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07월 통권 제15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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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깊은 책 이야기

[어린이 책 깊이 들여다보기]
삐딱삐딱 교실 이야기

문현식 | 2015년 07월

1학년 입학생이 고개를 갸우뚱하고 묻는다. “선생님도 몽둥이 갖고 있어요?” 몽둥이를 갖고 다니는 교사는 없겠지만 갓 초등학생이 된 아이들 사이에 그런 소문이 퍼졌나 보다. 이런 질문도 한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선생님이 무서워요? 6학년 선생님 몽둥이가 제일 커요?” 입학할 때 풍선을 함께 하늘로 날리고 꽃을 안겨줬음에도 일단 경계심을 품고 시작하는 초등학교 생활이다. 미소를 머금고 있었음에도 남녀로 줄 세우고 똑같이 생긴 교실에 넣고, 걸상에 번호대로 앉히는 선생님이 아이들 눈에 그저 수상한 사람이었나 보다.

아이의 말에 몇 마디 보태면, 낯선 사람이 몽둥이를 들고 아이들을 훈련시켜 전쟁터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격대원으로 기르는 곳이 학교라고 생각하나 싶어 마음 한쪽이 찌릿하다. 혁신교육이라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지금 우리 교육은 제대로 가고 있나, 아이들의 입장에서 교육이 출발하고 있나, 학생의 사유와 감성은 존중되고 있나, 다양한 삶의 방식을 승인하고 있나. 아직도 갈 길은 멀다.

이런 교육 현실에 대한 삶의 방식으로 입학부터 졸업까지 제도권 학교 안의 모든 교사와 교육을 왠지 삐딱하게 바라봐야 더 재미있는 일이 생길 것 같은 곳, 삐딱해야 제대로 보일 것 같은 곳이 바로 학교다. 학교와 학원과 집을 오가는 비슷한 삶 속에서 아이들의 삐딱함과 당돌함은 자율적이고 주체적인 인격의 소유자임을 말하는 일종의 표현 방식이다. 아이들의 삐딱함이 오늘을 사는 에너지며 생활의 숨구멍이 된다는 것을 아이들과 함께하는 교사는 안다. 그래서 모르는 체 더러 내버려 두기도 하는데, 그럴 때 교실이 팔딱팔딱 뛰는 걸 본다.

교실의 빈틈을 끊임없이 노리는 아이들과 그 작은 틈마저 막으려는 교사와의 대결은 언제나 즐겁다. 매번 교사의 패배로 끝나지만 매 순간 데뷔 첫 승을 거둔 승리 투수처럼 좋아하는 아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아이들이 앞에 있다는 것, 교사에게도 역시 숨구멍이다. 그 유쾌한 싸움은 늘 악당 역할을 맡아 어리둥절해 하는 교사와 영리한 꾀돌이가 되어 악당을 물리치는 삐딱한 학생과의 만남이며 역동적인 관계를 맺는 일이다. 교사와 학생의 어울림 속에서 삐딱함이 자연스레 허락되는 교실의 유쾌하고 잔잔한 이야기가 『삐딱삐딱 5교시 삐뚤빼뚤 내 글씨』에 가득하다. 그 이야기가 펼쳐지는 교실로 나는 어벤져스 가방을 매고 신발주머니 뱅뱅 돌리면서 들어가 본다.

아침

교실에 도착하니 친구들이 나를 맞이한다. 선생님이 아직 출근하지 않은 8시 20분. 우리는 동그랗게 모여 책상에 걸터앉아 어제 있었던 이야기를 마구 쏟아낸다. 나는 아껴 둔 똥 이야기를 하나 꺼냈다. 똥 이야기는 언제나 인기 만점이다.

어미 소가/ 꼬리를 치켜들었다.// 절퍼덕!/ 똥이 바닥에 떨어진 순간/ 커다란 초록 피자가 되었다.// 모락모락/ 김이 난다. _「소똥 피자」 전문

더 이상 똥으로는 새로울 이야기가 없을 것 같지만 어떻게든 계속 나온다. 똥 이야기라면 일단 웃길 확률이 높다. 강하게 잔상이 남아 두고두고 떠올리는 재미가 있다. 재미있는 이야기 중에 선생님이 등장한다. “자, 이제 자리에 앉을까? 아침 독서 시간이네.” 그저 앉으라는 소리만 했을 뿐인데 우리의 훈훈한 아침에 찬물을 끼얹은 기분이다. 그리고 왠지 앉으라는 소리 한 번에 자리에 앉기란 자존심이 상한다. 우리는 교실 뒤를 서성인다. 창문 밖을 보고, 물을 마시고, 사물함도 열고 닫고 하다가 다섯 번째 앉으라는 말을 듣고서야 앉는다. 다른 똥 이야기(「잔소리 똥」, 「찰흙 놀이 시간에」)가 앉자마자 킥킥 떠오른다.

아침 독서 시간

아침에 가만히 책 읽기란 참 괴로운 일이다. 일단 어제 읽던 책을 꺼내 글자를 본다. 그때 선생님이 전화를 받고 교실 밖으로 나가신다. 기회닷!

