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07월 통권 제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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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연구가 김세희의 그림책 들여다보기]
꿈에서 세계 유적지를 돌다

김세희 | 2003년 07월

환상 세계인 꿈은 현실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그 연장선상에 있다. 하고 싶은 야구도 못하고 지리 시험 공부를 해야 하는 벤과 마가렛은 꿈 속에서도 세계의 유적과 관련된 꿈을 꾼다. 우리도 일이나 시험 공부에 시달리는 와중에 책상 위에 엎드리고 자신도 모르게 잠이 들었을 때, 꿈 속에서도 일을 하고 시험 공부를 계속하는 꿈을 꾸게 된다.

‘꿈에서 깨어나면 모든 것이 제 자리로 돌아가 있다.’ 그러나 『벤의 꿈』에서는 꿈이 현실로 연장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마가렛이 꿈 속에서 스핑크스를 지나다 벤을 마주쳤다는 말에 벤은 놀라지도 않고 태연히 자신도 꿈 속에서 마가렛을 만난 일을 이야기한다. 이 벤과 마가렛의 마지막 대화 장면을 보며 섬뜩함을 느끼는 어른과는 달리, 어린이들은 ‘그래 나도 보았어.’ 하며 그 장면을 찾으려고 책장을 뒤로 넘길 것이다.

출렁이는 파도 위를, 집을 배처럼 타고 바다 물에 반쯤 잠긴 세계의 유적을 벤처럼 구경할 수 있다면 이 더운 여름에 얼마나 시원할까? 어린이들은 한번쯤 사진에서 본 적이 있는 그 유적들을 벤의 눈이 아닌 자신의 눈을 통해 새롭게 보며 즐거워할 것이다. 이 그림책에는 자유의 여신상, 런던의 빅벤, 피사의 사탑, 아테네의 파르테논 신전, 모스크바의 성바실리 성당, 중국의 만리장성, 미국 러쉬모어 산의 대통령 얼굴들이 약간 변형된 모습들로 나타난다.

알스버그는 『주만지』나 『압둘가사지의 정원』에서 연필 드로잉으로 가장 밝은 흰색으로부터 어두운 검정까지 다단계의 회색을 사용함으로써 명암을 창조해 환상 세계를 표현했다. 『벤의 꿈』에서는 펜 선으로 벤과 마가렛, 건축물과 조각품 등의 형태, 원근과 명암까지도 만들어 내고 있다. 흑백으로 된 그의 그림들은 여러 색으로 그린 다른 책에서의 그림보다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압둘가사지의 정원』에서 오리로 변했던 눈두덩이가 검은 하얀 강아지 프리츠는 『주만지』에서는 바퀴달린 장난감으로, 『북극으로 가는 기차』에서는 인형으로, 『벤의 꿈』에서는 액자 사진으로 나와 있다. 크리스 반 알스버그에게 그 하얀 강아지는 어떤 의미를 가지는 걸까? 궁금하던 나에게 알스버그는 인터넷을 통해 대답해 주었다. 어쩌면 인터넷이라는 매체도 현실에 바탕을 두고 현실과 교통하는 하나의 환상 세계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김세희 | 이화여자대학교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과 미국 보스턴 대학에서 유아 교육을 전공했습니다. 현재 덕성여자대학교와 성균관대학교에서 아동 문학과 그림책에 관한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유아문학교육』 『어린이의 세계와 그림이야기책』『유아문학의 전달매체』를 저술하였으며, 그림책 『도리도리 짝짜꿍』에 글을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