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07월 통권 제15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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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시 꽃이 피었습니다]
자연 속에서 놀며 시 쓰며

김은영 | 2015년 07월

학교에 오면 아이들은 자연 속에서 놉니다. 자연 생태가 살아있는 유기농 슬로시티 마을에 학교가 있기 때문입니다. 놀면서 자연을 관찰하고 느끼며 그것을 시로 씁니다. 한 달 동안 아이들마다 다섯 편의 시를 썼습니다. 아카시아 꽃과 버찌와 오디와 산딸기를 따먹으러 자투리 시간마다 교실 바깥으로 나갔으니까요. 아이들은 운동장에서 뛰어놀거나 학교 주변을 산책하거나 텃밭에만 다녀와도 실을 뽑아내는 누에처럼 시를 썼습니다.

텃밭에서

학교 텃밭에서 씨앗들이 싹트는 걸 보았습니다. 손톱보다도 작은 상추 새싹들을 보고, 뾰족 올라온 옥수수 싹도 보았습니다. 싹이 나지 않은 곳은 옥수수 씨앗을 또 심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고구마 줄기를 한 개씩 심었습니다. 심고 나서 주변의 풀도 뽑다가 아카시아 꽃도 따먹고, 가위바위보를 하면서 아카시아 이파리 따기 놀이도 했습니다.

“옥수수 싹이 파 같았습니다./ 옥수수 싹이 초록색이었습니다./ 옥수수를 보니까 쪼끔 좋았습니다.”(「옥수수 싹」, 이윤호)
“상추 새싹이 콩보다 작았다./ 클 줄 알았는데 작다./ 씨앗도 작았는데/ 새싹도 작았다.”(「상추 새싹」, 김혜민)
“옥수수 씨를 묻는 건/ 제 꿈이었어요./ 귀엽고 재밌었다.”(「옥수수 씨앗」, 이도헌)
“오늘 고구마 줄기를 심어서 기뻤다./ 그래서 좋았다.”(「고구마 줄기」, 오세준)
“아카시아 꽃이 맛있었어요./ 그리고 향기도 좋았어요./ 그리고 생김새가 재미있게 생겼어요.”(「아카시아 꽃」, 방현준)

•• 윤호는 뾰족 올라온 옥수수 싹을 “파 같”다고 즉물적인 비유를 했습니다. 어른들이라면 옥수수 새싹을 보고 파를 떠올리기는 쉽지 않지요. 혜민이는 상추 “씨앗이 작았는데/ 새싹도 작았다.”는 걸 발견해냈습니다. 특히 “콩보다 작았다.”고 견주기도 했습니다. 도헌이의 할아버지 비닐하우스는 학교 앞 개울 건너에 있습니다. 장래희망을 말할 때 농부가 되고 싶다고 하기도 했는데 도헌이 시를 읽으면 옥수수 씨앗을 심을 때 얼마나 감동했을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고구마를 심고 기뻐하는 세준이의 마음도 그렇습니다. 한편 아카시아 꽃을 따먹을 때 맛이 없다고 뱉어버린 아이들이 많았는데, 현준이는 아카시아 꽃을 먹으며 향기까지도 맛있게 먹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도마뱀과 청개구리

아침에 다 같이 학급문고 그림책 『빨강이 나무에서 노래해요』를 보는데 한 아이가 문득 “금요일이니까 산책해요.” 합니다. 그래서 우리 함께 바깥으로 색깔 구경하러 가자고 하였습니다. 학교 뒷산으로 가던 길에 풀밭에서 도마뱀과 청개구리를 만났고, 무덤가에서 개미 떼를 구경하다가 산새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바람에 흔들리는 푸른 나뭇잎들도 보았습니다.

“개구리가 빨작빨작했어요./ 그때 만지지 못했다./ 만지지 못해서 기분이 안 좋았다.”(「개구리」, 이대우)
“산새 소리가 고아요./ 그리고 소리가 피리 소리 같았어요.”(「산새 소리」, 전호진)
“청개구리가 풀 같았다./ 최준범이 청개구리를 잡았을 때/ 풀 같았다./ 청개구리가 초록 나뭇잎 같았다.”(「청개구리」, 오윤성)
“도마뱀이 나무 색 같았다./ 그래서 신기했다./ 그리고 도마뱀이 너무 빨랐다./ 그래서 신기했다.”(「도마뱀」, 방하민)
“도마뱀이 빨랐다./ 풀 속을 빨리 다녔다./ 그래서 잘 못 봤다. 마른 나뭇잎 같았다.”(「도마뱀」, 김혜민)


•• 대우는 개구리가 숨 쉬는 모습을 보고 “빨작빨작했”다고 묘사하고, 호진이는 산새 소리가 “피리 소리 같”다고 하였습니다. 한편, 윤성이는 청개구리를 “풀” “초록 나뭇잎”에 비유했으며, 하민이는 도마뱀을 “나무 색”, 혜민이는 “마른 나뭇잎”으로 직접적인 비유를 했습니다. 아이들은 비록 짧은 시간일지라도 마음이나 눈을 끄는 무언가를 보면 그것을 즉물적인 묘사나 비유로 표현해내는 원초적인 감각이 있나 봅니다.