선생님이 교실을 나가자마자/ 책 속에 갇혔던 글자들이/ 와르르 쏟아져 나와/ 아이들 입 속으로 들어갔다./ 시끌벅적 터져 나오는 소리들/ 먼지처럼 풀풀 복도까지 날아다녔고/ 의자에 묶였던 다리들도 풀려나/ 쿵쾅쿵쾅 걸어 다녔다.

선생님 모습이/ 복도 창가에 비친 순간/ 다리들은 재빨리 제자리로 돌아가고/ 글자들은 조용히 책 속으로 들어가서/ 반듯이 줄을 맞춰 앉았다./ 글자들이 아이들 눈을 읽었다. _「아침 독서」 전문

수업 준비

“자, 그만 읽고 화장실에 다녀올 사람만 잠깐 다녀오세요.” 나는 어제 읽은 페이지 그대로 책을 덮었다. 그때 교실 뒷문이 활짝 열리며 화장실에 다녀오라고 하자마자 다녀온 한 남자아이가 소리쳤다. “남자 화장실에 누가 왕똥 쌌다!” 또 똥이었다. 누군가 실수를 한 모양이다. 교실에 앉아 있던 남자아이들 모두 화장실로 우르르 뛰어간다. 여자아이들도 따라가 본다. 선생님만 교실에 혼자 남았다.

2층 화장실 두 번째 칸/ 변기 테두리에/ 뿌지직!// 싸질러 놓고 달아난/ 엉덩이 나와라./ 냄새가 코를 막고 절규한다./ 아무리 급해도/ 제대로 골인시켜라. _「엉덩이 현상 수배」 전문

수업 시간

화장실로 구경 갔던 아이들이 복도 끝 선생님 손짓을 보고 교실로 돌아왔다. 선생님은 화난 얼굴로 복도에서 뛴 아이들을 불러냈다. 아이들은 억울한 듯 「복도에서 뛰는 까닭」에 대해 말했다.

“사뿐사뿐 걷다 보면/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가벼워지기 때문입니다.”
“복도 끝이 백 미터 결승선처럼/ 기다리고 있어서요.”
“운동장에서/ 아이들 뛰노는 소리가 나를 불러서요.”
“우측통행만 있고/ 신호등이 없잖아요.”

선생님은 우리들의 변명에 입을 꾹 다물고 눈을 감았다. 앗싸! 우리가 이겼다. 이번 시간은 과학 수업이다. 한 3분쯤 지났을까, 선생님의 설명이 띄엄띄엄 들려온다. “일단 가장 쉽게 물… 물이 고체로 변하는 게… 라고… 그리고 고체가 기체로… 기체가 고체로 변하는… 라고…. …물이 기체……, 또 반대로 수증기… 물… . 질문 있나요?”

내 생각도 운동을 한다.
내 생각은 기체보다 가볍다. _「실험 안 하는 과학 시간」 부분


도대체 쉬는 시간은 언제 오는 걸까? 수업 시간에 더 느리게 가는 시계를 힐끔힐끔 바라본다.

짝을 보듯 앉은 자세 옆으로 삐딱!
엎드리고 쓰는 글씨 옆으로 삐딱!

나를 노려보는 샘 눈빛 삐딱!
나를 나무라는 샘 말씀 삐딱!

쉬는 시간 언제 오나?
벽에 걸린 시계도 삐딱!

삐딱삐딱 5교시.
삐딱삐딱 5학년. _「삐딱삐딱」 전문

선생님도 삐딱한 우리를 어르고 달래가며 수업하기는 힘든지 시계를 힐끔힐끔 보셨다. “이번 시간은 여기까지 하고 잠깐 쉬었다가 해요.” 선생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우린 책상을 박차고 일어섰다. 열심히 공부한 우리에게 쉬는 시간은 조금씩 녹여 먹고 싶은 달콤한 사탕이다.

쉬는 시간

교실에서 풀려난 우리들은 운동장으로 뛰어나갔다. 쉬는 시간은 짧다. 운동장으로 나가는 시간 3분, 진짜 쉬는 시간 4분, 다시 교실로 들어오는 시간 3분이면 쉬는 시간 10분이 금방 지나간다. 그래도 일단 뛰쳐나가고 본다. 우린 운동장에서 경찰과 도둑이 되어 「경도 놀이」를 했다. 쉬는 시간 10분이 10분으로 끝날 수 있다면 쉬는 시간이 아니다. 또 다시 늦어 버린 수업 시간. 선생님이 우릴 부른다.

화가 난 선생님
현관까지 나와 손짓한다.
 
경찰이 부른다고
달려오는 도둑 있나요? _「경도 놀이」 부분


“샘, 화났다! 우리 얼른 뛰어가자!” 우린 도둑이 되어 교실로 들어갔다. 마치 도둑이 경찰을 잡을 기세였다. 우리를 찾아다니는 선생님이 있어서 쉬는 시간이 더 즐겁다.

