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02월 통권 제51호
속 깊은 책 이야기
사진과 시
책 세상 나들이
특별 원고
즐거운 책 읽기
열린어린이 서평
주목 받는 새 책
열린어린이가 권하는
이 달의 책

책 세상 나들이

[과학 세상 이야기]
과학책 재미있게 읽기

손영운 | 2007년 02월

1. 엉뚱한 과학자들과 친해지기

기원전 600년 무렵에 살았던 탈레스는 최초의 자연철학자로 알려진 사람입니다. 탈레스를 자연철학자라고 부르는 것은 당시에는 과학자라는 용어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탈레스는 밤하늘을 관찰하는 일에 푹 빠져 살았습니다. 별자리를 관찰하고 행성의 움직임을 연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그는 그만 하늘만 보고 걷다가 잘못하여 우물에 빠졌습니다. 다행히 지나가던 할머니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습니다. 할머니는 탈레스를 보고 한심한 듯 ‘제 발밑도 못 보고 살면서 하늘을 보면 뭐해?’라고 핀잔주었다고 합니다.

뉴턴은 과학 혁명을 완성하고 근대 과학의 기초를 세운 위대한 과학자입니다. 우리가 학교에서 배우는 물리학의 대부분은 그의 머리에서 시작되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정도니까요. 그에게는 아주 예쁜 고양이 한 마리가 있었습니다. 뉴턴은 매일 밤낮을 가리지 않고 실험과 연구를 하느라고 다른 일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지만 고양이 키우는 일에만은 정성을 다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고양이가 새끼를 몇 마리 낳았습니다. 뉴턴은 어미 고양이 뒤를 졸졸 따라 따니는 새끼 고양이를 무척 사랑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고양이들이 쉽게 문 밖을 드나들 수 있도록 직접 현관 문에 구멍을 내 주었습니다. 덩치 큰 어미 고양이를 위해 큰 문 하나, 자그마한 새끼 고양이들을 위해 작은 문 여러 개를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고양이들은 모두 큰 문으로만 다녔다고 합니다.

아인슈타인은 유태인이었습니다. 나치의 박해를 피해 독일을 떠나 미국으로 도망쳐야 했습니다. 대서양 건너 낯선 나라 미국에서의 처음 생활은 많이 힘들었습니다. 그의 처지를 불쌍히 여긴 친구들이 돈을 모아 아인슈타인에게 보내 주었습니다. 하지만 돈을 받은 아인슈타인은 곧 자신이 돈을 받았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지냈습니다. 얼마 후 그의 부인이 책상을 정리하다가 책갈피 사이에 끼어 있는 거액의 수표를 발견할 때까지 말입니다. 부인이 수표를 발견하고 깜짝 놀라 아인슈타인에게 이 수표가 어디선 난 것이냐고 물었습니다. 아인슈타인은 부인이 건네 준 수표를 한참 살핀 후에야 비로소 그 수표가 유럽의 친구들이 보낸 준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인류의 생각을 바꾸고, 근대 문명의 기초가 되는 과학을 발견했던 위대한 과학자들도 일상생활을 뒤지고 보면 재미있는 구석이 많습니다. 어떻게 보면 한심하기도 합니다. 어떻게 저렇게 모자라는 사람들이 세상을 바꾼 과학자들이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 것입니다. 그런데도 제가 과학자들의 어설픈 생활 이야기를 늘어놓은 것은 탈레스와 뉴턴 그리고 아인슈타인 등이 발견하거나 설명했던 과학보다는 그 사람들이 살아가던 이야기 자체가 더 재미있고, 친근하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해서입니다.

옛날 제가 중학교에 다닐 무렵, 예쁜 교생 선생님이 온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그 교생 선생님의 담당 과목이 바로 과학이었습니다. 물론 평소 과학에 대해 호기심이 없진 않았지만, 그 교생 선생님의 담당 과목이 과학이라는 이야기를 듣는 순간 과학에 대한 흥미가 더욱 높아졌습니다. 당시에 전국적으로 실시하던 과학 탐구 대회가 있었는데, 담당 지도 교사가 바로 그 교생 선생님이셨습니다. 저는 그 예쁜 여자 교생 선생님에게 잘 보이고, 어떻게 하든 함께 있는 시간을 많이 하기 위해 며칠을 밤 새워 과학 공부를 하여 반대표로 뽑혔습니다. 그리고 또 열심히 실험하고 공부하여 학교 대표가 되었습니다. 그 후 한 달 동안 실험실에서 정규 수업을 빼먹고 그 교생 선생님과 함께 지내면서 과학 탐구 대회를 준비했습니다. 아~ 얼마나 행복했던 시간들이었는지요. 30년이 지난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떨릴 정도입니다.

이야기가 조금 삼천포로 빠졌지요? 제가 지금 과학 작가로 일하게 된 것도 아마 그때 그 과학 교생 선생님의 영향이 컸을 겁니다. 과학 교생 선생님을 흠모했기 때문에 과학을 좋아하게 되었고, 그 후 쭉 과학 공부를 했고, 지금도 과학이 재미있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과학자들을 좋아하게 되는 날 과학에 대한 흥미를 가지게 될 가능성이 많습니다. 그러므로 어려운 과학에 호기심을 가지기 위해서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과학자들을 가까이 느끼도록 하는 책을 읽는 일입니다. 그것도 과학자들이 남긴 업적을 어렵게 나열한 책이 아니라, 아이들이 친하게 여길 수 있도록 과학자들의 어린 시절 이야기가 많이 담긴 책 말이지요.

