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08월 통권 제141호
속 깊은 책 이야기
책 너머 세상 읽기
더불어 책 읽기
열린어린이 서평
여름 방학 권장 도서
주목 받는 새 책
열린어린이가 권하는
이 달의 책

책 세상 나들이

[어린이 책 만드는 이야기]
함께 사는 삶의 소중함 일깨워요

이세은 | 2014년 08월

왜 전통 문화인가?

몇 해 전, 토토북 편집회의 때 우리 전통 문화를 소개하는 책을 기획해 보자는 의견이 나왔다. 어린이에게 우리 문화를 알리는 일! 당연하고 필요한 일이다. 그런데, 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 보았다. ‘전통을 안다는 것, 과거 사람들의 삶을 안다는 것이 지금 왜 필요한 일인가?’ 하고. 시간은 앞으로 흘러가는데 말이다.

책을 기획하기 위해 옛 생활과 관련된 자료를 찾다 보니 스스로에게 던졌던 질문에 대한 답이 보였다. 우리 조상들은 자연과 이웃, 그리고 조상과 하나 되는 삶을 살고 있더라는 것이다. ‘함께하는 삶’의 소중함이 새삼 묵직하게 다가왔다. ‘함께’는 우리 공동체를 건강하고 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핵심 가치여서 서로서로 가르치고 배워야 하는 게 마땅하다. 가까운 일본 역시 ‘시츠케’라 하여 한 아이가 자라면서 사회의 올바른 구성원이 될 때까지 그 사회의 문화와 가치관을 익히게 한다고 한다.
 
‘토토 과학상자’ 시리즈 필자 한 분은 사석에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오늘날 새로운 과학의 발견은 아인슈타인 같은 천재에 의해서가 아니라, 여럿이 팀을 이뤄서 서로가 가진 정보를 교환할 때에 나올 수 있다.” 사람 사는 일이든 과학의 발견이든 모든 일은 ‘함께’일 때 시작되고 이루어지는구나! 엉뚱한 기억 덕분에 조상들의 조화로운 삶의 모습과 의미를 잘 담아 책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함께 사는 삶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우리 전통 문화’라는 기본 방향이 정해지면서 ‘토토 우리문화 학교’는 서서히 제 모습을 갖추어 갔다. 우리 전통 문화를 이해하는 데 꼭 알아야 하는 주제 10가지(신화, 세시풍속, 평생 의례, 전통 놀이, 신앙, 의·식·주, 교육, 마을 공동체 살이)를 골라 10권의 책에 담았다. 서정오 선생을 비롯한 박혜숙, 조정현, 호원희, 서지원 등 열 분의 어린이 책 작가가 참여해 지혜롭게 어우러져 살아온 조상들의 삶을 이야기로 풀어 전해주었다. 책의 주제에 따라 ‘궁금하다, 궁금해’ ‘놀자, 노세와 놀아 보자’ ‘세시 풍속 노트’와 같은 작은 정보 코너도 마련했다.

여기에 색다른 구성을 더해 보았다. ‘온고지신 인터뷰’다. 사라져가는 우리 문화를 지켜오고 있는 어른, 우리 전통 문화에 현대적 감각을 접목시켜 더 새로운 문화를 창조해 나가는 어른의 목소리를 어린 독자에게 생생하게 전하기 위해서였다. 신화학자 김열규, 퇴계 이황 선생의 후손인 이동후, 전통 연 무형문화재 이수자 노순, 장승 조각가 이가락, 한복 디자이너 원혜은, 전통요리 연구가 김숙년, 건축가 조정구, 석전대제 보유자 권오흥, 민속학자 임재해 선생이 인터뷰에 응해주셨다. 우리 어린이들이 각 분야 전문가와의 만남을 통해 전통 문화에 대한 궁금증도 풀고, 문화 전달자로서의 자긍심과 문화를 대하는 유연한 태도를 배우면 좋겠다.

꼭 알아야 할 문화 주제들

각 권에 대한 소개를 조금 더 자세히 해볼까 한다. 첫 책 『우리 신화로 만나는 처음 세상 이야기』에는 세상이 처음 생기고, 땅이 생기고, 나라가 생기고, 해와 달이 생기고, 생명이 생겨난 까닭과 농사가 어찌 시작되었는지, 우리의 터전인 백두산 천지가 생겨난 연유는 무엇인지 등이 서정오 선생의 입말로 신비롭게 펼쳐진다. 어린 독자들 중에 누군가가 우리 신화, 우리 이야기의 재미에 빠져 새로운 문화 콘텐츠를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뷰는 우리 신화의 의미를 세상에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하셨던 국문학자 김열규 선생께서 기꺼이 해주셨다. 선생은 공룡 발자국으로 유명한 고성에 살고 계시는데 인터뷰를 위해 먼 길을 찾아간 우리 일행에게 신화의 소중함, 이야기의 힘에 대해 들려주셨다. 책에 실린 선생의 인터뷰에는 할머니의 무릎을 베고 들었던 옛이야기들 덕분에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었다는 이야기, 우리 신화 주인공 중 하나인 해모수의 변신술에 반했던 이야기, 신화 속 수수께끼에 대해 품었던 끝없는 궁금증에 대한 이야기가 들어 있다. 생각하고, 의심하고, 상상하면서 신화 이야기와 인터뷰를 독자들이 신 나게 읽어 주길 바란다.