아이들의 감각, 기분

국어 시간에 기분을 나타내는 말을 공부했습니다. 기분은 곧 감정이니, 몸의 기분, 몸이 느끼는 감각을 알아보자고 바깥으로 나갔습니다. 교실 옆 보도블록을 따라 걸으며 무엇이 있는지 어떤 느낌이 드는지 느껴 보자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정작 아이들은 화단에서 본 송충이와 뱀딸기와 콩벌레에게 관심이 쏠렸습니다. 뱀딸기는 먹지 말래도 한 움큼 따 온 아이도 있고, 몰래 먹어 본 아이도 있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는 현관 앞 나무 계단에 앉아서 운동장 울타리 나무 이파리가 움직이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콩벌레가 콩 같았습니다./ 콩벌레가 너무 작아서 귀여웠다./ 콩벌레를 만지니까 손이 간지러웠다.”(「콩벌레」, 최준범)
“뱀딸기가 빨간색 가루가 있었고/ 동그란 모양이었고/ 빨간색이었다./ 느낌이 좋아서 한 개 땄다.”(「뱀딸기」, 성연우)
“바람이 시원했어요. 그런데 바람이 말했어요./ 시원했다는 말이었어요./ 바람이 가면서 싹을 흔들었어요.”(「바람」, 이대우)
“밖에 나가서 바람을 쐬니까 상쾌했어요./ 그리고 시원하기도 했어요./ 그리고 바람 때문에 꽃이 흔들렸어요./ 기분이 좋았어요.”(「바람」, 전호진)
“공벌레가 공같이 생겼어요./ 공벌레가 콩같이 생겼어요./ 꿈틀꿈틀 움직였어요.”(「공벌레」, 오세준)
“바람이 꽃이랑 나무를 부드럽게 움직였다./ 신기했다./ 꽃이 넘어졌다.”(「바람」, 윤해환)
“송충이가 곰돌이 인형 털 같았다. 그리고 송충이가 줄 같았다./
그런데 무서웠다./ 그리고 신기했다.”(「송충이」, 방하민)
“뺌딸기는 먹는 게 아니지만 맛있어 보여요./
나는 멋있어 보여서 먹고 싶어요./
나는 침만 꿀꺽! 하고 넘어가요./
나는 지금 배가 고파요./ 지금 뱀딸기를 먹고 싶어요.”(「뱀딸기」, 장연우)
“송충이가 귀엽게 생겼어요./ 그리고 송충이가 먹을 거 찾아서 가는 게 재미있어요./ 그리고 성끔성끔 재미있게 걸어갔어요.”(「송충이」, 방현준)

모내기

올해부터 학교에서 마을 논을 임대해서 전교생이 논농사 체험을 시작하였습니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논농사의 시작은 모내기입니다. 학년별로 시간차를 두고 나란히 줄을 서서 모내기를 하는데, 말이 모내기지 모와 씨름하기나 다름없었습니다. 모는 몇 개를 떼어 얼마 깊이만큼 어디에 심어라 말해도 처음으로 모내기를 해보는 아이들에겐 소용없는 일이었습니다. 시작한지 채 5분도 안 되어 남자아이들은 모는 내지 않고 물장난을 치며 노느라 신이 났습니다.

“모내기를 하고 있었는데/ 땅이 질퍽질퍽 했어요./ 진흙이 부드러웠어요.”(「진흙」, 이도헌)
“모가 풀 같았다./ 그리고 수박을 먹었다./ 집에서 먹고 싶다./ 이어서 먹고 싶다./ 모내기를 해서 행복했다.”(「모내기와 수박」, 윤해환)
“모 심기를 했는데/ 모가 없었습니다./ 그때 내 마음은/ 좀 더 많이 심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어떤 엄마가 모를 줬습니다./ 모를 심는데 내가 넘어졌습니다./ 내 마음은 조금 푹신했습니다.”(「모 심기」, 이윤호)
“소금쟁이들이 진흙에서 놀고 있어요./ 내가 진흙에 들어가려고 했는데/ 소금쟁이가 깜짝 놀라서 도망쳤다./ 다음에는 소금쟁이를 잡을 것이다.”(「소금쟁이」, 이지민)
“모내기를 하러 갔는데/ 내 발이 빠졌다./ 그리고 내 발을 진흙이 잡아당기는 것 같았다./ 그래서 빼기 힘들었다./ 그리고 재미있었다.”(「수렁」, 최준범)
“논에 모를 심으러 들어갔다./ 발이 출출 빠져서 안 좋았다./ 거머리가 나올 듯했는데/ 안 나와서 다행이다.”(「늪」, 송용준)

