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05월 통권 제15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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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책을 읽어요]
홀로 북극에 서다

박미영 | 2015년 05월

“딩동!” 아이들이 하나둘 우리 집으로 모여든다. 먼저 온 아이들은 어항 속 물고기를 들여다보거나 거실에 깔아 놓은 요가 매트에서 어설픈 요가 자세를 취하기도 하면서 다른 아이들이 다 올 때까지 기다린다. 아이들이 모두 모이면 둘러앉아 일주일 동안 있었던 이야기를 나누거나 우스갯소리를 주고받다가 자연스럽게 책 이야기로 이어간다.

처음에 이 책을 건넸을 때 책 표지를 본 아이들은 ‘이누이트’가 무슨 뜻인지 몹시 궁금해 했지만 나는 생각해 보라며 딴청을 피웠다. 호기심이 있어야 더 집중해서 읽을 수 있을 테니까. 열린어린이에서 만든 『책마을로 가는 열린어린이 독서교실』 4학년 편에 실린 이 책을 보고 언젠가 아이들이랑 읽어 봐야지 하고 점찍어 두었다. 도전과 용기에 대해 많은 걸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여서 새 학년을 앞두고 있는 봄방학에 이 책을 읽었다. 수업안도 따로 짤 필요 없이 독서교실에 실린 내용 중에 재밌어 보이는 걸 골라 해 보기로 했다. 아이들과 이 책을 읽고 나눈 이야기를 정리해 보았다.

주인공 나오미는 혼자 북극을 탐험하기로 결심하고 차근차근 계획을 세워 나간다. 살아남는 걸 목표로 삼고. 북극에서 살아남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일까? 북극을 잘 아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누이트(‘사람’이라는 뜻)라 불리길 원하는 에스키모(‘날고기를 먹는 사람’이라는 뜻)만큼 북극을 잘 아는 이들은 없다고 나오미는 판단했다. 이누이트족은 오랫동안 그들만의 방식으로 사냥을 하고,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날고기를 먹고, 동물 가죽으로 옷을 지어 입으며 살아왔다. 사람이 살기 힘든 열악한 환경에서 강인하게 살아온 그들이야말로 북극이 어떤 곳인지,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지 가장 잘 말해 줄 수 있을 것이라 여겼다. 나오미는 그들만의 생존 방식을 배우기 위해, 아니 이누이트가 되기 위해 그들이 살고 있는 곳으로 찾아간다. 일본에서 도시인으로 살아온 나오미가 과연 그들처럼 살 수 있을까 몹시 궁금했다.

“나오미가 이누이트 마을에 찾아갔을 때 마을 사람들이 나오미에게 생고기를 권하잖아. 만약 너희한테 생고기를 권하면 어떻게 할 거야?” “나라면 선뜻 생고기를 받아먹을 수 있을까, 그리고 생고기를 먹는 이누이트들과 같이 살아갈 수 있을까?” 아이들에게 물어보았다.

“당연히 먹어야죠.” “육회 얼마나 맛있는데요. 선생님은 못 먹어요?” “어, 난 계속 안 먹으려고.” “왜요? 육회에다 계란을 비벼 먹으면 정말 맛있는데. 계란을 가져가면 되지요.” 그걸 어떻게 먹느냐며 펄쩍 뛸 줄 알았는데 뜻밖이다. 말이 그렇지, 실제로 눈앞에 피비린내 풍기는 피 묻은 고깃덩이가 매달려 있는 걸 봤더라면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도망쳐 나올걸. 나오미도 그러고 싶었지만 입학시험이라는 생각에 역한 냄새를 참고 생고기를 먹는다. 그제야 이누이트족은 나오미를 식구로 받아들인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생존 훈련이 시작된 셈이다.

“나오미는 인내심이 엄청 많은 거 같아요.” “근데 개들이 너무 불쌍해요.” “대단한 거 같아요.” “엄청 힘들었을 거 같아요.” “나오미는 되게 똑똑한 거 같아요. 프랭클린 탐험대는 ‘야만인’들한테 도움을 청할 수 없다고 버티다가 129명 모두가 죽었잖아요. 나오미처럼 이누이트한테 도와달라고 했으면 되는데. 바보같이….” “이누이트들은 나오미한테 엄청 친절하고 사냥하는 법도 알려주고 개썰매 운전하는 법도 알려주었잖아요.” “날고기를 먹는 건 야만인이라서가 아니라 추운 데서 체온을 유지하려고 그러는 건데….” 아이들은 나오미의 탐험에 대해, 이누이트의 생활 방식에 대해 할 얘기가 많았는지 이런저런 생각을 풀어놓았다.

