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09월 통권 제14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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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깊은 책 이야기

[어린이 책 깊이 들여다보기]
다문화 사회를 보는 시각과 서술 전략

권혁준 | 2014년 09월

1
2007 교육과정기의 초등학교 6학년 2학기 『국어』 교과서에는 「바다 건너 불어온 향기」(한아)라는 단편 동화가 실려 있었다. 줄거리를 간단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한별이는 엄마가 돌아가시고 아빠와 둘이만 살고 있다. 할머니가 가끔 와서 살림을 도와주지만 집안은 늘 어지럽다. 집안에 여자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 할머니는 국제결혼을 주선해주는 사람과 의논하여 베트남 아가씨 프엉을 데려온다. 한별이는 새엄마가 베트남 사람이라서 친구들에게 놀림감이 될 것 같기도 하고, 친엄마가 그립기도 해서 프엉에게 퉁명스럽게 대한다. 할머니는 프엉을 예뻐하면서 한별이에게도 새엄마에게 좀 살갑게 대하라고 타이르지만 한별의 마음은 쉽게 열리지 않는다. 세차게 비가 내리던 날 새엄마가 우산을 가지고 학원 앞까지 마중을 나오지만 한별은 다른 길로 돌아오고, 온몸이 젖은 한별은 감기에 걸려 앓아눕는다. 새엄마가 정성껏 간호를 해주자 한별의 마음이 좀 풀리려 하는데, 이번에는 새엄마가 며칠 동안 끙끙 앓고, ‘메, 메’ 하며 헛소리를 한다. 할머니가 알아보니 ‘메’는 베트남 말로 ‘엄마’라는 뜻이다. 한별은 새엄마에게도 엄마가 있고, 자기처럼 엄마를 그리워하고 있음을 알게 되면서 콧잔등이 뜨끈해진다.

교과서를 편찬하던 우리 집필진은 처음에 이 동화를 발견하고 매우 반가웠다. 급격히 다문화 사회로 변화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다문화를 주제로 한 좋은 작품을 찾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인물 사이의 갈등을 생각하며 동화를 읽어 봅시다’라는 차시 목표에도 꼭 맞는 작품이어서 집필진 모두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 심의진들도 별 이견이 없었다.

그런데 교과서가 배포되고 1년이 지나서 이 작품은 다른 작품으로 교체해야만 하였다. 아니, 왜? 인물들 사이의 갈등과 화해의 과정도 감동적이고, 우리나라의 다문화 현실을 잘 반영한 시의성 있는 작품인데? 이 작품이 내려진 사실을 뒤늦게 안 나는 그 이유가 궁금하였다. 알고 보니 베트남 여인 프엉이 한국인 남편과 결혼하여 한국에 오는 장면에서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상처를 받았던 것이다.

교과서 편찬에 관여하였던 나는 그제야 이 작품이 교과서에 실리기 어려운 문제를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프엉은 젊은 처녀인데, 한국 남자는 6학년 아이를 둔 홀아비이다. 프엉은 사랑하지도 않는 한국 남자와 한 번 만나 바로 결혼하고 말도 안 통하는 한국 가정으로 들어온다. 프엉과 같은 처지에서 조금만 더 생각해보았다면 이 결혼의 불평등성과 비정상성을 쉽게 인식할 수 있었을 것이고, 이와 비슷한 환경에서 자라는 어린이들이 받을 마음의 상처를 미리 짐작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 동화가 교체된 데는 조금 다른 차원의 문제도 작용하였다. 이 동화로 인해 모든 다문화 가정이 불평등한 결혼을 한 것 같은 오해를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어떤 아이는 자기 엄마도 외국인이지만 아빠와 사랑을 해서 결혼했지, 여기 나오는 프엉처럼 처음 본 남자를 따라와 결혼한 것이 아니라고 항의했다. 교과서 편찬자는 이런 문제까지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우리 집필진과 심의진이 이 작품의 문제점을 일찍 인식하지 못한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얼른 떠오르는 이유는 우리나라의 많은 농촌 총각이 베트남이나 필리핀 같은 나라의 여자들을 데려다가 결혼을 하는 현실이 잘 반영되어 있었기에 이 작품에서 그려지는 사건이 당연하게 여겨졌던 것이다. 하지만 좀 더 깊이 생각해 보면, 그 이유는 우리가 주류 집단의 위치에서 소수자들을 바라보았기 때문이었다.

