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05월 통권 제15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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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를 잇는 다리, 그림책 속 옛이야기]
「반쪽이」옛이야기 그림책 견주기

박현숙 | 2015년 05월

몇 해 전, 동네 어머니들과 함께 인형극을 준비하면서 유아교육과 교수님에게 인형 제작법과 작동법을 배울 기회가 있었다. 그때 필자가 인형극 준비 작품으로 「반쪽이」 옛이야기를 제안하였다. 그런데 지도 교수님의 반응이 의외였다. 반쪽이의 모습이 혐오스러워 아이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정말 그럴까?

반쪽이를 향한 우리의 시선

「반쪽이」 옛이야기 주인공에 대한 우리의 시선은 몇 편의 옛이야기 그림책 속 표현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림책에서 반쪽이는 눈도 하나, 귀도 하나, 팔도 하나, 다리도 하나, 머리도 반쪽, 몸도 반쪽, 모든 것이 반쪽이었다고 서술되어 있다. 그리고 모든 그림책의 반쪽이 그림 역시 신체가 절반의 모습을 하고 있다. 즉, 신체 장애가 있는 인물로 형상화되어 있다. 그런데 구전설화에서는 반쪽이를 ‘반편이’라고 지칭하기도 한다. 그림책에서 반쪽이를 신체적 장애를 지닌 인물로만 규정할 필요는 없다. 반쪽이는 우리 사회에서 임의적으로 규정지어 놓고, 판단하는 정상의 기준과는 다른 대상들을 포괄하는 상징적 인물이다.


옛이야기에서는 반쪽이가 이렇게 태어난 데에 대한 나름의 내력이 전해진다. 자식이 없는 부부가 치성을 올린다. 신이한 존재가 나타나 어머니에게 아이를 잉태할 수 있는 음식을 알려 준다. 그리고 반드시 그것을 어머니 혼자 다 먹으라고 당부한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상대에 의해 마지막 하나는 반이 된다. 어머니가 어쩔 수 없이 마지막 반쪽 음식을 먹고 낳은 아이가 반쪽이다. 대부분의 그림책에서는 잉태 음식은 물고기로 설정되어 있고, 물고기 반쪽을 먹어 치우는 대상은 고양이로 설정되어 있다. 그리고 구전설화에서는 잉태 음식이 잉어를 비롯한 물고기, 무, 오이, 참외, 곶감, 나무 열매, 알약 등 다양하다. 그리고 잉태 음식을 나눠 먹는 대상은 남편으로 설정되는 경우가 가장 많고, 이웃 사람, 고양이로도 설정되어 있다.

반쪽이 탄생 내력담은 매우 인상적이다. 이야기에서는 남다른 아이의 탄생에 대해 아이를 잉태하고 출산한 어머니에게만 그 책임을 전가시키지 않는다. 때론 남편이, 때론 이웃이, 때론 고양이가 그 책임을 함께한다. 이는 태어남과 동시에 공동체 구성원이 된 아이에 대해 전통 사회가 지니고 있는 공적 책임 의식의 반영이라 할 수 있다.

이야기 속 등장인물들의 반쪽이를 향한 시선은 어떠한가? 오늘날 우리 사회의 시선과 많이 닮아 있다. 반쪽이의 형제들은 과거 시험이든 호랑이에게 죽임을 당한 아버지에 대한 복수든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길을 떠난다. 그런데 형들은 반쪽이와 함께 가기를 꺼린다. 그림책에서는 반쪽이가 부끄럽고 창피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형들은 동행하던 반쪽이를 나무에 묶어 두고 가기도 하고, 커다란 바위에 묶어 두고 가버린다. 어머니가 형들만 서당 공부를 시키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반쪽이가 같이 공부하는 이들에게 놀림의 대상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가족들은 반쪽이를 부끄러움의 대상으로 여기고, 한 사람의 몫을 제대로 해낼 수 없는 존재로 인식한 데에서 나온 행동이다. 타인들은 반쪽이를 자신들보다 한참 부족하고 모자란 대상으로 인식한다. 사람들의 이러한 인식과 태도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구전설화의 한 장면이 있다.

