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06월 통권 제16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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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의 서평]
모두가 함께여서 행복해

김혜곤 | 2016년 06월

봄을 느끼기엔 아직 이른 어느 날 이사를 했습니다. 낯선 동네인데다 이웃들도, 환경도 맘에 차지 않아 이런저런 불만을 달고 지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바야흐로 봄이 되었지요. 온 나라가 꽃 소식에 파묻힐 즈음 어느 날 큰길가로 나선 저는 놀라운 풍경에 탄성을 질렀어요. 칙칙하기만 하던 동네가 하얀 벚꽃으로 뒤덮여 있었거든요. 낯설고 불편하기만 하던 동네가 갑자기 제 마음으로 확 다가온 순간이었습니다. 그 길을 날마다 오가며 그 나무가 벚나무인 줄도 몰랐던, 아예 눈길조차 주지 않고 불만만 늘어놓았던 제 자신이 부끄러울 지경이었습니다. 이렇게 나이 들어서도 주변에 기쁨을 발견하는 것이 서투른 저에게 꼬마 시제이가 웃으며 다가옵니다. 시제이는 우리 주변을 돌아보고 그 안에 숨겨진 행복을 찾아보자고 저의 손을 잡아끕니다.

책장을 열면 언덕바지 동네가 보입니다. 이런저런 건물과 사람들이 있는 평범한 동네입니다. 집들 사이로 스테인드글라스가 있는 교회가 보입니다. 교회 앞에는 이제 막 교회를 나서는 꼬마 아이가 보입니다. 그 아이가 바로 시제이입니다. 행복이 무엇일까를 우리와 함께 찾아 나설 주인공입니다. 할머니와 시제이는 예배를 마치면 버스를 타고 늘 가는 곳이 있습니다. 우리도 시제이, 할머니와 함께 버스에 올라 볼까요?

버스에 오른 할머니는 승객들과 인사를 나눕니다. 나비가 든 병을 안고 있는 할머니, 온 몸에 문신을 한 대머리 아저씨, 기타 줄을 튕기며 노래하는 아저씨, 안내견과 함께 탄 장님 아저씨 등 저마다 피부색도 나이도 직업도 다른 사람들이 서로 반갑다고 인사를 나눕니다. 버스 안에서 오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시제이는 눈으로만 세상을 보는 게 아니라 귀로도, 코로도 세상을 보고 느낄 수 있음을 알게 됩니다. 기타 아저씨의 즉흥 연주는 시제이를 아름다운 마법의 세계로 이끌기도 하지요. 그 작은 기쁨을 느낄 때마다 시제이의 얼굴에는 웃음이 피어납니다. 버스는 이야기를 싣고 공감을 싣고 나눔을 싣고 목적지를 향해 달립니다.

시제이는 궁금한 것이 참 많은 아이입니다. 연신 할머니께 질문을 해댑니다. 비는 왜 이렇게 많이 오는지, 왜 우리는 차가 없어 늘 버스를 타야 하는지, 그리고 예배 끝나면 왜 항상 그곳에 가야 하는지, 앞을 못 보는 아저씨는 어떻게 세상을 볼 수 있는지. 할머니는 그럴 때마다 다정스럽게 시제이에게 이야기해 주시지요. 비가 많이 오는 이유는 나무가 목이 말라 물을 빨아 먹기 때문이고 차가 없어 버스를 타니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어 좋은 일이라고 하십니다. 그리고 예배를 마치고 그곳에 가면 정다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 기쁜 일이라고 이야기하십니다. 할머니는 시제이의 이야기를 항상 귀담아듣고 그 질문에 맞춤한 정도의 이야기를 들려주십니다. 할머니는 언제나 사람들 속에, 사물 속에 숨겨진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놀라운 사람이지요. 권력 앞에 서서 사욕을 채우는 그릇된 어르신들의 모습이 아닌 긴 세월을 굽이굽이 살아오면서 주변을 넉넉하게 품을 줄 아는 지혜로운 어른 그대로의 모습입니다.

이제 버스는 종점에 이르렀습니다. 시제이와 할머니는 버스에서 내려 또 어딘가를 향해 걸어갑니다. 거리는 낙서로 뒤덮인 벽과 굳게 닫힌 상점들, 휠체어를 탄 사람이 지나가고 무거운 짐수레를 끄는 사람이 지나갑니다. 모든 것이 어둡고 무겁습니다. 그 거리의 끝에 할머니와 시제이가 향하는 목적지가 있습니다. 한 끼 따뜻한 식사를 위한 나눔의 현장, 바로 무료 급식소입니다. 할머니와 시제이는 오랜 봉사 활동으로 낯익은 얼굴들과 인사를 나눕니다. 행복한 얼굴로 봉사하고 있는 시제이의 모습이 참 아름답습니다. 이제 시제이는 할머니와의 버스 여정에서 소중한 보석을 하나 가슴에 품게 됩니다. 할머니와 시제이는 다시 버스를 기다립니다. 다양한 이웃을 만나고 함께 나누는 잔잔한 기쁨이 무엇인지를 알게 해주는 버스를 타고 또 다른 이웃을 만나러 가겠지요?

이 책의 표지에는 여러 곳에서 좋은 책으로 선정된 이력이 표시되어 있습니다. 왜 이렇게 많은 사람이 좋은 책이라고 이 책을 추천했을까 생각해 봅니다. 물질적 풍요 속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이웃의 모습 속 가려진 우리 삶의 진실을 시제이를 통해 보여 주고 있어서일 것입니다. 가난한 이웃을 바라보는 마음, 많이 가진 자가 베푸는 자선이 아닌 진정한 나눔의 현장에서 시제이가 보여 주는 행복의 울림이 잔잔하고도 뜨겁습니다.

“아름다움은 어디에나 있단다. 늘 무심코 지나치다보니 알아주지 못할 뿐이야.”
김혜곤 | 오픈키드독서교실 팀장입니다. 어둡고 낮은 곳에서 늘 행복을 엮고 기쁨을 피워 내는 이웃들에게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