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07월 통권 제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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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나온 그림책 들여다보기]
아이가 스스로 커 나가기까지

정민경 | 2003년 07월

우리는 살면서, 많은 어려움에 부딪칩니다. 시험에 떨어져서, 이별하게 되어서, 친지의 죽음을 접하여서, 사업이 망해서, 실직하여서, 재해를 당하여서……. 이러한 결코 헤어날 수 없을 것 같은 역경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다시 일어나게 하는 힘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요? 우정이나 사랑, 책임감, 신앙 등에서 얻는 에너지도 중요하겠지만, 가장 의미 있는 것은 나 자신의 의지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이 책은 ‘초등 학생이 보는 그림책’이라는 관칭을 달았습니다. 한 작은 인디언 아이가 있었습니다. 그 아이 이름은 ‘푸른 말의 힘’이지요. 너무나 약하게 태어나 죽을 줄로만 여겨진 아이였기에, 굳세게 자라나라고 지어 준 이름이랍니다. 아이는 앞을 보지 못합니다. 아이는 거듭해서 할아버지에게 “제가 어떤 아이인지 얘기해 주세요.”라고 조릅니다. 그러면 할아버지는 수 세기 끈의 매듭을 하나씩 묶어 가면서 아이가 태어나던 순간부터 오늘까지 어떻게 자라왔는지를 들려주십니다. 따뜻하고 강한 어조로 사랑을 가득 담아서요.

앞 못보는 아이는 그 이야기를 듣고 또 들으면서(매듭을 묶고 또 묶으면서) 어둠의 산을 헤쳐 나가는 방법을 알아 갑니다. 말타기 경주에도 나가 어둠의 장막을 하나하나 걷어 내는 스스로를 북돋으면서 더욱 강해져 갑니다. 할아버지는 언젠가 자신이 곁에 없더라도 아이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길 바라며 말씀하십니다. 매듭이 가득 찬 수 세기 끈과 할아버지의 사랑과 푸른 말의 힘이 늘 아이 곁에 있을 것이라고.

할아버지와 아이가 나누는 대화를 그대로 담은 구어체의 글과 앞 못보는 아이의 입장에서 그려진 듯 선이 뚜렷하지 않고 어두운 색감의 그림은 마치 곁에서 이들의 이야기를 듣는 듯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더불어 인디언 문화와 앞을 보지 못하는 상황도 헤아려보게 되고요.

우리는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역사가 있습니다. 언제 어떻게 태어났고, 무엇을 하며 살아왔으며, 앞으로 무엇이 될 것이라는……. 어쩌면, 이 책을 읽은 아이들도 그러한 물음에 접근하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혹은 이 질문으로부터 자기 역사를 써 내려갈지도요. “엄마, 내가 어떤 아이인지 말해 줘요.” 하고요.
정민경 | 대학에서 유아 교육을 전공하고, 유치원 교사로 일했습니다. 어린이책 보는 것을 너무나 좋아해서 열린어린이에서 즐겁게 일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