형제들은 아버지를 죽인 호랑이를 복수하기 위해 길을 떠난다. 형들은 여러 방법을 동원하여 반쪽이를 떼어 놓고 앞서간다. 반쪽이가 형들을 찾아 큰 산을 넘으려하자 사람들이 위험하다며 만류한다. 그 산에는 험악한 호랑이들이 무리지어 살고 있어서 100명이 모여야 넘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반쪽이가 자신을 포함하면 100명이니 지금 산을 넘어가자고 말하자 사람들은 거절한다. 이유는 반쪽이가 반편이라 100명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가 반쪽이를 대하는 보편적 시선이 여기에 그대로 축약되어 있다. 그의 재능을 철저히 무시하고 재능을 펼칠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 그 속에는 자신보다 상대가 못하다고 얕잡아 보는 시선과 무시가 자리한다. 반쪽이가 가지고 있는 호랑이 가죽이 탐나서 반쪽이에게 내기를 제안하는 부자가 대표적 인물이다. 내기에 자신의 여식을 거는데, 이는 부자가 딸을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반쪽이가 절대 자신을 이길 수 없다는 자신감의 발로에서 나온 것이다. 이 자신감의 기저에는 부족하고 모자라 보이는 반쪽이를 얕보고 무시하는 마음이 짙게 깔려 있다.

편견에 대한 반쪽이의 반격

옛이야기의 주인공 반쪽이는 편견에 갇힌 우리의 반쪽 시선에 대해 보란 듯이 그들보다 우월한 능력을 보여 준다. 형들이 반쪽이를 큰 바위에 묶고 달아났을 때 아주 쉽게 바위를 들쳐 업고 집 앞마당에 가져다 내려놓으며 형들 과거 잔치할 때 떡판으로 쓰라고 한다. 형들이 나무에 묶어 놓고 달아났을 때도 나무를 뿌리째 뽑아 집에 갖다 놓으며 형들 과거 잔치 때 떡매로 쓰라고 한다. 형들이 뛰면 반쪽이는 난다.

반쪽이의 힘은 생명의 위협 앞에서 더욱 크게 위력을 발휘한다. 그림책에서는 형들이 반쪽이를 호랑이 무리 앞에 던져 놓고 달아난 상황이라 자신의 목숨을 살리는 데 그 힘을 썼지만, 구전설화에서는 상당 부분 타인의 목숨을 구하는 데 힘을 쓴다. 노파로 둔갑한 호랑이 집에서는 호랑이 무리를 모두 잡아 위험에 빠진 형들의 목숨을 구한다. 또 100명이 모여서 산을 넘어가야 했던 마을 사람들에게는 잡은 호랑이 고기도 나눠 주고, 호한에 대한 마을 사람들의 근심도 없애 준다. 반쪽이를 무시하고 얕본 사람들이 오히려 반쪽이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도움을 받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반쪽이는 호랑이 가죽마저 빼앗기 위해 딸을 놓고 내기를 제안한 부자와 지혜 대결을 펼쳐 완승한다. 부자는 반쪽이가 딸을 데려가지 못하도록 온 집안을 지킨다. 그러나 반쪽이는 그날 가지 않는다. 부자 집안의 사람들은 첫 날부터 날밤을 지새우며 헛수고한 것이다. 부자가 반쪽이에게 왜 오지 않았는지 묻자 ‘갑자기 어머니가 편찮으셔서 약 지으러 다녀오느라고 못 갔다’고 둘러댄다. 부자가 오늘은 꼭 오라고 해도 반쪽이는 그러겠다고 대답은 하지만 가지 않는다. 부자가 오지 않은 이유를 물을 때마다 ‘조부모 제삿날이라서’ ‘어머니 생신이라서’와 같은 부득이한 집안 사정을 둘러대며 매순간 위기를 넘기고 시간을 계속 끈다. 반쪽이가 거짓말로 부자를 골리는 장면은 구전설화에서는 대부분 나타나지만 그림책에서는 발견하기 어렵다.