초여름 산책

날씨가 무더워도 아이들은 교실에 앉아 있는 것보다 바깥에서 뛰노는 걸 좋아합니다. 짬을 내어 놀이터에서 조금 놀다가 아이들이 다 모이자 버찌를 따주었습니다. 버찌를 먹으면서 씨 멀리 뱉기 놀이도 했습니다. 운동장에서 사는 벚나무인데도 나무마다 버찌 맛이 달랐습니다. 그런 다음 텃밭에 나가 1학년이 심은 상추 이랑에서 풀을 뽑고, 서너 포기씩 싹터서 자라는 옥수수도 두 개씩만 남기고 솎아주었습니다. 그런데 그 틈에 아이들 절반은 날씨가 덥다고 나무 그늘에서 딸기와 버찌와 모래를 찧고 범벅해가며 음식 만들기에 정신이 팔려 있었습니다. 솎은 옥수수를 가져와서 돌아오는 길 사육장에 들러서 철망 사이로 닭과 토끼에게 먹이로 주었습니다.

“딸기 케이크를 만들고 있었는데/ 송용준이 딸기를 따지 말라고 했습니다./그런데 친구들은 어쩔 수 없이/ 딸기를 두 개 땄습니다./ 그래서 모래를 뿌리고/ 풀을 넣고/ 돌멩이 위에다 올려서/ 흙을 올려서/ 또 돌멩이를 흙 위에 올려서/ 먹는 척했습니다.”(「딸기 케익 만들기」, 장연우)
“먼저 벽돌 위에 모래를 놓고/ 그 다음 풀을 끝에다 놓고/ 딸기를 올려 논 다음에/ 벽돌을 위에 논 다음에/ 벽돌을 떼면 끝.”(「딸기 케이크」, 성연우)
“우리 텃밭에서 옥수수가 너무 많아서/ 조금만 뽑았다./ 너무 안 빠져서/ 두 손으로 뽑았다./ 그래서 토끼하고 닭한테 줬다.”(「풀 뽑기」, 이지민)
“버찌로 내기를 했다./ 버찌가 맛있었다./ 동글하다./ 씨앗 뱉기 놀이를 했다./ 멀리 뱉는 거다.”(「버찌」, 송용준)
“버찌를 먹기 전에는/ 달다고 해서 맛있을 것 같았는데/ 먹어보니까 전혀 맛이 없었다./ 큰 버찌도 맛이 없을 것 같았는데/ 큰 버찌는 맛이 있었다./ 큰 버찌가 맛이 있어서/ 여덟 개나 먹었다./ 버찌를 먹으려고 하는데/ 자두색 물이 들었다.”(「버찌」, 오윤성)

국어 시간에 시에서 반복되는 말을 배웠습니다. ‘반복’이 무엇인지 모르는 친구들이 있어서 ‘반복’의 뜻을 멜로디언 연주곡의 노랫말과 계이름, 『ㄹ 받침 한 글자』에서 읽었던 시들을 다시 읽으며 공부했습니다. 반복되는 말이나 흉내 내는 말을 하나씩 넣어서 시를 쓰자고 했습니다. 이번에도 한 아이가 일찍 가지고 나왔는데, “엉? 반복되는 말은 어디 있어?” 물으니 “버찌가 두 번 들어갔잖아요.” 합니다.

안타깝게도 한 명도 반복되는 말이나 흉내 내는 말을 넣어서 시를 쓴 아이가 없었습니다. 더군다나 노래처럼 줄을 바꿔서 써 보자고 했는데 한 명도 내용이나 호흡에 따라 바꿔 쓴 아이가 없었습니다. 교육 효과가 전혀 없었고, 기대도 완전히 빗나간 것이지요. 가만 생각해 보니 아이들이 시를 감상하는 것과 실제 시 쓰기는 다르다는 걸 간과한 까닭이기도 하고, 1주일에 한 편씩 시를 읽었다고는 하나 시의 형태까지 요구했던 게 무리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김은영 | 198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동시로 등단. 동시집 『빼앗긴 이름 한 글자』 『김치를 싫어하는 아이들아』 『아니, 방귀 뽕나무』 『선생님을 이긴 날』 『ㄹ받침 한 글자』 『삐딱삐딱 5교시 삐뚤빼뚤 내 글씨』 등을 펴냈습니다. 현재 남양주 작은 초등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