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09월 통권 제14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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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의 서평]
아름다운 진실의 꽃

김혜곤 | 2014년 09월

브릭이 살고 있는 곳은 도시의 작은 방입니다. 커다란 도시에는 비슷한 모양의 집과 비슷한 표정을 지닌 사람들이 브릭처럼 살아가고 있습니다. 거리에서 마주친 사람들은 모두 비슷한 차림으로 늘 같은 방향으로 나아갑니다. 서로 이야기를 나누지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채 그저 사회를 이루는 하나의 작은 부품에 지나지 않다는 듯 정해진 흐름에서 벗어날 줄 모르고 한 방향으로만 흐릅니다. 심지어 사람들은 모두가 똑같은 색을 입고 있습니다. 책 장을 넘겨 만나게 되는 그림은 무채색이 짙게 내려앉은 도시가 얼마나 삭막하고 메마른 곳인지 충분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어느 날 브릭에게 놀라운 일이 생깁니다. 브릭은 도서관 지하에서 ‘읽지 마시오’라고 표시된 책 한 권을 발견합니다. ‘읽지 마시오’는 사람들을 그 어떤 감정이나 생각도 없이 정해진 규칙에 따라 움직이게 하는 감시와 통제를 그대로 드러내는 말입니다. 기존의 질서와 흐름에 역행할 수 있다고 판단하여 누군가에 의해 ‘위험한 책’으로 낙인찍힌 ‘금서’였지요. 그 책을 집으로 몰래 가져온 브릭은 이불을 뒤집어쓰고 전등을 비춰가며 그 위험한 책을 펼칩니다.
 
금지하는 책, 금지하는 노래, 금해야 할 것이 너무 많았던 시절, 국가 권력에 의해 ‘무조건 위험’이라는 딱지가 붙어버린 책들과 노래를 찾아 코를 킁킁거리며 찾아다녀야 했던 시절. 누군가 위험한 책을 손에 넣기라도 하면 쉬쉬하며 주위를 살피고 한 장 한 장 숨죽여 위험한 책을 읽어야 했던 시절. 그 시절을 살았던 사람들은 ‘위험한 책’ 속에서 희망을 찾으려 했지요. 브릭도 그랬나 봅니다.

브릭의 손에 들린 책에는 작고 붉은 꽃 한 송이가 그려져 있습니다.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그것을 책은 ‘꽃’이라고 알려 줍니다. 브릭은 꽃을 찾아 도시를 뒤지고 다녔지만 누군가에 의해 감춰진 그것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어느 날 버려진 물건이 가득 쌓여 있는 고물상에서 브릭은 꽃 그림 한 장을 발견합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꽃씨 봉투였고 브릭은 봉투 뒷면의 설명서대로 그 안에 든 것은 씨앗이라는 것과 ‘흙으로 덮고 물을 주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 브릭은 그 위험한 책이 전해준 메시지를 실천하기 위해 그 도시에서 금하는 아주 위험한 행동을 하게 됩니다. 이미 흙이라고는 한 줌도 찾아 볼 수가 없는 도시에서 브릭은 주변의 먼지를 긁어보아 그 곳에 씨앗을 심고 물을 줍니다.
 
시간이 지나도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브릭의 마음에 있었던 기대감이나 호기심은 서서히 힘이 빠지기 시작했지만 생명의 힘은 그렇게 쉽게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마침내 보이지 않던 작은 싹은 조금씩 자라났습니다. 초록의 싹은 어느새 긴 줄기로 자라나고 꽃을 피웠습니다. 이제 책의 그림은 희망을 품은 브릭의 밝은 얼굴과 초록과 붉은 꽃으로 가득한 화려함으로 가득 채워집니다. 그러나 희망이 이렇게 쉽게 이루어 질리는 없지요. 더구나 무언가를 가리려 하거나 숨기려한, 누군가에 의해 강제로 드리워진 장막이 이렇게 쉽게 걷힐 리는 없습니다.
 
방청소를 하러 온 기계에 의해 무참히 뽑혀 버리고 사라져 버린 아름다운 진실을 바라보며 브릭은 절망하지 않습니다. 또 다른 ‘위험한 것’ 을 찾아 헤맵니다. 브릭의 마음속에는 이제 쉽게 뽑히지 않는 희망의 싹이 이미 자라기 시작했으니까요. 드디어 도시의 경계에서 브릭은 도시에서 버려진 먼지가 그득 쌓인 먼지더미를 발견합니다. 놀랍게도 도시를 위해 제거되었던 먼지더미에서 새로운 생명의 힘은 초록 세상이 되어 자라나고 있었습니다. 브릭은 하나 둘 피어나는 붉은 꽃을 보며 생각합니다. 도시가 꽃으로 가득 채워질 그 날을.

세상은 자꾸 우리에게 눈을 감으라고 귀를 닫으라고 속삭입니다. 우리가 알고 싶은 진실을 자꾸 가리고 덮으려고만 합니다. 하지만 브릭의 꽃이 그 오랜 세월 도서관의 지하에 위험한 책이라는 이름으로 가려져 있었지만 마침내 먼지더미에서 그 본래의 모습을 활짝 피워내듯 진실은 가린다고 가려지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가리고 숨길수록 더 깊고 넓게 아름다운 꽃을 피워냅니다. 누군가에게 위험한 책은 누군가에게 희망의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지금 ‘위험한 책’ 속에서 우리가 찾아야 할 아름다운 꽃은 무엇일까요? 더 늦기 전에 아름다운 진실의 꽃을 어떻게 피울까를 생각해야 할 때가 아닐까요?
김혜곤│열린어린이 독서교실 팀장, 진실을 찾으려는 많은 사람들의 목마름이 느껴지는 시간들입니다. 모두 감로수를 갈구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직 그 물줄기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