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07월 통권 제14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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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를 위한 임종길의 미술시간]
그림 그리기, 그림 만들기

임종길 | 2014년 07월

지난 시간에는 사진과 관련된 이론 위주의 강의가 있었습니다. 오늘은 직접 그림을 그려보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그림 그리기에 앞서 다음 두 그림을 살펴봅시다.


왼쪽은 피카소가 어릴 적 그렇게 닮고 싶었던 17세기 스페인 천재화가 벨라스케스의 그림입니다. 그리고 오른쪽 그림은 후기 인상파 화가 폴 고갱이 그린 「황색 예수」입니다.

벨라스케스가 그린 예수를 보면 사진을 찍은 듯 사실적입니다. 여윈 예수의 몸은 바로 눈앞에 있는 듯하고 못이 박힌 손과 발에서는 피가 흐릅니다. 피부를 손으로 누르기라도 하면 살짝 들어갈 것 같습니다. 나도 인체를 그려봤지만 사람의 피부색을 이렇게 자연스럽게 표현한다는 것이 그렇게 쉽지 않습니다.

그럼 이번에는 고갱의 그림을 봅시다. 제목에서 말해주듯 예수의 몸은 온통 노란색으로 칠해져 있습니다. 고갱은 처음부터 사람 피부색을 낼 의도가 없어 보입니다. 예수의 표정 또한 십자가에 못질 당한 예수치고 너무 편안해 보입니다. 벨라스케스의 그림에서는 예수 주변을 어둠으로 만들어 모든 시선이 예수에게 집중되고 묵직한 검은색은 숙연함을 불러일으킵니다. 하지만 고갱의 그림은 평화롭고 한가해 보입니다.

여러분들은 둘 중 어느 그림이 더 좋은 그림이라 생각하나요? 또 아마추어 화가로서 그림을 똑같이 모사한다면 둘 중 어떤 그림을 목표로 삼아야 할까요? 조금 유치한 질문을 했습니다. 둘 중 어느 쪽 그림이 좋은 그림이라 말할 수는 없겠지요. 그것은 보는 사람의 취향의 문제이니까요. 그런데 그림을 똑같이 모사하는 것이라면 당연히 고갱이 그린 그림을 똑같이 그리는 것이 쉬울 것입니다. 만약 벨라스케스의 그림처럼 그리려면 꽤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할 것입니다. 아니, 단순하게 노력만으로 되지 않을 수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제 얘기는 고갱과 똑같은 그림을 그리라는 것이 아니고 아마추어도 쉽게 그릴 수 있는 그림을 목표로 삼으라는 것입니다. 미술로 표현할 수 있는 방법과 영역은 잘 차려진 뷔페식당의 다양한 요리 만큼이나 많습니다. 그동안 우리가 알고 맛본 미술 요리는 많지 않다고 봐야 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평소 익히 알고 있던 음식만 먹을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최소한 다른 음식들의 맛이라도 본 이후에 평소 먹던 음식을 선택해도 늦지 않습니다.

오늘날 그림은 그리는 것이 아니고 만드는 것

예전에 화가가 되려면 전문화가 밑에 들어가 조수 노릇을 하며 사실적인 묘사 능력을 키웠습니다. 이후 정규 미술 학교가 생기고 그곳에서도 마찬가지로 사실적인 묘사 능력을 배웠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미술 대학에서는 더 이상 사실적인 묘사만을 가르치지 않습니다. 대신 자신의 생각을 시각적 이미지로 나타낼 수 있는 다양한 표현 능력을 가르칩니다. 그런 상황에서 아마추어 화가들이라 해서 단순하게 사실적인 묘사만을 배우는 것에 나는 동의 할 수 없습니다.

자, 왼쪽 그림을 봅시다. 누군가에게 꽃다발을 건네고 있습니다. 그런데 꽃을 자세히 보면 물감으로 그린 것이 아니고 화투를 오려 붙였습니다. 채색은 화투 사이를 살짝살짝 메꾸듯이 칠해져 있습니다. 꽃을 든 손도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지 않고 실루엣으로 처리했지만 부족함이 없어 보입니다. 누가 봐도 꽃 한 다발을 살짝 내미는 것처럼 보입니다. 물론 꽃다발의 꽃은 목단이네요.

그림 아랫부분에는 ‘Flower from choyoungnam’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이 글씨 또한 그림 속에서 단순한 여백을 심심하지 않게 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 그림은 가수 조영남씨 작품입니다. 가수이지만 화가로서도 이름을 날리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전시장에서 조영남씨 작품을 직접 봤는데 일부 몇 점을 뺀 조영남씨 작품을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제 취향과 상관없이 우리는 조영남씨의 작품을 통해 중요한 것을 배울 수 있습니다.

조영남씨는 정식으로 화가 수업을 받은 적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아마추어 화가로 시작했다고 봐야겠지요. 그런데 그는 미술사의 흐름을 정확하게 간파하고 있습니다. 현대 미술이란 기술적인 묘사 능력보다는 아이디어와 미적 감각만으로 충분히 즐길 수 있고 자신만의 그림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직접 보여주고 있습니다. 현대 미술은 그리는 것이 아니고 만드는 것이란 사실을 조영남씨는 알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오늘날 누구나 조영남씨처럼 그림을 즐길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사실적인 묘사 능력은 그림의 기초인가?

