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04월 통권 제4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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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회숙의 음악 여행]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즐거운 오페라, 모차르트 「마술피리」

진회숙 | 2006년 04월

올해는 모차르트 탄생 250주년이 되는 해이다.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이 세상 어떤 말로 그 위대함을 얘기할 수 있을까. 어떤 사람들은 모차르트 음악이 너무 가벼워서 싫다고 한다. 하지만 이것은 사실 모차르트 음악을 제대로 모르고 하는 소리이다. 그의 음악을 들으면 들을수록 그 위대한 예술 세계에 깊이 들어가면 갈수록 모차르트의 음악이야말로 신이 인류에게 보낸 가장 값진 선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모차르트의 음악은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순진무구한 아름다움이 무엇인지를 느끼게 한다. 베토벤 이후의 음악들이 고뇌, 투쟁, 극복, 승리 등의 드라마틱한 정서를 담고 있는데 반해 모차르트 음악은 세상 어느 것도 섞이지 않은 그야말로 순도 높은 아름다움의 정수를 보여 준다. 그래서 아직 세상사에 물들지 않은 어린이들의 정서와 잘 통한다.

모차르트는 생의 마지막 10년을 후원자 없는 프리랜서로 살았다. 참견하는 사람이 없었기에 자유는 얻었지만 대신 보장된 수입이 없어 늘 배를 곯아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머리에서는 그야말로 주옥같은 멜로디가 끊임없이 샘솟았는데, 그의 대표작인 오페라 「마술피리」도 바로 이런 고통스러운 시간의 창작물이다.

오페라는 줄거리가 있기 때문에 기악곡보다는 아이들의 흥미 유발에 훨씬 유리한 면이 있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오페라들은 그 줄거리가 성인을 위한 것이어서 아이들에게는 적합하지 않다는 흠이 있다. 푸치니의 「토스카」 「나비부인」,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 「리골렛토」는 물론이고, 심지어는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 「돈 지오반니」 「후궁으로부터의 도주」조차도 부도덕한 사랑, 복수, 배반, 음모 등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 아이들에게 권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하지만 모차르트의 마지막 오페라인 「마술피리」는 이런 어른들의 우려를 말끔히 해소시켜준다. 물론 여기에도 남녀 간의 사랑 이야기가 나온다. 하지만 그 내용이 「백설공주」나 「신데렐라」와 같이 지극히 상식적인 수준이어서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 이야기 줄거리도 재미있고 볼거리도 다양할 뿐만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그야말로 주옥같은 멜로디가 끊임없이 나와서 지루하기 않게 오페라를 즐길 수 있다.

「마술피리」에는 다양한 등장인물들이 나온다. 밤의 세계를 관장하는 밤의 여왕과 그녀의 딸 파미나, 여왕의 시녀들, 파미나를 사랑하는 왕자 타미노, 새잡이 파파게노와 그의 짝인 파파게나, 이집트의 고승 자라스트로, 그의 못된 신하 모노스타토스 그리고 세 명의 소년. 이렇게 여러 사람들이 등장하는데, 옛날 동화에서처럼 각 등장인물마다 ‘좋은 나라’와 ‘나쁜 나라’가 정해져 있다. 좋은 나라 편에는 파미나와 타미노, 자라스트로가 있고, 나쁜 나라 편에는 밤의 여왕과 세 명의 시녀, 모노스타토스가 있다. 그리고 파파게노와 파파게나, 세 소년은 중립적인 입장에 있는데, 인물들의 이런 대립 구도는 어린아이들에게는 아주 친숙한 것이다.

밤의 세계를 장악하고 있는 여왕은 자라스트로에게 잡혀 간 딸 파미나를 애타게 그리고 있다. 어떻게 하면 딸을 찾을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마침 타미노 왕자를 만나게 된다. 여왕은 타미노에게 딸의 초상화를 주면서 그녀를 찾아 달라고 부탁하는데, 이 때 부르는 아리아가 「두려워 말아라, 내 아들아」이다. 여왕의 출현에 타미노가 겁을 먹자 자기를 무서워하지 말라고 하면서 파미나를 찾아올 사람은 너밖에 없다고 얘기하는 대목에서 부르는 아리아이다. 타미노는 파미나의 아름다운 초상화를 보고 한 눈에 반해 유명한 테너 아리아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인가」를 부른다.

타미노가 여왕에게 파미나를 찾아 나서겠다고 하자 여왕은 그에게 마술의 피리를 준다. 이 피리는 숲 속의 사나운 짐승들을 순하게 하고, 잠자는 사람을 깨우는 신비의 피리인데, 타미노가 그 신비로운 소리에 반해 「참 신비로운 피리 소리」라는 노래를 부르자 숲 속의 동물이 나타나 춤을 춘다.

타미노는 숲 속에서 우연히 만난 새잡이 파파게노와 함께 파미나를 찾아 나서는데, 이 파파게노가 아이들에게 특히 인기 있는 캐릭터이다. 파파게노는 성격이 매우 낙천적이고, 익살맞으며, 능청스럽다. 「나는 새잡이꾼」이라는 아리아는 그가 어떤 성격의 소유자인지를 말해 주고 있다.