두 번째 책은 『열두 달 세시 풍속 이야기』다. 이 책을 읽으며 옛 사람들은 달마다 어찌 이리 재미나게 놀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 소개된 풍속들을 잠깐 소개하자면 우리 조상들은 음력 1월에는 세배 드리고 부럼 깨고, 음력 2월에는 풍년을 비는 영등제를 지내고, 3월에는 화전을 먹었다. 가을이 되면 단풍놀이도 하고 국화차도 마시고, 음력 10월에는 김장을 하고, 음력 11월 동지에는 팥죽을 먹고, 음력 12월에는 묵은 세배까지 즐겼다고 한다. 서로 힘내라고 영차! 하면서 말이다.

이 책의 주인공 현욱이를 따라 달마다 펼쳐지는 여러 세시풍속을 함께 체험해 보길 바란다. 조상들의 흥겨운 놀이판을 힌트 삼아 가족이나 친구끼리 지금에 맞는 방식으로 세시풍속을 이어가면 더 좋겠다. 인터뷰는 단오제 제례 예능 보유자 조규돈 선생이 해주셨다. 유네스코 세계 문화재로 지정된 천 년 역사의 강릉단오제 이야기가 흥미롭다. 일제강점기, 한국전쟁을 거치면서도 본래 모습을 거의 잃지 않고 전승되어 온 우리 놀이판을 지켜낸 조상들의 노력에 큰 자긍심이 느껴진다.
 
『특별한 날 평생 의례 이야기』를 읽으면 사람의 평생은 정성으로 짓는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 평생 의례에는 ‘당신은 이 사회에서 없어서는 안 될 특별하고 소중한 사람입니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여러 의례의 주인공이 되기도 하고, 주인공을 축하해 주는 가족이나 이웃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해서 모두가 똑같이 소중한 ‘우리’가 되어 가는 것이다. 책에는 출산 의례, 백일과 돌, 관례, 혼례, 상례, 제례 등의 의례를 양반집 성석 도령네와 같은 마을 친구 섭섭이네가 어떻게 서로 도우며 치렀는지가 담겨 있다.

‘평생 의례’ 인터뷰는 퇴계 이황의 후손인 도산우리예절원 원장 이동후 선생님이 해주셨다. 서양의 성인식과 우리 성인식의 의미 차이와 다소 거추장스럽고 형식적이라 생각되었던 의례가 사실은 새로이 출발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힘이라는 가르침을 주셨다.

『놀자! 노세! 전통 놀이 이야기』에는 귀엽기도 하고 심통 맞기도 한 도깨비 ‘놀자’와 ‘노세’ 가 나와 주인공 철민이와 함께 자치기, 연날리기, 제기차기, 차전놀이 등 아홉 가지 전통 놀이를 즐긴다. 덕분에 공부하느라 놀 틈이 없었던 철민이는 둘 다 한꺼번에 해낸다. ‘놀자’, ‘노세’와 놀다 보면 공부가 저절로 된다. 철민이의 놀이를 독자들도 꼭 해보길 바란다. 놀이를 통해 몸을 단련하고 지혜를 키우고 사회생활을 잘 해내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옛날 옛적 집 지킴이』에서는 우리 집과 마을을 지켜주는 신들과 만날 수 있다. 우리 조상들에게 집은 온 가족이 정을 나누며 행복하게 살아가는 보금자리일 뿐만 아니라 식구들을 편안하고 안전하게 지켜 주는 수호신들이 사는 신전이기도 하다. 안방과 마루에는 성주신, 부엌에는 조왕신, 장독대에는 철륭신과 터주신, 대문에는 문신, 측간에는 측신이 든든하게 자리를 잡고 살면서 사람들에게 복을 가져다주고 온갖 질병과 재앙을 물리쳐 준다. 근거 없는 미신이라고? 우리를 둘러싼 사물 무엇 하나도 함부로 대하지 않고 소중히 여겼던 조상들의 정성이라 생각하는 게 어떨까? 또한 식구들이 서로 다투면 성주신이 노하고, 부엌을 깨끗이 하지 않으면 조왕신이 노하고, 장독대 관리를 소홀히 하면 철륭신이 노해 장맛을 변하게 한다는 믿음은 가족끼리 화목하게 지내고 집 안 구석구석을 잘 맡아 관리하려는 옛사람들의 지혜가 아닐 수 없다.

『빛깔 고운 우리 옷 이야기』는 사라져버린 우리 옷을 소개하는 책이다. 우리 조상들이 옷감을 어떻게 짜고 염색하고 손질했는지, 신분에 따라 계절에 따라 특별한 날에 따라 어떤 방식으로 옷을 달리 입었는지를 옛 사람들의 생활을 따라 가며 배워볼 수 있다.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옷 짓는 일에도 온갖 정성을 들여서 옷 입는 사람을 배려한 조상들의 넉넉하고 여유로운 품성을 어린 독자들이 느끼면 좋겠다.
 
