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07월 통권 제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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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에 나누는 이야기]
텐트 속에서 속닥속닥!

현상선 | 2003년 07월

“이번 여름에는 애들더러 마당에다 텐트 치고 놀라고 할까? 그럼 우리 종영이는 아예 거기서 살림 차리겠지?”

문득 마당을 내다보다, 함박웃음을 머금은 채 미국에서 올 손주들을 생각하며 미리 계획을 세우던 큰언니의 말이 떠올랐다. 더불어 내 머리 속에는 벌써 바글거리는 아이들과 함께 몇 권의 책이 맴돌기 시작한다.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미피의 텐트 놀이』이다. 종영이가 딱 좋아할 만한 책이다. 노란 삼각형 텐트에서 작은 창문을 걷어올린 채 빠끔히 밖을 내다보고 있는 아기 토끼 미피가 꼭 나를 바라보는 것 같다. 햇빛 좋은 날 자기 집 풀밭에다 텐트를 치고, 엄마가 만들어 준 샌드위치를 오물오물 맛있게 먹고는 조그만 고무 풀에 물을 받아서 신나게 물놀이를 하고 노란 텐트 안에서 스르르 잠이 든 미피. 마지막 부분의 노란 텐트가 참 예쁘다. 텐트를 치기 전에 이 책을 보여 주면 아이들은 당장 텐트를 치자고 조르겠지? 미피가 집 뜨락 텐트 놀이에 만족했다면, 우리는 살짝 바깥으로 한 발자국쯤 내디뎌 보자.

『미피의 텐트 놀이』표지와 본문

『신나는 텐트 치기』를 펴 본다. 이 책은 글씨가 많아서 좀 더 큰 아이들이 좋아할 것 같지만, 작은 아이들도 책 속에 숨겨진 그림들을 보면서 즐거워할 것이다. 책 표지를 처음 봤을 때는 텐트 치는 할아버지와 닭들의 모습에서 느긋한 평화를 느낀다. 일곱 마리의 닭들은 각양각색이다. 할아버지는 텐트를 치고 닭들은 텐트를 미끄럼 삼아 타며 배낭을 뒤지고 연방 간섭해 대거나 텐트 위에서 졸고 있는 닭들에 아랑곳하지 않고 텐트 치는 일에 열중해 있다.

그런데 할아버지를 돕고 있는 고양이는 그 풍경과 어울리지 않게 잔뜩 긴장한 채 귀가 쫑긋 서 있다. 왜 그러지? 하며 표지 그림을 다시 한번 더 살펴 본다. 이번에는 숨은 그림 찾기다. 텐트 끈을 물고 늘어지는 닭을 보고 걱정이 되어 저러는 것일까? 할아버지 배낭 속에 들어 있는 자기 먹이를 닭이 뒤지는 게 걱정되는 것일까? 그러면서 텐트 앞 풍경을 보다 텐트 뒤 풍경으로 눈길을 옮겨 본다. 아! 그래. 바로 나무 뒤에 눈을 부라리고 커다란 입을 꾹 다문 채 숨어 있는 무시무시한 녹색 괴물 때문이구나. 그러고 보니 고양이의 초록색 눈동자가 등 뒤에서 나는 소리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처럼 보인다.

도대체 어디서 나타난 괴물일까? 저 괴물의 정체는 뭐지? 하는 생각으로 이번엔 아예 뒷표지를 쫙 편 채 앞표지와 연결해서 한 장의 그림으로 본다. 하하! 침낭 속에 세 마리의 닭이 누워 있고, 그 머리맡으로 두 마리의 닭이 텐트를 향해 허겁지겁 달려 가고 있네. 그런데 저쪽 돌무더기 옆의 작은 수풀더미 아래에서 책인지, 편지인지를 보고 있는 건 누구지? 오라, 바로 두더지로구나!

『신나는 텐트 치기』표지와 본문

아니, 저건 또 뭐야? 풀 속에 창처럼 생긴 막대를 또 자세히 살펴보니, 낚시 바늘이 있고, 지렁이 한 마리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아마도 낚싯대인가보다 하는 생각과 함께 책표지를 넘기니 속표지의 고양이는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낚시를 하는가 하면 물구나무서기를 하고, 뜀뛰기를 하는가 하면 뒷짐을 지고 점잖게 걸어간다. 가끔은 손으로 턱을 괴고 앉아 생각도 하고 모자 뒤에 숨어서 가만히 모자 앞쪽의 눈치를 살피기도 하고, 무엇엔가 깜짝 놀라기도 한다. 이렇게 책표지와 속표지를 보는 것도 그림책에서는 놓칠 수 없는 재미이다. 이 책 속에는 본 이야기와 상관없는 또 다른 이야기들이 숨어 있다. 그래서 아이들은 책을 몇 번이고 다시 볼 때마다 새로운 이야기를 발견하게 된다. 작가가 아이들에게 주는 즐겁고 신선한 또 하나의 선물이라 하겠다.

