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05월 통권 제15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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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책 읽기 신나는 교실]
비밀 학교, 두려움을 용기로 극복하는 성장 공간

오동진 | 2015년 05월

학생들과 지내다 보면 문득 저의 어린 시절이 떠오를 때가 있습니다. 그중에는 후회되는 순간도 있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 어느 날,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가다 운동장에서 육상 연습을 하는 여자아이를 봤습니다. 뛸 때마다 바람에 날리는 머리카락, 웃을 때 하얗게 드러나는 이가 참 보기 좋았습니다. 처음 느끼는 ‘설레임’이었습니다. 저는 바보 같고 순진한 아이였나 봅니다. 몇 년을 학교에서 같이 지내고, 임원 활동을 함께 했어도 그 아이에게 끝내 마음을 전하지 못했습니다. 또 한 가지는 피아노를 끈기 있게 배우지 못했습니다. 단계가 높아질수록 어려워지는 손가락 훈련이 그때는 참 하기 싫었습니다. 그래서 나중에 교대에 가서 고생하고, 지금은 학생들에게 피아노를 배우고 있는 형편입니다. 원하는 것을 깨닫고 용기 내어 실천하는 것이 쉽지 않은가 봅니다.

이번에 읽은 책 『비밀 학교』는 꿈과 도전, 두려움과 용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6학년 우리 반 아이들과 함께 2주 동안 읽었습니다. 교사가 읽어 주기도 하고, 친구들끼리 번갈아 읽기도 했습니다. 책을 함께 읽으며 아이들이 이야기의 즐거움에 빠질 때의 표정과 모습을 관찰하며 참 좋았습니다.

콜도라도 엘크 벨리에 사는 여덟 명의 학생들은 낡은 건물에 교실도 하나밖에 없는 학교에서 공부했습니다. 그중 열네 살 이다는 키가 150센티도 안 되지만 가장 똑똑합니다. 톰은 그녀의 친구입니다. 어느 날 플레처 선생님이 편찮으신 어머니를 돌보러 고향으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학기 말까지 한 달밖에 남지 않아서 새 선생님을 뽑을 수 없다는 이사장 조단 씨의 말을 듣고 이다는 절망합니다. 가을 학기에 고등학교에 입학하여 선생님이 되기 위해 공부하고 싶은데, 선생님이 안 계시면 졸업 시험도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농장을 하는 이다의 집은 형편상 올해 진학해야 겨우 지원해 줄 수 있는 상황입니다. 그때 친구 톰이 제안합니다. 이다가 선생님이 되어 아이들을 가르쳐서 학기 말까지 공부를 계속하고 시험을 통과하자고요. 즉 ‘비밀 학교’를 열자는 것입니다.

이야기의 배경인 1925년에는 이사장인 조단 씨가 “여자애가 고등학교 교육을 받아서 무슨 소용이 있”냐고 할 정도로 편견이 있었습니다. 또 이다는 아기 돌보기, 집안일, 마구간 청소, 소젖 짜기, 양 돌보기 등 할 일이 너무 많았습니다. 그러나 이다는 선생님이 되고자 하는 간절한 꿈이 있었습니다. 우리 반 친구들은 만약 이다의 상황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해 글쓰기를 하고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내가 이다라면 그냥 아이들을 데리고 비밀 학교를 만들 것이다. 꼭 조단 씨 말을 들을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부모님들은 학생이 가르친다고 하면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1년 과정을 다시 하는 것보다 나을 것 같다. 나중에 밝히는 건 나쁜 일이지만, 뭐 내 꿈을 실현하는 것이 중요하고, 배우는 사람도 좋을 거고 가르치는 사람도 좋을 것이다.(조○○)

