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09월 통권 제15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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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책 읽기 신나는 교실]
그림책과 함께 가을 그리고 추석

김혜진 | 2015년 09월

질 바클렘의 ‘찔레꽃 울타리(Brambly Hedge)’ 시리즈가 우리말로 번역되어 나왔을 때가 1994년, 벌써 20년이 되었네요. 1980년 영국에서 출간되어 13개 국어로 번역된 이 시리즈는 계절을 따라 들쥐 가족의 생장을 보여 줍니다. 뭐, 이렇게 간단히 말하기 미안할 정도로 장대한 이야기가 펼쳐지는 시리즈에 놀라워했던 기억이 납니다. 오늘은 그 시리즈 중 『가을이야기』를 함께 읽어볼 거예요. 가을 날씨의 급격한 변화에 따라 제 모습을 바꾸는 숲을 배경으로 꼬마 들쥐 앵초의 모험이 펼쳐집니다.

또 한권 더 읽을 책이 있습니다. 1994년, 그 즈음에 한국 그림책은 막 움트기 시작합니다. 정승각, 권윤덕, 이억배 작가 역시 이때 등장해요. 대개 입추 지나 가을이면 추석이 며칠이나 남았는지 꼽아보게 되는데요. ‘아이들과 함께 읽을 추석에 관한 그림책’ 하면 이억배 작가가 펴낸 『솔이의 추석이야기』 만한 책이 없습니다. 이후 출간된 추석에 관한 책은 거의 정보 책들이어서 이야기성이 강하면서 추석을 소재로 한 새 그림책이 나올 때도 되지 않았나 생각되는 지점입니다. 20년이면 도시도 시골도 사람들 모습도 귀경 방식도 나름 달라진 부분이 많을 것입니다. 물론 고향을 생각하게 되고 가을걷이를 하고 가족이 모여 조상님께 감사하는 것은 달라지지 않았지만요. 달라진 부분은 달라진 만큼의 지금 추석 풍경을 그린 이야기가 기다려집니다.

자, 이제 아이들과 이 두 권의 책을 읽으면서 어떤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지 생각해 볼까요?

‘찔레꽃 울타리’ 시리즈는 영국 에핑 숲 근처에서 태어나고 살았던 질 바클렘 작가의 세심한 관찰력과 빼어난 묘사가 만나 탄생한 책들입니다. 그중 『가을이야기』는 앵초가 겪은 일을 들려주고 있어요. 내용을 한번 볼까요?

맑은 가을날, 들쥐 가족은 겨울을 대비하기 위해 가을걷이에 나섰습니다. 나무딸기를 충분히 따 모으고 버섯도 거둬들이느라 가족들은 무척 바쁩니다. 엄마 아빠 손을 잡고 나들이 가는 아이들이라면 늘 듣는 당부가 있습니다. 아빠 혹은 엄마 곁에 딱 붙어있으라는 말입니다. 어른들에겐 익숙하지만 아이들로선 처음 나선 길이라 혹시 길을 잃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에서 하게 되는 말이지요. 앵초 아빠도 앵초에게 그런 당부를 합니다. 그런데 아기 앵초가 사라졌어요. 겨울을 날 식량을 충분히 준비하느라 바쁜 와중에 미처 앵초가 사라진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던 가족들은 밤이 늦도록 앵초를 찾아다닙니다. 앵초는 그동안 낯선 곳을 다니며 놀라기도 하지만 나름 재미있는 일을 겪으면서 한층 성장하게 됩니다.

아이들과 읽을 때는 장면 하나하나를 자세히 볼 수 있도록 하면 좋을 거예요. 질 바클렘의 장점은 아주 작은 디테일도 놓치지 않는다는 것인데요. 가을 수풀 사이 들쥐들의 눈높이로 본 풍광과 주변 요소들이 무척 아름답습니다. 나무 둥치 속과 땅속을 활용한 들쥐 가족의 보금자리와 살림살이, 각종 도구들을 들여다보느라 시간이 부족할 수도 있어요. 책을 읽기 전에는 질 바클렘의 작업실과 스케치와 드로잉 등을 자료로 준비해서 보여 주는 것도 좋을 거예요. 인터넷 사이트 구글과 미국 야후를 통해 필요한 몇 가지 이미지를 찾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작업실 책상과 작가의 얼굴, 주인공 캐릭터를 활용한 물건들 등 그림책 한 권으로부터 확장되는 다양한 컨텐츠에 대한 체험도 될 것입니다.