다문화 사회는 주류집단(다수집단)에 소수집단이 들어오면서 구성된다. 다수집단에 처음 진입하는 소수자들은 새로운 문화에 적응하고, 다수집단의 관습과 사회 질서에 맞추려 노력하지만 그 과정이 순탄한 것은 아니다. 반면에 다수집단의 구성원들은 소수집단 구성원들의 차별적 문제에 대해 아무런 인식이 없거나, 소수집단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고 그런 편견이 무의식중에 말과 행동으로 드러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바로 앞의 사례에서 교과서 집필진이 프엉의 불평등한 결혼 형태를 별로 이상하게 보지 못한 것은 주류집단 구성원들이 지닌 자기중심적 시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다수집단의 구성원들이 소수집단의 구성원들을 바라보는 시각이나, 소수집단 구성원들이 다수집단을 대하는 태도는 신념과 가치관에 따라 다양한 스펙트럼을 그린다. 한 연구자는 다수집단과 소수집단의 태도를 집단 정체성 유형에 따라 각각 다섯 가지로 유형화하였다.*


이 분류에 의하면, 「바다 건너 불어온 향기」의 한별이가 처음에 새엄마를 대하는 태도는 소수집단에 대한 배척을 의식적으로 표현하므로 2유형에 해당한다. 그러다가 결말에 새엄마를 이해하고 긍정적으로 통합하는 장면은 5유형에 해당한다. 다문화 동화의 주인공들은 이 작품에서처럼 발단 부분에서는 1유형이나 2유형의 인물이었다가 결말 부분에 5유형으로 변화 발전하는 경우가 많다. (다수 집단의 입장에 서 있었기 때문에 다문화 가정 자녀들이 받았을 마음의 상처를 짐작하지 못한 교과서 집필진은 냉정하게 말해서 1유형에 가까웠다고 할 것이다.)

2
최근 다문화를 주제로 한 동화가 심심치 않게 출간되고 있는데, 이는 우리 사회의 변화를 반영한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인도 김씨 김수로』도 다문화 동화이다. 이 작품에서는 한국 여자와 결혼한 인도인 김하산과 그의 아들 김수로의 이야기가 두 축으로 전개된다. 주류 사회 구성원들의 차별에 대한 두 인물의 인정 투쟁 과정이 소설의 기둥 줄거리를 이루는데, 김하산의 이야기는 어른 사회에서 소수집단 구성원이 받는 차별 양상을, 김수로의 이야기는 아이들 사회에서 펼쳐지는 배척과 갈등의 양상을 보여준다.

김하산은 미용실을 하는 한국 아가씨와 사랑에 빠져 결혼을 하고 처가의 성을 따라 ‘김’씨로 귀화한 사람이다. 두 사람은 온 집안사람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을 했지만 무뚝뚝한 수로의 외할아버지는 하산을 좀처럼 정상적인 사위로 대접하지 않는다. 한편, 수로는 한국에서 태어나 11년 동안 살면서 한국 사람과 같이 학교를 다녔기에 한국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을 한 적이 없었는데 5학년이 되면서 같은 반 친구들이 ‘다문화’라거나 ‘가짜 김씨’라고 부르면서 놀리자 자기 정체성에 혼돈을 느끼며, 인도인 아버지를 부끄럽게 여긴다.

아버지 하산과 아들 수로는 소수집단의 구성원이다. 그리고 하산을 사위로 대접하지 않는 장인과 처남, 수로를 괴롭히는 같은 반 아이들(반장 민준, 수로의 사촌 종수)은 다수집단의 구성원들로, 소수자를 차별하거나 가해자로 행동한다. 장인과 처남 같은 어른들은 드러나지 않게 차별을 하지만, 아이들은 자신의 집단이 우월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면서, 수로에 대한 편견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소수집단 구성원인 하산과 수로가 차별을 받는 정도와 양상이 다른 것처럼 차별에 대한 대응 양상도 다르다. 하산은 타고난 친화력과 성실성으로 자신의 상황을 극복하려 노력한다. 장인을 꼭 ‘아버지’라 부른다든지 장인의 직업인 목수 일을 전수받기 위해 온힘을 기울이는 것이다. 하산이 사랑방의 부서진 문틀을 수리하면서 문틀의 한 가운데에 인도 신전에 많이 그려져 있던 물고기 무늬(인도 신전의 물고기 무늬는 ‘악귀들한테서 우리를 지켜 주는 시바 신의 눈’을 뜻한다고 한다.) 조각판을 새겨서 끼워 맞추는 장면은 인도와 한국의 전통 문화가 서로 합쳐져 새로운 문화를 형성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인도인으로서의 자부심과 인도 문화에 대한 긍정적 정체성을 가지고 한국의 문화를 주체적으로 수용하려는 하산의 태도를 읽을 수 있다. 이는 소수집단 구성원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성숙한 방법이다.(앞의 표에 따르면 소수집단의 5유형에 해당한다.)