부자는 반쪽이에게 오늘도 오지 않으면 반쪽이가 내기에 진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엄포를 놓으며 반쪽이가 쥐고 있던 대결의 주도권을 되찾으려한다. 하지만 이 또한 반쪽이의 머릿속에 이미 계산된 바이다. 한 마디로 반쪽이가 부자의 머리 꼭대기에 있는 것이다. 반쪽이는 빈대와 벼룩, 줄, 시루, 자갈돌, 유황 등을 챙겨서 깊은 밤 부잣집을 찾아간다. 그러나 이미 며칠 밤을 뜬눈으로 지새운 가족들은 아무리 정신을 차리려고 해도 밀려오는 졸음을 이기지 못한다. 반쪽이는 문 앞을 지키는 사람들의 상투를 서로 줄로 묶어 두고, 지붕 위의 사람들에게는 시루를 씌워 둔다. 그리고 부자 아내의 저고리에는 자갈돌을 넣어 두고, 부자의 수염에는 유황을 발라 둔 뒤, 처녀의 방에 빈대와 벼룩을 뿌려 놓는다.

처녀가 몸이 가렵다며 방안에서 뛰쳐나오자 기다리고 있던 반쪽이가 처녀를 업고 담을 넘으며 “반쪽이가 딸을 업어간다”고 소리친다. 그 소리에 놀라 잠이 깬 사람들은 야단법석이다. 딸을 지키기는커녕 당장 제 코가 석자다. 상투가 묶인 사람들은 서로 상대방을 향해 상투 놓으라며 험한 소리로 싸운다. 시루를 쓰고 있는 사람들은 하늘이 무너졌다면서 아우성이다. 부자는 불을 켜려고 성냥불을 당겼다가 유황 묻은 수염에 불이 옮겨 붙어 수염이 활활 타오른다. 아내는 남편 수염에 붙은 불을 끄겠다고 양팔을 휘두르지만 양팔 저고리 안에 든 자갈돌이 부자의 양 뺨을 때릴 뿐이다. 상상만으로 우스꽝스러운 이 광경은 해학이고 풍자다. 그들이 부족하고 모자라다고 우습게만 보았던 반쪽이가 우월하다고 자만한 그들에게 던진 통쾌한 조롱이고 반격인 것이다.

다름이 지닌 특별함

「반쪽이」 이야기는 편견에 갇혀 있는 우리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준다. 그는 나와 다를 뿐이라고. 옛이야기 속에는 우리가 규정한 정상의 모습과는 다른 인물들이 종종 등장한다. 이들은 정상보다 하나가 부족하거나 더 많다. 삼족오는 다리가 세 개인 까마귀다. 태양 속에 산다는 전설의 새다. 사람들은 삼족오를 신성한 존재로 인식한다. 삼족구는 다리가 세 개인 개이고, 구미호의 유일한 천적이다. 인간으로 둔갑한 여우를 정확히 알아보고 달려가 목덜미를 물어 퇴치한다.

옛이야기에서는 다름의 여러 요소 중에서 특별함에 의미를 둔다. 반쪽이가 처녀와 평생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결말이 결코 허튼 소리로 들리지 않는 것은 그에 대한 믿음이 있어서다. 그의 남다름에 대해 편견을 가지지 않고, 있는 그대로 인정함으로써 생긴 믿음이다.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 줄 때, 그 특별함이 드러나고 눈에 띄는 법이다.

만약 상대가 나보다 무엇인가 부족하다고 하여, 혹은 나보다 어리다고 하여, 그 상대를 무시하고 얕잡아 보는 누군가가 있다면, 지금 당장 두 눈을 번쩍 뜨고 생각을 달리하기를 권한다. 언제 부자와 같이 반쪽이의 반격을 받을지 모를 일이다. 완벽하고 완전한 인간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나 역시 반쪽이인 것을.
박현숙 | 옛이야기가 세상과 소통하는 길에 대해 관심이 많습니다. 그래서 ‘옛이야기 들려주기 방법’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고, 옛이야기를 현장에서 채록하는 일, 어린이에게 들려주는 일, 책으로 재화하는 일과 연구를 함께 하고 있습니다. 펴낸 책으로 『암행어사 박문수』 『호랑이 배에서 덩 딱기 덩 딱!』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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