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02월 통권 제15호
열린어린이 책 이야기
열린어린이 책 여행
열린 주제 열린 글
열린어린이 서평
주목 받는 새 책
열린어린이가 권하는
이 달의 책

열린어린이 서평

[서정숙의 그림책 살펴 보기]
한 편의 동시가 한 권의 그림책에
――새로운 영아기 동시 그림책

서정숙 | 2004년 02월

얼마 전부터 참으로 많은 그림책들이 나오고 있다. 때로는 그림책이 쏟아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그 ‘쏟아지는’ 그림책 중 시선을 잡아 끈 책이 있는데, 바로 『아기 시 그림책』이다. 이것이 처음에 돋보인 이유는 영아기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것과, 동시 그림책이라는 점 때문이었다.

『아기 시 그림책』은 제목이나 그림, 겉모양에서 0~2세의 영아를 대상으로 기획된 그림책임을 알 수 있다. 그림책 크기도 작고, 두툼한 보드 북으로 만들어져 한 장씩 넘길 때마다 다음 장이 따라 올라옴으로써 영아의 서툰 손 조작 솜씨로도 ‘책장 넘기는 맛’을 만끽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천연 펄프 종이에 콩기름 잉크로 인쇄를 하여 입에 넣어 대상을 탐색하려는 영아기 발달 단계에 대한 배려도 엿보인다. 괜찮은 그림책의 대부분이 4세 이상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그리고 유아의 읽기 능력을 비롯한 언어 발달은 태어나서부터 영아가 접한 주변의 풍부한 문자 환경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연구 결과들을 생각해 볼 때, 양질의 영아 대상 그림책은 반가운 존재이다.

그 동안 나온 영아기 그림책은 대체로 사물의 명칭을 중심으로 한 명명 그림책이나 개념 그림책들이었다. 그런데 『아기 시 그림책』은 「아기와 나비」 「구슬비」 「누가 누가 잠자나」와 같이 이미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동시들을 갖고 만든 책이다. 「구슬비」와 「누가 누가 잠자나」는 어린 시절 즐겨 부르던 동요이기도 하다. 어린이 문학 장르에서 동화보다는 동시가 상대적으로 빈곤하듯, 그림책에서도 동시 그림책은 흔하지 않다. 전래 동요 그림책과 동요 그림책을 포함해서 보더라도 그 수는 손에 꼽을 정도이다. 『자장 자장 엄마 품에』(1993), 『노래 노래 부르며』(1997), 『우리 할아버지가 꼭 나만 했을 때』(1999), 『나팔 불어요』(2001), 『나비가 날아간다』(2001)가 대표 되는 작품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기 시 그림책』이 눈에 띈 이유가 영아기 그림책이나 동시 그림책의 희소성 때문만은 아니다. 정작 이 세 권의 그림책이 갖고 있는 매력은, 그림책의 형식에 있다. 하나의 동시를 한 권의 그림책에 담는 형식 말이다. 앞서 제시한 제목의 그림책들이 모두, 펼침 면에 전래 동요나 동시를 한 편 또는 두 편을 넣고 그 글에 어울리는 그림을 그려(인형으로 꾸며) 한 권의 그림책에 여러 편의 전래 동요나 동시를 담는 형식으로 되어 있는 것에 비하면, 한 편의 동시로 만들어진 『아기 시 그림책』들은 새롭게 느껴진다.

그리고 『아기 시 그림책』은 글 텍스트인 동시 한 편과 그림의 결합을 위해 글과 그림의 관계나 그림의 역할에 대해 꽤 진지한 고민을 한 것으로 보인다. 글에는 나타나지 않는 등장 인물이나 이야기를 첨가시켜 동시가 담고 있는 이야기를 확장시키거나 재미를 더함으로써 글 텍스트로부터 얻는 즐거움과는 또 다른 그림책 장르가 주는 즐거움을 만들었다고 본다.

예를 들면, 『아기와 나비』에서 유진희 씨는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에 그림만 넣어 글 내용의 전후 사정을 확장시켜 표현하였고, 글에는 등장하지 않는 강아지를 그려 이야기 내용을 풍부하게 해 준다. 『구슬비』에서 이준섭 씨는 개구리, 무당벌레, 거미, 개미, 달팽이 같은 동물을 그려 넣어 이들로 하여금 빗방울을 꿰어서 달빛 새는 창문가에 두는 역할을 하게 함으로써 그림책을 보는 재미를 주고 있다. 『누가 누가 잠자나』 또한 맨 앞 장과 마지막 장에 글 없이 그림만 별도로 넣어 이야기의 완결성을 시도하고 있다.

책 한 권에 동시 한 편을 넣어 그림책으로 만든 이 책들은 영아기 그림책으로 몇 가지 장점을 가진다. 우선 글 텍스트가 짧아 이해하기 쉽고, 정감어리고 재미나는 시어를 접할 수 있다. 그리고 함축적인 시의 의미와 이미지를 그림으로 표현하여 그림 언어 세계에 자연스럽게 접근할 수 있다.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통일감을 느낄 수 있는 그림책 장르를 경험하도록 이끈다는 점 또한 돋보인다
유아에 대한 공부를 통해 인간을 더 잘 이해하게 되었고, 그림책에 대한 공부를 통해 삶을 더 많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유아 교육을 전공하였고, 『Caldecott 메달 도서의 특성 분석』이라는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현재 이화여자대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있으며, 저서로 『부모의 그림책 읽어 주기』 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