반면에 수로의 대응 방식은 매우 미숙하며, 아이들이 ‘가짜 김씨’라고 놀릴수록 자기가 한국인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혼돈과 의문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는데, 자기의 시조 할아버지에 대해 조사하고 발표하는 수업에서 수로의 불안은 극에 달한다. ‘시조 할아버지가 아빠’라는 말은 도저히 할 수가 없다. 그 말은 ‘가짜 김씨’임을 인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수로가 이렇게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에 혼돈을 느끼는 이유는 다수집단 구성원(같은 반 친구들)의 부정적 인식과 배척에 마음이 흔들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버지 나라 인도에 대한 긍정적 정체성을 형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직 어린 학생이기에 여러 친구들이 따돌리고 놀리는 상황에서, 또 아버지 나라 인도에 대해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상황에서 자존감을 유지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결국, 수로의 정체성 혼란 문제는 선생님의 도움으로 해결된다. 수로의 외가는 김해 김씨이고 선생님은 김해 허씨인데, 김해 김씨의 시조는 가야의 김수로왕과 왕비 허황옥 사이에서 태어난 첫째 아들이고, 김해 허씨의 시조는 둘째 아들이니 선생님과 수로가 친척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허황옥은 인도에서 온 공주님이라니 가야 시대에도 외국인들끼리 결혼을 했다는 것이 아닌가.
김수로왕과 허황옥 설화는 다문화 사회가 이 시대에 갑자기 전개된 것이 아니라, 고대부터 그리고 왕족 간에도 이루어졌던 사실을 보여줌으로써 현대 우리 사회에서 전개되고 있는 다문화 현실을 독자들이 마음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한다.

『나는 인도 김씨 김수로』는 ‘지금・여기’의 다문화 현실을 사실적으로 그려내어 많은 공감을 준다. 우리의 다문화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도 분명하고 두 집단의 인물 설정도 자연스럽다. 곳곳에서 발견되는 적절한 비유와 상징도 문학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결말 부분에, 수로 가족이 한옥 학교를 찾아가다가 발견한 ‘백이십 살 넘은 큰 소나무가 마흔 살 먹은 어른 상수리나무를 제 몸에 붙이고 사는’(169쪽) 연리지는 이 소설의 주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서사의 전개 과정이 부자연스럽다든지 장면 전환이 갑작스러워 독자의 몰입을 방해하는 부분도 가끔 눈에 띈다. 예컨대, 수로를 괴롭히던 종수가 수로에게 갑자기 친절을 베푸는 결말 부분은 설득력이 부족했고, 하산의 목공 솜씨에 놀란 수로 외할아버지가 아무 말 없이 목공방을 걸어 나오다가 집에 찾아온 설희 할아버지를 만나 대화를 나누며 너털웃음을 터뜨리는 장면은 장면 연결이 어색하여 작품의 완성도를 떨어뜨린다.
마크 트웨인은 “꼭 알맞은 단어와 거의 알맞은 단어 간의 차이는 번갯불과 반딧불 간의 차이”라고 말했다고 하는데,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의 행동이나 심리를 묘사하는 장면, 등장인물의 대화 등에서 더 적확한 단어가 쓰였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그럼 인도에도 한옥이 있다는 말인가? 얼렁뚱땅 둘러댈 생각이라면 그만두게.”(158쪽) 수로 외할아버지가 하산을 이해하고 서로 가까워지는 장면에서 인도의 가옥 모습을 물어보는 이 대화의 밑줄 부분은 어쩐지 부자연스럽다. 마치 잘못한 이를 취조하는 말투처럼 들린다.

