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1월 통권 제7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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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책 만들기]
나만의 도서관이 생겼어요!

조민상·이민혜 | 2009년 01월

학기 중에는 얼굴 보는 시간이 길지 않아서 안 좋은 소리도 덜하게 되지만, 방학만 되면 하루에도 여러 번 부딪히게 됩니다. “책 좀 봐라, 책 좀 봐!” 아니면 “제발 나가 놀아라, 허구 헌 날 방구석에 처박혀 있지 좀 말구!” 도대체 어쩌라는 건지요. 조용히 집에 있으라는 건가요, 아니면 나가 놀라는 건가요? 나가서 놀기도 하고 책도 보는 길이 있답니다! 도서관에 가는 길을 가르쳐 주세요~.

아이들과 도서관에 갑니다. “도서관에 가면 뭐가 있지?” 하는 물음에 어리둥절합니다. ‘그거야 당연히 책이지, 뭘 물어봐!’ 생각하는 얼굴도 보입니다. <도서관에 가면 OO도 있고>를 하면 원하는 답이 보일까요? 책꽂이, 책, 컴퓨터, 의자, 책상, 사서아줌마……. 나올 만한 건 다 나오고 창문, 에어컨 심지어 ‘내 친구요.’까지도 나오는데 아이들은 절대 원하는 답은 말해 주지 않습니다. 분류번호, 분류기호, 색으로 분류된 안내판 이런 걸 기대했는데 어쩔 수 없지요.

“사서선생님 뒤에는, 책꽂이 위에는 뭐가 보이니?” “꽃이요~!” 에구, 그러게요. “그거 말구!” “간판요!!” 분류번호 써넣은 서가 안내판 말입니다. 아이들 모두 ‘그런 게 있었나??’ 하는 얼굴입니다. “100, 200, 300…… 1000이요!” 이제야 뭔가 보이나 봅니다. 흐뭇합니다. 다음 시간에는 계란이라도 삶아다 줘야겠습니다. “000은 있어도 1000은 안 보이는걸? 색도 다 다르지?” 도서관에 그렇게 와 보고도, 처음 온 양 신기해 합니다.

우리 학교 도서관에서는 방학마다 행사가 있습니다. ‘독후 꾸러미’를 한 후에 사서어머님이 도장을 찍어 주시면 개학하고 상을 주는 ‘책 읽고 독후감 쓰기’입니다. 하루에 한 권씩밖에 안 찍어 주기 때문에 아이들은 도장을 채우기 위해서 매일 도서관에 오고, 다 채우려면 적어도 다섯 번은 와야 합니다. 그러니 평소에 도서관에 한 번도 안 오던 녀석도 방학 때만큼은 꼭 들르지요.

“너희들 도서관 안에 세상이 다 있다는 거 아니?” 비밀 이야기인 양 꺼낸 이야기에 아이들 얼굴은 금방, ‘에이~ 뻥!’ 합니다. 운동장도 없고, 나무도 없고 호랑이도 안 사는데. 세상이 어떻게 도서관에 다 있냐? 말도 안 돼! 흥! 믿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그래, 그래, 알았다, 알았어. “생각이 다르니까 진짜 그런지 안 그런지 나만의 도서관을 만들어 볼까?” “도서관을 어떻게 만들어요?” “내가 좋아하는 이름도 지어 주고, 내가 좋아하는 책만 만들어서 넣어 주고, 내 맘대로 도서관을 만드는 거야. 각자 어디 시작해 볼까?” 나만의 작은 도서관을 만들고 아이들은 이름을 붙여 주었답니다. ‘꽃을 꽃이라 부르기 전에는’쪹 활동 후에 내 도서관 이름을 세 가지씩 지어서 다른 친구들에게 보여 주면 친구들마다 마음에 드는 이름에 하나씩 표시합니다. 가장 많은 표를 받은 이름이 내 도서관 이름이 되는 것이지요. 투표 결과에 관계없이 내 맘에 드는 이름을 고르기도 하지만 결정된 도서관의 이름을 살펴보면 대부분 친구들의 선택이 탁월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조용히 하라고 하는 도서관이 정말 싫다는 유리는 ‘시끌벅적 도서관’, 책 만드는 시간에 가장 진지한 막내 정현이는 ‘북아트 도서관’, 학원 시간에 쫓겨도 조용히 할 일 다하고 가는 예지는 ‘똑똑한 책나라’, 당글공주를 닮은 하영이는 ‘Book story’, 오랫동안 고민한 한나는 ‘책이 많은 도서관’, 소곤소곤 이야기하기 좋아하는 수현이는 ‘히히호호’, 자기 별명을 붙여 준 지수는 ‘둘리’,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민혜는 ‘펭귄과 북극곰의 집’, 간식 시간을 제일 좋아하는 지희는 ‘나만의 도서관’, 호랑이를 멋지게 잘 그리는 우겸이는 뭐랬더라? 아이들이 이름을 지어 주기까지는 많은 생각과 이야기가 필요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도서관에 세상이 몽땅 들어 있을까요? 아이들에게 도서관의 분류번호를 알려주기는 참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이야기를 만들어서 들려주었답니다.