그리고 신나게 낚시하는 모습을 스쳐 지나며 슬쩍한 장 넘겨 본다. 할아버지의 다락방에는 정말 신기한 물건들이 많다. 그 중에서 고양이 핀두스의 눈에 띈 것은 커다란 초록색 소시지, 아니 텐트다. 바로 그 문제의 텐트다. 할아버지의 추억이 묻어 있는 텐트에 핀두스도 관심을 가지고, 닭들도 관심을 가진다. 텐트를 가지고 호숫가로 낚시를 떠나지만 쫓아오는 닭들 때문에 할 수 없이 마당에다 텐트를 치게 된다. 닭들과 한바탕 소동을 벌이며 텐트를 치지만 결국에는 할아버지만 텐트에서 잠자게 된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에 찾아 온 할아버지 친구와의 이야기에서 우리는 할아버지의 작은 소망을 엿보게 된다. 피옐 산에 올라가서 텐트를 치고 지내고 싶다는 소망을.

이제 아이들의 가슴에 ‘아, 나도 산에 가서 텐트를 쳐 봤으면…….’ 하는 소망이 자리잡을지도 모른다. 그런 아이들의 마음을 잘 드러내 주는 책이 있다. 『나도 캠핑 갈 수 있어!』가 바로 그런 책이다. 소라는 아주 어린 여자아이이다. 그래서 캠핑에서 제외되었다. 하지만 소라는 “나도 캠핑 갈 수 있어!”라며 당당하게 외친다. 어린 여자아이는 무거운 짐도 질 수 없고, 잘 울고, 나뭇가지도 주워 올 수 없고, 밤에 혼자 나가서 ‘쉬’도 할 수 없다며 큰아이들이 말하지만 소라는 그 모든 것을 다 해결해 낸다. 그리고 언니, 오빠들은 잠 자느라 보지 못한 밤하늘의 별똥별도 본다. 졸졸 소리를 내며 흐르는 숲 속 개울가 옆, 텐트 속에서는 코고는 소리가 가득 울려 퍼지고, 밤하늘에는 반짝이는 별이 가득한 페이지가 참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나도 캠핑 갈 수 있어!』표지와 본문

이 책을 읽은 아이들은 반드시 자기 전에 밤하늘에서 별을 찾아 볼 것이다. 이 때를 대비해서 『밤하늘 별 이야기』를 미리 보여 주면 좋겠다. 할아버지와 함께 별을 보러 떠나는 여행, 그리고 조금씩 어둠이 찾아들기 시작하는 순간의 하늘, 그리고 밤하늘의 별들을 보며 들려주는 할아버지의 이야기는 정말 재미있다. 좀더 큰 아이들과는 『별똥별 아줌마가 들려주는 우주 이야기』를 함께 보고 캠핑을 떠난다면 더욱 좋겠다. 그러면 밤하늘에 떠 있는 수많은 별을 보며 자기 별도 정하고, 새로운 별 이름도 지어 보면서 아주 재미있는 밤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캠핑 생활이 끝나면 천문대에 가서 직접 별을 관찰할 계획을 세워야 할지도 모른다.

『밤하늘 별 이야기』『별똥별 아줌마가 들려주는 우주 이야기』표지

다음날 아침에는 아이들과 함께 주변에 피어 있는 꽃과 풀을 찾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해야지. 우리 나라 어디에서든 피고 지는 풀과 꽃을 가득 담아 소개하는 책들을 아이들에게 보여 주면 좋겠다. 세밀화에 담긴 우리 풀과 꽃의 이름을 하나씩 알아 가는 재미도 쏠쏠할 것이다. 큰 아이들은 『풀꽃과 친구가 되었어요』를 읽으면 풀과 꽃 찾기를 더욱 재밌어 할 것이다. 어쩌면 개구쟁이 조카 녀석이 책 속의 내용대로 지렁이에게 오줌을 누면 진짜 고추가 아픈지 실험해 보자고 남자아이들을 꼬드길지도 모르겠다. 이때 한 권의 식물도감을 더 준비한다면 아이들이 무엇을 물어도 다 가르쳐 줄 수 있겠다.

『풀꽃과 친구가 되었어요』표지와 본문

그리고 리네아의 두 번째 이야기 『꼬마 정원』을 보여 주자. “여름이여, 영원하라. 겨울에 대비하여 여름을 조금 저축해 두지 않으면, 여름은 금세 지나가 버립니다. 꽃을 꺾어서 말리면 여름을 저축할 수 있답니다.”라는 리네아의 말에 아이들은 자기들도 여름을 저축하려는 행동에 돌입하면서, 작은 정원을 만들겠다고 종알댈 것만 같다. 벌써 우리 집 베란다에는 작은 정원 두 개가 들어선 느낌이다.

『꼬마 정원』표지와 본문
현상선/ 잡지사에서 10년 간 일하다, 중학생이 된 큰아이를 낳으면서 어린이 책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한양대 사회교육원에서 독서·논술 지도 관련 강의를 하고 있으며, 책 읽기 싫어하는 아이들을 위한 독서 지도와 상담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독서 지도의 실제와 방법론』을 썼습니다.

이 글에 나온 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