3
『나는 인도 김씨 김수로』가 고학년을 위한 다문화 아동소설이라면, 『젓가락 달인』은 저학년을 위한 다문화 동화이다. 그런데 이 작품은 주의를 기울여 읽어도 다문화 동화 같지 않다. 이 동화에서 중심 서사는 그저 제목처럼 ‘젓가락 달인을 뽑는 젓가락 대회’로 일관된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고도로 계산된 작가의 서술 전략일 따름이다. 다문화 관련 에피소드와 주제는 이야기의 곳곳에 은근히 숨어있다.

전체적으로 볼 때 이 동화는 세 가지 이야기 재료가 서로 얽혀 있는데 하나는 젓가락질이 서툰 요즘 어린이들의 식습관을 교육하기 위한 젓가락 대회 이야기이고, 또 하나는 할아버지가 우봉이네를 방문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며, 다른 하나는 라오스인 엄마를 둔 전학생 주은이의 이야기이다. 이 세 모티프는 서로 무관한 듯하면서도 아주 잘 어울려 이 작품의 주제 형성에 기여한다. 제대로 배우기는 처음인 젓가락질은 어색하고 불편하다. 급식 시간에 나온 묵은 아무리 조심해도 미끄러지고 끊어져버린다. 시골의 할아버지가 우봉이네 집에 처음 왔을 때 우봉이는 할아버지의 모든 것이 낯설고 이상하다. 할아버지의 옷에서 나는 흙 냄새, 풀 냄새도 께름하고, 소금물 유리컵에 꺼내놓는 틀니도 괴상하다. 우봉이가 전학생 주은이 엄마를 처음 보았을 때는 더 이상하고 낯설다. 얼굴이 가무잡잡한 아줌마가 시장에서 대나무에 담긴 밥 덩어리를 조몰락조몰락 뭉쳐서 입에 넣는 것을 보고 우봉은 속이 메스꺼워진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젓가락질도 점점 더 익숙해져 가고, 욕실 바닥에 떨어진 할아버지의 틀니를 주워 세면대 위에 올려놓게도 된다. 언젠가는 주은이 엄마가 카오리아오를 맨손으로 먹는 것을 보아도 그리 낯설지 않은 날이 올 것이다. 작가는 다문화의 문제를, 젓가락질이나 할아버지의 틀니와 같은 것으로 그리고 싶었던 것 같다. 젓가락 문화와 시골 노인의 냄새가 처음에는 낯설고 불편하게 여겨지지만 가까이 하는 기회가 많아질수록 점점 익숙해지는 것처럼,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들의 생활 습관과 문화도 자주 어울리다보면 익숙해지고, 친해질 수 있는 성격의 것임을 이런 방식으로 들려주는 것이다.

이 작품이 지닌 중요한 미덕은, 주제가 다문화이면서도 다문화 이야기를 전면화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중심 서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젓가락 달인 뽑기 대회로 일관하고 있다. 다문화 서사가 중심이 될 경우, 다수집단과 소수집단의 갈등 이야기가 되기 쉽고 그런 이야기들은 스테레오 타입의 인물을 등장시켜 도식적으로 전개되는 경우가 많다. 외국인 근로자가 나쁜 한국인에게 핍박을 받다가 좋은 한국인의 도움으로 갈등을 해결하는 스토리는 얼마나 도식적이며 상투적인가.

화자는 젓가락 달인이 되기 위한 아이들의 연습과 젓가락 권법, 경쟁 과정을 자세히 들려주며 정작 이야기하고 싶은 다문화 관련 이야기는 그 사이사이에서 잠시 들려주다가 슬쩍 지나쳐버리고 만다. 따라서 어떤 집단을 대변하는 유형화된 인물도 등장하지 않고, 모든 인물이 개별적이고 개성적인 한 사람의 인간으로 그려지는 것이다. 주은이가 전학 온 날의 교실 풍경을 보자. 선생님이 주은이를 데리고 교실로 들어왔을 때 우봉이는 여자아이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다. 약간 가무잡잡한 피부색 때문이 아니라 크고 맑은 눈 때문이다. 개구쟁이 성규가 주은이를 놀리기는 하지만 그것도 피부색 때문이 아니라 주은이가 자신을 김해 김씨라고 소개하자, ‘김해 김치?’라고 놀리는 것이다. 2학년 아이들은 모습이 자기와 좀 달라도 사람을 그냥 한 사람의 인간으로 볼 줄 안다. 주은이 엄마가 밥덩이를 맨손으로 먹는 것을 보고 온 다음날, 우봉이는 주은이를 몰래 훔쳐보기도 하지만 그것은 잠시 동안일 뿐이고 아이들의 관심사는 온통 젓가락 대회로 쏠려있다. 작가가 주은이의 특이한 점을 보여주지 않으니 독자들의 관심사도 젓가락 대회에 집중될 것이다.

