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06월 통권 제5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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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깊은 책 이야기

[우리 안의 보물을 찾아 떠난 여행]
나무꾼과 선녀 <3>
――천상 시련 극복담 속 ‘쥐의 보은’

김환희 | 2007년 06월

네 가지 유형의 「나무꾼과 선녀」 설화 가운데서 가장 바람직한 이야기는 천상 시련 극복담이다. 나무꾼이 자신의 잘못을 속죄할 수 있는 기회조차 갖지 못한 채 버림을 받는 선녀 승천담이나 날개옷 도둑질로 맺어진 부부의 갈등이 제대로 해소되지 않은 채 어설픈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나무꾼 승천담은 둘 다 완결성이 떨어지는 이야기이다. 앞엣것은 신화적인 속성이 강한 것이어서 문화 유산으로서의 가치가 크다고 볼 수 있지만, 뒤엣것은 구비 문학적인 가치로 보나 서사적인 완결성으로 보나 부족한 점이 많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나무꾼과 선녀」 유형은 여러모로 문제점이 많은 나무꾼 승천담이다. 그 가장 큰 원인으로는 교과서와 동화책의 영향을 꼽을 수 있다.

일제 시대에 일본인 학자들이 동화책에 집중적으로 실은 설화가 나무꾼 승천담이었고, 광복 이후에 교과서 편찬자들이 제1차와 제2차 교육과정기의 국어 교과서에 수록한 설화가 또한 이 유형이었다.1) 교육자들이 나무꾼 승천담을 선호한 것과는 달리 우리 옛 민중들은 천상 시련 극복담을 더 좋아했던 것 같다. “노보시비르스크 건설의 아버지”라 불리는 가린-미하일로프스키가 1898년에 편찬한 『조선설화』는 우리나라 최초의 구전 설화집이라고 볼 수 있는데 그 속에 실린 「박씨」란 이야기가 천상 시련 극복담이다.2) 이 유형은 채록시기만 오래된 것이 아니고 1980년대까지 채록된 입말본의 수도 네 유형 가운데 가장 많다.3) 그런데 오늘날 이 유형은 더 이상 이야기판에서 전승되지 않는 것 같다. 국문학자들이 1991년과 2004년에 구전되는 『나무꾼과 선녀』 설화를 채록한 적이 있는데 그 가운데 천상 시련 극복담은 단 한 편도 없었다.4)

천상 시련 극복담과 나무꾼 승천담을 나란히 놓고 비교해보면 우리는 쉽사리 앞엣것이 뒤엣것보다 모든 면에서 훨씬 뛰어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천상 시련 극복담에서 나무꾼은 하늘로 올라가서 곧바로 행복하게 사는 것이 아니라 온갖 시련을 체험한다. 선녀는 자신을 찾아서 낯선 하늘나라로 위험을 무릅쓰고 올라 온 남편을 적극적으로 돕고, 나무꾼은 아내의 조언에 귀를 기울여 위기를 극복한다. 이러한 내용도 바람직하지만 이야기를 구성하는 화소도 매우 다채롭고 풍성하다. 나무꾼을 돕는 조력자로 사슴(노루)만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쥐도 등장하고, 때로는 고양이도 등장한다. 또 하늘나라에 사는 장인 또는 옥황상제가 수탉으로 변신해서 숨기도 하고, 선녀와 그 형제들이 까투리, 솔개, 매, 독수리 등으로 변신하기도 한다.

특히 천상 시련 극복담에 들어 있는 여러 모티프 가운데서 내게 가장 흥미로운 것은 ‘쥐의 보은’이라는 모티프이다. 아마도 「나무꾼과 선녀」 설화에 ‘쥐의 보은’이란 모티프가 들어 있다는 사실을 아는 독자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 모티프는 주로 천상 시련 극복담에 들어 있는데, 이 유형은 어린이 책과 교과서로 만들어진 적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2006년, 시공주니어에서 천상 시련 극복담에 바탕을 두어 『선녀와 나무꾼』(박철민 그림, 이경혜 글)이란 그림책을 출간했다. 안타깝게도 이 책에도 ‘쥐의 보은’이라는 모티프는 들어 있지 않다. 이 모티프는 교과서와 어린이 책에서는 소홀하게 취급되어 왔지만 이야기판에서 적어도 1980년대까지는 중요하게 여겨진 것 같다. 『한국구전설화』와 『한국구비문학대계』에 실려 있는 천상 시련 극복담 16편 중 13편에 ‘쥐의 보은’ 모티프가 들어 있다.