[* ‘꽃을 꽃이라 부르기 전에는’ 활동이란 ‘나’는 뭐라고 불리는지 이야기 나누는 활동입니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불러 주시는 ‘에구, 우리 강아지’부터 학교에서 불리는 다양한 별명까지 모두 적어 보고 내 이름을 친구들에게 알려 주는 첫 시간 활동입니다. 내가 만든 도서관도 이름을 지어 주지 않으면 내 도서관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아이들 스스로 깨달아 가는 과정입니다.]

한 사람이 살았어. 어느 날 문득 강물에 비치는 자기 모습을 보고 ‘내가 누굴까?’ 생각했지. 생각하고 또 생각하다가 ‘아! 내가 사람이구나! 네 발로 돌아다니는 동물들과 다르구나.’ 하고 깨달았단다. <철학 100>


사람이라고 깨닫고 나니까 호랑이도 무섭고, 곰도 무섭고 나보다 힘센 모든 것이 두렵고 무서워졌지. 그러다보니 나보다 힘세고 강한 무언가를 믿고 싶은 마음이 생겨났겠지? 곰을 믿기도 하고, 커다란 나무를 의지하기도 하고. 같은 사람 모습을 한 ‘신’도 생겨났어. <종교 200>


같은 믿음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서 마을을 이루고 생활하다 보니 서로 지켜야 할 법도 생기고, 서로 필요한 것을 바꾸고 나누는 경제도 발달하고, 각각의 마을마다 서로 다른 풍습도 생겨났지. <사회과학 300>


여러 마을이 생기고 사람이 많아지니까, 먹을 것도 많이 필요하고 집도 많이 필요해지겠지? 그러다보니, 자연을 잘 살피고 관찰해야 먹을 것도 생기고, 집 지을 땅도 마련할 수 있었어. 사냥감 구하고 농사짓고, 집 짓고, 더 나은 곳으로 옮겨 다니는 것까지 자연을 모르면 살 수가 없었지. <순수과학 400>


이렇게 어렵게 살아가다보니 조금 더 쉽고, 편리하게 살아가고 싶어서 이것저것 만들어 냈어. 처음엔 농사짓는 도구나 사냥하기 편리한 덫을 만들었어. 전화, 세탁기, 텔레비전도 마찬가지야. 요즘에는 컴퓨터나 로봇, 우주탐사선이 있겠지? <기술과학 500>


기술이 발달하고 생활이 여유로워지니까 벽에 사냥감을 몇 마리 잡았나 그림도 그리고, 많이 잡으면 춤도 추고 노래도 불렀지. 모두들 먹고사는 것에서 편안해지면 즐기게 되지. 나도 시간이 생기면 영화도 보고 공짜 표가 생기면 음악회도 간단다. <예술 600>


예술이 점차 발달하면서 다른 마을에 보여 주고 싶어졌어. 우리는 이렇게 잘 지낸다고 자랑도 하고 싶고. 어라! 그러고 보니 서로 다른 말을 쓰네. 한국어도 있고 영어도 있고 중국어도 있고. 어떻게 대화를 하지? <언어 700>


문화와 말이 다른 나라도 사람 살아가는 모습은 다들 비슷비슷한가 봐. 자기들 말로 ‘우리는 이렇게 살아. 너희는 어떠니?’하고 이야기도 쓰고, ‘이런 이야기는 어떠니?’ 하고 옮겨 주기도 하고. 우리글로 다른 나라 이야기도 읽을 수 있게 된 거야. <문학 800>


사람들은 오랫동안 살아 오면서 긴 이야기를 남겨 왔어. 남겨진 이야기들을 보면 그 때, 그 곳에 살지 않았더라도 옛날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 왔는지 알게 되겠지. 내 할아버지 할머니 들이 어떻게 살아 왔는지, 얼마나 멋진 사람들이었는지. 역사라는 단어로 표현하기는 너무나도 기나긴 이야기들이 있단다. <역사 900>


그리고 여기에 ‘한 사람이 살았어’부터 시작한 이야기의 처음부터 끝까지 몽땅 담겨 있는 하나가 있지. 돌고 도는 모든 것! 세상의 ‘가’에서부터 ‘하’까지, ‘A’에서부터 ‘Z’까지라고도 해. <총류 000>
조민상·이민혜│엄마가 글 쓰고 딸이 그렸습니다. 그리고 천안 봉서초등학교 방과후 북아트 교실 친구들인 박정현, 배한나, 민지희, 김지수, 이민혜, 김우겸, 박수현, 이하영, 전유리, 홍예지가 함께 만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