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07월 통권 제14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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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의 서평]
아이들, 불의에 맞서다

김원숙 | 2014년 07월

대규모 테마파크를 세우려는 거대 자본, 도약의 명목 아래 이익을 챙기는 사람들, 낡은 것들이 사라지고 번듯한 도시가 생기리라는 막연한 기대, 자본의 횡포에 대한 체념. 어느 곳의 상황 같은가요? 『벤저민 프랫, 학교를 지켜라』의 배경입니다. 책 속 상황들이 요즘 우리 사회의 단면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학기를 마치고 나면 200년이 넘은 오크스 초등학교 건물이 헐릴 예정입니다. 거대 자본인 글렌리 그룹이 항구 도시 에지포트에 대규모 테마파크를 세울 계획이니 바다와 마주한 최적지 오크스 초등학교는 거추장스럽고 낡은 장애물일 뿐이지요. 그런 와중에 평범한 학생 벤저민은 등교하다 학교 수위인 킨 할아버지에게 낡은 금화 하나를 받습니다. “… 나의 학교는 어린이의 것이다. 방어하라. 던컨 오크스, 1783.”이라고 적힌 금화로 벤저민은 학교를 부수려는 세력에 맞설 임무를 부여받습니다. 미국 독립전쟁 주역 중 한 사람인 던컨 오크스 선장은 영국과 싸워 이겼던 배로 학교를 지었고, 그 학교가 영원히 아이들의 것이길 바랐습니다. 그래서 믿을 만한 사람에게 수위 일을 맡기고 학교 수호자로서 임무를 다하도록 하였습니다. 그러니 금화는 학교 수호자의 표식이고 벤저민이 그 표식을 받은 것입니다.

지난 2년 동안 테마파크 건립 문제로 에지포트가 시끌시끌했지만 낡은 것이 새것으로 바뀌는 것이려니 하며 크게 관심 갖지 않았던 벤저민은 금화 때문에 고민합니다. 안 그래도 부모님 이혼으로 속상한데, 거대 기업과 어찌 대적할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하지만 벤저민은 자신이 다니던 학교가 부서지고 아름다운 항구 도시가 시끄러운 놀이공원이 되는 걸 바라지 않음을 알게 됩니다. 그래서 꼼꼼하고 지혜로운 친구 질과 잘난 척하기는 해도 머리 좋은 로버트와 힘을 모으기로 합니다. 금화 뒤에 새겨져 있던 문구를 실마리로 학교를 구할 보호책 다섯 가지를 차례로 찾습니다.
 
학교 수호자 세 아이들과 글렌리 그룹의 산업 스파이 라이먼 아저씨와의 대결 구도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암호 같은 보호책을 찾기 위해 아이들은 책을 읽고 인터넷 검색을 하고 학교 곳곳을 탐색하는 반면 수위로 위장한 라이먼 아저씨는 보호책을 찾을 수 없도록 아이들 행동을 감시하고 방해합니다. 이들의 대결은 이기고 지기를 반복하며 팽팽하게 맞서 긴박감 넘칩니다. 아이들이 어떻게 보호책을 찾아내고 수위의 방해를 막아내는지 가슴 졸이며 기대하게 됩니다. 아이들은 옥신각신 다투다 의견을 조정하고 고민을 거듭해 보호책을 알아냅니다. 아이들 중심으로 흘러가는 이야기 전개가 눈부십니다. 한두 개의 보호책만 아이들이 찾고 나머지는 어른들이 나서 찾는 어른 중심 이야기로 바뀌지도 억지스럽지도 않습니다. 보호책이 지닌 사회 경제적 파급력 때문에 어른 힘이 필요해 어른들도 학교 수호자로 차츰 참여하게 되지만 그 중심에는 늘 아이들이 있습니다. 따스하고 자존심 강한 벤저민, 꼼꼼한 질, 창의성과 천재성을 겸비한 로버트, 주인공들의 개성이 끝까지 살아 있으며 어느 인물도 소홀하지 않게 이야기가 나아갑니다.
 
긴장감 넘치는 탐정 이야기 흐름 안에 아이들의 성장 과정과 바른 삶의 태도며 사회의 지향점도 녹인 것이 참 대단합니다. 벤저민은 자기보다 똑똑한 친구를 못마땅하게 여겨 경쟁하기 일쑤인 보통 아이였지만 오크스 선장이 남긴 보호책들을 찾으며 리더의 면모를 갖춰 갑니다. 창의적인 생각을 해낸 로버트가 으스대더라도 모른 척 넘어가거나 능력을 인정해 주고 가야할 방향을 먼저 생각할 줄 아는 수호자의 우두머리로 커갑니다. 학교를 세운 오크스 선장도 역사 속 지도자의 면모를 지녔습니다. “무지와 가난과 압제로부터 우리를 방어해 주는 것이 바로 우리의 학교”라고 생각하고 재산을 학교 건립과 아이들 교육에 바쳤으며, 자기 후손들만을 위해 재산을 비축하지도 않았습니다. 또한 수호자들에게 단계에 맞는 보호책을 차례로 사용하고 신사적인 방법으로 대처하라는 명령을 남겼습니다. 그래서 아이들도 불의에 대항하되 정당한 방법을 씁니다. 흉악한 거대 자본에 대적하기 위해 또 다시 의로운 거대 자본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선이 이기는 극적 해결이 통쾌한 이야기입니다. 미국 중산층의 교육 태도, 예의, 모범적인 생활 등을 가르치지 않는 듯 가르치기도 합니다. 비리와 부적절한 문제들이 버젓이 일어나는 사회에 살다 보니 불의에 맞서는 아이들 모습이 대견하고 부럽습니다. 리더의 면모와 올바른 가치관을 은연중에 녹여 낸 ‘재미있는 작품’을 아이들이 많이 읽으면 좋겠습니다.
김원숙│ 오픈키드 컨텐츠팀장. 어린이 청소년 책을 읽으며 청소년 책읽기, 신화, 논어 모임에서 어린이 책 공부도 하며 즐거이 지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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