금수저들의 시라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지요. 평민 출신의 아이들도 시를 쓰고 그것 역시 남아있었다면 더 생생한 삶의 모습이 담기지 않았을까요?(물론 조선 시대의 평민 아이들은 일을 하느라 바빴겠지만요.)

이 책으로 조선 시대는 정말 시와 글을 가까이 했던 시대임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습니다. 6세의 아이들이 시를 쓴다는 것은 오히려 지금 시대에는 그리 흔한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동심을 간직하기란 어렵고, 보통 동심을 가진 시기도 결코 길지 않습니다. 지금을 살고 있는 아이들도 그 시기를 소중히 여기고 다듬어 글로 많이 남긴다면 이 책에 실린 동몽시 못지않은 멋진 시들이 많이 나올 것을 의심치 않습니다.
박고은 | 열린어린이에서 편집 일을 하고 있습니다. 좋은 어린이 책을 보는 눈을 기르고 좋은 어린이 책을 만들기 위해 차근차근 배움을 쌓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