『천년 지혜가 담긴 우리 음식 이야기』에는 우리 어린이들에게 낯설어져 버린 우리 전통음식을 담았다. 김치와 장, 나물이 빠질 수 없는 우리 상차림의 건강함, 그 안에 담긴 정신과 재미난 사연 들을 통해 조상 대대로 내려온 우리의 입맛을 되찾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최근에는 요리사라는 직업에 매력을 느끼는 어린 친구들도 많은데, 이 책을 통해 한국식 입맛과 다양한 조리법, 음식 속에 담긴 뜻과 이야기에 관심을 갖는다면 품위와 센스를 갖춘 요리사로 성장할 수 있을 것 같다.
 
『자연과 만나는 우리 한옥 이야기』는 요즘 늘어난 한옥에 대한 호기심을 채워주는 책이다. 아파트살이에서 벗어나 흙을 밟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서 그런지 요즘에는 한옥을 체험하려는 가족이 많아졌다. 한옥 체험에 나서기 전에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한옥의 구조를 비롯하여 대문과 담장, 온돌과 마루, 창호와 지붕, 마당의 역할과 쓰임새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이 책을 위해 인터뷰를 해주신 건축가 조정구 선생은 특히 한옥의 마당에 대해 자연이 여기 있음을 알려주는 ‘커다란 자연의 방’이라 하셨다. 우리 아이들이 한옥 마당 가운데에서 가만히 눈을 감고 자연의 바람을 느끼고 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함께 더불어 행복하기

우리 조상들의 의식주 이야기를 소개하고 나니 ‘토토 우리문화 학교’도 점점 끝을 향해 간다. 아홉 번째 권은 『하늘천 따지 우리 배움터 이야기』이다. 우리 조상들의 배움터는 어디였을까? 학교도 있지만 집과 마을, 자연이 모두 학교였고, 가족과 이웃이 모두 스승이었다. 어려서는 집안 어른들에게 생활에 필요한 지혜와 몸가짐을 배우고, 다른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배우고 익혔다. 그런 다음 글자를 익힐 나이가 되었다고 생각될 때 글 공부를 시작했다.
 
이 책에는 오늘날의 초등학교라 할 수 있는 서당부터 대학에 해당하는 성균관에 이르기까지, 또한 평범한 일반 백성부터 궁녀와 역관, 왕세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학교와 학생들이 이 책의 배경이고 주인공이 되어 나온다. 학교가 지루하고 심심해질 때 조상들은 무슨 생각을 품고 학교생활을 해나갔는지 들여다보아, 공부의 참뜻을 배우길 바란다. 석전대제 보유자 권오흥 선생의 인터뷰도 차근차근 봐주면 좋겠다. 낯설고 어렵기만 한 우리 유학이 사실은 우리 사회를 조화롭고 아름답게 만드는 정신임을 알아주면 좋겠다.

마지막 권 『나누고 돕는 마을 공동체 이야기』는 공동체 정신이 희박해져 가는 요즘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우리 조상들은 힘든 농사일을 할 때 품앗이로 서로 힘을 보탰고, 혼사나 장례 때도 온 마을 사람들이 자기 가족의 일처럼 기쁨과 슬픔을 함께하는 미덕이 있지 않았던가.

인터뷰를 해주신 민속학자 임재해 선생님의 말씀처럼 우리의 공동체 문화는 우리가 앞으로 살아가야 할 방향을 가르쳐 주는 소중한 경험이다. ‘토토 우리문화 학교’를 기획하고 만든 뜻도 바로 여기에 있다. “함께 더불어 행복하게 살기!”

완간하기까지 햇수로 4년 동안 여러 사람이 함께 만들었다. 힘든 날도 있었고, 좋은 날도 있었다. 무슨 일이든 결실을 맺기까지는 희로애락이 다 필요한 듯하다. ‘토토 우리문화 학교’를 어설프게 소개한 것 같아 조금 아쉽다. 이 시리즈 작업에 참여해 주신 많은 선생님들께 다시 감사드리며, 독자들께는 사랑해 주시길 부탁드린다.

이 책을 통해 전통이란 과거의 유물이 아니고 나날이 창조되어 진화하고 있는 현재 진행형의 우리 문화임이 전달되면 참 좋겠다.
이세은 | ‘토토 우리 문화학교’ 시리즈를 끝으로 한가로움에 푹 빠져 살고 있습니다. 서촌과 북촌의 골목길을 어슬렁거리며 책 속에서 만났던 우리 한옥, 골목길, 장인의 손길 그대로 남아있는 목가구와 염색 천을 구경하는 맛에 여름을 나고 있는 중이지요. 저처럼 어린이들도 한가로운 시간을 누리면 참 좋을 텐데요.

이 글에 나온 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