나라면 아이들을 가르치지 않겠다. 이 책에 나오는 이다는 똑똑하지 않은 것 같기 때문이다. 이다가 가르치다가 오차가 있게 말해서 아이들이 잘못된 정보를 알 수도 있다. 그리고 둘째, 이다가 잠을 못 자 오히려 이다의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 또한 이다는 집에서 공부를 할 수 있는 형편이 안 되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완벽한 정보를 줄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조금 기다리면 정규 선생님이 오셔서 조금 더 체계화된 정보로 보다 유익하고 정확하게 가르칠 수 있다. 게다가 이다는 소젖 주고 양떼 모는 이런 형편에서 공부를 열심히 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이다는 선생님하면 안된다.(신○○)

조단 씨의 허락은 받지 못할 것 같다. 그래서 조단 씨 몰래 진짜 공부를 하고 싶은 아이들만 모아서 학교 지하실에 비밀 학교를 만들면 될 것 같다.(김○○)

나라면 힘들겠지만 집에서 개인적으로 공부를 하면서 농장을 돕고, 그 다음 해에 시험을 볼 것이다. 그리고 내 성격상 비밀 학교를 여는 그런 큰 계획을 하고 싶지도 않고 아이들을 가르치다가 자기도 정확히 잘 모르는 문제나 질문이 있으면 답을 해줄 수 없는 곤란한 상황이 올 수도 있기 때문에 별로 하고 싶지 않다. 그리고 고등학교에 가려면 돈도 필요하기 때문에 나라면 손수건이나 모자를 만들어 팔면서 학비를 벌 것이다.(박○○)

크게는 ‘비밀 학교를 만든다’와 ‘포기한다’ 두 가지지만, 글 속에 아이의 성향과 성격이 보이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들어 있어서 재미있었습니다. 그런데 톰의 제안에 이다는 고민하고 두려워합니다. 톰은 삼촌에게 들었던 말을 떠올리며 “만약 새로운 일을 시도하고 싶은데 두려운 생각이 들지 않으면, 그건 진짜로 새로운 일을 하는 게 아니” 라고 말해 줍니다. 이다는 고민 끝에 비밀 학교의 선생님이 됩니다. 하지만 이다의 선택이 끝이 아니었습니다. 용기를 실천하는 과정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비밀 학교가 2주 쯤 진행되던 무렵, 졸업 시험 감독인 세지윅 장학사가 옵니다. 세지윅은 이다와 톰이 졸업 시험을 볼 수 있고, 다른 아이들도 학기말 시험을 봐서 통과되어야 학점이 인정될 수 있다고 전해 줍니다. 아이들은 투표를 통해 모두 시험을 보기로 합니다. 이다는 새벽에는 젖을 짜면서 문장을 분석하고, 밤늦도록 공부합니다. 이사장 조던 씨가 비밀 학교에 대해 알게 되는 위기도 겪지만 아이들은 시험을 보고 합격합니다. 이야기를 모두 읽고 아이들에게 인상 깊은 장면을 꼽아 보라고 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톰이 이다에게 말을 걸어 ‘너가 선생님이 되면 어떻겠냐’고 묻는 장면이 제일 기억이 났다. 어떻게 톰이 그런 생각을 했는지도 신기하고 이다가 그 말을 받아들였다는 게 신기하다.(김○○)

내게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이다가 창문을 통해 학교 안으로 들어가 문을 열어 주었을 때이다. 왜냐하면 이제 새롭게 시작하는 느낌이 났기 때문이다.(박○○)

마지막에 이사회 회의 때 이다가 낭독한 내용이 너무 좋았다. 낭독한 내용은 “양심이 옳다고 하는 바를 행하여라. 이성이 명하는 바를 따르라. 일을 행함에 전심전력으로 임하라. 의무를 다하라. 그리하면 신의 가호가 있으리라.” 이 낭송에 조단 씨도 놀랐을 것이다.(박○○)

만약, 이다가 열심히 공부했지만 시험에 합격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를 물어 봤을 때 아이들은 이렇게 대답을 했습니다.