“근데 계속 탐험 이야기라 앞뒤 이야기가 좀 헷갈려요.” 좀 헷갈리는 내용을 정리도 할 겸 ‘내용 확인 퀴즈’를 내보기로 했다. 내용이 긴 책은 아이들이 집에서 2주에 걸쳐 읽어 오기 때문에 잘 읽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퀴즈를 낸다. 가끔 깜박하거나 시간에 쫓겨 그냥 넘어갈라치면 “오늘은 퀴즈 안 해요? 엄청 자세히 읽어왔는데….” 하며 자신감을 보인다. 이야기 흐름상 중요하다 싶은 부분을 골라 열 문제 정도 내는데 대충 읽어도 눈치로 맞히는 아이가 있고, 줄거리는 잘 기억하면서 퀴즈에 약한 아이도 있다. 답을 많이 못 맞히더라도 퀴즈 시간을 무척이나 즐거워한다. 퀴즈 열 문제를 맞히느라 어느새 흥분한 아이들과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나오미가 참 힘들었을 거 같다고 했잖아. 북극 탐험을 하면서 뭐가 가장 힘들었을까?” 하고 아이들을 둘러보았더니 아이들은 마치 자기가 힘든 일을 겪기라도 한 표정으로 제각각 생각을 말했다. “개들을 위해 버선을 만들 때요. 잠도 못 자고 텐트까지 찢어서 만들었는데 금방 찢어져서 또 만들고 또 만들었잖아요. 정말 힘들어 보였어요.” “거의 다 힘들었을 거 같아요.” “개들한테 채찍질할 때 너무 맘 아팠을 거 같아요. 개들이 죽을 때도요.” “저는 추위요. 추운 거 정말 싫거든요.” “맞아, 나도 추위 엄청 타거든. 추위 때문에라도 북극엔 못 갈 거야. 얼음이 녹으면서 나오미랑 개썰매가 물속에 반쯤 빠졌을 때 얼마나 조마조마하던지. 모두 물에 빠져 죽는 줄 알았어.” “아, 또 있어요. 곰이 냄새를 맡고 텐트까지 와서 공격했을 때 곰한테 잡아먹히는 줄 알았어요.” “고래 고기랑 바다표범 고기가 없었으면 나오미는 죽었을 거예요.” “개들이 죽거나 도망갔을 때 포기하고 싶었을 거 같아요.”
“몇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도 나오미는 왜 북극 탐험을 멈추지 않았을까?” 이 책에 숨은 주제를 생각해 볼 겸 아이들에게 물어보았다. “북극이 실제로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서요.” “직접 북극에 쌓인 눈을 밟아 보고 싶어서요.” “유난히 모험을 좋아하니까.” “흔하지 않은 일이라 도전해 볼 가치가 있어서요.” 내가 살아오면서 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일에 이렇게 혼신의 힘을 쏟은 적이 있었던가. 목숨을 걸고서 말이다. 부끄럽지만 한참을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나오미의 탐험이 더욱 값지고 빛나 보였다. 그 숱한 고생을 견디고 홀로 북극에 발을 내디뎠을 때 어떤 기분이었을까? 상상만으로도 소름이 돋는다.

나오미처럼 특별한 경험이 아니더라도 무언가에 도전하고 성취감을 맛본 순간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사소한 것도 좋으니 어떤 일에 도전해 보거나 용기 내본 적이 있는지 떠올려 보자고 했다. 다소곳한 지영이는 친해지고 싶은 애가 있었는데 계속 망설이다 먼저 말을 걸어 친해진 이야기와 겁나서 못 타던 놀이기구를 타게 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요한이는 새우를 싫어했는데 지난번에 태국 여행 갔을 때 새우버터구이를 먹어 보곤 엄청 맛있어서 그때부터 새우를 좋아하게 됐다고 했다. 또 발표하는 걸 무서워했는데 부회장 선거에 나가 당선된 후로는 발표하는 게 재미있다고 했다. 하진이는 원래 우유가 맛이 없어서 안 먹었는데 필리핀 영어 캠프 갔을 때 빵이랑 같이 먹다 보니 맛이 괜찮아서 먹게 되었고, 어릴 적에 훌라후프를 못했는데 계속 연습해서 잘 돌릴 수 있게 되어 기뻤던 일을 떠올렸다. 승현이는 좋아하는 여자애한테 망설이고 망설이다 고백을 했는데 뜻밖에 여자애도 잘 지내보자고 했단다. 그 얘기를 하는 내내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아이들 나름대로 소중한 경험이었는지 그때를 자세히 기억해내고는 뿌듯해했다. 아이들의 이런 작은 경험이 나오미의 탐험과는 거리가 먼 듯 보이지만 저마다 자신에게 꽤 용기가 필요했던 일들이었다. 그래서 더 기특하고 그 모습들을 떠올리니 자꾸 웃음이 나온다. 익숙한 것에 그대로 머물지 않고 한발 내디디는 순간이 도전이고 탐험이 아닐까 싶다. 아이들에게 『책마을로 가는 열린어린이 독서교실』에 실린 활동지를 주며 탐험을 떠나 보자고 했다. 되도록 아이들끼리 의견을 주고받으며 활동지를 작성해 나가도록 했다. 아이들이 주고받는 말을 듣다 보니 벌써 머나먼 밀림에 갔다 온 기분이다.


