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06월 통권 제5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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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에서 읽었어요]
모르는 척하기 없기!

서 단 | 2007년 06월

화창한 봄날, 급식실에서 점심을 맛있게 먹고 나왔다. 운동장을 바라보니 6학년 남학생들이 열심히 축구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무슨 일이 생겼는지 몇몇 아이들이 축구를 하다가 말고 잠시 멈춰 서 있다. 자세히 보니 우리 반 성훈이와 옆 반 태호가 실랑이하는 것 같다. 어떻게 하나 지켜보았다. 그런데 눈 깜짝할 사이에 성훈이와 태호가 주먹질, 발길질을 하며 험하게 싸우는 게 아닌가. 옆에서는 아무도 말리지 않았다. 싸움이 심각해지는 듯해서 내가 운동장 한복판으로 뛰어 들어갔다. 먼저 둘을 떼어 놓고 운동장 밖으로 끌고 나왔다. 축구를 하던 아이들도 모두 멈추게 하고 함께 데리고 왔다.

앞뒤 이야기를 들어 보니 성훈이가 옆 반 정현이에게 고약한 말을 했다고 한다. 그것을 들은 정현이의 친구인 태호가 격분해서 성훈이를 때렸다고 한다. 둘 다 벌을 세웠다. 성훈이는 말을 함부로 한 죄로, 태호는 친구를 때린 죄로.

그다음 옆에서 말리지 않고 축구를 한 친구들을 나무랐다. 그 가운데는 학생회장도 있고, 우리 반 아이들도 꽤 있었다. 친구가 싸우는데, 그리고 태호보다 덩치가 두 배나 작은 성훈이가 일방적으로 맞고 있는데 아무도 말릴 생각을 안 하다니 너무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아이들은 말렸는데도 둘이 계속 싸워서 어쩔 수 없었단다. 그리고 어떤 친구들이 둘이 싸우게 내버려 두고 계속 축구나 하자고 했단다. 또 어떤 녀석은 말리다가 자기가 맞을까 봐 그냥 모르는 척했다고 한다.
잘잘못을 가리던 가운데 5교시 수업종이 울렸다. 교실에 가서 우리 반 아이들에게 운동장에서 있었던 일을 말해 주었다.

“너희가 싸운 친구들 옆에 있었으면 어떻게 했을 것 같니?”라고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여러 아이가 자기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말리지는 못했을 것 같다고 한다. 자기와 직접적 관련이 없고 자기가 피해를 볼까 봐 걱정이 된다고 한다. 아이들의 마음도 이해는 된다. 내가 위험할지 모르는데 용기를 내어 나서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니까 말이다. 그래도 그냥 모르는 척하고 살아가라고 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그래서 우리 반 아이들에게 좀 더 생각할 시간을 주려고 『모르는 척』과 『내 친구에게 생긴 일』을 한 번 읽어 보라고 했다. 두 책 다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서 고통 받는 아이에 대한 이야기다.

『모르는 척』에서 돈짱은 우연히 야라가세 패거리 4인조 앞을 지나다 재채기를 했다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하고 괴롭힘 당하게 된다. ‘나’와 반 친구들은 늘 당하기만 하는 돈짱이 답답하고 안타깝지만 야라가세 패거리가 무서워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내 친구에게 생긴 일』에서 하인리히는 늘 의붓아버지에게 맞고 학대를 당한다. 같은 반 친구 율리아는 탈의실에서 우연히 하인리히의 온몸에 매 자국, 피멍 자국이 있는 것을 보게 된다. 행복한 가정에서 사랑 받고 자란 율리아는 그런 광경에 충격을 받게 된다. 그래서 어떻게든 하인리히를 도우려고 한다. 그러나 다른 친구들은 늘 외톨이이고 과묵한 하인리히를 자기와는 상관없는 아이라며 하인리히가 학대 받는 사실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한다. 담임 선생님, 교장 선생님 그리고 같은 아파트 사는 이웃도 모르는 척한다.

『모르는 척』은 돈짱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을 중심으로, 『내 친구에게 생긴 일』은 하인리히를 바라보는 ‘율리아’의 심리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돈짱과 하인리히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와 율리아가 고민한 것처럼 우리 반 아이들도 생각을 많이 했을 것이다.

몇 주 뒤 국어 수업 시간에 아이들과 함께 그 두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먼저 아이들에게 살면서 모르는 척하고 지나갔던 일이 있으면 말해 보라고 했다. 희정이는 5학년 때 같은 반 친구가 생각난다고 한다. 그 친구는 더럽고 공부를 못한다고 따돌림을 받았단다. 희정이는 그 아이가 너무 불쌍해서 다른 아이들에게 그 아이를 놀리지 말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자기까지 따돌림을 당할 것 같아서 못했다고 한다. 민승이는 길을 가다 아는 형이 다른 중학교 형들에게 괴롭힘 당하는 모습을 보았는데 그냥 지나쳤다고 한다. 괜히 끼어들었다 맞을까 봐 못 본 척하면서 주위를 지나갔단다.

다들 한 번쯤은 그런 경험이 있다고 한다. 대부분 보복이 두려워서 모르는 척했다고 한다. 모르는 척하고 나서 기분이 어땠냐고 물어보니 마음이 불편하고 계속 그 일이 생각이 났다고 한다.

