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4월 통권 제7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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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책 만들기]
도서관에 어떤 책이 있나 볼까요?
――300 사회과학

조민상·이민혜 | 2009년 04월


<300 사회과학> - 모두 함께 모여 살아요. 우리가 사는 사회!

애기똥풀 꽃 피는 사월입니다. 새둥이 1학년은 혼자 학교 오가기, 시간 맞춰 화장실 가기, 점심 급식 먹기가 익숙해집니다. 형아, 누나들도 선생님 따라 생활습관을 들이고, 회장 반장도 정하고, 청소 구역을 나누고 나면, 어수선하던 새 학기가 조금씩 자리 잡혀 갑니다. 이제야 책을 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기나 봅니다. 책 빌리는 아이들 발길에 도서관이 소곤소곤 복작복작 살아납니다. 아이들 손길이 어루만지는 책들은 봄바람 맞아 몸살이 납니다. 책등이 뜯어지고, 날선 표지는 닳고 닳아 모서리가 둥글어지고, 속지는 금이 가고 찢어지기도 하지요. 그래도 이렇게 사랑 받는 책들은 행복합니다. ‘누가 나를 데려가 줄까?’ 기다리는 마음으로 책꽂이에 갇혀 있는 책들이 더 안됐다는 생각이 드는 건 엄마만의 착각일까요?

예전처럼 꿰매는 방식이 아니라, 가지런히 놓고 풀로 붙이기만 한 책들은 도서관에서는 살아남기가 힘이 듭니다. 집에서처럼 책꽂이에 얌전하게 모셔 두고 일 년 가야 한두 번 꺼내 보는 책이라면 모를까. 뜯어지고 찢어진 책들을 꿰매고 붙이고 새 옷을 입혀 주다 보면 아이들이 둥그렇게 둘러서서 지켜봅니다. “뭐 하시는 거예요?” “책 고쳐 주고 있지.” 다른 설명 없이 아주 즐거운 얼굴로 입 다물고 일하다 보면 아이들은 동그란 눈으로 ‘무언가 더 말해 주세요!!’ 하지요. “그렇게 더럽고 낡았는데 버리면 안돼요?” “이게 뭐예요?” 수선 도구들을 보면 아이들은 신기해합니다. “책이 왜 이래요?”

엄마는 많이들 궁금하라고 뜸을 들입니다. 궁금하다 못해 지쳐서 다들 가 버리기 직전이 되어서야, 말해 줍니다. 그리고 낡은 책을 새 책처럼 고치는 과정도 설명해 줍니다. 그러고 나면 “저도 하고 싶어요, 풀칠하면 재미있을 거 같아요, 시켜 주세요. 네?” 합니다. 힘들고 귀찮은 일을 톰 소여처럼 떠넘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엄마 입가에 배시시 웃음이 퍼집니다. 하긴 페인트칠이나 풀칠이나 혼자 하려면 까마득한 일인 건 똑같지요? 책 만들기를 부지런히 가르쳐서 모두들 도서관에서 책 수선을 시켜야 할까 봐요.

오늘 만들 책은 300 - 사회과학. 피자 책을 만들어 봅시다!

한 조각 한 조각 모여서 온전한 하나가 되는, 아니면 온전한 하나가 각각으로 나뉘는(?). ‘옳은 방향’으로만이 아니라 어떤 방향으로도 생각해 볼 수 있는 아이들이면 좋겠습니다. 커다란 사회가 법, 경제, 교육, 전통으로 나뉘어 발전을 하는 것도 맞을 테고, 각각의 문화들이 모이고 쌓여서 사회를 이루고 있는 것도 맞는 생각이라고 깨달아 주면 참 좋겠습니다. 엄마 마음을 아이들도 알았는지 책꽂이에 어떤 책이 있는지 아주 쉽게 알아냈지요. 지금까지 다녀온 철학이나 종교 책꽂이들과는 다르게, 자주 듣게 되는 내용들로 가득한 책이 많았거든요. 사회 안에서 우리가 모두 함께 모여 살아가려면 서로 마음 상하지 않을 규칙도 만들어지고(법학), 나누고 바꾸어 줄 수 있는 화폐와 돈을 가질 수 있는 일자리(경제학), 조그만 사회에서 만들어진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와 풍습(민속학), 이 모든 것들을 서로 알리고 가르쳐서 잘 이어나갈 수 있게 하는(교육) 책들이 책꽂이에 가득합니다. 그 중에 아이들 마음에 든 책은 『10살에 떠나는 미래 직업 대탐험』 『존 아저씨의 꿈의 목록』 『레몬으로 돈 버는 법』입니다.

똑같은 피자라도 만드는 방법, 먹는 방법이 아이들마다 다릅니다. 처음엔 크게 먹겠다고 “네 조각으로 자를 거예요,” “조각마다 다른 맛으로 먹고 싶으니까, 여덟 조각으로 자를 거예요.” 의견이 나뉘더니, 책을 보고 내용을 생각해 낸 아이들은 모두들 네 조각으로 통일! 대부분의 아이들에게 내용 채우기는 공포, 그 자체입니다. 이야기 나누기까지는 아주 즐겁고 재미있게 하다가도 마침내 ‘쓰기’를 해야 하는 순간이 되면 ‘어떻게 하면 조금만 쓸 수 있을까?’ 고민하는 얼굴입니다. 올려 먹는 재미가 쏠쏠한 토핑을 그린 다음 꾸미기까지는 즐겁게, 펼쳐진 내용에서는 오랜 시간이 걸려서, 마침내 고민 가득한 피자가 만들어졌지요.

아이들이 만든 피자. 맛 좀 볼까요?

