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02월 통권 제5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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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에서 읽었어요]
우리도 시집 만들어요

최종득 | 2007년 02월

오늘은 목요일이다. 다른 때 같으면 학교를 벗어나 밖에서 자연을 관찰하고 시 공부를 해야 하지만 날씨가 너무 추워서 모두 교실 난로 옆에 옹기종기 붙어 앉아 장난을 치고 있다. 이 때를 놓칠세라 재빨리 음악을 튼다. 음악이 나오자 아이들은 큰 소리로 노래를 따라 부른다. “꽃은 참 예쁘다. 풀꽃도 예쁘다. 이 꽃 저 꽃 저 꽃 이 꽃 예쁘지 않은 꽃은 없─다.”(노래 「예쁘지 않은 꽃은 없다」 중에서.)

나는 아이들한테 틈만 나면 노래를 들려준다. 우리 반 친구들이 아침에 다 오면 반가워서 노래를 들려주고, 점심 시간 때는 운동장에서 즐겁게 뛰어 놀라고 노래를 들려준다. 하루 공부를 마치고 헤어질 때도 조심해서 잘 가라고 노래를 들려준다. 노래로 시작해서 노래로 끝나는 하루하루를 아이들도 퍽이나 즐거워한다.

내가 즐겨 들려주는 노래는 백창우 선생님이 아이들 시에 곡을 붙인 노래이다. 1학기 때는 『딱지 따먹기』를, 2학기 때는 『예쁘지 않은 꽃은 없다』를 자주 들려주었다. CD 하나에 20곡쯤 되는 노래를 우리 반 친구들은 곧잘 외워서 불렀다. 노랫말이 간단하면서도 자기들 생활 속 이야기와 많이 비슷하기 때문에 한 번 들으면 거의 외울 정도였다. 음악도 맑고 경쾌하기 때문에 더 좋아했다. 즐거운 일이 생기면 즐거워서 노래 부르고, 짜증나는 일이 생기면 짜증을 떨쳐 버리려고 노래 부른다.

내 친구 이름은 내 친구 이름은
백두산도 한라산도 아닌 박진산 (노래 「박진산」)

우리 샘- 이름은 우리 샘- 이름은
쫀득이도 찐득이도 아닌 최종득


“누가 선생님 이름 가지고 장난치노! 이제 장난 그만하고…… 방금 우리가 부른 노래는 원래 뭐였죠?” “시에요. 우리같이 어린이가 쓴 시를 노래로 만든 거예요.” “그럼, 어떻게 해서 이 시들이 노래로 만들어질 수 있었을까요?” 서로 얼굴만 바라볼 뿐 대답이 없다. 갑자기 왜 이런 질문을 자기들한테 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는 눈빛이다. 미리 준비해 둔 『학교야, 공차자』와 『달팽이는 지가 집이다』 두 권을 아이들한테 보여 주었다. 그리고는 『학교야, 공차자』에 나오는 시 「꽃」을 읽어 주었다.

꽃은 참 예쁘다.
풀꽃도 예쁘다.
이 꽃 저 꽃
예쁘지 않은 꽃은 없다.
다음에 다시 태어
날 때 꽃이
되고 싶다.