야외 수업


교실로 잡혀 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또 엉덩이가 근질근질하다. 잠시 후 엉덩이에게 자유를 줄 기회가 왔다. “떨어지는 나뭇잎을 받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말이 있지요? 그래서…” “그럼 우리 소원 빌러 나가요.” “네, 맞아요. 선생님 우리 나가요. 네?” “나가요!” “나가요! 나가요!” 재빨리 말을 끊고 모두 합창을 한다. 선생님은 못 이긴 척, “그럼 소원 빌고 올까요?” “와! 선생님 짱!”

은행잎이 팔랑팔랑/ 바람에 흩날렸다.// 얘들아, 이거 알아?/ 떨어지는 은행잎을/ 두 손 모아 받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대.// 우리 밖에 나가서/ 은행잎 소원 빌까?// 네! _「신나는 거짓말」 전문

시험 시간

우린 소원을 빌고 들어와 시험 준비를 했다. 시험이 사라지게 해달라는 소원을 빌었지만 이루어지지 않았다. 시험은 왜 보는 걸까? 우리는 학원을 쉴 새 없이 다니지만 왜 다니는지 모른다. 왜 다니는지 생각할 시간도 없다. 다만 어른들의 이런 말만 들었을 뿐이다.

멍청아,/ 시험은 전쟁이야./ 살아남고 싶으면/ 납작 엎드려 공부해. _「시험」 부분

놀고 싶어요./ 그래, 나중에 대학 들어가면 실컷 놀아라./ (그땐 어른인데요.) _「언제 놀아요」 부분


「채점 끝난 시험지」를 받아 보면 우린 이렇게 깨닫게 될 것이다.

아, 공부란/ 바른 것, 옳은 것, 알맞은 것을 아는 것보다/ 아닌 것, 알맞지 않은 것, 관계가 없는 것을/ 골라내는 것인가 보다. _「채점 끝난 시험지」 부분

그래도 우리 선생님은 다른 어른들과 다른 것 같다. 공부, 시험 얘기를 우리처럼 싫어하기 때문이다.

집으로 가는 길
 
집에 가는 길에 배추 모종을 보았다. 나란한 모습이 “초록 나비가/ 두 줄로 나란히 날개를” 편 것(「초록 나비」) 같았다. “하얀 오리 떼” 같은 목련(「목련 꽃봉오리는」)도 금방 날아오를 것처럼 보였다. “쯔빗쯔빗쯔빗쯔빗쯔빗 쯥” “봐요봐요봐요봐요봐요 봐” “왜요왜요왜요왜요왜요 왜” “와요와요와요와요와요 와”(「작은 새」)하고 서로 말하는 작은 새들이 하늘을 난다. 물 고인 논은 산을 품었다.

늦봄에 찾아간
지리산 둘레길 마을.

그렁그렁
물 고인 논마다
푸른 산을 품고
산 너머 푸른 하늘까지
나붓나붓 담았다.

푸른 산 푸른 하늘 위에
연초록 어린모들이
촘 촘 촘 촘 촘……
손을 내밀었다. _「산 하늘 모내기」 전문

잠들기 전 쓰는 일기

오늘은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쓰기로 하고, 잠들기 전 일기장을 펴 친구들과 선생님을 생각했다. 운동장 논을 누군가가 헤집었는데 “발자국을 살펴보니/ 모두 운동화를 신었다”며 운동화 신은 멧돼지가 범인 같다는 선생님의 이야기(「1학년 멧돼지」)를 듣고 가슴이 콩닥콩닥했던 일이 떠올랐다. 풀은 “하늘이 심”고 “땅이 심은 거”라 많다는 (「하늘 농사 땅 농사」) 이야기, 꽃은 학교고 꿀벌은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이라는 선생님의 이야기도 생각난다. 하지만 “꽃은 벌들이 노는 놀이터예요./ 꿀벌들이 신나게 놀고 있잖아요”(「꽃과 꿀벌」)라고 일기에 썼다.

이렇게 내가 본 동시집 속 아이들은 교과서 공부는 열심히 안 하지만 교과서 밖에서 삐딱삐딱 잘 놀면서 잘 자라고 있었다. 아이들 곁에는 아이들과 눈을 맞추고 들어주고 또 들어주는 선생님이 있었다. 책머리에 ‘시는 나와 아이들과의 만남이자 세상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라는 시인의 말처럼, 여기 실린 동시들은 시인 혼자 쓴 게 아닌 아이들과 이웃과 함께 살아가며 만들어진 시이다. 삐뚤어진 세상, 조금은 삐딱하게 살아가는 아이들 편에 서서 응원과 위로를 보내는 동시들과 나만 아는 예쁜 꽃밭처럼 곁에 두고 내내 보고픈 동시들은 우리 아이들과 어른 모두에게 재미와 더불어 깊은 울림과 감동을 줄 것이다.
문현식 | 2008년 월간 「어린이와 문학」에 동시로 등단했다. 일기 모음집 『선생님과 함께 일기 쓰기』와 동시집 『팝콘 교실』을 펴냈다. 춘천교대 대학원에서 아동문학을 공부했고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