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02월 통권 제3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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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의 서평]
눈앞에 펼쳐지는 유럽과 만나요

최수연 | 2006년 02월

역사와 과학, 예술의 관점에서 세계적 가치를 지니는 건축물이나 고고유적, 민족학이나 인류학의 관점에서 보존해야 하는 문화 지역 등 세계 문화 유산에 속하는 여러 가지 문화재 가운데 유럽의 소중한 유산들을 한데 모았습니다. 280쪽이 넘는 두껍고 무게감도 상당한 책 한 권이 어떻게 한눈에 들어올까 싶겠지만 이 책은 '사진과 지도로' 유럽의 세계 문화 유산을 보여 주기에 그것이 가능합니다. 프랑스의 베르사유 궁전과 몽생 미셸, 그리스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와 크레타 섬의 크노소스 궁전, 스위스의 융프라우 등 17개국의 문화 유산을 다루고 있는 어린이 교양서입니다. 화려한 유럽의 풍광과 신비로운 문화 유산의 모습을 선명하게 담고 있는 사진 자료들과 깔끔하고 보기 쉬운 그림 지도, 편안한 문장으로 이어지는 글의 흐름을 따라 유럽 여행에 나서 볼까요? 눈길이 닿는 곳마다 세계 최고의 문화 유산이 그 고고하고 묵직한 손짓으로 인사를 건넵니다.

먼저 세계 지도에서 유럽 지역을 짚어 봅시다. 뒷장을 넘기면 유럽만 확대해 놓은 그림 지도가 양쪽 면에 펼쳐져 있네요. 작은 글 상자에는 44개국으로 이루어진 유럽의 국가수부터 면적, 인구, 가장 높은 산의 이름과 높이, 가장 긴 강의 이름과 길이까지 간략하게 정리해 두었고요. 이 많은 나라를 돌아다니며 세계 문화 유산을 만날 생각에 기대감이 부풀어 오릅니다. 처음으로 발자국을 찍을 곳은 예술의 나라 프랑스. 루이 14세부터 무려 50년도 넘는 세월에 걸쳐 지어졌다는 웅장하고 화려한 궁전 베르사유로 들어섭니다. 프랑스라는 도시에 대한 소개, 베르사유 궁전이 왕의 절대 권력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건축물로 알려지게 된 이야기들, 궁전 안에 화장실이 없어서 그 옛날 품위와 고매함으로 치장한 수많은 귀족들이 베르사유 궁전의 파티에 참가할 때마다 하인들에게 휴대용 변기를 준비하도록 한 사연, 거울에 반사되어 부서지는 햇빛으로 눈이 시릴 정도였다는 거울 방 등등 볼거리를 따라 책장을 넘기다 보면 어느새 또 다른 도시 앞에 서게 됩니다.

각 도시의 입구에서 만나는 것은 보기 좋게 그려진 큼직한 그림 지도입니다. 그림 지도 안팎에서 흐르고 있는 주요 강과 바다, 대표적인 도시와 관광 명소들, 눈여겨봐야 할 건축물과 지역마다 특별하게 서식하고 있는 동물들, 주요 생산품들이 간략하고 아기자기한 그림들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지도 밑에는 그 나라의 국기와 면적, 인구, 수도, 언어, 화폐 단위, 문화 유적 등 다양한 정보를 간략하게 정리해 두었습니다. 이어지는 오른쪽 면은 그 나라와 대표적인 세계 문화 유산에 대한 소개를 배치하여 호기심을 유발합니다.