임석재 선생이 채록한 평북 민담 「나무꾼과 선녀」를 보면 이야기의 들머리가 다음과 같이 시작된다. “넷날에 총각 하나이 있넌데 이 총각이 밥을 하구 있누라문 아침이건 저녁이건 쥐 한 마리가 나와서 놀구 있어서 이 쥐에게 밥두 주구 멋도 주구 하멘 먹을 거를 당창 주어서 길렀다. 그래서 이 쥐는 큰 쥐가 됐다.”5) 이 ‘쥐 친구’는 나중에 쥐나라의 왕이 되어서 나무꾼을 돕는다. 쥐는 선녀의 아버지가 나무꾼에게 구해 오라는 고양이 왕국의 보물을 땅굴을 파서 가져온다. 이본에 따라서 쥐가 나무꾼에게 건네주는 보물의 종류가 조금씩 다르다. 쥐는 보은의 뜻으로 자신의 목숨을 바치기도 하고, 쥐 왕국의 보물을 건네주기도 한다. 또는 위험을 무릅쓰고 고양이 왕국에 몰래 숨어 들어가서 고양이 왕의 진귀한 보물(옥쇄, 통천관, 베개, 금관, 팔자각, 천도)을 훔쳐오기도 한다.

내가 쥐가 등장하는 천상 시련 극복담에 큰 관심을 갖는 것은 서사의 오밀조밀한 짜임새도 재미있지만 그 속에 담겨진 우리 옛사람들의 상징미학과 세계관이 놀랍기 때문이다. 외국 상징사전이나 설화집에서 쥐의 상징성을 살펴보면 그 양상이 너무도 다양하다. 서구 문화권에서 생쥐는 인간의 영혼을 상징하기도 하지만 주로 부정적으로 인식된다. 유럽에서 생쥐는 “지하에 속하며 암흑의 영(靈), 부단한 움직임, 무분별한 동요, 혼란”을, 큰 쥐는 “병을 옮기는 동물로 죽음, 부패, 지하 세계”를 상징한다.6) 또 역병을 일으킬 수 일으키고 치유할 수 있는 신 아폴론이 거느린 동물이 쥐라고 한다.

동양 문화권에서 쥐는 서구에서보다는 훨씬 긍정적인 이미지를 지닌다. 인도에서 쥐는 코끼리 얼굴을 한 문학과 지혜의 신이면서 번영과 성공의 신인 가네샤(Ganesha)의 탈 것이다. 또 일본에서 쥐는 부와 농업의 신인 다이코쿠(大黑天)의 동반자이기도 하다.7) 우리 옛사람들이 쥐에 대해서 지닌 생각은 한마디로 딱 잘라 말하기 힘들 정도로 다채롭다. 한국의 전통문화 상징체계에서 쥐는 현자, 신성, 재물, 요물, 방위 ― 시간, 근신, 풍년 기원, 도둑, 간신 따위와 같이 매우 다양한 의미를 지닌다.8) 입말로 전승되는 서사 문학만 살펴보더라도, ‘혼쥐’ ‘쥐의 둔갑’ ‘쥐의 보은’ ‘창세가’ 따위와 같이 다양한 쥐 설화들이 전승되고 있다. 지면상 쥐의 상징성을 자세히 소개하기는 힘들고, 한국 설화에 나타난 쥐의 모습에 대해서만 간략히 살펴보기로 하겠다.

