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06월 통권 제5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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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세상 이야기]
살아 있는 것은 모두 아름답다

손영운 | 2007년 06월

노래기벌을 사랑한 파브르

『과학의 진리에 대한 나의 사랑이 그것이다. ‘똑똑한 벌들아, 너희의 이야기에 내가 몇 페이지를 덧붙이는 실험과 관찰을 하는데, 이만큼의 사랑이면 충분하겠니? 내가 힘이 부쳐서 이 좋은 뜻이 곤경에 처하지는 않을까? 너희 친구이기도 한 나의 친구들은 내가 너희를 너무 오랫동안 혼자 있게 내버려 두었다고 탓하고 있단다. 하지만 그것은 내가 너희를 잊거나 피곤해져서 그런 것이 아니란다. 나는 언제나 너희를 생각했다. 노래기벌의 땅속 집은 여전히 아름다운 비밀을 숨기고 있고, 이 벌의 관찰은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할 새로운 사실을 알려주리라 확신했다. (마르틴 이우어 지음, 『파브르 평전』, 청년사)

윗글은 곤충학자로 유명한 앙리 파브르가 일기에 쓴 글입니다. 제가 이 글을 소개하는 까닭은 지금부터 우리 어린이들이 책을 읽어야 하는 가장 소중한 이유를 알려 주기 위해서입니다. 그것은 ‘생명을 사랑하는 마음과 눈을 가지는 것’입니다.

파브르는 평생 동안 몸으로 그 일을 실천했습니다. ‘똑똑한 벌들아, 너희의 이야기에 내가 몇 페이지를 덧붙이는 실험과 관찰을 하는데, 이만큼의 사랑이면 충분하겠니?’라는 글을 보면 그 마음을 충분히 읽을 수 있을 겁니다. 파브르는 자신이 곤충을 연구하는 과학자가 된 것은 벌들의 생활이 어떤 것인지 알아내고, 이를 사람들에게 알려서 벌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게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벌뿐만 아니라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곤충들과 나아가 생명을 가진 모든 것들도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저는 과학자들 중에서 파브르를 가장 좋아합니다. 숲에서 곤충을 연구하고 늙어 죽는 그날까지 동네사람들이 그가 얼마나 유명한 과학자였는지 몰랐을 정도로 순수했던 분으로, 뭔가 눈에 띄는 실험 결과를 얻으면 전 세계 사람들에게 인정받기부터 원하는 요즈음의 과학자들과는 차원이 다른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파브르는 스스로 ‘나는 살아 있는 모든 것을 연구한다.’라고 외치며 오래된 책상 위 구멍 속에 사는 이름 없는 벌레도 마음을 다해 연구한 정말 올곧은 과학자였습니다.

저는 파브르가 가졌던 생명 사랑의 마음과 눈을 얻기 위해 몇 년 전부터 꾸준히 한 일이 있습니다. 그것은 카메라로 흔히 ‘미물’이라 일컫는 작은 생명들의 얼굴을 찍는 일입니다.

찍을 때는 잘 모르지만 찍고 나서 모니터에 사진을 띄워 놓고, 보고 또 보면 참 우리 지구에 사는 생명들은 모두 아름답고 소중하구나 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람에게만 표정이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생명에게는 사람보다 더 멋진 표정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동안 제가 찍은 친구들의 사진을 몇 장 보여드릴 테니 얼굴 표정을 한 번 감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기도하는 청개구리, 깜짝 놀라 쳐다보는 실잠자리, 작은 나뭇잎 뒤에 숨어서 보는 하얀 나방, 춤을 추는 듯한 거미들… 얼굴 표정이 모두 예사롭지 않지요? ‘살아 있는 것은 모두 아름답다.’라는 파브르의 말이 실감이 날 거예요.

