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09월 통권 제15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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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의 서평]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

박고은 | 2015년 09월

깊은 산속에는 토끼가 먹는 옹달샘만 있는 줄 알았는데, 하나 둘 셋이나 뭐가 있을까 궁금해지는 제목입니다. ‘콩콩 꼬마 그림책’은 만 2~4세의 말놀이와 역할놀이를 즐거워하는 유아를 위한 그림책 시리즈입니다. 이 그림책도 재미있는 낱말을 사용하여 말놀이를 하며 수도 함께 배울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참나무허고 뽕나무허고/대나무가 살았는데/뽕나무가 방귀를/뽕뽕 51836.jpg 게/참나무가 참으시오/참으시오 헝게/대나무가 대끼놈/대끼놈 허드라네” _전북 부안 지방 『한국 전래 동요집 2』

나무의 이름으로 재미있게 말놀이를 하며 부르는 전북 부안 지방의 전래동요입니다. 참나무는 참으시오 참으시오 하고, 뽕나무는 방귀를 뽕뽕 뀌고, 대나무는 화를 내며 대끼놈 대끼놈 합니다. 말놀이가 유치한 것 같지만 읽어 보고, 듣다 보면 웃음이 비죽 나오게 되지요. 작가는 이 말놀이에 상상력을 더해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었습니다.

깊고 깊은 산속 뽕나무가 하나 있습니다. 외로운 뽕나무에게 봉황새 둘이 날아와 함께 놀자고 포르랑 푸르랑 노래합니다. 봉황새의 노래를 듣고 바윗돌은 들썩 하나, 들썩 둘, 들썩 셋 춤을 춥니다. 바윗돌 춤을 보고 우습다며 사슴은 뽐을 내고 하나, 둘, 셋, 넷 팔짝 팔짝 뛰놉니다. 이후로도 모란꽃, 나비가 나와 신나게 춤을 추고 노는데 뽕나무도 신나게 춤을 추다가 뽕~ 하고 방귀를 뀝니다. 신나게 놀던 산속 친구들은 무서운 얼굴을 하고 누가 방귀를 뀌었나 찾습니다. 뽕나무는 말이 없고, 부끄러워 잎만 발그레합니다. 그때 뒤에 있던 일곱 그루 대나무는 뽕나무를 가리키면서 일곱 번이나 대끼놈 하며 버럭 성을 냅니다. 여덟 구름이 뭉게뭉게 부끄러운 뽕나무를 가려주고, 아홉 두루미가 괜찮아, 괜찮아 뽕나무를 달래 줍니다. 마지막 페이지는 문을 열듯 활짝 열리는 펼침 면으로 깊고 깊은 산속 봉우리가 열 봉우리임을 보여 주지요.

“깊고 깊은 산속에 뽕나무 하나 있었네”로 시작하여 깊고 깊은 산속에 조그만 산봉우리가 열 개라는 것으로 끝나는 책은 숫자 1부터 10까지를 산속 친구들을 숫자만큼 등장시켜 수를 배우는 책입니다. 산속 친구들도 많아지고, 숫자도 커져 아이들이 읽기에 조금 힘든 중간 즈음에는 책의 분위기가 바뀝니다. 나풀나풀 고운 나비 여섯 마리가 등장을 하여 지금까지 나온 모든 산속 친구들이 신나게 춤을 추며 이야기가 고조된 순간 건들건들 흔들흔들 춤추던 뽕나무가 방귀를 뽕~ 뀝니다. 신나던 분위기도 바뀌고 계속 커지던 숫자도 잠시 나오지 않습니다. 숫자를 처음 배우는 아이들을 배려해 주고, 기승전결이 뚜렷해지는 효과도 있지요. 또한 포르랑 푸르랑, 폴짝 팔짝, 싱글벙글, 건들건들, 흔들흔들 같은 의태어들을 많이 사용하여 읽는 맛을 살리고 듣는 아이들도 더 재미있게 만듭니다.

우리 옛 말놀이로 입말을 살려낸 이야기에 맞추어, 그림 역시 우리 옛 그림의 느낌을 살렸습니다. 그림에서는 할머니네 집의 병풍과, 민화에서 많이 보았던 노루, 모란, 나비와 봉황새 등이 모두 나오고 있습니다. 또한 예부터 우리 미술 작품에서 많이 사용했던 색감을 사용하여 아름답고 화려한 느낌입니다. 색이 진하고 화려하기에 아이들이 집중하여 보기에도 좋습니다.

산속 친구들의 표정은 아주 익살스러운데요. 뽐을 내며 뛰노는 사슴의 표정, 흥겨워하는 바윗돌의 표정 등이 그러합니다. 뽕나무의 부끄러움을 잎이 발그레하게 색이 바뀐 것으로 표현한다거나, 대나무가 성을 내는 표현은 잎을 어둡고 뾰족하고 한 곳으로 치우치게 그렸습니다. 자연과 사물들에게 표정을 입혀 이야기의 느낌이 잘 살려낸 것이지요.

이 그림책은 대상 연령이 낮기에 아이들이 처음 만나는 그림책이 되겠지요. 유아가 볼 외국의 그림책도 좋은 책들이 아주 많지만 그래도 우리 아이들이 우리의 정서가 잘 담겨진 이런 그림책을 많이 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박고은 | 열린어린이에서 편집 일을 하고 있습니다. 좋은 어린이 책을 보는 눈을 기르고, 좋은 어린이 책을 만들기 위해 차근차근 배움을 쌓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