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08월 통권 제14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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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의 서평]
낮은 곳에서 들려주는 이야기

김혜곤 | 2014년 08월

이 세상에 태어남은 그 자체만으로 축복입니다. 우리는 그렇게 배우며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세상살이에서 보고 들은 것은 꼭 그렇지 않았습니다. 가난과 병과 전쟁과 인종 차별이 만연한 현실에서 축복은 누구나 똑같이 누리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멀리 눈을 돌리지 않아도 주변에서도 그런 예는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오늘 병하의 할머니가 들려주는 ‘꽁꽁 숨겨진 이야기’에서도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하는 함께 살아가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느 날 병하는 할머니와 길을 가다 한 아이를 보게 됩니다. 휠체어에 앉아 있는 아이의 모습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하던 병하는 할머니께 물어 봅니다. “할머니, 저 아이는 왜 이 세상에 온 거예요?” 어린 나이 탓에 ‘과연 저 모습으로 태어남도 축복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을까요. 어린 병하의 눈에도 장애의 삶이란 것이 축복은 아닌 듯 했나 봅니다. 그런 고민에 빠진 병하에게 할머니는 아름다운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조금만 눈을 돌리고 귀를 기울이면 다 알 수 있는 이야기지만 숨겨진 이야기를 말이지요. 책은 성경에 나오는 이야기에서 시작됩니다. 성경에 등장하는 아이의 모습을 놓고 여러 신학자들은 가장 낮은 곳에 가장 낮은 모습으로의 예수의 탄생을 예언하고 있습니다. 가장 귀함의 시작이 가장 낮음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전하고 있습니다. 그 예언에 그려진 아이의 모습은 바로 병하가 본 그 아이의 모습입니다. 아무리 봐도 사람들이 예쁘다고 할 만한 구석이라곤 찾아보기 힘든 아이들, 그저 한 번 보았을 뿐인데도 사람들은 불편한 마음에 고개를 돌려버리고 그 누구하나 귀하게 여기지 않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의 눈에 비친 모습이 전부는 아닙니다. 성서에 나오는 예언가가 이야기하듯 우리가 보아도 알지 못하고 들어도 깨닫지 못하는 것처럼 아이들은 저마다 꽁꽁 숨겨진 이야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준구의 모습에 앞으로 함께할 날들을 걱정했던 선생님은 수업시간 내내 유일하게 움직이지 않고 말대구도 않고 희미하게 미소만 짓는 준구 덕분에 평화를 얻고 힘든 시간을 버틸 수 있었다고 고백합니다. 열세 살 미희는 이불 속에 실례하거나 기저귀를 차야 하는 아이입니다. 특수학교를 다니면서 여러 선생님의 노력에도 실패만 거듭하더니 여섯 달이 지난 어느 날 드디어 화장실에서 대변을 보는 ‘대단한’ 일을 해내 많은 이들에게 기쁨을 주었지요. 온 몸으로 격렬한 춤을 추듯 걷는 경희는 이십 여 년 간 수영을 가르쳤던 선생님에게 처음으로 물속에서의 희열이라는 선물을 주기도 합니다. 의동이도 찬경이도 우리에게 기쁨을 줍니다. ‘연한 순 같고 마른 땅에서 나온 가지 같은 모습’의 아이들이 보여 주는 작은 행동 하나하나는 우리에게 가슴 벅찬 희망과 기쁨으로 새겨집니다. 우리가 잘 아는 권정생 선생님 역시 가난과 질병을 짊어지고 평생을 사셨지만 아름다운 이야기를 많이 남기어 우리에게 더 할 수 없는 기쁨을 주셨습니다. 그들의 삶은 낮은 데로 임한 성인의 모습이며 그 숨겨진 이야기와 모습을 제대로 보기 시작하면 더할 수 없는 기쁨이라는 커다란 선물을 받게 됩니다.
이제 병하의 고민에 대해 할머니가 답을 하십니다.

그들은 “너와 함께 살기 위해 온 거란다. 이 땅에서 너와 함께 살기 위해.”
작가는 장애와 비장애의 문제를 하나의 동그라미로 묶습니다. 장애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시각에서 이제 하나의 어울림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여러 사람의 시선 속에 움츠러든 장애인의 모습에서 시작된 그림은 장애인이 우리에게 주는 기쁨과 사랑의 이야기가 열릴 때마다 함께 어우러진 모습으로 변합니다. 마침내 서로 어울려 웃고 즐기며 함께 살아가는 터전을 만듭니다.

연일 인사청문회 이야기가 끊이지 않습니다. 어찌된 일인지 나라 일을 맡겠다고 나서는 대단한(?) 사람들은 우리에게 작은 희망은커녕 분노만 안겨줍니다. 욕심과 성과만을 앞세워 번지르르한 삶을 살았던 그들에게 제발 바라노니 비록 흠모할 만한 아름다움이 없어 보여도 큰 기쁨과 희망을 선물하는 낮은 곳에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김혜곤│열린어린이독서교실 팀장, 불순물을 걸러주는 거름망 역할로도 책은 제격입니다. 마음속에 일어나는 물욕과 화와 분노는 특히 더 잘 걸러줍니다. 요즘처럼 말도 안 되는 일이 마구 생길 때일수록 건강한 삶을 위해 책을 가까이 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