그제야 알겠다는 듯 시집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노래로 만들어질 수 있었다고 말을 한다. 이쯤 되면 우리 반 아이들은 3월 초에 약속한 것을 말하기 시작한다. “우리도 시집 만들기로 했잖아요.” “우리도 빨리 우리 반 시집 만들어요. 빨리 만들고 싶어요.” 빨리 시집을 만들고 싶다는 아이들을 겨우 진정시키고서, 어떻게 하면 시집을 멋있게 만들 수 있을지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민규와 현빈이는 시에 어울리는 그림을 직접 그리자고 했고, 하영이는 우리가 시 공부하면서 찍은 사진을 시 사이사이에 넣자고 했다. 글씨 쓰기를 싫어하는 동익이는 컴퓨터로 다 만들자고 말했고, 글씨를 잘 쓰는 소희는 손으로 직접 쓰면 더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우리 반 친구들 말을 다 듣고 나서 아까 보여 준 『학교야, 공차자』와 『달팽이는 지가 집이다』를 모둠별로 한 권씩 나누어 주었다. 요즘 출판되고 있는 어린이 시 모음집이 대부분 초등학교 중학년 또는 고학년 아이들의 작품집인 데 반해 이 두 책에는 저학년 아이들의 시가 많이 실려 있다. 『학교야, 공차자』는 5부로 나뉘어져 172편의 시가 실려 있다. 편집도 최대한 눈이 편안하도록 흑백으로 구성되어 있어 자연스럽다. 아이들의 순진한 마음을 그대로 담은 듯한 느낌이 들어 읽기가 참 편안하다. 『달팽이는 지가 집이다』에는 초등학교 저학년 4명의 아이 작품 60편이 실려 있다. 이 책은 『학교야, 공차자』와는 달리 알록달록 예쁘게 꾸며져 있고 책 속 그림도 원색으로 되어 있어 그림 일기를 보듯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두 권의 동시집을 꼼꼼히 살펴 본 다음 좋은 점들을 우리 반 시집 만드는 데 활용하기로 했다. 그래서 가장 먼저 한 것이 자신이 좋다고 생각되는 시를 고르는 것이었다. 이 시는 왜 좋은지, 무엇 때문에 시집에 실렸는지를 생각하며 자기가 괜찮거나 좋다고 생각되는 시가 있으면 바로 이야기하자고 했다. 시집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아무래도 시 자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떤 시가 좋은 시인지 자기 나름대로 기준이 있어야 자기 시 공책에 있는 시들 가운데 자기가 시집에 싣고 싶은 시를 가려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책만 가만히 보고 있다가 재미있는 표현이 있는 시를 가지고 와서는 단지 재미있어 좋다고만 한다. 사실 재미있다는 말이 가장 적절한 이유이겠지만, 그래도 나는 ‘대한민국 교사’이기에 좀 더 자세히 이야기를 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니 아이들이 자신이 경험한 것과 비슷해서, 그 때 생각이 나서 좋았다고, 표현이 딱 들어맞아 글을 읽자마자 느낌이 팍 와서 좋았다고, 솔직하고 이해가 잘 돼서 좋았다는 말을 한다. 시를 살펴 본 다음 다른 것들도 살펴 보았다. 『학교야, 공차자』는 시 중간 중간에 들어 있는 그림이 아주 좋다고 한다. 그런데 차례 부분에 쪽수가 없어 불편하다고 했으며, 책에 실린 시가 너무 많아 다 읽기에 지루하다고 한다. 『달팽이는 지가 집이다』는 한 아이의 시를 한꺼번에 모아 놓았기 때문에, 시를 읽으면서 시 쓴 사람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고 한다. 또 시 한 편 한 편이 모두 시화처럼 되어 있어 더 좋았다고 한다. 우리 반 시집도 『달팽이는 지가 집이다』처럼 만들면 좋겠다고 한다.

두 권의 시 모음집을 살펴 보고 나서 우리 반 시집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 다시 이야기 나누었다. 먼저 자기 시 공책에서 시를 열두 편 고르고, 그 시 가운데서 8편을 시집에 싣기로 했다. 시를 싣는 방법은 『달팽이는 지가 집이다』처럼 번호 순서대로 개인별 8편씩 싣고, 그 8편도 계절의 흐름을 느낄 수 있도록 먼저 쓴 순서대로 싣기로 했다. 표지 그림은 ‘표지 그리기 대회’를 열어 뽑기로 하고, 시집 중간 중간에는 『학교야, 공차자』처럼 연필로 그림을 그리기로 했다. 그리고 시 공부를 하면서 찍은 사진은 어디에서 어떻게 공부했는지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시집 뒷부분에 싣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시 한 편은 자신이 직접 손으로 쓴 글씨여야 하며, 자기 시 공책에서 한 쪽을 복사해서 시집에 그대로 싣기로 했다.

지금까지 읽은 대부분의 책에서 우리는 내용을 중심으로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그 내용에 대해 좋고 나쁨을 이야기하였다. 그렇지만 오늘은 내용뿐만이 아니라 책 전반적인 것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다. 직접 출판사 사장이 되어, 편집자가 되어 이 책은 무엇 때문에 좋고, 이 책은 무엇 때문에 안 좋으니 우리 반 시집을 이렇게 만들면 좋겠다며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았다. 『학교야, 공차자』와 『달팽이는 지가 집이다』 시집을 꼼꼼히 살펴보고 이야기 나눈 덕분에 우리 반 시집은 멋있게 만들어질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아이들은 『학교야, 공차자』와 『달팽이는 지가 집이다』보다 더 멋진 시집이 될 거라고 벌써부터 기대를 하고 있다. 물론 세상에서 한 권밖에 없는 우리 ‘웃음반’만의 시집이기 때문에 보다 의미 있고 값진 시집이 될 것이다.

아직 시집이 만들어지지도 않았는데 아이들은 벌써부터 시집을 다 만든 것처럼 들떠 있다. 민욱이는 우리 반 시집 나오면 팔아도 되냐며 묻기까지 한다. 좋아서 히히거리며 웃는 아이들을 보면서 나는 큰 소리로 한 마디 한다. “얘들아! 자기 시 공책에서 시부터 먼저 고르렴, 어 ~ 서.”
최종득│거제도의 작은 초등학교에서 아이들과 시 공부를 함께 하며, 산과 바다를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친구 같은 교사가 되기 위해 즐겁게 놀면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거제도의 아이 친구’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선생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