‘혼쥐’ 설화에서 쥐는 인간의 영혼을 상징한다. 사람들이 잠든 사이에 코에서 혼쥐가 빠져나와서 이리저리 다니는데 사람들은 깨어났을 때 혼쥐가 한 여행을 꿈을 꾼 것으로 생각한다. 이 유형의 설화로는 아내가 도둑질을 일삼는 남편의 세 번째 혼쥐를 죽여서 남편의 나쁜 버릇을 고쳤다는 이야기, 잠든 남편의 콧구멍에서 나온 혼쥐가 바깥으로 나갈 수 있게 도와 준 아내가 남편이 꿈속에 본 장소에 가서 금은보화를 발견했다는 이야기 등이 전해진다. ‘쥐의 둔갑’ 설화에서 쥐는 사람들이 함부로 깎아 놓은 손톱과 발톱을 먹거나 또는 사람들이 뒷간에 갈 때 벗어 놓은 옷을 입고 인간으로 둔갑한다. 이러한 이야기가 전해지는 것은 인간의 영혼이 쥐의 형상을 하고 있다고 옛사람들이 믿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쥐의 보은’ 설화에서는 생쥐를 측은하게 여겨서 자랄 때까지 음식을 먹여 준 사람들이 쥐 덕분에 목숨을 구한다. 그 사람들은 어느 날 쥐떼들이 마당으로 몰려와서 앞발을 들고 서서 춤을 추는 것이 하도 신기해서 구경하러 나왔다가 목숨을 건진다. 그들이 나오자마자 집이 폭삭 무너진 것이다.9)

쥐의 다양한 상징적 속성 가운데 가장 흥미로운 것은 그것이 양성성 또는 음양의 합일을 상징한다는 점이다. 함경남도 함흥에서 전해지는 서사 무가 ‘창세가’를 보면 쥐는 인간이 창조되기 이전에 존재했던 동물로서 미륵에게 물과 불의 근원을 가르쳐 준다. 생식을 하던 미륵이 물과 불의 근원을 알아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풀메뚜기와 풀개구리의 무르팍을 치면서 물어 보지만 답을 얻지 못하고, 결국 생쥐에게 묻는다. 생쥐는 물과 불의 근원을 알려 주는 대가로 천하의 뒤주를 차지할 권리를 얻는다. “금덩산에 들어가서 한쪽엔 차돌을 들고 한쪽엔 시우쇠(무쇠)를 들고 툭툭 치니 불이 일어났고요, 소하산에 들어가니 샘물이 솔솔 나오는 물의 근본이 있었지요.”라고 생쥐가 알려 준 후에 미륵이 인간을 점지했다고 한다.10) 즉 쥐는 음과 양의 대표적인 상징물인 물과 불의 근원을 모두 알고 있는 지혜로운 동물인 것이다. 또 쥐는 앞 발가락이 4개, 뒤 발가락이 5개로 한 몸에 음수(4)와 양수(5)를 모두 갖추고 있어서 음양의 화합을 상징하는 동물이기도 하다.11)

이러한 쥐의 복합적인 상징성이 「나무꾼과 선녀」 속에 잘 녹아들어가 있다. 천상계의 여자와 지상계의 남자가 결합하는 데 양성적인 속성을 지닌 쥐가 조력자로 등장한다는 것은 매우 그럴 듯한 발상이다. 또 인간으로 살기 위해서 하늘로부터 지하 세계로 여행을 떠나 그곳의 보물을 천상으로 가져와야 된다는 설정도 매우 흥미롭다. ‘하늘과 땅과 인간의 조화’를 꿈꾸고 ‘음양의 합일’을 추구했던 옛사람들의 세계관을 엿볼 수 있다. 나무꾼이 초월적인 능력을 지닌 외부 조력자로부터 도움을 받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오랫동안 음식을 나누어 주면서 키워 온 동물로부터 도움을 받는다는 것도 바람직한 설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수집한 외국의 백조처녀 설화 가운데서 천상 시련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 조력자가 주인공이 직접 키운 작고 보잘 것 없는 동물로 설정된 이야기는 단 한 편도 없었다. 유럽 설화를 보면, 백조처녀의 남편들을 돕는 조력자들은 보통 ‘현자’ 또는 ‘태모’의 이미지를 지닌 아주 나이가 많은 노인들이다. 이 노인들은 주로 날짐승, 들짐승, 물짐승들을 지배하는 왕인데 주인공에게 사라진 아내의 행방을 수소문해서 알려 준다. 주인공은 마녀의 마법에 걸려서 유리산 또는 수정궁에 갇혀 있는 백조처녀를 여행 중에 훔친 ‘마법의 모자’와 ‘마법의 장화’를 이용해서 구한다. 일본 설화(天人女房)에서 나무꾼에게 하늘나라에 올라 올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천상시련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 존재는 주로 ‘선녀 ― 아내’이다. 몽골 천상 시련 극복담의 경우, 조력자가 없는 이야기도 있고 선녀 또는 스님이 조력자로 등장하는 이야기도 있다.12)

