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02월 통권 제1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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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읽었어요]
로리타의 친구가 된 일곱 살 예린이

남궁은 | 2004년 02월

학교에 다니는 오빠나 언니가 있는 아이들은 어린이 집에 다니면서도 언제나 학교가 궁금하다. 학교만 생각하면 공연히 설레는 그 무엇이 있다. 엄마 아빠가 학교 이야기를 할 때면 귀를 쫑긋 세우고 질투를 하기도 한다. 우리 집 예린이도 그런 아이다.

학교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고 있거나, 그게 아니라도 호기심을 갖도록 하고 싶다면 권할 만한 책들이 있다. 여섯 살, 일곱 살 아이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데는 그만인 책들이다. ‘난 책읽기가 좋아’ 시리즈 중에서 베아트리스 루에가 쓴 여덟 권의 책이다. 로지의 그림도 내용과 잘 맞게 그야말로 만화적이면서 스케치와 배색이 단순하여, 예린이로서는 쉽게 흉내 그림의 대상이 되었다. 최윤정 선생의 번역이 아이들 입맛에 맞는 구어체를 잘 살린다는 것은 이미 여러분들도 다 아는 이야기다.

『우리 아빠가 제일 세다』 표지와 본문

『우리 엄마한테 이를 거야』 『수영장 사건』 『폭죽 하계회』 『우리 아빠가 제일 세다』 『머리에 이가 있대요』 『이제 너랑 절교야』 『수학은 너무 어려워』 『내 남자 친구야』 이렇게 여덟 권이다. 초등 학교 1학년 아이들 이야기다. 로리타가 주인공이고 그 맞수 친구는 우등생 제니퍼다. 올리비에는 로리타가 사랑하는 남자 친구다. 『수영장 사건』을 예로 들어 보자.

학교에서 수영장에 가는 시간마다 수영을 못하는 로리타는 너무 가기가 싫다. 어느 날 로리타는 코맹맹이 소리로 수영장이 공사중이라고 학교에 전화를 했다. 그래서 그 날은 수영장 수업이 없어졌다. 그 다음 주에도 로리타는 학교에 전화를 했다. 이번에는 교장 선생님이 속지 않았다. 그래서 모두들 수영장에 가서 수영을 해야 했다. 그런데 이 날 수영장에서 로리타는 발장구를 몇 번씩이나 치면서 드디어 헤엄을 칠 수 있게 되었다. 스스로 대견하여 이제는 수영장 가는 시간을 기다리는데 막상 수영장 가기 전날, 일이 생겼다. 진짜로 수영장이 공사를 해서 못 가게 되었다고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것이다. 로리타는 너무나 실망했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이렇게 말하고 말았다. “선생님 그럴 리가 없어요. 제가 전화도 안 했는데요.”

『수영장 사건』 표지와 본문

대개의 이야기에는 이런 식으로 아이들다운 눈으로 사태의 진실을 꿰뚫어 볼 수 있는, 기막히게 재미난 이야기들이 들어 있다. 웃음이 묻어난다. 겉으로 드러난 사건의 이면에 작가가 ‘말하지 않고 전하는’ 내용들이 묻어나고, 예린이는 그걸 보고 웃음이 절로 난다. 너무 재미있다는 표정이다. 수십 번을 보고 또 본다. 책을 읽어 주는 아빠도 엄마도, 근처에서 얻어 듣고 빙그레 웃는 오빠도, 줄줄 외울 정도로 익숙하지만 언제 읽어도 재미가 묻어난다.

웃고 즐기는 사이에 학교 생활의 기본적인 내용들이 묻어서 예린이의 오감 속으로 들어간다. 좋은 책이란 자연스럽고 은근하게 녹아야 하는 법이다. “누나가 오늘 소풍을 가서 내 도시락에는 맛있는 김밥이 들어 있다. 한 시간째도 먹고 싶고 두 시간째도 먹고 싶고, 세 시간 네 시간 째깍째깍, 점심 시간에 맛있게 먹었다.” 이제 예린이는 학교 생활을 꿈꾸며 고함을 치듯이 ‘김밥’ 노래를 부를 정도까지 되었다. 학교는 온갖 꿈과 상상의 대상이 되었다. 받아쓰기 몇 점 받으면 혼나기도 하고, 줄 맞추라고 선생님이 고함도 친다고 여기 저기서 아무리 험한 이야기를 얻어 들어도, 학교는 예린이에게 전혀 다른 꿈의 세계다.

『꼬마 니콜라의 여름방학』 표지와 본문

전적으로 이는 로리타의 도움이다. 학교와 정서적으로 친하게 하는 책이다. 그러면서도 그 이야기들은 아주 평범하다. 억지로 만든 이야기가 아니라 지적 호기심으로 가득 찬 1학년들의 마음 물결이 살아 있는 책들이다. 예린이 오빠의 경험을 살려서 생각하면,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나서는 르네 고시니의 ‘꼬마 니콜라’시리즈를 권하고 싶다. 그 중에서도 『꼬마 니콜라의 여름방학』은 아빠가 애들한테서 뺏어보는 책이다. 박수동의 『5학년 5반 삼총사』도 학교 이야기다. 남자 아이들에게 권할 만한 책이다. 동네 북처럼 매를 맞는 것이 ‘학교’인 시대이지만, 그래도 아이들에겐 학교가 생활이고 놀이터다. 학교에 대한 감정 이입을 돕고, 준비된 꿈꾸기로 함께 웃을 수 있다면. 우리 집 예린이에겐 벌써 로리타와 제니퍼, 올리비에라는 학교 친구가 생겼다.
남궁은 / 서울대학교에서 국문학을 공부하였습니다. ‘공동육아 과천 튼튼어린이집’ 이사장을 지낸 적이 있으며 현재 능률영어사 이사로 있습니다. ‘초등 어린이 세계명작 독서 프로그램’을 개발하기도 했지만 세상에서 가장 좋은 학교는 ‘아마(엄마아빠) 학교’라고 믿는 사람입니다. 아이들 독서 세계에서는 ‘고구미 선생’으로 공동육아에서는 ‘청개구리’로 통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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