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02월 통권 제1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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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그림 읽어 주세요!]
반가워요, 김홍도 아저씨! - 우리 나라 시대별 대표 미술 작가를 찾아서

김혜신 | 2004년 02월

몇 해 전 서울 태평로에 위치한 로댕 갤러리를 찾은 적이 있다. 그 동안 잉크로 인쇄된 책을 통해 배경 분위기와 조명에 따라 매번 다르게 보였던 로댕의 작품 「지옥의 문」 「칼레의 시민」 등을 직접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어른인 나까지도 미술관 가는 내내 마음 설레던 기억이 난다. 작품의 진위 문제를 떠나 로댕의 작품을 보고 느낀 그 역동성과 긴장감의 여운이 아직도 내 마음 속에 살아 있다.

방학 때는 현장 학습이 최고이리라. 그 동안 교과서에서 접한 작품들을 직접 감상할 수 있는 전시회, 어린이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미술관 체험 프로그램 등 가족 단위로 찾을 수 있는 이벤트가 곳곳에 마련되어 있기에 어린이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이다. 길어진 겨울 방학 동안 가까운 미술 전시장을 꼭 한 번씩 찾아가 보자.

미술관을 찾기 전에 작가와 작품에 관한 정보를 책을 통해 미리 만나 보고 간다면 더욱 의미있는 작품 감상이 될 것이기에, 이 달에는 박물관과 미술관을 통해 만날 수 있는 우리 나라의 시대별 대표 작가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시대를 크게 조선, 근대, 현대로 구분하여 각 시대의 대표 작가라 할 수 있는 김홍도, 이중섭, 백남준을 주제로 한 세 권의 책이다.

예전에 이 작가들의 작품 전시장에 가 보았던 필자로서는, 이 책들을 진작 만났더라면 작품 감상이 더욱 의미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갖고 있다. 대부분 자녀 동반의 미술관 관람에서는 미술관에 비치된 안내 책자를 읽으며 작품에 관한 정보를 얻는다. 하지만 작가와 작품에 대한 더 충실한 사전 정보를 갖고 미술관을 찾는다면 감성을 더욱 자극하기에 보다 효과적일 것이다. 특히 우리 나라의 대표적인 미술 작가들을 통해 한국인으로서 면면히 이어 내려온 예술성의 진면목 확인과 더불어 자부심까지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조선 시대 ― 우리의 소박한 삶을 그림으로 재현한 김홍도

여기는 서당. 가장 먼저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는 광경은 훈장님과 아이들 사이에 웅크리고 앉아 눈물을 훔치는 아이. 주변의 아이들은 까르르 웃고 훈장님은 측은해 하는 것 같은데 우는 아이와 등지고 있으니 위안을 받을 수도 없고, 우는 아이 등 뒤에 펼쳐진 흐트러진 책장을 보니 아마도 훈장님이 어느 부분을 읽어 보라고 하셨는데 그만 틀리게 읽어 벌어진 상황인 듯하다. 이러한 상황을 실감나게 표현한 「서당」이라는 작품은 누구나 한 번쯤은 본 적이 있는 김홍도의 대표적 작품이다.

『조선의 풍속을 그린 천재 화가 김홍도』 표지와 본문

이렇듯 조선 시대의 서민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미술 작품을 남긴 김홍도라는 화가와 그 화가가 남긴 수많은 작품을 자세하게 설명하는 책이 있으니, 『조선의 풍속을 그린 천재 화가 김홍도』가 그것이다. 작가는 이 책의 방향을 생애 위주의 위인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천재성의 강조나 일화 중심의 서술 방식에서 벗어나 작품과 작가의 생애, 사회 배경을 중요한 세 축으로 삼아 화집의 성격을 크게 강조하여 작품 감상의 폭을 넓히려 했다고 밝히고 있다.

실제 이 책에서는 다양한 김홍도의 작품을 각 장마다 주제를 달리해 펼쳐 보이고 있다. 1장 ‘서당에서 우는 아이’, 2장 ‘좋은 시대를 맞아서’, 3장 ‘금강산 기행’, 4장 ‘역경 속의 성취’로 구분하여 그의 숨겨진 작품과 더불어 동시대 작가의 작품까지 기재하여 작품 감상 기회를 제공한다. 지루하기 쉬운 작품 형식 및 내용에 관한 설명들을 시대 상황과 함께 풀어 내면서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200년 전 김홍도는 작품이 사랑과 관심을 품고 서민의 생활을 그렸다. 자신의 마음을 잘 드러내면서 좋은 시대의 좋은 점을 드높이 노래한 그림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독자적인 화풍과 서민의 입장에서 친숙한 소재로 접근하는 태도로 미술의 대중화를 이루어 냈다는 점에서 김홍도의 그림은 앞으로 우리 나라 미술계가 더욱 발전시키고 계승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일러 준다고 나는 생각한다.

근대 ― 너무도 낭만적이었던 천재 화가 이중섭

이중섭. 하면 어린이가 떠오른다. 아랫도리를 벗고 물고기와 천진하게 놀고 있는 아이, 뒤엉켜 꽃을 보듬고 있는 아이들, 꽃게 위에 올라탄 아이. 그리고 금방이라도 콧바람 휭휭, 숨을 헐떡거리면서 달려들 것만 같은 태세의 ‘소’가 떠오른다.

