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07월 통권 제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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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나온 고전 들여다보기]
길 위에서 버드나무 바람을 기다리며

김원숙 | 2003년 07월

우리들이 ‘삶’이라는 각자의 길 위에서 이리저리 허둥대며 사는 꼴, 그 모양을 조용하고도 그윽한 시선으로 들여다보게 됩니다. 아주 작은 동물들이 사람과 동등한 품격으로 등장해 생명과 우정, 삶 속의 수많은 길들과 떠남, 고난과 역경, 자연 안의 공존과 귀향을 유려한 문체로 노래합니다. 어떤 이는 자고 일어나 눈뜰 때마다 새롭고 신나는 일을 찾습니다. 어떤 이는 노젓기와 시 짓기를 즐기며 차분하고도 이지적으로 제 영역을 꾸려 갑니다. 어떤 이는 특별히 똑똑하거나 무모하지 않지만 성실하여 위기 순간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합니다. 어떤 이는 사회성이 결여된 듯, 세상과 담쌓은 듯 살다가도 너그러운 품새를 보이며 집단의 어른으로 역할합니다. 우리네 사는 모습들인 듯합니다.

우리 모두 ‘쓸데없이 입을 다물고 있는’ 말없는 시골길이나 ‘무안스럽게도 넓은 들판’ 들과 만나면서 길 위에 서 있습니다. 고향집으로 돌아가 편안히 들어앉기까지는 얼마나 먼 길을 가야 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또한 ‘무뚝뚝하고, 고집스럽게 참을 줄 알고, 충동적인’ 자연의 본성을 알게 해 주는 폭풍우, 눈보라, 계절풍에 맞부딪치면서 고향의 버드나무 바람을 그리워합니다. 하지만 ‘남을 도와 줄 땐 내 힘을 보게 될 거예요, 그런 다음에는 잊어 버려요!’ 이 모든 길은 언젠가는 끝나게 되어 있지요. 그 끝나는 지점에 다다랐을 때, 함께 돌아다니며 행복했던 추억들을 안고 조용한 강가에 들어앉을 수 있겠지요.

온갖 작은 생물들이 어둡고 쓸쓸한 밤을 수다로 지샌다는 사실을 아시는지요? 모두가 잠든 밤이면 강물이나 숲과 나무, 바람과 목신 들은 낮보다 훨씬 바쁘게 소근거립니다. 이 자연의 소리에 취해서 작은 생물들은 누군가의 부름을 받고 선택될 시간을 기다립니다. 변하는 색깔인 회색 물빛과 생물들이 품고 있는 변하지 않는 열정의 붉은 색조, 이 두 감성이 밤을 지탱합니다. 생물들이 열정적으로 운동하는 밤의 기운, 새벽녘의 회색 빛 신비스러운 기운이 고적하면서도 활동적입니다. 바람에 찰랑이는 나뭇잎 소리에 영혼을 울렁이는, 밤에 바쁜 그 작은 생물들은 햇살 아래 배부른 휴식에 들어갈 때를 기다리며, 자기 미래가 걸려 있는 즐거운 곳을 지키기 위해 밤을 지새우며 일합니다. 이러한 밤의 기운과 역사를 우리에게 일러 줍니다.

이렇게, 이 책이 제시하는 사람과 동물의, 사람과 자연의 공존이 유쾌하고도 고즈넉합니다. 이 책 안에서는 배우는 것과 가르치는 것이 구분되지 않고 동격입니다. 그래서, 여러 삶의 모양들을 덧쓰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 안에 우리도 들어가 비웃음이 아닌 정도의 비판으로, 칭찬이 아닌 정도의 인정으로, 무시가 아닌 정도의 이해로, 나도 아닌 남도 아닌 그러한 전지적 시점으로 인생과 자연을 성찰하게 합니다. 그리고 우리 자신을 비판하게 합니다.
김원숙 | 오픈키드 도서 컨텐츠 팀장. 대학에서 정치외교학을 공부했지만, 아이들과 놀기, 책 읽기를 좋아해서 어린이들과 더불어 책 읽고 글쓰는 일을 오래 하였습니다. 지금은 오픈키드 도서 컨텐츠팀에서 아이들 책에 파묻혀 지내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좋은 책을 읽으며 행복하기를 바란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