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07월 통권 제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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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어린이 책 이야기

[별똥별 아줌마의 과학책 산책]
지구는 커다란 실험실

이지유 | 2003년 07월

단편을 모은 『옛날 옛적에』라는 동화집에 아주 재미난 이야기 한 편이 있다. 이 동화의 무대는 작고 평화롭고 한적한 시골 마을. 자연과 벗삼아 살던 사람들은 어느날, 우리도 마을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상쾌한 공기와 아름다운 초록색만을 보고 살던 사람들은 마을을 발전시키는 것이 과연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른바 ‘발전했다’는 다른 여러 마을들을 관찰 비교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알아 낸 결론은 ‘발전한 도시에는 모두 공해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때부터 마을 사람들은 공해를 일으키는 일들을 하기 시작한다. 공장을 짓고 차를 사고……. 마을은 급속도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마을이 공해로 찌드는 것을 보며 자기들 마을이 발전하고 있음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발전과 오염을 동일시하며 이야기를 끌어 가는 이 동화는 우리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인간이 뿌리를 내리고 사는 곳은 어디든 자연의 본 모습을 그대로 유지할 수 없다. 옛날에는 그래도 자연과 어우러져 사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지만 문명이 발달하고 모든 것의 가치를 ‘돈’이라는 잣대로 가늠하려는 자본주의 사회가 온 지구를 휩쓸면서부터는 돈으로 환산할 수 있는 것이면 무엇이든 사람들에 의해 망가져 사라지고 있다.

『파차마마』에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벌어지는 환경 파괴를 고발하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자연을 파괴하는 일은 나라와 인종이 달라도 지구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데, 이런 이야기를 어린이들의 글로 표현한 책이다.

『파차마마』표지와 본문

『최열 아저씨의 지구촌 환경 이야기(전 2권)』에서도 지구 곳곳에서 일어나는 환경 문제를 접할 수 있다. 오랫동안 환경 운동을 해 온 저자가 직접 발로 뛰며 알아 낸 사실들을 모은 이야기라 그냥 자료를 수집해서 엮은 책과는 또 다른 맛이 있다. 그리고 우리 나라는 다른 나라에 견주어 물을 얼마나 쓰는지, 쓰레기는 얼마나 버리는지 등에 대한 사실을 막연한 추측이 아니라 여러 가지 통계 자료를 보며 확실히 알게 해 준다. 이렇게 환경 문제 전반을 다룬 책들뿐 아니라 환경을 개선하려고 구체적인 노력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도 있다.

『최열 아저씨의 지구촌 환경 이야기(전 2권)』표지와 본문

『지렁이 카로』에는 음식물 찌꺼기를 먹어치우는 지렁이를 키우는 선생님과 아이들 이야기가 나온다. 비가 오면 길가 여기저기에 지렁이가 기어 나와 그걸 피하며 학교에 가던 기억이 있다. 미끌거리는 피부에 꾸물거리며 기어가는 지렁이가 어찌나 징그럽던지, 한 마리도 밟지 않으려고 발을 이리 저리 옮기며 걷던 것이 생각난다. 그러다 어떤 때는 마당에 나온 지렁이 몸에 소금을 뿌려 지렁이를 잡기도 했었다.

『지렁이 카로』표지와 본문

어린 시절 지렁이를 많이 보고 자랐지만 지렁이가 해로운 벌레를 먹고 흙을 기름지게 하는 배설물을 내 놓는다는 사실을 안 것은 어른이 되고 나서였다. 하지만 이제는 지렁이가 아주 귀한 생물이 되어서 도시에서는 물론 시골에서도 비가 아무리 와도 보기 힘들게 되었다. 콘크리트로 지렁이가 올라올 길을 막고, 농약으로 모든 벌레들과 지렁이까지도 죽여 버렸기 때문이다. 소중한 생물인 지렁이가 죽어가는 곳에서는 결국 사람도 건강하게 살아 남지 못하리라는 사실을 우리들은 깨달아야 한다.

환경 이야기가 중요하게 대두되면서 관심을 많이 모으는 곳이 바로 갯벌이다. 갯벌을 막아 새 땅을 만드는 일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그로 인해 잃어 버리는 자연과 우리가 입을 피해를 생각하면, 돈이 생긴다고 갯벌을 막는 것은 크나큰 범죄 행위다. 이런 관심을 타고 갯벌에 관한 책도 여럿 나왔다. 모두 훌륭한 책이지만 그 가운데 재미난 것 한 권은 『갯벌이 좋아요』다. 꿈을 찾아 갯벌을 떠나는 꽃발게가 결국 자기 자신이 있을 곳은 갯벌임을 깨닫고 다시 갯벌에서 살게 된다는 큰 줄거리를 바탕에 깔고, 사이사이에 갯벌에서 사는 생물들을 보여 준다. 이야기가 있어 지루하지 않은데다가, 꽃발게의 눈을 통해 갯벌이 생물에 꼭 필요한 장소라는 생각을 심어 준다. 우리에게 집이 필요하듯 생물에게도 집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책이다.