만약에 자기가 『모르는 척』에 나오는 돈짱처럼 나쁜 친구들에게 지독하게 괴롭힘을 당하거나 『내 친구에게 생긴 일』에 나오는 하인리히처럼 의붓아버지에게 폭행 당하고 학대 받는데 아무도 도와주지 않으면 어떨지 물어 보았다. 남경이는 자기가 돈짱이었다면 슬프고 사람들이 미웠을 것이라 한다. 자기도 예전에 따돌림을 당했을 때 아무도 도와주지 않아서 무척 슬프고 외로웠다고 한다. 영빈이는 자기가 돈짱이었다면 정말 괴롭고 스트레스가 많이 쌓여서 죽고 싶은 심정일 것이라고 한다. 2학년 때 학원에서 피부색 때문에 따돌림 받은 적이 있어서 힘들었기에 돈짱의 마음이 이해된다고 했다. 현준이는 자기가 하인리히라면 경찰서에 신고하고 싶고 너무 아프고 괴로웠을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아버지라 신고 못 하고 친구들이 물어봐도 말하지 못하는 게 답답하고 아버지가 돌아오시는 시간만 되면 겁이 나고 걱정이 되었을 것이라 한다.

그리고 책을 읽으며 어떤 부분이 가장 인상 깊었냐고 물어 보았는데 다들 생각이 비슷하다. 『모르는 척』에서는 돈짱이 학예회에서 자기를 괴롭힌 야라가세와 몸싸움을 하는 장면이 통쾌해서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또, 졸업식 때 많은 사람 앞에서 모르는 척을 하지 말자고 말하려는 ‘나’의 모습이 인상 깊었다고 한다. 그런데 처음에 서로 눈치만 살피는 ‘나’와 친구들 때문에 너무 답답했다고 한다. 꼭 자신들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괜히 얼굴이 빨개졌단다.

『내 친구에게 생긴 일』에서는 하인리히가 율리아의 무릎에 얼굴을 묻고 울면서 학대 받는 일을 털어놓는 부분이 슬펐다고 한다. 하인리히의 아픈 마음이 그대로 전해져서 자기도 하인리히를 따라 펑펑 울었다는 친구도 있었다. 그리고 하인리히의 사정을 알고 도와주려는 율리아의 용기 있는 행동에 감동했다고 한다. 또, 의붓아버지 때문에 하인리히와 가족들이 고통당하고 있는데도 정확한 증거가 없다며 나 몰라라 하는 현실이 참으로 가슴 아팠다고 한다. 우리 반 아이들은 돈짱과 하인리히의 입장이 되어 아픔을 함께 느끼고 있었다.

앞으로 돈짱이나 하인리히처럼 힘든 상황에 부닥친 친구를 보면 어떻게 할 것인지 물어 보았다. 아이들은 솔직히 자기가 위험에 빠질까 봐 두려운 마음이 먼저 생길 것 같다고 한다. 하지만, 자기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돕겠다고 한다. 혼자 나서기 무서우면 친구나 선생님, 경찰의 도움을 얻어서 어려움에 빠진 친구를 돕겠다고 한다. 앞으로 그냥 모르는 척하고 넘어가지만은 않겠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모르는 척’과 ‘내 친구에게 생긴 일’로 삼행시를 지어 보았다. 유진이, 은지, 은영이의 시가 반응이 좋았다.

르는 척할 때 모
는 척하는 내 양심
(은) 쿡쿡 찔리는 거
하면 알 수 있다.


르는 척 친구에게 생긴 일을 도와주지 않다가 어
(느)날 나에게 힘드
일이 닥치면 그 친구도 모르는
할 것이다.

친구는 기쁨과 슬픔을 함께 느끼는 존재예요.
구가 괴롭힘을 당하고 있으면 친구를 그 상황에서
사일생시켜줘야 해요. 아시겠죠?
……설마 친구를 괴롭히는 건 아니죠? 친구를 괴롭히면 지나가던
(개)가 웃을 일이에요. 친구에게 무슨 일이
겼는지 힘든 일이 생
것은 아닌지 친구의
도 내 일처럼 관심을 둬야 해요.

책에 대한 이야기를 끝내며, 음악 시간에 배운 「부메랑이 되어」를 함께 불렀다.

♪ 약한 친구를 괴롭히지 마라. 약한 친구를 못살게 굴지 마라. 매 맞는 친굴 보고 못 본 척하지 마라. 잠든 척하지 마라. 부메랑이 되어. 부메랑이 되어. 너에게 돌아온다. 부메랑이 되어. ♬♩ (『아름나라 노래세상』 지식산업사)

세상이 점점 각박해지면서 사람들은 이웃에게 무관심해진다. 내 옆에서 무슨 문제가 생겨도 나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없으면 못 본 척하고 넘어가는 일도 많다. 함께 살아가는 행복한 세상을 위해 다른 사람에게도 관심을 둬 보자. 얘들아, 다음엔 모르는 척하기 없기다!
서단│내가 행복하려고, 그러면서 어린이들과 함께 나누려고 어린이 문학을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마산에 있는 초등학교에서 어여쁜 아이들과 함께 배우며 가르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상식이 통하는 세상, 함께 어울려 행복하게 사는 세상을 꿈꾸며 아이들과 어린이 문학에서 길을 찾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