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07월 통권 제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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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작가 노경실이 권하는 우리 동화 ]
누군가 나를 위해 기도해 준다면

노경실 | 2003년 07월

자살, 납치, 강도, 폭행, 퍽치기, 협박, 사기, 살인 등 급증하는 범죄와 가정파탄, 인륜을 짓밟는 무서운 일들, 이 모든 것의 원인은 ‘돈’이라고 한다. 즉, 돈만 있다면 사람들은 모두 천사가 될 수도 있다는데 참으로 그런 것일까?

작가, 최은섭은 이 물음에 답한다. 모두 7편의 동화는 각각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시종일관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해 준다. 그래서 이 작품집의 제목처럼 ‘나를 위해 마음 써 주고, 기도도 해 주는 누군가가 나에게도 있을까?’라고 생각하게 되며, 나중에는 ‘나는 진정한 이웃인가?’ 하고 돌아봄의 시간을 갖게 한다. 그것은 마치 “누가 우리의 이웃입니까?”라고 묻는 바리새인들에게 “산 속에서 강도를 만나 모든 것을 빼앗기고, 피를 흘리며 신음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예수님의 말씀과 같은 것이다. 작가는 이렇게 무거울 수도 있는 주제를 일상 생활 속의 이야기에 잘 녹여 웃음을 동반한 아름다운 이야기로 그려 냈다. 이미 5년 전에(지금 시점에서는 7년 전이다) 나온 작품을 다시 손질했다고 작가는 머릿말에서 밝혔지만, 이야기들은 모두 보편적인 인간의 마음을 그린 탓에 어느것 하나 낡은 이야기나 진부한 소재로 전해지지 않는다.

표제작인 「도대체 누굴까」라는 이야기만 해도 그렇다. 주인공이 관심조차 주지 않았던 작은 강낭콩 화분. 그런데 누군가 그 화분에 마음과 사랑을 물과 함께 주고 있었다. 어느날, 문득 돌아보았을 때에 그 화분에 초록색 생명이 소리 없이 쏙쏙 자라고 있었다. 주인공은 당황해한다. ‘도대체 누가?’ 그러면서도 한편 행복해한다. 그것은 우리들 모두의 마음일 것이다. 반복되는 일의 실패, 너무 보잘것 없는 듯해 눈길조차 주지 않는 소홀함, 혹은 정신없이 바빠서 그것의 존재조차 기억 못하는 상실증, 때로는 가치에 대한 편견과 오해로 외면해 버리는 무정함. 그렇지만 우리는 강낭콩 화분의 주인공처럼 문득 내 삶의 한 지점에서 뒤돌아보았을 때에 나의 그런 오만과 무관심 속에서도 어느 새 자라나고 있는 우정, 사랑, 여러 이름의 따뜻한 관계들을 발견하게 되면서 놀라게 된다. 부끄러움과 미안함과 고마움이 뒤범벅된 심정에서…….

[쌉싸름한 한마디] 작가는 절대로 화를 내지 않는 사람이 아닐까? 문체가 심히 곱다. 그 ‘고움’이 지나쳐 읽어 내려감을 상당히 방해한다. 상황이 조금 거칠거나 빠르게 전개될 때에도, 우당쾅쾅 떠들썩함이 요란스러울 때에도 곱디고운 문체로만 마냥 진행되고 있다. 또, ‘했어요.’라는 종결어미의 끈질긴 반복은 자칫 짜증을 갖게 된다. 이런 문제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싶다. 어린이들의 생활도 사람의 생활이며 어린이는 결코, 절대 천사가 아니라고.
노경실 | 1982년 중앙일보사의 ‘소년중앙 문학상’에 동화 「누나의 까만 십자가」가 당선되면서 동화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상계동 아이들』『동화책을 먹은 바둑이』『복실이네 가족사진』『갑수는 왜 창피를 당했을까』들을 비롯한 많은 동화를 썼습니다.