가슴 아픈 사건

제가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는 사실 가슴 아픈 사건 때문입니다. 제 사진을 봐서 알겠지만 저는 글이 잘 쓰이지 않으면 카메라를 메고 제가 사는 김포 들녘으로 나가 예쁜 친구들을 찾아 사진을 찍는 취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여느 때와 같이 사진을 찍으러 나가다가 정말 슬픈 광경을 보았습니다. 그것은 아침까지만 해도 멀쩡하던 개미집이 무참하게 파헤쳐지고, 개미들의 사체가 여기저기 나뒹굴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개미들을 이렇게 공격할 수 있는 것은 사람밖에 없습니다. 개미는 지구에서 가장 강력한 곤충이기 때문에 웬만한 생명들이 감히 덤비지 않기 때문입니다. 범인들은 동네 꼬마들이었습니다. 작년 여름에 비비탄으로 매미와 잠자리들을 사냥하러 다니던 악동들이었습니다.

저는 무덤이 된 개미집을 흙으로 덮은 후 한참을 쳐다보았습니다. 저 아이들이 학교에서 무엇을 배웠을까? 무엇을 배우기에 저렇게 소중한 생명들을 아무런 느낌 없이 해치는 것일까? 하고 탄식을 했습니다. 가슴 아픈 일이지만 결국에는 책임은 어른들이 져야 함을 깨닫게 됩니다. 모든 어린이들이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사실 요즈음 대부분의 어린이들이 생명에 대한 소중함을 잘 모르고 사는 것은 사실입니다. 어른들이 생명에 대한 소중함을 가르쳐 주지 않았고, 나서서 생명을 파괴하는 일을 서슴지 않기 때문입니다.

살아 있는 것은 모두 아름답다

이제, 생명이 번성하는 더운 계절이 왔습니다. 꽃과 곤충을 찍는 사진작가들이 신이 나서 들로 산으로 돌아다닐 계절입니다. 저는 이 좋은 계절에 생명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깨닫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책 몇 권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첫 번째 책은 야생동물들과 희로애락을 나누며 사는 수의사가 기록한 아름다운 동물원 이야기를 담은 책으로 제목은 『세상에서 가장 불량한 동물원 이야기』입니다. 광주에 있는 이름 없는 작은 동물원 ‘우치 동물원’을 무대로 동물과 인간이 나누는 따뜻한 사랑 이야기를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동물원 풍경들과 함께 관찰하고 기록한 책입니다. 수의사 선생님의 지극한 보살핌으로 우울증 환자라고 불리던 침팬지가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고, 1년 동안 먹이를 먹지 않았던 아나콘다도 먹이를 먹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찡해 온답니다.

두 번째 책은 『제인 구달의 아름다운 우정』입니다. 제인 구달 박사만큼 침팬지를 잘 이해할 줄 아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제인 구달 박사는 이 책에서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침팬지에 대한 과학적인 기록들을 따뜻하면서도 재미있게 들려주고 있습니다. 역시 감동적인 순간들을 담은 많은 사진이 있습니다.


세 번째 책은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곤충 이야기』입니다. 방귀대장 노린재, 소똥을 굴리지 않는 뿔쇠똥구리 등의 이야기를 곤충 전문가인 김태우 박사가 재미있게 쓴 책입니다. 역시 소중한 자연의 이야기를 생생한 생태 사진과 함께 담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동화로 읽는 파브르 곤충기』 시리즈를 권하고 싶습니다. 파브르 이야기는 제가 워낙 많이 했기 때문에 더 이상 덧붙이지 않겠습니다. 다만 이 책들을 읽을 때는 생물학적인 지식을 얻겠다는 생각보다는 우리 주위에서 함께 살아가는 작은 생명들에 대한 따뜻한 느낌을 가지겠다는 생각으로 읽으면 좋겠습니다.
손영운│부산에서 태어났고 서울대학교에서 지구과학을 공부했습니다. 중고등학교에서 과학 교사로 지내다가, 과학을 어려워하고 흥미를 붙이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재미있는 과학 책을 쓰는 일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펴낸 책으로 『청소년을 위한 서양과학사』 『아인슈타인처럼 생각하기』 『꼬물꼬물 과학이야기』 『엉뚱한 생각 속에 과학이 쏙쏙』 등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주간조선』에 「과학논술」을, 월간 『뉴턴』에 「손영운의 한반도 과학 여행기」를 연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