책을 다 읽은 후 함께 할 수 있는 활동으로는 미로를 빠져나와 성장했다는 의미를 줄만한 것이면 좋을 것 같았습니다. 결실의 가을을 지나 겨울을 지나고 나면 앵초는 더 성장할 거예요. 많은 것이 미숙한 지금은 헤맬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 길을 찾게 된다는 의미로 앵초가 찾아들어갔던 딸기덤불에 가린 작은 구멍 속 미로를 아이들과 함께 빠져나오는 활동을 해보았어요. 화면을 크게 띄워놓고 포인터로 함께해본 다음 미로를 헤맬 때의 기분, 빠져나왔을 때의 기분 등을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그런 다음 같은 장면을 복사지 크기로 프린트 한 활동지를 직접 해보게 했어요. 미로를 빠져나오는 것이 처음보다는 쉬워서 안심하는 아이들이 많았어요. 재미있는 것은 아이들마다 조금씩 다른 방법으로 미로를 빠져나오는 것인데요. 방법은 여러 가지이므로 꼭 한 가지 방법만 고집할 필요는 없습니다. 밖으로 잘 나오기만 하면 된다는 말로 안심시켜주면 좋을 거예요. 배경 색을 칠하고 나름대로 꾸며도 좋습니다. 활동지를 한 다음에도 느낌을 나누면 좋습니다.

‘찔레꽃 울타리’ 시리즈는 스톱모션 기법을 활용하여 「가시덤불 울타리」란 제목의 애니메이션으로도 나와 있습니다. 공식적으로는 절판되었지만 중고 사이트 등에서 판매되기도 하고, 도서관마다 소장한 곳이 많으니 검색해보시기 바랍니다. 책을 다 읽고 함께 보면서 책과는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보는 것도 좋을 거예요.

『솔이의 추석이야기』는 추석을 기다리고 준비하는 사람들, 고향을 떠나 사는 사람들의 심정, 고향을 찾아가는 풍경, 만남과 이별, 오랜만에 만난 친척들과의 교류, 자식들을 생각하는 할머니의 마음까지 명절에 볼 수 있는 거의 모든 요소들을 담고 있는 책입니다. 그만큼 공감과 사랑도 많이 받고 있지요. 속표지에서부터 마지막 겉표지까지 알뜰하게 활용하여 추석 정취를 보여 줍니다. 그림을 천천히 읽어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가 있어요.

특히 장점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글이 없는 몇몇 장면들입니다. 고운 색동저고리를 정성껏 다림질하고 있는 엄마와 그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는 솔이는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까요? 고향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길게 줄을 지어 늘어선 사람들은 어떤 마음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요? 새벽같이 서둘렀지만 그 줄 끝에 다다른 솔이네 가족은 또 어떤 심정일까요? 할머니가 싸주신 보따리에서 나온 참기름, 단감, 옥수수들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는 무엇일까요? 이런 장면들이 이 책을 명작이게 만든 것이 분명합니다. 글 한 줄 없이 사람들의 표정과 주위 분위기만으로 명절 기분을 한껏 느끼게 해주며 가슴 한쪽에 불을 켜게 합니다.

그림으로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아이들 각자가 가진 추석에 대한 기억도 불러낼 수 있을 것입니다. 전체 흐름에 관한 이야기도 좋고 인물 하나하나의 행동이나 상황별로 관찰한 내용을 발표할 수 있으면 더 좋습니다. 다 읽고 난 뒤 활동으로는 글이 없는 장면에 글을 넣어주는 것인데요. 취학 전 아이들이나 낮은 학년 아이들은 쓰기에 어려움을 느낄 수도 있으니 아이들 발표 내용을 칠판에 일일이 적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버스를 타기 위해 길게 줄을 선 장면을 B4, 8절 크기 정도로 확대 복사하여 아이들에게 한 장씩 나누어 줍니다. 쓰기 전에 이렇게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 각각의 생각, 마음은 어떨지 자유롭게 이야기하도록 합니다. 그 내용을 모두 칠판에 적습니다. 각자 받은 활동지에 말풍선을 이용해 사람들의 생각을 써보게 합니다. 이 때 말풍선을 먼저 그리면 쓰고 싶은 내용을 다 넣을 수 없거나 빈자리가 생길 수 있으므로 글을 먼저 쓰고 말풍선을 그리도록 하면 좋습니다. 무엇보다 장난스럽지 않게 앞 페이지에서 고향에 가기 위해 기다리고 준비해 온 마음을 잘 읽어 쓸 수 있도록 합니다.

중학년 이상 아이들과는 추석의 의미와 유래, 추석에 하는 일들, 다른 나라에도 비슷한 명절이 있는지 등에 대해 조사하여 발표하는 활동으로 확장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책에 나온 부분과는 달라진 요즘 추석 풍경을 이야기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김혜진 | 뒤늦게 그림을 배우고 서투르게 작업하던 중 그림책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우연히 그림책 독서교실을 운영하게 되었고 독후활동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지금은 그림책 서평을 쓰고 있고, 아이들과 함께 그림책 읽는 교실도 운영하며 아이들 덕에 더 많이 배우며 지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