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1월 통권 제14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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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의 서평]
살아 있는 기쁨을 누리도록

김원숙 | 2014년 11월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잠 잔다. 잠꾸러기. 세수한다. 멋쟁이. 밥 먹는다. 네 반찬은 뭐꼬? 살았나 죽었나? 살았다.” 후다닥 달려서 도망가던 기억. 어릴 때 즐겨 하던 놀이가 생각납니다. 쉬는 시간이면 쪼르르 운동장으로 나가 단순한 그 놀이를 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운동장 앞에 있던 스탠드 벽은 술래의 자리로 딱 알맞았지요. 『살았니? 죽었니? 살았다!』는 추억 속의 놀이를 기억나게 합니다. 하지만 놀이에 대한 책은 아니지요. 화사한 색감의 그림 안에 생명과 죽음, 자연과 생태계에 대한 기초 과학을 담았습니다. 생명은 움직이고, 먹이를 먹고 자라 어른이 된다는 사실과 모든 생명은 언젠가 죽지만 새로운 생명을 키우는 밑거름이 된다는, 생명 순환의 의미까지 깨닫게 하는 그림책입니다.

생명이 뭐야, 하고 아이들이 물으면 딱 맞춤하게 대답해 주기 어렵습니다. 생명이란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것이 아니니까요. 곰곰 생각하다 생명은 살아 있는 것이라고 대답하겠지요. 그런데 아이들이 살아 있는 것은 어떤 것이냐고 파고들어 묻는다면 그땐 좀 막막해지겠지요. 이 책은 그런 딱한 상황을 어깨 펴고 대처할 수 있도록 도와 줄 겁니다. 생명, 다시 말해 살아 있는 것은 어떤 특징이 있는지 쉬운 말로 또박또박 알려 주니까요. 아이들이 좋아하는 강아지, 고양이, 새, 방 안 물건들과 놀면서 이야기하듯 편안하게 생명에 대해 설명합니다.

아이는 방문 앞에서 궁금한 표정으로 묻지요. 방안에 있는 친구들아 살았니, 죽었니? 그러자 방 안에 있던 살아 있는 것들은 발딱 일어나 움직입니다. 방문 앞 강아지는 팔짝팔짝, 침대 위 고양이는 사뿐사뿐, 새장 안 파랑새는 파닥파닥, 어항 속 물고기는 살랑살랑, 살아 있는 것들은 모두 움직여 아이를 반기지요. 똑같은 방안 모습을 연이어 배치하여 그림을 그렸습니다. 앞쪽 그림은 정지 화면처럼 그렸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들어오고 나서의 상황인 뒤쪽 그림은 앞쪽과 다르게 움직임이 있습니다. 책장을 넘겨보고 어떤 것이 살아 움직이는지 분명하게 비교할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나아가 살아 있는 것은 스스로 움직이며, 언뜻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여도 동물은 숨 쉬고 심장이 뛰고 있으며, 식물은 햇빛을 향해 줄기 뻗어 나아간다는 사실을 한 쪽 한 쪽 넘길 때마다 더 깊이 파고들어 설명하고 있습니다.

한 걸음 더! 살아 있는 것들은 먹이를 먹고 자라는 특성이 있다고 덧붙입니다. 서로 먹고 먹히는 먹이사슬 속에서 살고 있음도 알려 줍니다. 풀을 먹는 메뚜기, 메뚜기를 먹는 개구리, 개구리를 먹는 뱀과 뱀을 먹는 독수리의 예를 들어 땅 위 동물들의 먹이사슬을 보여 준 뒤, 바닷속 생태계도 알려 줍니다. 그리고 사람도 생태계를 이루는 생명의 하나라고 아이가 먹는 것들을 예로 들어 보여 주고 있습니다. 먹이를 먹고 어른으로 자라던 생명들은 언젠가 죽음을 맞게 된다는 사실을 전하는 것도 놓치지 않고 짚었습니다. 하지만 죽음이 다른 생명을 키우는 밑거름이 되며 생명은 자연 속에서 순환한다고 말해 줍니다. 죽음도 순환의 과정이라는 것을 편안히 받아들이도록 이끌고 있습니다.

“살아 있는 것은 스스로 움직여.” “움직이지 않는 것 같다고?” “여기 좀 봐.” 아이 곁에서 말을 주고받고 있는 것처럼 자분자분 이야기하는 글입니다. 그림들도 다정하고 밝은 색조로 글에 발맞춰 펼쳐집니다. 문을 열었을 때 아이를 향해 움직이는 동물들의 특징을 정리한듯 방문에 ‘살았다’라는 팻말을 붙인 것이 깜찍합니다. 살아 있는 동물들은 아이와 함께 즐거이 생명 탐구에 나섰네요. 식물의 굴광성을 확인하러 갈 때 작은 비행기에 아이와 동물들이 같이 타고 환상 세계로 날아가고, 땅 위의 먹이사슬을 나무 뒤에 숨어서 관찰하고, 바다로 가 해저 탐험도 하고, 아이의 입안을 살피기도 합니다. 아이의 입안을 과장되게 그리고는 온갖 동물과 식물을 아이콘처럼 그려 넣은 것. 사람이 이렇게 많이 먹는구나 생각하며. 어른은 끔찍해 할지 몰라도 아이들은 재미있어 하겠지요. 뭍에 사는 동물과 하늘을 나는 새와 바다 물고기들이 생명의 바다에서 헤엄치듯 한데 어울려 있는 모습은 생명의 순환을 깨닫게 합니다. 살아 있는 기쁨을 가슴으로 누릴 수 있게 합니다.

과학 지식을 빼곡하게 채우지 않으면서도 기초 과학을 뿌듯하게 한아름 안겨 주는 과학 그림책입니다.
김원숙│오픈키드 컨텐츠팀장. 어린이 청소년 책을 읽으며 청소년 책읽기, 신화, 논어 공부를 하며 지냅니다. 더 이상 안전사고가 없는 나라에서 아이들이 자라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