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02월 통권 제1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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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함께 사회책 읽기]
역사 산책의 길라잡이

김미리 | 2004년 02월

아이들과 세계 여러 나라에 대한 수업을 다 끝내고 마인드 맵을 하게 된다. 아이들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나라는 과연 어느 나라일까? 미국이나 영국 혹은 프랑스쯤을 생각하겠지만,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나라는 단연 우리 나라이다. 마인드 맵을 하기에 제일 만만해서일까? 아니면 세계 여러 나라를 공부하고 나니 우리 나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일까?

역사 공부를 하다 보면 아이들은 고조선과 삼국 시대, 조선 시대의 이야기가 나올 때면 눈망울이 초랑초랑 하다가 일제 시대와 광주 민주화 항쟁 등 근·현대사 이야기가 나오면 재미없어 한다. 시간적으로 더 근접한 이야기들인데도 더 지루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이들이 잘 들어 보지 않은 이야기라 낯설게 느끼기 때문이다. 역사를 재미있게 느끼게 하려면 우리 주변의 친근한 이야기로 만들어 놓아야 한다. 역사에 대한 배경 지식이 없는 저학년과 조금이라도 역사 이야기를 들어 본 고학년용 책으로 나누어 역사 책을 한번 살펴 봐야 할 것 같다. 저학년의 경우에는 거창하게 역사를 꿰뚫어 보기보다는 하나 하나의 단편들을 통해 우리 조상들은 이렇게 살았었구나, 역사란 이런 것이고, 참 재미있구나 정도를 느끼게 하는 책이 좋을 듯하다.

우리 민족의 건국 신화인 『단군 신화』. 우리 민족 최초의 국가인 고조선과 시조 단군 왕검에 대한 이야기로부터 우리의 역사 시대는 시작된다. 고조선의 건국 과정을 서사적인 그림으로 웅장하게 얘기해 주고, 그 뒤에 숨은 의미까지 설명해 주고 있다. 대다수의 아이들은 단군 신화로부터 우리 나라의 역사를 느끼게 되는 것 같다. 처음 접하는 역사책이니만큼 그 선택에 있어서도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숨쉬는 항아리』 표지
우리의 전통 문화를 통해 우리 민족을 이해할 수 있게 해 주는 그림책 시리즈는 저학년과 유아들도 쉽게 역사에 접할 수 있게 해 준다. 『숨쉬는 항아리』는 흙을 빚어 항아리를 만들고 가마에 구워 내는 과정과, 메주와 소금이 담겨져 간장과 된장으로 되고, 숨쉬는 항아리를 통해 맛있어지는 김치와 젓갈을 재미있는 동화 형식으로 꾸며 아이들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이번에 중국을 여행하고 돌아왔는데 사스의 여파 때문인지는 몰라도 가는 음식점마다 김치를 줘서 음식 때문에 애를 먹지는 않았다. 그런데 어째 맛이 좀 덜하다 했더니 아마 숨쉬는 항아리가 없어서였나보다.

푸른 바다와 푸른 하늘을 닮은 우리 전통의 빛깔인 쪽빛을 성공하기까지의 물쟁이 아저씨의 노력과 실패가 절절히 들어 있는 『쪽빛을 찾아서』. 결국은 조개 껍질 가루를 섞어 충분히 저어 줌으로써 빛깔이 빠지지 않는 완벽한 쪽빛으로 어머님 옷을 지어 드린다는 이야기가 우리를 미소짓게 한다. 치자로 물들인 노란색, 잇꽃으로 물들인 분홍색의 옷감들은 우리 조상의 슬기를 알게 해 준다. 목수 일을 하고 계신 한 분이, 시골 아주머니가 보내 주신 쪽풀로 물들인 나무 의자를 만드신 것을 본 적이 있다. 얼마나 예쁜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내가 처음 가 본 그림 박물관’ 시리즈는 우리의 옛그림을 어린이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재미있는 이야기를 통해 설명해 주고 있다. 유명한 김홍도, 장승업의 그림 혹은 민화 속에 나타난 우리의 민속을 옛이야기 형식인 입말체로 할머니, 할아버지가 얘기해 주는 듯 구수하다. 나비와 새, 동물 그림들을 보며 우리만의 정서와 의미를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아이들의 문화적인 소양을 한껏 높여 줄 수 있는 책이다. 거실 한편에 펼쳐 놓으면 그대로 화랑이 되지 않을까?

『아하! 그땐 이렇게 살았군요』 표지와 본문

저학년과 고학년이 동시에 볼 수 있는 『아하! 그땐 이렇게 살았군요』는 우리 나라 사람들이 어떻게 먹고, 입고, 살아 왔는지 생활사를 그림과 만화로 설명하고 있다. 『아하! 그땐 이렇게 싸웠군요』는 고조선과 한나라의 전쟁으로부터 귀주 대첩, 봉오동 전투와 한국 전쟁 등 굵직굵직한 전쟁을 풀어쓴 책이다. 이 당시에 세계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를 설명해 주고 있어 한국사와 세계사를 동시대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해 준다. 짧은 코너들로 나뉘어 있어 관심이 가는 분야부터 읽어 나가기에 좋다. 깊이 있게 읽고 싶은 고학년들과, 간단한 사건이라도 알고 싶은 저학년 모두 저마다의 관심 분야로 갈 수 있게 해 준다. 그리고 역사를 일정한 주제를 가지고 분류할 수 있게 해 주는 안목을 제시해 주어서 좋다. 역사 공부를 어느 정도 끝낸 후에 인물이나 문화재 등 나만의 주제로 역사를 재구성해 보는 작업을 시켜 보아도 참 좋다.

