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02월 통권 제5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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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의 책 이야기]
설렘과 두려움, 그리고 희망

조민상 | 2007년 02월

이번이 마지막이군요, 세 번째 받는 입학 통지서! 2월이 되면 누구나 가지게 되는 마음이 있습니다.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설렘과 늘 같이 따라오는 두려운 마음이지요.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두렵고 불안하고 설레는데, 엄마는 설렘도 없이 걱정만 앞섭니다. ‘에이~ 처음도 아니고, 벌써 세 번째인데 뭐가 걱정이야!’ 하지만, 그 나름대로 각각 다 다른 걱정입니다.

큰 아이는 유치원을 졸업하는 2월 내내 “엄마 학교 안 가면 안 돼?”를 물어서 얼마나 걱정스러웠는지……. 가기 싫은 이유도 “친구들이 그러는데 선생님이 혼낸대. 유치원에서 나랑 같은 학교 가는 친구가 아무도 없어!” 얼마나 여러 가지인지요. 게다가 다른 엄마들까지 『내 사랑 뿌뿌』에 나오는 족집게 아줌마처럼 슬슬 걱정 만들기를 거들었지요. “가자마자 알림장을 쓰는데 한글은 다 알아?” “받아쓰기 시험 못 보면 애가 창피해서 학교를 어떻게 가?” “학교에 인사하러 가! 그래야 애가 안 혼나지.” 아휴~ 다 쓰지도 못하겠네요.

엄마까지도 ‘뭘 준비해야 하나? 화장실은 잘 갈까? 선생님이 안 예뻐하시면 어쩌지?’ 정말 ‘첫 아이 학교 보내기 전염병’을 앓았답니다. 지금 다시 생각해 봐도 족집게 아줌마는 참 얄밉습니다. ‘어때~요? 다른 애들도 다 그래요. 편한 마음으로 보내세요. 그래야 아이도 즐겁게 가지요.’ 한 마디만 해 줬어도 뿌뿌를 손수건으로 만들어서가 아니라, 그냥 큰 담요를 싸서 보냈을 텐데요. 싸늘한 봄바람 막이용 무릎담요로 말이에요.

둘째 아이는 ‘유치원보다 학교가 재미있는 걸 많이 안 한다.’는 큰 아이의 이야기를 듣고 학교 가기를 거부했답니다. 무언가를 그리고, 오리고, 만들기를 제일 좋아하는 둘째에게 “미술 시간은 일주일에 두 번밖에 없어. 맨~날 수학하고 읽기, 쓰기 그런 거만 해! 쉬는 시간도 조금밖에 없어.” 그렇게 말해 버렸으니……. 학교 가기 전에 하는 아이들의 걱정은 하나같이 『학교 안 갈 거야』에 나온답니다.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 ‘선생님이 야단치고 숙제만 많이 낸대.’ ‘다른 애들이 놀리면 어떻게 해?’ ‘나만 아무것도 못해.’

역시나 올해 입학하는 막내도 ‘학교 가기 싫어, 학교 가기 싫은데, 이~잉.’ 세 아이 모두 입학 전에 학교를 안 간다고 하는 걸 보면 엄마가 문제 엄마인가 봅니다. 똑같은 아이들 걱정에, 책에 나오는 엄마처럼 말을 합니다. “학교가 얼마나 좋은 덴데 그러니.” “금방 친구가 생길 거야.” “아냐, 안 그래. 선생님들은 아주 재미있는 걸 가르쳐 준다고.” 말은 이렇게 하지만 엄마도 사실은 걱정이랍니다. 사실 걱정이 현실이 될 때가 많으니까요. 게다가 엄마도 학교 가기 싫었는 걸요.


그런데 막내는, 둘째 녀석 이야기를 듣더니 학교가 가고 싶답니다. “학교 급식이 얼마나 맛있는데. 아! 덜 익은 김치는 정말 맛없다. 그래도 다른 건 맛있어!” “선생님이 혼낸다구? 너 공부 시간에 돌아 다닐 거야? 숙제도 안 해 갈 거야? 그럼 혼나야지. 뭐.” “야! 학교 가면 친구도 많지, 다 너를 좋아하지는 않아도 정말 좋아하는 친구도 생겨. 집도 가까워서 만날 놀 수도 있는데, 가기 싫으면 유치원에 가서 배운 거 또 배워라!” 솔직함이 제일 좋은 설명이었나 봅니다. 우리 가족 중에서 ‘학교 가기 싫어’ 병을 가장 최근에 겪어 본 둘째는 『학교 안 갈 거야』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장난꾸러기면서 웃을 때 정말 예쁜 친구를 만나서 정말 행복하거든요.

엄마도 이제는 족집게 아줌마 식 걱정은 안 한답니다. 그래도 받침 글자를 읽고 쓰기 어려워하는 막내를 보며 ‘어~휴. 이걸 가르쳐, 말아?’ 갈등은 하지요. 그럴 땐, 어느 선생님이 해 주신 말씀을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아이를 학교에 보내면 어머님들은 ‘저희 아이 학교에서 잘 지내요?’를 가장 많이 물어 보세요. 집에서 많이 사랑받고 있다면, 아이는 어디서나 잘 지내지요. 믿는 마음으로 편안하게 보내 주셔야 아이들도 더 잘 지낼 수 있어요. 앞으로는 ‘선생님! 우리 아이는 집에서 많이 사랑받으니까, 사랑 못 받는 다른 친구들 많이 보살펴 주세요.’ 말씀하시면 좋겠어요.” 그러고 보면 늘 ‘내 아이만, 내 아이만……’ 하고 있는 내 모습에 마음 한켠이 시려옵니다.