타미노와 헤어져 파미나를 찾고 있던 파파게노는 모노스타토스의 감시를 받고 있던 파미나를 만나게 된다. 이 자리에서 두 사람이 함께 부르는 「사랑을 느끼는 남자들에게는」이라는 이중창은 그 멜로디가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한편 밤의 여왕은 매우 사악한 캐릭터이다. 그녀는 딸에게 칼을 주면서 자라스트로를 죽이라고 한다. 이 때 부르는 아리아가 그 유명한 밤의 여왕의 아리아 「지옥의 복수가 내 가슴 속에 끓는다」이다. 여왕은 파미나에게 칼로 그를 죽이지 않으면 너는 더 이상 내 딸이 아니라고 말한다. 하지만 파미나는 어머니의 부탁을 들어 주지 않는다. 자기를 보호하고 있는 자라스트로가 거룩하고 인자한 사람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자라스트로는 베이스가 맡는데 파미나를 앞에 두고 부르는 「이 신성한 전당에서는」이라는 아리아가 유명하다.

파미나를 찾아나선 타미노는 자라스트로의 사원을 찾아간다. 직접 그를 만나 본 타미노는 자라스트로의 권유에 의해 시련의 전당에 들어갈 것을 결심한다. 자라스트로는 예전에 이미 이런 일이 있을 것을 예상해서 사악한 어머니에게서 파미나를 떼어 놓았다고 하면서 사랑스럽고 덕 있는 처녀 파미나가 타미노와 결혼하려면 두 사람은 시련의 관문을 통과해야만 한다고 말한다. 그러자 파미나와 타미노는 두 사람의 순결한 결합을 위해 기꺼이 시련을 겪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타미노가 지켜야 할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침묵의 약속이다. 파미나는 자기에게 한 마디도 하지 않는 타미노를 보고 사랑이 식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슬픈 마음으로 「아! 나는 알아요」라는 아름답고 서정적인 아리아를 부른다.

한편 파파게노는 고생하는 것을 싫어함에도 불구하고 타미노와 함께 시련의 전당으로 들어가는데, 왜냐하면 그러면 애인을 구해 주겠다는 약속을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온다던 애인이 오지 않자 계속해서 애인이 없다고 불평을 한다. 그는 이제 나이가 많은 여자나 젊은 여자나 여자면 상관없다고 말하는 아리아 「아가씨나 부인이나」를 부른다. 하지만 그래도 짝이 나타나지 않자 결국 자살을 하려고 한다. 나무에 목을 매려고 하는 찰라에 극적으로 파파게나라는 짝이 나타난다. 그러자 언제 죽을 생각을 했느냐는 듯이 호들갑을 떨며 파파게나와 함께 「파 파 파 파……」라는 이중창을 부른다. 내용은 아들 딸 많이 낳고 자손만대로 잘 살자는 것이다.

이밖에 이 오페라에는 자라스트로의 말을 전하는 세 명의 소년, 밤의 여왕이 거느리는 세 명의 시녀, 그리고 파미나를 겁탈하려는 모노스타토스가 양념처럼 등장해 보는 재미를 더해준다. 세 명의 소년들은 세 차례나 등장해 타미노에게 길잡이 역할을 하고, 여왕의 시녀들은 서로 타미노를 차지하겠다고 다툰다. 그리고 모노스타토스는 도망가려는 파미나와 파파게노를 부하를 동원해서 결박하는데, 이 때 파파게노가 마법의 벨을 울리자 모노스타토스와 부하들이 갑자기 온순해져 익살맞은 춤을 추면서 퇴장하는 장면이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낸다.

온갖 유혹과 어려움을 물리치고 파미나와 타미노는 드디어 시련의 관문을 모두 통과했다. 자라스트로와 승려들이 있는 가운데 시련에서 돌아온 두 사람의 결합을 축하하는 합창과 함께 오페라는 끝이 난다.

오페라를 직접 공연장에 가서 보는 것도 좋지만 요즘은 시중에 영상물이 많이 나와 있어 굳이 공연장에 가지 않고서도 얼마든지 오페라를 즐길 수 있다. 내가 개인적으로 추천하고 싶은 것은 잉그마르 베르히만 감독이 TV 영화용으로 만든 「마술피리」 DVD이다. 1975년에 만들어진 것이라 화질은 그다지 좋지 않지만 정말 잘 만든 작품이다. 연출이나 구성이 환상적일 뿐만 아니라 등장인물들도 모두 각각의 캐릭터와 완벽하게 일치한다. 오페라 공연을 보면 출연 가수들이 노래만 잘할 뿐 등장인물의 캐릭터와 너무 맞지 않아서 실망스러운 경우가 많은데 이 영화는 그렇지 않다. 파미나는 순박하게 아름답고, 타미노는 정말 잘생긴 미남이며, 자라스트로는 후덕한 고승의 이미지를 그대로 갖고 있다. 파파게노와 파파게나, 세 명의 소년과 시녀, 모노스타토스 등 등장인물들이 모두 완벽하게 자기 역할에 맞는 캐릭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 아마 이 영화의 최대 강점일 것이다.

※ 이 글에 실린 그림은 『마술피리』(책과소리)에서 가져왔습니다.
※ 지난 달 본 글, 45쪽 3행의 「환타지아 2000」은 「환타지아」의 잘못된 표기였습니다 ― 편집부.
진회숙/이화여자대학교 음대에서 서양 음악을 공부하고 서울대학교 음대 대학원에서 국악 이론을 전공했습니다. 1988년 「한국 음악극의 미래를 위하여」라는 평론으로 월간 『객석』이 공모하는 예술 평론상을 수상하였습니다. 방송국 음악 프로그램의 음악전문 구성작가와 음악 평론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중앙대학교 등에서 강의하고 있으며, 지은 책으로 『진회숙의 클래식 오딧세이』 『나비야 청산가자』 『영화로 만나는 클래식』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