젓가락 대회 날, 젓가락 솜씨가 뛰어난 줄 몰랐던 우봉이와 주은이가 결승전에 오르자 모든 아이들이 놀라며 두 아이를 응원하는 대목은, 있는 그대로의 주은이를 받아들이는 아이들의 순수한 모습을 감동적으로 보여준다. 성규가 ‘구리구리 딱따구리 권법 파이팅!’ 하며 우봉이를 응원하자, 민지는 ‘김해 김씨 김주은, 쏙쏙 족집게 수법 짱!’ 하고 맞받아친다. 선생님도 아이들도 다문화에 대한 선입견이나 고정관념 없이 주은이를 자연스런 학급 친구로 받아들이는데, 화자도 굳이 독자들에게 그런 사실을 언급하지 않는다. 한국인이니, 다문화니 하는 말 자체가 불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주은이는 왜 그렇게 젓가락질 연습을 열심히 한 것일까. 우봉이가 훔쳐본 주은이의 일기장에는 “곧 젓가락 대회 날이다. 엄마 때문에라도 잘해야 할 텐데. 젓가락질 못한다고 애들한테 놀림 받아서는 안 되는데.”라는 문장이 나온다. 엄마 때문에라도? 그렇다. 엄마가 맨손으로 밥을 먹으니 주은이는 그것이 영 마음에 쓰였던 것이다. 혹시라도 아이들이 그 모습을 보고 ‘쟤는 엄마가 맨손으로 밥을 먹어서 젓가락질을 못해’라고 놀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2학년짜리 주은이가 다수집단인 친구들의 시선을 의식하고 그들의 기준에 자신을 맞추는 것은 당연하다. 할아버지처럼 성숙한 사람이 되면, “손으로 먹는 걸 두고 나쁘다고, 또 야만인이라고 해서는 안 되는 겨. 그게 그 나라 풍습이고 문화인 겨.” 라고 생각하면서 자기문화에 대한 긍정적 정체성을 가질 수 있겠지만 말이다.

저 사람이 나와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의식하는 순간 편견은 시작되는지도 모른다. 다수집단과 소수집단 구성원들의 갈등과 화해를 보여주는 동화보다는 처음부터 아무 편견 없이 소수자들을 받아들이는 동화를 읽는 독자들이 이 작품의 인물들처럼 쉽고 자연스럽게 다문화를 받아들이게 될 것 같다. 이 글을 쓰다 보니 할 말이 자꾸 생각난다. 아직도 못다 한 말이 있다. 이렇게 간결하고 쉬운 저학년 동화책 한 권에 다양하고, 풍부한 생각거리를 담아 놓은 작가의 솜씨가 놀랍다.

이제 우리 사회에서 다문화 현상은 수용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이 되었고, 모든 사람들을 열린 마음으로 평등하게 대하는 태도는 글로벌 시대가 아니라도 성숙한 인간이 갖추어야 할 미덕이다.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다문화 현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데는 교과서와 아동문학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러므로 교과서 편찬자와 아동문학가들의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며, 특히 이 땅에 먼저 뿌리를 내려 살고 있는 사람들은 주류 집단 구성원으로서의 우월감이 없는지 자기 점검이 요구된다.

* 이은하, 「집단 정체성 반영 양상 분석에 의한 다문화 동화의 지향 연구」, 공주교대 석사논문, 2013, 41~45쪽
권혁준 | 공주교대에서 문학교육을 강의하는 어린이문학 평론가입니다. 저서로 『아동문학의 이해』, 『문학이론과 시교육』, 『독서교육의 이론과 방법』, 『살아있는 동화 읽기, 깊이 있는 삶 읽기』 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