사랑하는 녀석들에게 마음의 선물이라도 주어야겠네요, 다 같이 따뜻한 봄을 맞으려면. 올해 2월 졸업과 입학, 가장 많은 일을 겪게 되는 우리 집 막내에게 주는 엄마의 선물은 한 접시 가득 담긴 우유랍니다. 『달을 먹은 아기 고양이』 이야기지요. 처음 보는 달을 두려워하지 않고 ― 우유 접시로 보이는데, 두려워하면 우스운 고양이인가요? ― 열심히 다가서는 아기 고양이처럼 새로운 세상을 자유롭게 즐길 수 있으면 좋겠지요. 계단에서 굴러 떨어지고 연못 속에 빠져서 홈빡 젖은 후에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달을 쳐다볼 수 있는 여유로운 아기 고양이는 더욱 멋지지요! 엄마가 할 수 있는 일은 달을 따 주는 것도 아니고, 업어서 데려다 주는 것도 아니고, “저건 우유 접시가 아니야! 이 바보야~ 달이라고, 달!!”은 더더욱 아니겠지요? 달빛 아래 아주 행복한 아기 고양이처럼, 처음 가보는 낯선 곳에서 움츠러든 아이들 모두 ‘즐겁고 자유로운 학교’면 좋겠습니다.

둘째 녀석에게는 희망의 날개를 달아 주고 싶습니다. ‘보아’와 ‘비’가 나오는, 한 없이 피어나는 꽃날개가 달린 광고 ― ‘꺼내라! 가둬 두기엔 희망이 너무 크다.’ 광고 만드는 사람이 분명히 이 그림책을 봤을 것 같습니다. 『천사의 날개』를 보면서 엄마 혼자 생각입니다. 확실한 패러디랍니다. 책의 표지 그림과 중간에 나오는 화려한 꽃날개, 이런 재미에 엄마가 그림책을 본다는 걸 녀석들은 알까요? 『천사의 날개』 안에서는 자기를 그려 준 아이에게 “그 날개는 안 그렸으면 좋겠어. 너도 알지? 커다란 깃털처럼 생긴 날개 말이야.” “난 나만의 날개를 갖고 싶어.”라고 말하는 천사도 참 맘에 듭니다.

그런데 “엄마도 알지? 엄마가 생각하는 것처럼 살고 싶지는 않아. 난 나만의 인생을 살고 싶어.” 하고 아이가 말하면, 그림책의 천사에게처럼 박수를 쳐 주면서 멋지다고 할 수 있을까요? 아마도 새파랗게 날 선 얼굴로 새하얗게 눈 흘기며 ‘그래 너 잘났다.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 하지 않을까요? 어쨌거나 아이는 보석 날개가 제일 멋지다고 하네요. 그림 그리기와 무언가를 만들기 좋아하는 아이는 자기 스스로에겐 어떤 모양의 날개를 달고 행복해 할까요?

“이 책 그림이 참 좋아. 생각할 것도 많고. 한번 봐 봐!!” 하는 내 이야기에 흘깃 제목만 넘겨다보고는 남편 왈, “어느 집에서 해 오라는 열쇠 세 개를 안 해 와서 뭔 일이 있었단 거야? 아님 위급할 때마다 하나씩 열어 보라는 거야?” 어~그러게, 열쇠 세 개는 그런 의미였나? 『세 개의 황금 열쇠』가 그런 이야기였나요? 고양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고 사실은 조금 무서워하는 엄마에게는, 요즘 무섭고 어려운 이야기에 푹 빠져 있는 큰 녀석을 많이 생각나게 하는 이야기입니다. ‘학교가기 싫어’ 병을 앓던 녀석이 벌써 졸업반이 되는 2월. 아직은 해짧고, 음침함이 묻어나는 이 계절에 따스한 봄을 기다리며 꿈을 키워 나가는 힘이 되는 세 개의 황금 열쇠이기를 빌어 봅니다. 하나의 공간과 하나의 이야기, 그리고 열쇠 하나. 엄마와 아빠에게도 생각의 꼬리와 꼬리를 물고 달려가다 보면 떠오르는 장소와 추억이 있듯이, 아이도 그런 장소와 추억이 많이 많이 생겼으면 합니다.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 풀어 나갈 수 있는 비밀 열쇠도 하나씩 마음 한켠에 담아 두는 여유도 있으면 더 좋을 테지요. 조금 더 소망을 담자면, 그 열쇠를 같이 가질 수 있는 따뜻한 사람들이 늘 곁에 있었으면 합니다.

걱정과 두려움보다는, 설렘과 따뜻함으로 희망을 기다리는 2월. 「심우도」를 생각나게 하는 피터 시스의 책을 보며 우리 그림책도 이렇게 깊은 이야기를 담고 웅장한 그림으로 태어날 수 있기를 바라는 희망을 품어 봅니다. 아직은 그림책을 같이 읽어 주며, “에이~엄마, 유치하게 그림책이야?” 하지 않는 세상의 모든 녀석들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조민상│조그만 공간과 편안한 의자, 그리고 아이들과 책,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을 좋아하는 세 아이의 엄마입니다. 할머니와 아이가 흔들의자에 앉아 책을 읽는 그림을 보고 “어! 엄마, 이거 엄마 꿈이랑 똑같다.”고 이야기해 주는 아이들에게, 가끔씩 고래고래 소리도 지르면서 갈등하며 사는 평범한 엄마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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