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09월 통권 제2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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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숙의 그림책 살펴 보기]
오늘도 티몰레옹은……

서정숙 | 2004년 09월

달달 무슨 달 쟁반같이 둥근 달
어디어디 떴나 남산 위에 떴지

9월 28일이면 추석이다. 추석날엔 둥근 보름달 아래에서 강강수월래를 즐기기도 하고, 달에게 소원을 빌기도 한다. 달의 기원이나 달에 대한 전설은 나라마다 다르고 이에 따라 달에 대한 정취도 각 나라마다 다를 터. 우리 나라에서는 달에 계수나무가 있다느니, 토끼가 방아를 찧으면 살고 있다느니, 달에 비친 그림자를 보고 상상력을 펼쳐 왔다. 추석을 맞아 선택한 『달지기 소년』은 프랑스의 작가 에릭 퓌바레의 작품으로, 달에 대한 이국적인 정서를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신종 직업, 달지기

이 그림책에는 한 번도 들어본 적 없고, 생각해본 적 없는 달지기라는 직업이 등장한다. 달지기란 밤마다 달에 커다란 천을 드리워 달빛을 조금씩 가리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지금까지 300년간 자몰레옹 할아버지가 이 일을 했는데, 이제 너무 지쳐서 새로 누군가 달지기가 되어야 한다.

달지기! 이 얼마나 재미난 상상력인가? 달지기는 달 모양의 변화를 어린이의 사고 수준에 맞춰 풀어 내느라고 작가가 도입한 신종 직업인데, 그 발상이 창의적이다. 또한, 달지기가 되자 깡충거리며 기뻐하는 소년, 티몰레옹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보름날 밤만 빼고 거의 매일 달을 가려야 하므로 달지기 일은 아주 고된 일임에도 불구하고 티몰레옹은 달지기로 선발되자 매우 기뻐한다. 그리고 ‘우주 학교’의 선생님들도 달지기로 선발된 티몰레옹을 무척 대견해한다. 달지기에 대한 이 같은 긍정적인 시각을 통해, 달은 한국뿐 아니라 프랑스에서도 낭만적인 대상, 동경의 대상임을 짐작할 수 있다.

힘을 모아, 마음을 모아

달지기로 선발된 티몰레옹은 달에 가는 데 필요한 알약을 잃어 버린다. 알약을 넣어 두었던 바지 주머니에 구멍이 난 것을 나중에야 알게 된 티몰레옹의 상심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달에 갈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러므로 앞으로 달 모양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영원히…….

이런 사정을 들은 신문팔이 소년은 신문으로 커다란 종이 비행기를 접어 여기에 티몰레옹을 태워서 달에 보내려고 한다. 그러나 종이 비행기는 이내 땅에 처박히고 만다. 장난감을 파는 아주머니는 큰 연에 티몰레옹을 태워 날려 보지만 바람에 연이 찢어지면서 티몰레옹은 연못에 빠지고 만다. 다음으로 시계를 고치는 아저씨, 유리 부는 사나이, 새들과 말을 할 수 있는 아가씨 등 여러 사람들이 자신의 장기를 각각 이용하여 티몰레옹을 달에 보내려고 하지만 허사였다. 마지막으로 작은 소녀의 제안으로 사람들은 서로를 밟고 올라서서 인간 사다리를 만들어 티몰레옹을 드디어 달에 올려 보냈고, 이후 티몰레옹은 밤마다 조금씩 다른 달 모양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눈여겨 보아야 할 것은, 티몰레옹을 달로 보내는 데 가장 기여한 사람은 단순하고 소박한 의견을 낸, 가냘프고 연약해 보이는 작은 소녀였다는 것, 그리고 티몰레옹이 결국 달에 갈 수 있었던 것은 모든 사람들의 마음과 힘이 합쳐진 덕분이었다는 것이다.

환상적이고 아름다운 그림

이 그림책의 예술적 표현은 환상적이다. 화면마다 다른, 파란 색조의 변화가 환상적이고, 파란 색과 그 위에 얹어진 빨간색, 초록색, 노란색과의 배색 또한 환상적이다. 특히, 짙은 파란색 밤하늘의 하얀 달은 눈이 부시게 신비롭다. 그리고 글씨들은 마치 그림처럼 이미지화되어 있는 느낌을 받는데, 그것은 글씨의 색을 바탕색 위에서도 잘 보일 수 있도록 검정색과 흰색으로 적절하게 바꿔가며 썼고, 글씨를 등장 인물들의 동세에 맞춰 자유롭게 배열했기 때문인 것 같다. 뿐만 아니라, 연속 동작을 순차적으로 나누어서 한 화면에 펼쳐 놓은 시퀀스 표현이라든지, 티몰레옹을 달까지 보내기 위해 높이 쌓아 올린 사람들의 모습을 시각적으로 극대화하기 위해 책장을 위로 펼치면 두 배로 길어지도록 연출한 화면 구성은 모두 이 그림책의 심미적 가치를 높여 주는 요소들로서, 이 그림책을 보는 어린이들의 심미적 안목을 높여 줄 것이다.

고개 들어 밤하늘의 달을 보라. 거기에는 오늘도 커다란 천으로 열심히 달을 가리고 서 있는 달지기 소년, 티몰레옹이 있을 테니. 앞으로 300년 후, 그가 달지기를 그만둔 그 때에도 과연 달지기를 하고 싶어 하는 소년(어린이)이 있을까?
유아에 대한 공부를 통해 인간을 더 잘 이해하게 되었고, 그림책에 대한 공부를 통해 삶을 더 많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유아 교육을 전공하였고, 『Caldecott 메달 도서의 특성 분석』이라는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현재 이화여자대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있으며, 저서로 『부모의 그림책 읽어 주기』 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