여기에 딱 맞는 책이 있습니다. 주니어 김영사에서 만든 ‘과학자 인터뷰’ 시리즈입니다. 모두 10권으로 구성된 이 시리즈는 각각 한 명의 과학자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엉뚱한 생각만 하던 개구쟁이 시절의 아인슈타인 이야기, 대자연에 대한 호기심과 사랑으로 비글호를 타고 세계를 여행하면서 진화론을 발전시킨 다윈 이야기, 스스로 제작한 천체 망원경으로 우주의 문을 연 갈릴레이, 지렛대로 지구를 들어 올리겠다고 호언장담한 아르키메데스 이야기, 놀라운 발명가로 알려진 미술가 레오나르도 다 빈치 이야기, 화학 전지를 발명한 볼타 이야기, 우리가 부모를 닮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밝힌 멘델 이야기, 의학을 과학자의 눈으로 본 히포크라테스 이야기, 오늘날 전기 문명이 있게 한 발명왕 에디슨 이야기, 과학 혁명을 완성한 인류 최고의 과학자 뉴턴 이야기 등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시리즈는 초등학교 저학년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과학자들의 일생을 재미있게 소개한 과학 위인전입니다. 과학자 인터뷰 시리즈는 지금까지 나온 위인전과는 달리, 과학자가 직접 어린 시절과 성장 과정을 스스로 고백하듯이 생생하게 들려줍니다. 과학자들이 새로운 발견을 이루기까지 겪었던 고난, 그리고 발견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논쟁 등이 흥미진지하게 펼쳐집니다. 호기심 많은 어린이들에게 위대한 업적을 이룬 과학자들의 좌충우돌 엉뚱한 이야기들은 쉽고도 재미있으며, 소중한 간접 경험이 되어 줄 것이고, 아이들에게 과학에 대한 자신감을 심어 줄 것입니다.

2. ‘스토리 텔링’이 잘 되어 있는 과학책 읽기

작년 한 해, 어린이 도서 시장에서는 만화 형태의 도서와 학습 관련 도서가 가장 강세를 띠었다고 합니다. 더불어 그동안 어린이들에게 좋은 책으로 인정받은 동화나 교양 서적도 만만치 않은 세를 보였습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작은 변화가 일어났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것은 만화와 학습 중심의 어린이 출판 시장에서 재미있는 이야기(스토리, Story)가 주제를 이끄는 책들의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출판계 사람들은 이러한 책을 스토리 텔링(Story telling) 기법을 사용한 책이라고 합니다. 독특한 성격을 가진 캐릭터(주인공)가 등장하여 황당하지만 재미있고 흥미 있는 줄거리를 제공하면서 지식과 함께 감동을 전달하는 전개 기법입니다. 어려운 주제를 쉽고 친근하게 풀어서 옛날이야기를 하거나 만화 영화를 보는 듯한 기분으로 책을 읽을 수 있어 좋은 반응을 들었고, 지금도 듣고 있다 합니다.

스토리 텔링 기법의 대표 주자는 비룡소 출판사에서 1997년에 출간하여 10년째 정상을 지키고 있는 『수학 귀신』입니다. 저자는 주인공 베르드와 수학 귀신을 등장시켜 부담스러운 수학 주제를 재미있는 이야기와 교묘하게 결합시킴으로 이 책을 읽는 어린이들이 자신도 모르게 수학 귀신이 인도하는 수학의 세계로 빠져들게 합니다. 그 뒤를 이어 스토리 텔링 기법으로 자리매김을 한 책은 뜨인돌 출판사의 ‘노빈손 시리즈’입니다. 이 시리즈의 책들은 초등학교 고학년 어린이들이 읽기에 적당합니다.

대표적인 것으로 몇 권 소개하면 『철새지킴이 노빈손, 한강에 가다』가 있습니다. 이 책은 한강 하구의 중요성과 소중함을 노빈손의 흥미진진한 모험과 함께 담아낸 책입니다. 그리고 『노빈손의 판타스틱 우주 원정대』는 우주선을 타고 달나라에 가게 된 노빈손의 흥미진진한 모험담과 우주 공간에서 벌어지는 신비한 일들을 통해 태양계에 대한 과학 상식을 얻을 수 있습니다. 또한 『노빈손, 티라노의 알을 찾아라』는 키가 농구 골대만큼 크고 성격도 별난 유별난 교수와 실종된 아버지를 찾으려는 쿨쿨천사가 노빈손과 함께 어룡이 헤엄치고 익룡이 날아다니는 공룡 세계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벌어지는 모험담입니다.

위와 같은 스토리 텔링 기법의 책들을 소개하는 것은 교훈과 학습 지식이 잔뜩 들어 있는 책보다는 훨씬 재미가 있고 곳곳에 알찬 과학 정보가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조금 모자라는 듯한 캐릭터의 주인공이 좌충우돌 황당한 상황을 겪으면서 모험 여행하는 이야기는 어린이들에게 끝까지 책을 읽을 수 있는 힘을 줍니다. 따라서 어린이 독자는 그 속에서 잘 익은 과학 소양과 정보를 따먹는 쾌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손영운│1963년 부산에서 태어났고 서울대학교에서 지구과학을 공부했습니다. 중고등학교에서 과학 교사로 지내다가, 과학을 어려워하고 흥미를 붙이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재미있는 과학 책을 쓰는 일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펴낸 책으로 『청소년을 위한 서양과학사』 『아인슈타인처럼 생각하기』 『꼬물꼬물 과학이야기』 『엉뚱한 생각 속에 과학이 쏙쏙』 등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주간조선』에 「과학논술」을, 월간 『뉴턴』에 「손영운의 한반도 과학 여행기」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 나온 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