『갯벌이 좋아요』표지와 본문

환경, 하면 또 생각나는 곳이 바다다. 얼마 전 해양학자들이 알아 낸 바에 의하면 참치처럼 우리가 많이 먹는 큰 생선은 그 수가 30년 전에 견주어 90퍼센트 가까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정말 엄청나게 줄었다. 고기가 있는 곳이라면 마구잡이로 달려가 잡아 버린 사람들 때문이다. 참치들도 살아 남으려고 안간힘을 쓰는지, 예전에는 일 년은 넘어야 알을 낳았는데, 이제는 몇 달만 자라면 알을 낳는다고 한다. 빨리 알을 낳아야 멸종하지 않고 살아 남기 때문이다. 충분히 자라지 않은 채로 알을 낳아야 하니, 몸피도 많이 줄었다고 한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우리 식탁에 언제까지 참치가 오를 수 있을지 아무도 알 수 없다.

『어린이를 위한 아름다운 바다』『블루백』표지와 본문
『어린이를 위한 아름다운 바다』와 『블루백』에서는 바다야말로 중요한 자연 환경임을 이야기해 준다. 이 두 책의 차이점이라면 앞의 것은 과학자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고 뒤의 것은 바다와 어우러져 사는 모자의 이야기를 통해서 라는 점이다. 이야기의 형식은 달라도 이들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하나다. 인간이 바다와 어우러져 살지 않으면 결국 자연을 망치는 행위가 인간을 망치게 되리라는 사실, 그것이다.

‘발전’이라는 이름으로 환경을 망치는 행동은 다음 세대를 살아갈 우리 자손들에게 짓는 범죄이다. 『짱뚱이의 우리는 이렇게 놀았어요』를 보고 있으면 우리 아이들에게 그렇게 미안할 수가 없다. 거기에 나온 많은 놀이, 내가 어릴 적 하고 놀았던 많은 놀이를 지금은 쉽게 할 수가 없다. 물론 지금은 도시에 사는 아이들이 훨씬 많아서 그렇기도 하고, 아이들의 노는 문화가 많이 달라져서 그렇기도 하지만 이제는 시골도 옛날 시골이 아니기 때문이다. 무분별하게 쓰는 농약과 쓰레기가 그렇게 만든 것이다.

내가 지금 살고 있는 하와이에서는 쓰레기를 큰 컨테이너에 실어서 미국 본토로 가져 간다. 하와이에서 생긴 쓰레기를 하와이에 묻지 않는다. 하와이에는 쓰레기를 묻을 만한 곳이 없고, 그것을 태워 전기를 만드는 공장이 없기 때문이다. 또 아름다운 자연이 중요한 관광 수입이 되는 만큼 섬을 깨끗하게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하와이에서 생긴 쓰레기를 대륙으로 가져 간다고 해서 하와이의 자연이 영원히 유지될까? 지구 전체가 깨끗하지 않다면 하와이도 언젠가는 더러워지고 말 것이다.

『짱뚱이의 우리는 이렇게 놀았어요』표지와 본문

지구는 커다란 유리 속에 들어 있는 실험실과 같다. 우리 모두가 그 속에서 살고 있다. 인간은 지구를 벗어나 보려고 애를 써 보지만 지구를 떠나는 것은 쉽지 않다. 이 커다란 실험실에서 안전하게 모두 잘 사는 비결은 인간이 다른 생물과 더불어 사는 것의 가치를 얼른 인정하고, 돈이 생긴다고 자연을 해치지 않는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이 실험실에서 우리와 온갖 생물의 더불어 살기가 얼마나 더 가능할지 아무도 모른다.
이지유/ 대학에서 ‘천문학’과 ‘과학 교육’을 전공했습니다. 어린이들이 읽을 수 있는 재미난 과학글을 쓰려고 천문대, 화산, 박물관, 열대 식물원, 병원 등 안 가는 곳이 없습니다. 늘 디지털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필요하다 싶으면 아무 때나 사진을 찍는 바람에 아들, 딸이 아주 괴로워한답니다. 어린이들을 위해 지은 책으로는 『별똥별 아줌마가 들려주는 우주이야기』와 『별똥별 아줌마가 들려주는 화산 이야기』가 있고, 초보 부모들을 위해 『그림책 사냥을 떠나자』를 썼습니다.

이 글에 나온 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