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02월 통권 제51호
속 깊은 책 이야기
사진과 시
책 세상 나들이
특별 원고
즐거운 책 읽기
열린어린이 서평
주목 받는 새 책
열린어린이가 권하는
이 달의 책

열린어린이 서평

[이 달의 서평]
거북이가 들려준 죽음 이야기

채정은 | 2007년 02월

육지에서 사는 거북 중에서 등딱지 길이가 1m를 넘는 종류는 코끼리거북 2종밖에 없다. 알다브라코끼리거북은 갑의 길이 1~1.2m이며, 마다가스카르 북쪽의 알다브라 제도와 세이셸 섬에 분포한다. 낮에는 쉬고 아침과 저녁 또는 흐린 날에만 활동한다. 수명 180~200년.(『두산세계대백과』 엔싸이버)

책을 읽으며 내내 궁금했던 알다브라거북을 인터넷으로 찾아보았습니다. 알다브라거북은 육지 거북 중에 가장 크기가 큰 종류이면서 세계에서 가장 오래 사는 동물입니다. 인간보다 두 배나 긴 수명, 알다브라 제도에서 그들끼리만 모여 산다는 것이 신비롭게 느껴집니다. 사진을 보고, 백과사전의 설명과 250살로 추정되는 최고령 알다브라거북에 대한 기사까지 읽고 나니 작가가 왜 이 동물을 택했는지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사진 속의 거북이는 여느 거북과는 다른 모습입니다. 청회색을 띠는 몸 빛깔이나 코끼리를 닮은 굵은 다리와 발 모양도 그렇고,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 수 없는 것이 꼭 공룡 화석을 보는 느낌입니다. 어찌 보면 시간 따위는 초월해 버린 듯 무심해 보입니다.   

엘리사의 할머니는 바로 이 알다브라거북으로 변신합니다. “죽음을 피할 수 있는 속임수는 변신뿐이야.” 할머니는 엘리사에게 말합니다. 세상 끝에 살던 옛 부족의 여인들은 원하기만 하면 절대 죽지 않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대신 죽지 않기 위해서 다른 무언가로 변신을 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변신은 쉬운 일은 아니어서 누구나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할머니도 예전에 한 번 시도했지만 실패로 끝이 났었습니다. 그런 할머니를 이해하지 못한 엘리사의 엄마는 할머니를 정신병원에 보냈고 할머니는 그 이후로 더 이상 변신을 시도하지 않았습니다. 정신병원을 나와 혼자 살고 있는 할머니는 딸과는 연락하지 않는 대신 손녀인 엘리사와 만남을 이어갑니다. 덕분에 엘리사는 할머니의 변신을 처음부터 지켜볼 수 있게 됩니다.

할머니가 다시 변신을 시도하게 된 것은 거북이 빗 때문이었습니다. 할머니가 우연히 거북이 빗을 주운 날, 변신이 시작되었습니다. 빗이 마법을 부렸냐고요? 그건 아니랍니다. 변신의 힘은 할머니의 내면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거북이 빗은 할머니에게 실마리를 주었을 뿐이고, 할머니는 그날 이후 거북이 생각을 멈출 수 없었던 것입니다. 할머니는 서서히, 엘리사가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조금씩 거북이로 변해갑니다. “우리는 우리 마음속에 깊이 간직한 무엇인가로만 변신할 수 있는 거란다.” 할머니는 자신의 말대로 마음속 깊이 간직했던 무엇인가로 변신한 것입니다.

이 책에서 노년의 시간은 죽음을 기다리는 무기력한 시간이 아니라 변신을 위한 힘을 지닌 의미 있는 시간으로 그려집니다. 할머니는 전처럼 관광객에게 팔기 위한 초콜릿 상자 그림이 아니라 정말 그리고 싶은 것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할머니의 창고는 그림으로 가득 채워집니다. 할머니는 자신이 원하는 것에 더욱 집중해 가고 그럴수록 더 거북이에 가까워져 갑니다. 자신만의 속도로 느릿느릿 살아가는 거북이. 할머니는 이제 한 마리의 거북이가 되어 겨울잠에 빠져듭니다. 엘리사는 겨울잠에 빠진 거북이 옆에서 자신에 대한 생각에 골몰합니다. 변신하게 된다면 할머니처럼 거북이가 되고 싶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거북이처럼 오래 산다는 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다 문득 아직 열한 살밖에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떠오릅니다. 눈앞에 그대로 펼쳐져 있는 인생이 새삼 새롭게 느껴집니다. 마음에 와 닿는 대목입니다. 엘리사는 할머니의 죽음, 아니 변신을 지켜보며 자신의 삶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셰익스피어를 사랑한 거북이』는 죽음은 또 다른 존재로의 변신이고 삶은 변신을 위한 시간이라는, 삶과 죽음에 대한 색다른 해석을 보여 줍니다. 삶과 죽음은 별개의 것이 아니라는 거지요. 죽음이 없다면 삶의 의미는 달라질 것입니다. 죽음이 존재하기에 우리네 삶이 의미 있다는 사실을 되뇌어 봅니다.
채정은│눈을 마주보고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마음속 이야기를 책에서 발견할 때 기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