고학년 어린이들에게는 어떤 책이 좋을까? 『한국사 100장면』은 중요한 역사 사건들을 간단 간단하게 설명해 주고 있어 역사 입문서로 읽기에 좋다. 딱딱하지 않게 그러나 역사의 흐름은 놓치지 않을 정도로 맥은 잡아 주고 있다. 코리아를 알린 아라비아 상인들 이야기와 기독교의 전래, 그리고 이른바 ‘문민 정부’의 등장까지를 부연 설명해 가며 쉽게 풀어 쓴 책이다.

조금 더 자세한 설명을 원한다면 『다시 쓰는 이야기 한국사』를 읽어 보자.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역사를 정리할 수 있게 해 주는 책이다. 발해의 건국, 묘청의 서경 천도 운동 등에 대해서 역사 드라마를 보듯 그 당시를 재현해 주어서 이해하기가 쉽고 아이들 스스로 동화책처럼 여러 번 읽을 수도 있어 친근감이 가는 책이다.

『얘들아, 역사로 가자』 표지
『얘들아, 역사로 가자』는 소설의 성격이 조금 더 곁들여진 책이다. 미완성 타임 머신을 타고 역사 속으로 떠나는 여행, 역사의 현장 속에 내가 직접 들어가 있는 듯한 착각이 들게 한다. 팬터지 동화를 좋아하는 요즘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책이다. 뒹굴거리며 읽어 내려가다 보면 어느새 역사가 묻어 나오는 느낌이다. 세 가지 책들은 비슷하면서도 약간씩 성격이 다르다. 자기 수준에 맞춰 읽거나 순서대로 읽어 내려가면 좋을 듯.

『한국 생활사 박물관』 1권, 2권 표지
아이들이 손에 끼고 즐겨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지만 집에 가지고 있으면서 궁금증을 풀어 주는 백과 사전의 역할을 할 책으로 ‘한국 생활사 박물관’ 시리즈가 있다. 다양하고 선명한 사진과 그림 자료로 선사 생활관에서 20세기 생활관까지 12권에 걸쳐 소개하고 있다. 저학년 어린이라면 그림책처럼 한번 쭉 훑어 보아도 좋을 듯하다. 「아! 고구려전」 전시회에서 안내인의 설명을 들으며 열심히 보았던 내용들이 책 속에 모두 담겨 있었다. 고구려 고분 벽화 속의 세 발 달린 까마귀인 삼족오는 고구려 인들이 태양 속의 흑점을 보고 신화적으로 해석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리고 별자리 그림을 담고 있는 고분 벽화는 사신도와 해와 달, 동서남북 별자리가 결합된 3중 시스템을 특징으로 하는데 당시의 중국 벽화 무덤에서는 거의 발견되지 않는다고 한다. 관념적인 역사 공부가 아니라 사람들의 생활사를 통해 살아 숨쉬는 역사 공부를 원한다면 대만족이다. 꼼꼼한 역사 학자의 설명을 곁들여 집안에서도 즐길 수 있는 박물관 같은 책이다.

『역사인물신문』 1권, 2권 표지
역사 공부에서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신문 읽기가 그것이다. 아이들에게도 신문을 읽게 하고 한 주일의 주요 뉴스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금세 사회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다. 이렇게 해서 우리의 삶이 곧 역사가 되는 것이구나 하는 느낌과 함께 재미있다는 느낌까지 갖게 해 주어서 참으로 유용하다. 그러나 과거의 지나간 사건들도 신문으로 볼 수는 없을까? 신문으로 엮은 한국 역사 『역사신문』이 있다. 신문 기사의 형식을 빌어 사건들을 정리하고, 보도 기사, 해설 기사, 그림 만평 등을 다루고 있어 진짜 신문을 보는 듯하다. 신문을 뒤적이듯 한번 훑어 보면 재미있을 듯하다. 역사 신문이 조금 힘에 겹다면 『역사인물신문』을 권하고 싶다. 인물 중심의 신문이라 조금 다른 성격을 갖지만 신문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한 인물에 대해서 인터뷰와 가상 대담, 전문가 한 마디를 통해 다양한 모습을 보여 주고 관련 인물과 사건까지 다루고 있어 흥미롭다.

우리 나라 역사책을 고르다보니 난이도별로 다양하기보다는 비슷한 수준의 책들이 조금 많은 듯해서 아쉬었다. 유아들도 읽을 수 있는 쉬운 역사책들이 조금 더 있다면 좋을 텐데……. 단기 4337년에는 재미와 지식을 동시에 줄 수 있는 그런 책들이 많아지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김미리 / 대학에서는 인류학을 전공하였고, 증권 회사 등에서 일하다가 지금은 일산에서 아이들과 함께 사회 공부를 하며 지냅니다. 어린이 책과 답사 여행들을 어린이보다 더 좋아하는 ‘철부지’ 어른이지요. 여행을 떠날 때면 지도와 책을 챙기며 준비된 답사를 꿈꾸다가는 결국엔 훌쩍 떠나 버리는 무계획파이지만, 언젠가는 이스터 섬의 모아이 석상을 만나러 가리라 꿈꾸며 삽니다.

이 글에 나온 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