북극에 있느라 추웠죠? 이번에는 더운 밀림으로 탐험을 떠나 볼까요?(아프리카의 ‘사바나’라고 부르는 넓은 초원과 사막, 동남아시아 밀림, 브라질의 아마존 강이나 밀림)

1. 어떤 곳으로 가고 싶나요? 탐험을 떠나기로 한 장소에 대해 알아보아요.

동남아시아 밀림으로 떠나기로 하고 스마트폰, 인터넷으로 각자 정보를 찾아서 나눔. 사진도 찾아봄.

2. 어떤 준비물이 필요할지 찬찬히 따져 볼까요?

줄, 칼, 라이터 3개, 손전등, 휴대용 충전기, 미니 선풍기, 옷, 신발, 속옷, 쥬스, 젤리, 라면, 김치, 햇반, 포비돈, 반창고, 비상약, 두꺼운 비닐, 냄비, 과일. 짐을 줄이자는 의견에 과일은 현지에서 따 먹기로 하고, 젤리도 빼고, 손전등은 핸드폰으로 대신하기로 함.

3. 탐험지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그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친구들과 생각해 봐요.

1) 밀림 속으로 들어간 지 며칠 안 되었는데 커다란 뱀이 나타났어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요한 밟아죽이면 되지. ‘정글의 법칙’에 보면 잡아서 먹기도 하잖아.

승현 어떻게 죽이냐? 너, 진짜 죽일 수 있어? 일단 피해야지.

지영, 하진 그래, 일단 도망갔다가 뱀이 가면 와야지. 그러다 물릴 수도 있어.

2) 우리 앞에 나타난 밀림 속의 원주민들, 이 사람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

지영 존중한다는 걸 알려야지. 일단 웃어야 해.

요한 가이드한테 통역을 부탁해서 여행 왔다는 걸 알리면 되지.

하진 그럼 되겠네.

3) 원주민들은 우리에게 아주 고약한 냄새가 나는 열매를 내미네요. 원주민들의 몸짓으로는 건강에 좋은 거래요. 하지만 냄새는 너무 고약한데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요한 “노땡큐! 마음만 받을게요.”

지영, 하진 사양하겠어.

승현 코를 잡고 먹으면 되지.

4) 밀림 속에서 길을 잃고 맙니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지 친구들과 상의해 봅니다.

요한 모닥불을 피우면 불을 보고 누군가 찾아오지 않을까?

승현 일단 시간을 아껴야 하니까 사냥부터 하면 되지.

하진 일단 자야 하지 않을까?

지영 그래, 피곤하니까 한 명씩 교대해서 자자.

5) 길을 찾아 나오던 중, 아주 신기하게 생긴 동물을 발견해요. 이 동물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승현 두고 가야지.

요한 왜 두고 가? 데려와서 애완용으로 키우면 되지.

지영 어떤 동물인지 알아봐야지. 미리 밀림에 사는 동물의 정보를 알아보고 가자.

하진 그래야 위험한 동물은 피할 수 있지. 사진이라도 찍어 두자. 언제 또 볼지 모르잖아.

6) 탐험이 끝났습니다. 어떻게 마무리를 해야 할까요?

요한 기념 촬영을 하자.

지영 원주민이랑 인사도 해야지.

승현 제일 맛있었던 음식을 한 번 더 먹거나 가져와야 해.

하진 기록을 남겨야지. 일지를 쓰는 것도 좋고.

7) 밀림에서 갑자기 닥칠 수 있는 위험한 일들을 미리 떠올려보고 어떻게 하면 좋을지 생각해 봐요.

지영 미리 알아보고 가자. 그래야 위험한 일을 막을 수 있어.

하진 호랑이나 위험한 동물이 나타날 수도 있잖아.

요한 그보다 말벌이나 모기가 많을 거야. 약을 가져가서 미리 뿌려야 해.

승현 예방주사를 미리 맞아야 해. 말라리아에 걸리면 죽을 수도 있어.

박미영 | 수다쟁이 빨간 머리 앤을 좋아하고, 앤처럼 사람들이랑 수다 떨며 노는 걸 좋아합니다. 동네에서, 도서관에서 아이들과 재미난 책을 읽고 알콩달콩 옥신각신 지내는 지금이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