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07월 통권 제15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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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의 서평]
막 멋진 녀석들

이지혜 | 2015년 07월

초등학교 운동장에 아이들이 제법 북적거립니다. 수업은 이미 끝나 아이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갔을 시간인데 말이지요. 시끌벅적한 운동장이 궁금해 고개를 빠끔 내밀어 봅니다. 운동장 한 편에는 감독님 구령에 맞춰 운동장을 돌고 있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유니폼을 입고 글러브에 야구 방망이까지 갖고 있는 것을 보니 이 학교 야구부 학생들인 것 같네요.

그런데 가만, 저 옆에 보니 또 다른 아이들이 신나게 뛰놀고 있습니다. 얼핏 봤을 때는 같은 야구부인 줄 알았어요. 놀고 있는 아이들 모습이 꼭 야구하는 것 같았거든요.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니 조금 달라요. 투수를 담당하는 아이들 손에 있는 것은 글러브가 아닌 야구 모자, 타자를 담당하는 아이의 손에 들린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야구 방망이가 아닌 맨 주먹으로 공을 탕탕 치고 있습니다. 거기다가 남자아이들만 하는 줄 알았는데 여자아이들도 여럿 섞여 있고, 같은 학년의 아이들끼리 어울리는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닌가 봅니다. 서로 “형, 1루로 뛰어 가!”, “언니, 아웃이잖아!”를 외치며 땀을 뻘뻘 흘리고 있네요. 얼굴에 가득한 미소가 땀방울과 함께 반짝입니다. 이 아이들의 노는 모습이 꽤 흥미롭습니다. 순식간에 제 눈길을 사로잡아 버렸으니 말이지요. 아이들에게 묻기로 합니다. “너희들 지금 뭐하고 있니?”라고요. 아이들은 운동장에서 크게 소리 질러 대답합니다. “우리요? 막야구 하는데요!”

막야구가 무엇인지, 대략 감이 옵니다. 글러브나 방망이 없이 하는 모습이 ‘막야구’ 그 자체였으니까요. “그래, 재미있게 놀아라!”라고 외치며 뒤를 돌아가려는 순간, 어깨가 딱 벌어진 여자아이가 후다닥 뛰어옵니다. “저희랑 같이 하실래요? 아까부터 쭉 저희 보고 있었잖아요. 마침 모인 아이들이 홀수라 한 명이 비거든요. 같이 해요. 막야구는 누구나 할 수 있어요.” 아이의 말을 듣고는 눈이 똥그래진 채 뒤를 쫄랑쫄랑 쫓아갑니다. 저를 이끌고 간 아이의 이름은 공희주라네요. 희주는 제게 막야구의 찬란한 역사를 미주알고주알 풀어놓습니다. 자신과 함께 막야구를 창단한 김동해 군도 소개해 주고 말이죠. 희주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막야구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어집니다. “얘들아, 내가 맛있는 아이스크림 살 테니까 막야구 하는 건 잠깐 쉬고, 그동안의 이야기를 좀 들려주겠니?” 본격적으로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합니다.

원래는 학교의 정식 야구부 후보 선수였던 동해는 야구를 정말 사랑하지만 실력이 그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거기다가 거짓말을 할 줄 모르는 성격 탓에 그마저도 야구부에서 쫓겨나고 말았어요. 희주 역시 야구를 사랑하고 실력도 뛰어나지만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야구부에 들어갈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정식 야구부에 속할 수 없었던 동해와 희주는 우연히 마주치게 되었고 야구를 사랑하는 그 마음으로 하나 되어, 야구부, 아니, ‘막야구부’를 만들었지요. 지금처럼 운동장에서 당당하게 뛰어놀기까지 쉽지만은 않았어요. 특히 야구부 감독님이 막야구부를 운동장에서 쫓아내려고 온갖 방법을 다 동원했으니까요.

하지만 그에 기세가 눌릴 호락호락한 아이들이 아니었어요. 감독님이 무섭게 윽박지르면 아이들은 지혜롭게 위기를 모면했고, 아주 유치한 방법으로 운동장을 쪼개 19개(막야구부 인원)만 가지라고 했을 때에는 정말 현명하게 대처했지요. 그러다가 본의 아니게 아이들끼리 모여 토론도 하고, 수학 문제도 풀게 되었는데, 그동안 시간 가는 줄을 몰랐대요. 어른들이 ‘어서 해!’라고 강요할 때는 하기 싫기만 하던 토론이며 수학이었는데… 금세 훅 지나가 버린 것이지요. 막야구부 덕분에 수학 점수까지 쑥 올랐다는 건, ‘쉿~!’ 비밀이래요. 지금은 정식 야구부 아이들과도 사이좋게 지낸다고 해요. 야구부 감독님이 만들었던 두 팀 간의 단단한 장벽을 아이들끼리 정정당당하게 경기 한판으로 무너뜨린 것이지요.

『소리 질러, 운동장』의 막야구부 아이들 이야기를 듣다 보니 어느덧 시간이 이렇게 됐네요. 운동장에서 한바탕 뛰어논 아이들의 마음속에 소중한 추억이 새겨지겠지요? 이제는 책 속 세상이 아닌 우리 동네, 그 옆 동네, 그리고 대한민국 곳곳에서 막 멋진 녀석들을 꼭 만나게 되기를 바랍니다. 학교 끝나면 학원으로 곧장 뛰어가야 하는 오늘, 줄넘기도 자격증을 따서 증명해야 하는 요즘,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는 법을 정해놓은 것 같은 이 현실 속에서 말이지요.

막 멋진 녀석들, 막야구부의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이제 아이들이 막야구 한판을 더 해야 한다고, 함께 하자며 제 손을 잡아끕니다. 아이스크림도 다 먹었으니 함께 해 볼까요? 아이들과의 놀이는 이제 시작입니다!
이지혜 |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만큼 어린이 책도 사랑합니다. 대학원에서 독서교육을 더 깊이 있게 공부하며, 아이들과 신 나게 놀이하며 어울릴 방법을 궁리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