『천재 화가 이중섭과 아이들』 표지와 본문

벌거벗은 아이의 살결을 부드럽게 느끼게 하는 서정적인 선, 기운찬 소를 힘찬 터치로 묘사할 줄 아는 이중섭이라는 작가의 예술성을 잘 드러내는 책이 있다. ‘이중섭’이라는 화가의 출생부터 그가 왜 그토록 어린이 그림을 그렸는지, 가족사에 대한 자세한 해설 및 잘 알려지지 않은 그의 일본 유학 시절과 제주도 생활까지의 일상을 『천재 화가 이중섭과 아이들』을 통해 자세히 만날 수 있다.

이중섭이라는 화가는 우리 민족 모두에게 힘든 시대였던 1916년 평양에서 태어나 일제 강점기를 거쳐 고단한 화가의 생을 보냈던 사람으로, 그의 삶 자체가 예술이었다. 이 책에서는 그가 일본 유학 길에 올라 미술 공부를 하고, 사랑하는 여성과 결혼하여 세 아이의 아버지가 되었으나 한국 전쟁을 겪으며 가족과 함께 제주도로 건너간 후의 작품 세계, 또한 걸인처럼 지내다가 영양 실조와 간장염으로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하기까지의 지난한 일생을 그가 남긴 작품과 더불어 함께 전기(傳記) 식으로 풀어 나가고 있다.

이 책은 우리 민족의 역사적 시련과 연장선상에 놓였던 이중섭의 불우한 생애, 그리고 현실의 역경과는 반대되게 너무도 천진한 아이들의 모습을 즐겨 그렸던 순수한 그의 정신 세계를 보여 준다. 또한, 화집처럼 구성한 이 책에서는 여러 편의 작품 속에 담겨진 의미를 수수께끼처럼 찾아나서 진지하게 탐구하게 하면서, 일본인 아내 남덕(일본 이름 마사코)과 그의 아이들을 향한 극진한 사랑을 확인할 수 있는 여러 편의 편지를 비밀스럽게 엿보게도 한다.

담배갑 속의 은박지 종이에 그린 「소」 「봄의 아이들」 「아이들과 끈」 「길 떠나는 가족」 「옛이야기」 「피난민과 첫눈」 등 마흔 다섯 점의 작품이 주는 의미, 이중섭의 작품과 루오, 고흐 등 서양 화가의 화법 및 생애에 관한 비교도 눈여겨 볼 만하다.

현대 ― 깨어 있는 세계적 예술가, 그 이름은 백남준

광기 어린 작가 백남준. 『새로운 세계를 연 비디오 예술가 백남준』이라는 책은 현존하는 작가이면서 세계적으로 널리 그 이름을 알리고 있는 자랑스런 예술인 백남준과 그 작품에 관한 궁금증을 시원하게 해결해 주는 책이다. 현대 미술은 어렵다는 선입견을 버려야 하며 작품은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느끼면서 대화하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주는 그는 독특한 장르인 ‘비디오 예술’을 개척한 사람으로도 유명하다. 백남준은 비디오 테이프도 만들고, 수상기로 비디오 조각도 만들며, 비디오 퍼포먼스도 하는 ‘만능 비디오 예술가’이다. 특히 컴퓨터 기술의 발전은 과거 아날로그 비디오에서 디지틀 비디오를 발전시켰으며, 이것은 곧 멀티 미디어 예술을 가능하게 했다.

『새로운 세계를 연 비디오 예술가 백남준』 표지와 본문

이 책에서는 텔레비전을 이용하여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방법으로 ‘비디오 예술’의 세계를 이룩한 백남준의 어린 시절부터 현재까지를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알기 쉽게 설명했다. 아울러 비디오 예술 작품 가운데 아이들이 큰 관심을 보인 「로봇가족」을 비롯해 「기린 무늬 텔레비전」, 「내 친구 디지몬」 등 풍부한 작품 사진을 수록했다.

『새로운 세계를 연 비디오 예술가 백남준』 중에서

백남준의 작품과 삶을 소개하는 일에 앞장서 온 저자 김홍희 씨는 작가의 말에서, 백남준을 소개한 위인전 형식의 기존 어린이 책에서 오류들을 발견하여 어린이들에게 백남준을 제대로 소개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2년여의 시간을 투자하여 백남준의 예술 정신을 전하려 노력했다고 한다.

백남준은 뇌졸중으로 쓰러진 후에 다시금 몸을 추스려 여전히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그는 새로운 것을 찾아 내기 위해 더욱 많이 느끼고, 더욱 많이 생각하며, 새로움을 향한 열정으로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는 점에서 어린이들에게 더 큰 교훈을 주고 있다. 또한, 이 책을 통해 동서양의 구분 없이 세계를 하나로 생각하는 백남준의 ‘편견 없는 생각’이 우리 어린이들이 앞으로 더 넓은 세상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 늘 간직해야 할 정신이라는 것을 배웠으면 한다.
김혜신 / 대학과 대학원에서 미술 교육을 전공한 초등 학교 교사로, ‘초등미술 전자 교과서’(http://misulbook.nayou.com)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월간 『우리교육』에 초등학교 미술 과목 수업 활동에 관한 글들을 기고하였으며, 초등학생 교육 정보 나눔터인 ‘자모회’(http://www.jamohoe.com)에 미술 전문가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 나온 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