이다가 시험에 탈락 되었다면 일단 상처를 입었으니, 상처를 일단 회복하기 위해 농장 일을 도우며 동생 펠릭스와 친구들과 실컷 놀고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자신 있는 꿈을 찾아 다시 한 번 도전할 것이다. 시험에서 탈락해서 아무것도 하기 싫고 두렵겠지만, 나중에 아무것도 못해서 두려운 것보다는 차라리 시험에 탈락되는 게 더 낫다. 그러니까 또 탈락할 거라는 두려움을 잊고 다시 새로운 길로 떠날 것이다.(장○○)

이다처럼 시험에서 떨어진다면 아마 침대에서 1년 동안 울 것 같다. 그 다음은 일을 도우면서 틀린 부분을 복습할 거고 톰이랑 더 공부할 것이다. 아마 그것밖에 할 것이 없을 것 같다.(박○○)

내가 만약 시험에서 떨어진다면 어쩔 수 없이 집에서 농장 일에 더 심혈을 기울일 것이다. 그리고 나 말고도 펠릭스도 있으니 말이다. 그냥 엄마, 아빠와 함께 농장에서 살 것이다. 일하며 그것도 꽤 재미있을 것 같다. 그래서 내가 만약 시험에서 떨어진다면 다 그만두고 농장 일을 도맡아 할 것이다.(김○○)

마지막으로 옳다고 ‘믿는 일에 도전하는 것’에 대한 생각을 글로 쓰고 서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옳다고 믿는 일에 도전은 정말 멋진 것이다. 자기가 하고픈 걸 하는 건 정말 재미있는 일이다. 그 재미있는 일을 목표로 이룰 수 있으면 정말 좋겠다. 옳다고 믿는 일의 기준은 양심이다. 도둑질을 옳다고 믿고 도전할 수 없다. 왜냐하면 양심을 버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양심적으로 옳다고 믿고 도전하는 것이 멋진 것이다.(김○○)

난 내가 하는 행동이 옳다고 믿는 일이면 무조건 즉시 실행할 거다. 내가 생각하기에 옳은 일은 절대로 다른 사람들이 반대해도 듣지 않을 거다. 만약 알고 보니 옳은 일이 아니라면 사과할 거다. 중요한 건 용기 같다. 남들 앞에서 자기 의견을 말하는 거다. 그래야만 자신이 원하는 게 이루어 질 테니 말이다. 나도 그런 용기를 내도록 더 노력해야겠다.(김○○)

예를 들자면 친구들이 누구를 왕따 시키자고 할 때 같이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에 도전하는 것이 아닐까? 자신의 생각을 친구들 앞에서 ‘따시키지 말자’고 말하는 게 보통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유는 생각을 말했다가 친구들 맘에 들지 않으면 오히려 왕따를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박○○)

우리가 함께 읽은 『비밀 학교』는 두려움을 용기로 극복하고 어려움을 겪어내는 성장의 공간입니다. 누구나 주인공 이다처럼 목표를 이룰 수는 없지만, 이다와 같이 어떤 상황에서 고민하고 두려움을 겪습니다. ‘두렵지 않으면 새로운 일을 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말처럼 어찌 보면 성장은 두려움과 항상 함께 가는 것 같습니다.

이다가 시험에 불합격하는 ‘발칙한’ 상상을 해봤습니다. 우리의 도전이 항상 목표를 이룰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나름대로 실패의 슬픔을 극복하고 새로운 도전을 찾거나, 다시 도전하는 계획도 세웁니다. 성장의 본능은 누구에게나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비밀 학교』를 5학년 때 읽었다면 그 육상부 아이에게 마음을 표현할 ‘용기’가 생겼을까요? 피아노 배울 때 ‘인내’를 조금 더 가질 수 있었을까요? 즐거운 상상을 해봅니다.
오동진 | 경기도 양평의 작은 학교에서 아이들과 생활하고 있습니다. 눈이 길고 쳐져서 너구리 샘으로 불립니다. 재미난 책을 함께 읽으며 이야기하는 시간을 귀하게 생각합니다. 지역의 선생님들과 의미 있는 교육 활동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