본문에서 단연 돋보이는 것은 시원시원한 사진 편집입니다. 크게 부각시킬 필요가 있는 사진은 한 쪽 면이나 펼침 면 전체를 넉넉하게 할애하여 실었습니다. 백년전쟁 때는 요새로, 프랑스대혁명 때는 감옥으로도 이용되었던 수도원이 있고, 대천사 성 미카엘 동상을 꼭대기에 모신 성당과 많은 석조건출물들이 세워진 몽생 미셸의 장려한 모습은 펼침 면 가득 그 화려한 위상을 뽐냅니다. 세계 건축 예술의 걸작품으로 불리는 아테네의 파르테논 신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의 아름다운 도시 풍경 등을 원색의 사진으로 감상할 수 있어서 잠시나마 먼 나라의 묘하고 낯선 매력에 빠져 볼 수 있습니다. 집중해서 살펴볼만한 세계 문화 유산의 모습들은 여러 컷으로 나눠 실어서 꼼꼼히 관찰할 수 있습니다. 작가가 20여 년간 세계 구석구석을 누비며 정성스럽게 담아 낸 사진 작품들은 그 속에 세계 문화 유산과 도시나 자연의 경관뿐만 아니라 그 시간 그 곳을 누비던 사람들의 여정과 생기까지 담고 있어 더욱 친숙하고 인간적인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사진 작가와 여행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작가가 직접 사진을 찍고 그에 알맞는 짧은 사진 설명을 넣고, 전체 글의 흐름 또한 주도하여 더욱 깔끔하고 알찬 구성을 이룬 듯합니다. 세상 풍경과 세계 문화 유산에 대한 설명을 두런두런 여행 이야기 들려주듯 쉽고 편안하게 풀어놓으니 수백 페이지에 달하는 책의 분량이 그다지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수필 느낌의 친근감 있는 글 속에 역사, 문화, 인물 등 지식과 정보를 촘촘하게 채워 넣어서 생동감 넘치는 사진과 함께 세계 문화 유산의 발자취를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합니다. 딱딱하고 지루한 학습서 성격을 배제하면서 흥미로운 교양서의 형태를 갖추고 있습니다.

100개가 넘는 섬과 네바 강, 발틱해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어 '북구의 파리'로 불릴 정도로 아름다운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소개하면서 한때 '레닌그라드'로 불렸던 사연부터, 러시아 정치의 역사, 문학과 푸슈킨과 차이코프스키, 도스토예프스키, 고골리, 톨스토이, 루빈스타인등 예술가들과 얽힌 이야기들을 자연스럽게 넘나듭니다. 유난히 관심이 가는 부분은 좀 더 자료를 찾아 상세히 알아 보고 싶게 하고, 반대로 관심이 좀 덜 가는 부분은 가볍게 한 번 읽어 넘겨도 또 다른 분야나 화제에서 언급되면서 마주치게 되니 여러 모로 눈에 익히고 기억에 담아 두게 됩니다.

풍부한 사진 자료와 다양한 정보와 더불어 이 책에서는 세계 문화 유산을 지켜 내려는 사람들의 노력과 끊임없는 탐구 자세가 진지하게 드러납니다. 영국 남부 솔즈베리 평원에 신비롭게 서 있는 석조건축물 스톤헨지. 수천 년 동안 흐트러짐 없이 우뚝 서 있는 기묘한 형태의 돌기둥들에 쏟는 많은 사람들의 열정이 지금도 신석기 시대 사람들이 왜 이것을 만들었는지, 무거운 돌들은 어떻게 운반했는지 끊임없이 연구하는 데 쓰이고 있습니다. 스톤헨지가 비단 영국 사람들에게만 자부심을 심어 주는 대상을 넘어서 그것을 보는 모든 사람들에게 경이로움을 선사하는 이유는 세계 문화 유산이 모든 인류의 소중한 보물이기 때문이 이겠지요.

오랜 세월 자신이 수집한 예술품들을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기증하는 사람들과 역사의 숨결이 느껴지는 모든 곳을 소중하게 지켜 내려고 애쓰는 사람들의 귀한 애정을 엿보며 창덕궁, 해인사 장경판전, 종묘, 석굴암, 불국사, 수원화성, 경주역사유적지구, 고인돌 유적 등 세계 문화 유산의 이름을 갖고 있는 우리 나라의 소중한 문화재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집니다. 앞으로 이 책에 이어서 나오게 될 다른 대륙의 세계의 최고 문화 유산들과 그 속의 우리 것에 대한 기대 또한 더해지네요. 최근에 텔레비전에서 우리 나라를 방문한 빈 소년 합창단의 아이들이 경복궁을 둘러보고 직접 탈을 만들어 보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편견이나 괜한 두려움 없이 나의 나라, 당신의 나라를 두루 만날 때 세계 최고의 보물들도 비로소 반짝반짝 빛을 내게 될 것입니다. 세계 문화 유산과 처음 만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유럽의 여러 나라를 향한 열린 시선과 다양한 지식이 알차게 담긴 이 책을 건네고 싶습니다.

최수연│『열린어린이』를 만듭니다. 책 속에서 세상과 마음의 길을 찾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