쥐와 같은 보잘 것 없는 동물이 조력자로 등장하는 것은 한국 설화에서는 보편적인 특징인 것 같다. 「팥죽 할멈과 호랑이」 「구렁덩덩 신선비」 「지네 장터」 따위의 설화를 보면, 일상 현실 속에서 우리들이 쉽사리 만날 수 있는 친숙하고 보잘 것 없는 동물들, 논 갈고 빨래하는 노인들, 부엌에 있는 자질구레한 물건들이 어느 순간 마법의 힘을 지닌 조력자로 변신한다. 우리 옛사람들은 인간의 소망을 들어 주는 조력자가 멀리서 온 초자연적인 존재가 아니라 평소에 연민과 사랑으로 돌보아 준 우리 주변에 있는 보잘 것 없는 존재들이라고 믿었던 것 같다.

‘쥐의 보은’ 모티프가 들어 있는 천상 시련 극복담에는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 옛사람들의 따스한 시선, 풍부한 상상력, 낙천적인 인생관이 담겨 있다. 그러한 이야기가 아직 어린이 책으로 만들어지지 않은 것은 아쉬운 일이다. 서구에서 쥐는 죽음, 질병, 악마, 지옥, 어둠 따위를 연상시키는 부정적인 동물로 취급되었다. 하지만 디즈니는 아이들이 작고 귀여운 동물을 좋아한다는 사실에 착안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혐오감과 연민을 동시에 느끼는 쥐를 사랑스러운 캐릭터로 만들었다. 또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뚱보쥐 ‘보우’라는 캐릭터를 만든 미야자키 하야오는 쥐정토 설화를 언급하면서 자신의 영화가 ‘일본 옛이야기의 직계손자’라고 자랑스럽게 주장한다.13) 우리 옛사람은 오래 전에 이미 미키 마우스와 보우 못지않게 사랑스럽고 귀여운 쥐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오늘날 그러한 이야기는 미처 세상의 빛도 보기 전에 우리의 기억 저편으로 사라져 가고 있다.

1) 김기창, 『한국구비문학교육사』, 집문당, 1992년, 80쪽.
2) 가린-미하일로프시키, 안상훈 편역, 『조선설화』, 한국학술정보, 2006년, 31-40쪽.
3) 임석재의 『한국구전설화』와 한국정신문화연구원의 『한국구비문학대계』를 살펴보면, 천상 시련 극복담의 이본이 가장 많이 실려 있다. 두 구전 설화집에 수록된 네 가지 유형의 설화를 살펴보면 선녀 승천담 9편, 나무꾼 승천담 9편, 천상 시련 극복담 16편, 수탉 유래담 13편이다.
4) 배원룡, 『나무꾼과 선녀 설화 연구』, 집문당, 1993년. 서은아, 『‘나무꾼과 선녀’에 나타난 부부갈등 연구』, 제이앤씨, 2005년.
5) 임석재, 『한국구전설화 : 평안북도 - I』, 평민사, 1987년, 54쪽.
6) 진 쿠퍼, 이윤기 옮김, 『그림으로 보는 세계문화상징사전』, 까치, 1994년.
7) 레이첼 스톰, 『동양신화 백과사전』, 루비박스, 2006년, 200-201쪽.
8) 「쥐」, 『한국문화상징사전』, 동아출판사, 1992년.
9) 『한국구전설화 5 - 경기도편』, 1989년, 174-175쪽.
10) 김태곤 외 편저, 『한국의 신화』, 시인사, 1988년, 211쪽.
11) 천진기, 『한국동물민속론』, 민속원, 2003년, 76쪽.
12) 체렌소드놈, 『몽골민간신화』, 대원사, 2001년, 237-252쪽.
13) , 「미야자키 하야오가 말하는 ‘이 영화가 노리는 점’」.

※ 이 글에 실린 그림은 『선녀와 나무꾼』(박철민 그림, 이경혜 글, 시공주니어, 2006)에서 가져왔습니다 ━ 편집부.
김환희│비교 문학을 전공한 후 비교 문학, 어린이 문학, 유럽 문학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현재 ‘옛이야기’를 화두로 하여 우리나라와 다른 나라의 옛이야기를 비교하면서 우리 옛이야기가 지닌 보편성과 특수성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더불어 옛이야기와 창작 동화의 접목에 대해 공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