전시장을 찾으면 개성이 넘치고 이해하기 쉽지 않은 그림들이 많은 현실은 알지만 막상 내가 그림을 그린다면 그런 그림을 그릴 수 없거나 아니면 그려서는 안 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릅니다. 지난 강의에서도 자주 이야기했지만 지금은 아마추어 화가들도 자유롭게(꼭 사실적이지 않은) 그림을 그릴 수 있습니다.

그림 또한 다른 예술 분야를 배우는 것처럼 기초가 필요한 것은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예전처럼 사실적인 묘사 능력이 꼭 필요한 기초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 생각은 만약 여러분이 사실적인 그림이 취향에도 맞고 그런 그림을 그리고 싶어도 마찬가지로 인식하고 있어야 할 내용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제 사실적인 묘사기법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재미있게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실기를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연습은 사실적인 묘사 기법을 배우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되도록 아무 선입관 없이 체험하듯 실기에 임하기를 권합니다. 이 과정을 거치고 나서 각자의 취향에 따라 자신이 하고 싶은 그림을 그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 실기

잡지를 이용한 느낌 표현하기
준비물 : 도화지(자유롭게), 잡지(컬러가 풍부한), 풀, 채색도구(크레용, 파스텔, 색연필 등)

우선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어떤 느낌을 생각합니다. 한 단어로 표시해도 되고 문장으로 ‘느낌’을 설명해도 됩니다. 예를 들면 ‘환상적인’, ‘차갑고 쓸쓸함’, ‘화가 무척 많이 났을 때의 그 느낌’, ‘처음 그녀의 손을 잡았을 때의 그 설레던 순간’ 등등.

이런 주제(느낌)가 정해지면 준비한 도화지에 잡지를 붙여 그 느낌을 만들어 갑니다. 단 잡지에 있는 이미지로 내용을 설명해서는 안 됩니다. 예를 들면 화가 많이 났을 때의 느낌을 표현한다고 화난 사진을 붙이거나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화가 났을 때의 느낌을 잡지에서 색과 무늬 같은 것을 이용해서 전체적으로 자신이 나타내고자 하는 느낌을 표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실기를 통해 우리는 시각적 이미지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느낌’을 만들어 내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잡지를 사용할 때는 꼭 의도한 것이 아니라면 일부러 조각조각 모자이크처럼 할 필요는 없습니다. 한두 조각의 잡지만으로 완성할 수도 있습니다. 잡지에는 대부분 이미지가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미지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데, 잘 사용하면 설명하지 않으면서도 느낌을 전달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잡지와 잡지 사이나 잡지 위에 채색 도구를 사용해서 느낌을 위한 덧칠도 가능합니다. 머릿속을 온통 그 느낌에 집중해야 합니다. 그러다보면 어느 순간 “바로 이 느낌이야!” 하고 만족한 느낌을 표현하는 기쁨을 맛볼 수 있습니다.

이해가 잘 안되시는 분은 이렇게 생각해 봅시다. 클래식 음악을 떠올려 봅시다. 비발디의 「사계」 중에 가을을 들을 때 낙엽 밟는 소리가 들어 있지는 않지요? 그렇습니다. 리듬과 박자, 악기의 음색 등을 이용해서 작곡가는 가을의 느낌을 표현한 것이지요. 사실 듣는 사람으로서 미리 ‘가을’이라는 부제를 알지 않았다면 가을을 못 느낄 확률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느낌은 그런 겁니다.
다음 그림들은 학생들이 표현한 것들입니다.


미술은 문학적인 요소와 음악적인 요소가 함께 있는 예술 장르

문학은 ‘이해’를 전제로 가능한 예술 장르입니다. 아무리 훌륭한 시가 있어도 문자가 달라 읽을 수 없다면 감상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반면 음악은 느낌으로 감상이 가능한 예술 장르입니다. 가사가 없는 음악이 그렇고 가사의 뜻을 모르는 외국의 음악도 어느 정도 감상이 가능합니다.

이런 기준으로 본다면 미술은 두 요소를 함께 갖고 있는 예술 장르라 할 수 있습니다. 어떤 미술 장르는 음악성이 강합니다. 추상 미술이 이에 해당하겠지요. 그렇기에 우리는 미술을 배우면서 이런 예술 장르의 특징을 알고 있어야 합니다.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다 보면 꽤 많은 학생들이 그림을 그릴 때 문학적으로 접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것은 무얼 그린 것이고 이것은 왜 그린 것이고….” 다른 사람이 어떻게 느낄지, 아니 본인부터 어떤 느낌을 내려고 했는지는 고민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느낌을 만들어 낼 것! 이것이 오늘의 실기 주제입니다.
임종길 | 자연과 사람을 주제로 그림 그리며,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입니다. 『열두 달 자연과 만나요』『두꺼비 논 이야기』 등을 펴냈으며 『콩알 하나에 무엇이 들었을까?』 『가랑비 가랑가랑 가랑파 가랑가랑』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녹색손’ 이름으로 꾸리는 자연 배움터 ‘도토리 교실’(cafe.daum.net/dotoliroom)에 오시면 더 많은 자료를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