‘9살에 떠나는 신비한 미래의 직업 대탐험.’ 정현이 피자집 이름입니다. 정현이가 관심 있는 직업은 소방관, 경찰, 마술사, 개그맨입니다. 어떻게 하면 꿈을 이룰 수 있는지 열심히 알려 주었지요. 유리는 사회과학을 줄여서 ‘사·과 따먹기’라는 재미난 제목을 붙여 주었답니다. 한나는 ‘재미있는 사회’ 간판을 달고 경제, 직업, 법, 문화, 네 조각을 생각지도 그리기로 표현해 주었지요. 운동장에서 자전거 타고 싶은 마음이 피자보다 간절한 우겸이는 ‘후룩 후룩 우엑 우엑’ 제목만큼 맛 없는 피자를 후다닥 만들고는 고고씽!

『존 아저씨의 꿈의 목록』을 보고 이름 지어 준 ‘존 아저씨의 직업목록.’ 하영이 책 안에는 직업의 정의와 종류, 그리고 감자 깎기 칼을 파는 부자 아저씨 이야기를 듣고는 감자 깎기라는 특이한 직업을 담았습니다. 지희는 ‘GO GO!! 우리직업 미리보기 Start’라는 제목으로 소방관, 의사, 변호사, 연예인 네 조각을 만들었지요.

『레몬으로 돈버는 법』을 보던 수현이는 “어! 나도 돈 모아서 사고 싶은 물건 샀는데, 선생님 그 이야기를 책으로 써도 돼요?” 합니다. 수현이의 ‘I’m rich girl’ 안에는 3개월 동안 10만 원을 모은 이야기, 그 돈으로 산 MP3와 휴대전화, 갖고 싶은 것을 사거나 돈을 모을 때 지켜야 할 주의점이 들어가 있어서 한 입에 덥석 먹어 버리기엔 정말 아깝지요. ‘알쏭달쏭 HOT 직업’이라 이름 붙인 지수의 피자 속에는, 의사, 디자이너, 과학자, 우주비행사가 자리했네요. 민혜가 만든 피자 ‘피자 속에 들어간 머니에는’ 토핑에 돈이 올라가 있으니 조심하셔야 합니다. 소원과 목표, 용돈과 저금이 네 조각으로 나뉘어 있답니다.

아이들에게 직업은 흥미가 있기도 하고 두렵기도 한 이야깃거리인가 봅니다. 엄마 아빠 이야기를 듣다 보면, 무언가 되어야 할 것 같기는 하고, 그렇다고 꼭 하고 싶은 직업이 있는 것은 아니랍니다. 해 보고 싶은 일이 있기는 한데, 어떻게 해야 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고, 대부분 하고 싶은 일은 “그거 말고 다른 건 어때? 의사나, 교수나, 변호사……” 이 말 한마디에 버려지곤 하지요. 이야기 나눌 때, 아이들이 손꼽은 가장 훌륭한 직업 안에는 환경미화원이 있었습니다. 엄마 마음은 콩당콩당 합니다. 아이들이 힘들고 성가시고 더러운 일을 할까봐 걱정이 되어서요? 천만의 말씀! “다른 직업은 없어도 불편하거나 힘들지 않지만 환경미화원은 꼭 필요한 직업이지요? 선생님, 청소부 아저씨가 안 계셔서 쓰레기를 아무도 안 치워 주면 우리 모두 어떻게 살아요!” 아이들이 제게 던져 준 화두입니다.

[준비물] (표지)골판지 또는 피자 박스. (내지)색도화지 다른 색 두장
1. 오늘 표지는 상자야.
골판지를 위의 길이대로 잘라.그 다음, ㄱ을 ㄴ에 붙이고, ㄷ을 ㄹ에 붙여. 점선으로 된 곳은 접어야 되는거 알지?
2. 이제 피자를 먹어 볼까?
①난 여덟 조각을 먹을래.
②난 네 조각을 먹을래.
피자 위의 토핑은 마음껏 골라 먹어!
3. 피자 한 조각은 이렇게 이루어져.
①여덟 조각 중에 한 조각
원을 네 등분한 것 중 하나를 반으로 접어. 그럼, 여덟 조각이 되려면 8개가 필요하겠지?
②네 조각 중에 한 조각
원을 두 개로 나눈 것 중에 하나를 반으로 접어. 네 개를 만들면 되겠지? 피자는 다른 색깔 색도화지 위에 붙이면 돼.

* 큰 아이들과 전개도 그리기와 만들기를 해 보려고 상자를 만들었습니다. 상자 만들기가 어려우면 집에 있는 피자 상자를 써요. 골판지로 만든 상자보다 튼튼하고 꾸미기도 좋지요.
* 피자 상자는 날개를 접어 넣어서 여밈이 필요하지 않지만 만든 상자는 각이 안 맞아서 틀어지거나, 시접선이 모자라면 잘 여며지지가 않아서 나무 구슬과 고무줄로 잡아 주었습니다.
* 속지는 원이 기본입니다. 큰 원을 반 잘라 접거나, 네 등분해서 접으면 속지가 되지요. 쓰기 활동이 잘 이루어져서 내용이 많을 경우에는 속지 조각을 접을 때 여러 겹으로 접어 씁니다. 면이 늘어나서 내용을 담을 공간이 많아지지요.
조민상·이민혜│엄마가 글 쓰고 딸이 그렸습니다. 그리고 천안 봉서 초등학교 방과 후 북아트 교실 친구들인 박정현, 배한나, 민지희, 김지수, 이민혜, 김우겸, 박수현, 이하영, 전유리, 홍예지가 함께 만들었습니다.

이 글에 나온 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