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07월 통권 제15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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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의 서평]
당찬 눈빛, 씩씩한 목소리를 응원해요!

김은천 | 2015년 07월

그림이라면 겨우 펜으로 선을 찍찍 긋는 게 전부인 28개월 우리 조카. 이 색깔 저 색깔 마구잡이로 그으며 하는 말. “나는 그림을 잘 그려!” 오잉? 흔들림 없는 당당한 표정까지? ‘저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거야’ 잠시 당황하다 웃음이 팡 터졌어요. ‘정말 자존감이 높구나. 아이들의 매력은 바로 저거구나’ 어쩐지 부럽기도 하고, 한 수 배운 것 같았지요. 그런 조카와 비슷한 아이들을 만났어요. 바로 이 책에서요. ‘조카도 1학년쯤 되면 학교에서 저렇게 지내려나?’ 기대감이 들었어요.

아이들이 이렇게 씩씩하고 당차게 생활할 수 있다면야 더 바랄 게 없겠지요. 하지만 아직은 왠지 동화 속 이야기가 아닐까 싶어요. 현실에서는 선생님이나 어른들의 목소리가 훨씬 크니까요. 그럼에도 읽고 나면 뭔가 통쾌해지는 이야기입니다. 『선생님도 한번 봐 봐요』 제목부터 좀 도발적이지 않나요? 선생님 앞에서 뉘앙스를 강하게 읽으면 버릇없다 야단맞을지도 몰라요. 도대체 어떤 상황에 이런 말이 나왔을까 궁금해집니다.

세 편의 동화가 담긴 이 책을 한 마디로 요약하라면, ‘웬만해서는 기죽지 않는 아이들 이야기’라 말하고 싶어요. 사실 주인공들이 처한 상황이 그렇게 좋지만은 않답니다. 학교생활이 처음인 1학년들이고, 동찬이는 첫 시험에서 엉뚱한 답만 적어서 담임 선생님이 학부모 상담까지 하고, 강희는 머릿니가 생겨 친구들이 가까이하지 않으려 하지요. 동욱이도 실수로 친구 얼굴에 상처를 내어, 아이들 싸움이 엄마 싸움으로 번졌답니다. 그런데, 요 녀석들이 아주 대단해요. 엄격한 선생님, 친구들의 따돌림, 엄마들의 싸움도 겁내지 않고 당당하게 정면 돌파해요. 자기 생각을 다 말하고 이해가 될 때까지 질문도 하고요. 그건 아니라고 반박도 하고, 엉뚱한 꾀를 내어 친구들과 어른들을 놀라게도 하지요.
 
요즘 관찰 카메라로 일상을 찍는 TV 프로그램이 유행인데, 만약 카메라로 찍었다면 이 동화는 아이들 비중이 많게 찍고, 아이들 목소리를 많이 담은 걸 겁니다. 아이들이 아주 큰 목소리를 내고 있지요. 그래서 톡톡 튀는 그 아이들을 진짜로 만난 것만 같아요. 「선생님도 한번 봐 봐요」에서 동찬이는 첫 시험을 봐요. 문제는 “우리 반 친구 중에서 누구에게 ‘착한 어린이상’을 주고 싶은지 생각하여 까닭이 잘 드러나게 쓰세요.”예요. 동찬이는 “선생님은 누구세요? 만나면 알려 줄게요.”라고 답을 썼대요. 선생님과 엄마는 속이 터져 하는데, 동찬이는 어른들이 더 이해가 안 간대요. 동찬이가 답답한가요? 엉뚱하지만 귀엽지 않은지. 이게 꼭 오답이라고 할 수 있나요? 정답이 정해져 있는 시험 자체가 이상한 건 아닌지. 아무튼 동찬이는 이런 생각을 했대요. ‘질문을 한 사람은 누구지? 나는 한 명만 적을 수가 없는데, 한 명만 적으면 다른 친구가 속상해 할 텐데. 물어 본 선생님께만 살짝 알려 드려야지’ 시험 문제를 보고, 남들이 원하는 정답을 생각하기보다 자기 마음을 따라갔네요.

‘어른들은 왜 내 맘을 몰라줄까? 왜 나만 잘못했다고 할까?’ 만약 동찬이가 이렇게 의기소침해 있다면 어땠을까요? 현실에서는 이런 경우가 더 많을지 몰라요. 어른들은 “예, 엄마” “예, 선생님”하는 순종적인 아이들을 더 좋아할지 모르죠. 시험에 익숙해지도록 훈련하는 동찬이 엄마처럼 아이들을 쪼아대는 어른들도 많겠지요. 그런데 동찬이처럼 웬만해서는 기죽지 않는 아이들도 있답니다. 학생들은 다 아는데 선생님만 모르는 게 많은 듯하니, 선생님께 시험 문제를 내겠대요. 이런 아이들이 현실에서도 계속 엉뚱하고 씩씩하게 지낸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런 당당 바이러스를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에게도 많이 전파해 주었으면 좋겠어요.

동찬이처럼 씩씩한 아이들이 더 있어요. 「이강희를 조심하라」에서 강희는 머릿니가 생겨 친구들이 책상 귀퉁이에 “이(머릿니 그림)강희를 조심하라!” 써 놓고 피하는데도, ‘머릿니’ 박사가 되어 지식을 늘어놓거나, ‘머릿니’ 덕분에 엄마 무릎도 베고, 머리 스타일도 바꿀 수 있다며 친구들을 선동(?)하기도 하지요. 「더 놀다 갈게요」에서 동욱이랑 형민이는 엄마들이 도깨비와 용처럼 싸우는 중에도 금방 마음이 통해 둘이 달아나서 재미있게 놀아요.

이런 씩씩함은 어디에서 올까요? 동찬이는 ‘잘 먹고 잘 놀고 잘 자다’ 학교에 입학했다고 합니다. 선행학습을 했다거나 조기교육 했다는 이야기는 없네요. 어른들이 귀 기울여 들어 주고 놀아 주고 많이 예뻐해 준 아이들은 이 동화 속 아이들처럼 상상력 넘치고 기가 살아있을 것 같아요. 아이들이 당당함을 잃지 않도록, 결코 ‘가만히’ 있는 아이들이 되지 않도록, 기를 살려 주는 우리 사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김은천 | 작은도서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도서관에 오는 사람들을 맞이하는 일이 즐겁습니다. 책 이야기, 사는 이야기 나누는 따뜻한 곳이 되도록 도서관을 잘 지키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